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생존기-308화 (308/544)

〈 308화 〉 다구리 그마아안 # 11

* * *

"케랴아아아악!"

"케르으으윽!"

적들의 보병 진형이 무너진다.

애초에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놈들의 지휘관은 우리의 전력을 잘못 파악해도 단단히 잘못 파악했다.

"흐아아아악!"

"아아악!"

내 고블린 중장보병들에게 아작이 난 병사들이 쓰러져 짓밟힌다. 그리고 다크엘프들은 이제 우회해오는 적 병력을 치는 게 아니라, 마치 고블린 팔랑크스라는 진형 좌우에 솟아난 날개처럼 움직이며, 적들을 감싸고 포위해 분쇄했다.

ㅡ푸욱!

ㅡ촤학!

다크엘프들의 무기술 솜씨는 정말 발군이었다. 그녀들은 검을 휘두르고 창을 찔러넣는 등의 연계를 하면서 적 진형의 좌우 끝부분을 착실하게 깎았다.

"꺄하하하핫!"

"전부 죽어버려!"

픽시들이 그러한 작업을 거든다. 반격을 하려는 용맹한 병사들만 골라서 얼굴에 윈드커터를 제때제때 박아준다. 말 그대로 환상적인 서포팅인데, 픽시들도 진짜 전쟁 전문가가 다 됐지 싶다.

"샤란아."

"샤아!"

그리고 샤란이는 적 보병 진형의 맨 뒤에 있는 놈들. 그들의 발을 덩굴로 묶고 있었다.

"왜, 왜! 후퇴 안하냐고오!"

"으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악!"

맨 뒤에 자리를 잡은 보병들은 움직이지도 못한 채 뒤로 엎어졌고, 후퇴를 하려는 병사들에게 짓밟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을 짓밟은 병사들도 넘어지게 되었다.

적들은 완전히 붕괴.

내 군대가 적병들을 전부 잡아먹은 것이다. 심지어 라미아들이 출격하는 일조차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승리다!"

마침내 모든 적병을 살해했다.

"케랴아아아아아악!"

"와아아아아아!"

전투의 주역이었던 고블린과 다크엘프들이 함성을 터트린다. 근데 전투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저 산 아래에 놈들의 임시막사가 있다. 올라온 병력은 놈들 전력의 반 정도다.

말하자면 지금 죽인만큼 또 죽여야 한다는 소리.

"다들! 잠시 휴식! 산 아래에 적들의 본대가 있다! 그놈들도 부숴야 해!"

기세를 몰아서 산 밑에 있는 놈들까지 전부 박살을 내버릴 거다. 적들 절반이 죽은 상태다. 당연히 우리가 수로 압도한다. 수도 압도한다면 질 이유가 없지.

"빠르게 열량 보충하고 휴식을 취해라! 다시 싸워야 하니까!"

그리 명령을 내린 뒤에 샤란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샤란아. 아까 지켜줘서 고마워. 흐흐흐."

"샤아. 샤란이는 마앙님 지킨다에여."

ㅡ슥슥.

샤란이가 내 목에 자시 정수리를 비비면서 애교를 부렸다. 그건 그렇고 적 기사를 그렇게 간단하게 처리하다니.

덩굴로 묶은 뒤에 목을 쳐버릴 줄은. 역시 힘과 민첩성이 장난이 아니다. 기사를 압도할 만한 수준의 폭발적인 힘을 낼 줄 아는 것이다.

확실히 강해지긴 했다니까.

"샤란이만 믿는다!"

"샤아!"

"아, 그럼 일단 화분 좀 꺼내 볼까?"

"가져온다에여!"

ㅡ도도도.

샤란이가 양팔을 살짝 벌린 채 도도도 뛰어가서 화분을 가져왔다. 이것은 만드라고라가 담긴 화분이다. 대체 이게 어떤 효과를 지니고 있을지, 오늘 시험해보도록 하자.

"세리뉴! 픽시들 집합!"

바로 내 픽시들 집합시켰다.

* * *

"이런...!"

첫 번째로 보낸 정찰병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무언가 사고에 휘말린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야생에서 살아가는 중형 몬스터에게 습격을 당한 것이겠지. 그리 생각하고 부대의 절반을 올려보냈는데.

ㅡ으아아아아악!

돌연 저 산 위에서 병사들의 비명소리와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신이 번쩍 든 멜러자 남작은 바로 전투준비를 실시했다.

이것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제길!"

설마 위쪽에 적들의 복병이 있었단 말인가?

"대체 어떻게?"

오늘 우리가 오는지 어떻게 알고 병사를 매복시켜둔 것이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언제 올지도 모를 적들에게 대비하기 위해 수많은 병사들을 산에 박아두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멜러자 남작은 혼란을 느꼈지만, 이걸 설명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배신!"

누군가가 배신을 했다.

마일러든 오간브리트든. 두 남작 중 하나가 자기를 배신하고 공격 정보를 성녀 측에게 넘겨버린 것이 분명하다. 그리 생각하니 모든 것이 딱 맞아떨어진다. 성녀 측에서 습격 정보를 알고 있으니, 이쪽에 미리 군사를 매복시켜둔 것이다.

아마도 배신자는 백작과의 끈을 버리고 성녀에게 붙을 생각이겠지. 자신은 그 제물로 선택된 것이었다.

"빌어먹을 놈!"

입술을 깨물자 비릿한 피 맛이 느껴진다. 누군지는 몰라도 제대로 알아내서 복수할 것이다.

멜러자는 빠르게 고민했다.

부대를 더 올려보내서 복병들과 전투 중인 부하들을 수습하고 후퇴할지, 아니면 지금 이 자리에서 남은 병력들만 챙겨서 후퇴를 할지. 뭐가 됐든 둘 다 큰 손해를 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멜러자는 선택했다.

"부대의 절반...!"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부대의 절반은 곧 멜러자의 절반이다. 여기선 자신의 절반을 깎아내려야지만 살 수 있다.

놈들은 자기에 대해서 알고 있으며 철저하게 준비를 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올라갔다간 모든 병력을 잃게 된다. 지금은 살기 위해서 병력의 절반을 버려야만 하는 것이다.

어차피 기사도 보낸 상태다.

생존자가 있다면 알아서 수습해오겠지.

"바우머스!"

"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멜러자가 명령을 내렸다.

"빠르게 후퇴한다! 당장 후퇴 준비를 시켜라!"

"예? 하지만 남작님. 지금 산 위에 올라간 병력들이..."

"매복을 당했다. 정보가 넘어갔어. 배신자가 우리를 팔았다. 지금 저들을 구하려고 했다간, 여기 있는 모두가 죽는다. 그러니까 어서 가서 후퇴시키란 말이다!"

"알겠습니다!"

멜러자 남작은 지금 이 자리에 온 것을 크게 후회했다... 동시에 백작에 대한 원망이 치솟았고, 마찬가지로 성녀에 대한 원망과 천사에 대한 원망도 치솟았다.

자그마치 절반이다, 절반.

저걸 복구하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할까. 생각만 해도 구토를 할 것 같았지만, 지금은 사는 게 더 중요하다. 어차피 배신자가 발생한 이상 백작에게 보고할 거리는 있다.

이걸로 백작에게 책임을 요구해도 괜찮을 것이다. 백작이 직접 고른 녀석이 배신을 했으니 이건 백작의 책임이지 않은가.

어차피 백작에겐 부하가 필요하다. 배신자가 발생해 전력이 줄어들고 적은 더 강해진 마당에 자신을 내칠 수는 없을 것이다. 적당한 요구라면 들어주겠지.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백작과 더욱 단단한 유착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작, 멜러자는 이런 상황에서도 빠르게 계산을 실시했다.

ㅡ척척척!

병사들이 후퇴 준비를 마쳤다. 보병들이 행군을 하기 위해 쭉 늘어섰고, 기병들은 수송대를 호위할 준비를 시작했다.

"후퇴실시!!!"

ㅡ뿌우우우우!

후퇴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이었다.

"음?"

멜러자 남작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무슨 새 같은 것이 날고 있는 게 아닌가. 뭔가 싶어서 쭉 보고 있으니.

ㅡ쐐애애액!

"뭔가가... 떨어지고 있어?"

무언가가 낙하를 하고 있었다.

멜러자는 잠깐 그리 생각했다.

ㅡ콰앙!

그리고 그것이 지상.

그것도 수송대 마차의 바로 옆에 떨어진 순간.

세상에서 제일 기묘한 일이 발생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으, 으하아아아악!"

"아아아아악!"

"끼야아아아아아악!"

동시에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고꾸라졌고.

"히히히히히힣!"

"히힣! 히이이이이잉!"

"히이이이이잌!"

모든 말들이 눈을 까뒤집은 채 게거품을 물고는 지랄발광을 하면서 날뛰다가 마구 넘어졌다!

"이, 이게 무슨!"

멜러자 남작은 자신의 귀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자기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병사와 말들이 널브러졌다. 마치 산사태 같은 것에 휩쓸린 것처럼!

"그, 그 비명소리는... 바우머스! 정신 차려라!"

옆에 있던 부하도 쓰러져 있었다...!

"전군! 일어나라!"

멜러자는 수습을 하려고 했지만.

ㅡ캬하아아아아아아악!

ㅡ캬라라라라락!

ㅡ케르으으으으응윽!

ㅡ꺄하하하하하핫!

돌연 뒤쪽에서 귀신들의 함성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멜러자 남작은 공포를 느끼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아아."

그의 눈에 비친 것은, 그야말로 지옥의 군대였다. 뱀의 하반신을 지닌 악몽의 기사단이 창을 잡아 든 채 돌진을 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날개 달린 악마들과... 기이한 갑옷을 두른 공포의 중보병들이 뒤따르고 있다.

"저, 전군! 후방에 적 출현! 진형을! 진형을 만들어라!"

멜러자는 악을 쓰듯 소리쳤지만, 방금의 그 사악한 비명 때문에 아직도 다들 정신을 못 차리는 중이었다. 행렬의 맨 앞쪽은 상대적으로 괜찮아 보였지만, 이곳은 맨 뒤다.

저 앞에 있는 녀석들이 여기까지 와서 진형을 만들기도 전에 당하고 말 것­

ㅡ푸훅!

* * *

전술 핵병기 만드라고라가 투하된 직후.

적들의 병사와 말들이 발작을 일으키고는 그대로 쓰러졌다. 상상이상으로 엄청난 효과였다. 고작해야 식물뿌리 하나가 적 부대의 일부를 완전히 무력화 시킨 것이다.

흥분에 찬 나는 즉시 공격 명령을 내렸고.

ㅡ푸훅!

그 결과 멜러자 남작군이 완전히 박살 났다.

"흐하하하하하하하! 멜러자 남작을 쓰러뜨렸다!"

누가 라미아가 평지에서 약하다고 했냐?

강철의 갑옷을 두른 라미아들이 일제히 돌진하자, 남작군은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개박살이 나며 날아갔다.

혼란에 빠진 군대를 도륙하는 것은 몹시 간단했다. 진형을 만든 고블린 보병대가 전진했고, 눈앞에 있는 모든 인간들을 썰어버렸다. 무적 큘스 마왕군은 오늘도 승리했노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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