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생존기-316화 (316/544)

〈 316화 〉 여군주 베라 # 6

* * *

"코볼트 부대! 진격!"

내 명령에 코볼트들이 진격했고.

"규사아앗!"

"규삿!"

우리는 저 혐오스러운 괴물을 보면서 공사를 시작했다.

이 이블아이의 모체... 딱히 이블아이처럼 생기진 않았지만 마더아이라고 이름을 붙이도록 하자. 아무튼 이 마더아이를 잘 가리고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ㅡ퍼석!

ㅡ퍼석!

코볼트들이 마더아이 근처의 땅을 파고, 평탄화 작업을 실시한다. 그러면서 샤란이에게 살피게 한다.

"샤란아. 얘를."

"샤아...! 마앙님! 얘 너무 징그럽다에여!"

"맞아! 너무 이상해!"

좀처럼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는데, 샤란이와 루미카가 학을 떼면서 서로 양손을 맞잡은 채 거부감을 내비쳤다.

ㅡ...

둘이 양손을 맞잡은 탓에 두 여자의 젖가슴을 서로 맞닿은 채 짓눌린다. 보고 있으니 눈요기가 되어서 좋지만, 내 마누라들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재를 하도록 하자.

"샤란아. 루미카. 얘가 보기에는 좀 징그러워도 마음은 착한 애야."

"착해여?"

"어."

"샤아."

뭔지 모를 대답이로군.

"아무튼 얘가 여기서 잘 살려면 잘 숨기고 잘 지켜줘야겠지?"

"샤아... 그렇다에여. 근데 여기가 이 징그러운 애 집이에여?"

"이제 그 집 만드는 거야. 물론 샤란이가."

"샤아!"

"빨리. 플랜트 타워 씨앗 가져온 거 있지? 적절하게 심어 보자고. 흐흐흐."

"루미카 있으면 어렵지 않다에여...!"

말은 그리했지만 샤란이도 루미카도 마더아이를 보면서 털을 세운 고양이처럼 반응했다. 살에 소름도 올라오는 중이고.

"으읏! 어쩔 수 없어! 빨리해야 여기서 나갈 수 있을 테니까!"

"루미카 말 잘했다!"

바로 그 자세다!

"규삿! 마왕님! 여기 이렇게 하면 됨니까!"

그때 규일이가 보고를 하러 왔다. 보니까 대충 마더아이의 주변을 평탄하게 만든 뒤에, 그 주변에 흙담을 쌓아 보호를 하는 것처럼 감싼 상태다.

"오. 이 정도면 예쁜데."

코볼트들이 진짜 작업 하나는 죽이게 한다니까.

근데 좋긴 한데 너무 뜬금없이 강조되는 듯한 느낌이 있단 말이지.

"규일아. 북쪽 흙담 있지? 거기를 좀 산처럼 쌓아봐. 서쪽은 좀 파도 되니까."

"규삿! 알겠슴니다!"

"규사사삿!"

토목공사의 달인이나 다름없는 코볼트들이 달라붙으니 작업은 금방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럴듯한 느낌으로 완성이 되었다.

"흐음. 좋군. 샤란아! 씨앗 심자!"

"샤앗...!"

"따라와!"

바로 샤란이를 끌고 흙담과 흙산 주변을 돌면서 씨앗을 떨어뜨렸다. 이 타워 플랜트들이 자라서 마더아이를 보호할 것이다. 산인 만큼 몬스터가 있으니 이런 보초병들이 필요하지.

ㅡ슥.

그렇게 적당한 곳에 씨앗을 배치한 즉시.

"샤란아! 가자!"

"샤아! 루미카! 물을 끌어온다에여!"

"알았어!"

ㅡ고오오!

내 마누라들이 힘을 쓰기 시작한다.

ㅡ화아악!

바람이 불어온다. 동시에 샤란이가 초록빛 오라에 감싸인다. 루미카 역시 푸른 오라를 일으키고 있지. 언제봐도 신비한 느낌이라니까.

그렇게.

ㅡ뿌드득!

씨앗이 급성장을 하기 시작한다. 괴물과도 같은 플랜트 타워들이 잭과 콩나무마냥 솟아오른 것이다.

"푸샤아아악!"

"샤샤사사사사삿!"

거대 파리지옥이 복에 겨워 포효하고, 씨앗을 쏘는 볼트 플랜트가 이파리를 흔든다. 각 녀석들의 키는 무려 2미터에 달했으며, 그 숫자도 제법 되었다.

"좋아! 샤란아! 이제 주변에 다른 식물들로 데코 좀 해줘!"

"샤아! 빨리 할게여!"

ㅡ스스슥.

그렇게 주변에 덩굴과 풀. 작은 나무들이 자라기 시작했고, 그것으로 완벽하게 위장이 되었다.

"오오!"

이거면 아무도 모르겠어!

"카르티! 어때!"

"응! 잘 숨겨졌네! 어지간해선 찾지 못할 거야!"

"그렇지? 근데 카르티. 마더아이... 쟤는 저기서 저러고 있어도 살 수가 있나?"

"충분히 처리를 해뒀으니 괜찮아. 벨라크루 가문의 기술이 집약된 인공생명체거든. 장기 임무에 적합해."

"그러냐?"

그럼 상관없겠지.

"아무튼 이 플랜트 타워들이라면 야생 몬스터쯤은 알아서 처리해 줄 거다."

"그리구, 몬스터 잡아먹으면서 영양 보충도 한다에여. 샤아."

"흐흐흐, 그렇지."

이대로 방치만 해두면 된다.

"근데 인간 탐험가 같은 놈들이 오면 좀 곤란할 것 같단 말이지."

"그때는 어쩔 수 없을 거야, 큘스 오빠. 뭐가 됐든 이곳이 이제 통신 기지야. 앞으로는 이곳을 기점으로 통신을 하도록 하게."

"그래. 아, 카르티. 마력 좀 뿌려줄까?"

"응!"

바로 수풀을 헤치고 들어가 마더아이에게 손을 뻗었다.

"마력주입!"

ㅡ화아악!

마력을 주입해주자.

"갸오오오오오!"

녀석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좋아했다.

진짜 개징그럽네.

"후후후, 좋네. 아무튼 큘스오빠. 다음에는 이 기지를 확장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줄게."

"확장이라고?"

"응. 적절한 산 같은 곳에... 그 일종의 통신용 아티팩트등을 설치하면 되는 일이야. 재료는 이쪽에서 보내줄게."

그러니까, 영지 주변에 있는 산을 마계의 물건이나 제단 같은 것으로 물들이면 된다는 거냐?

어쩐지 내 주변이 사악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식으로 천천히 중간계를 벨라크루 혈족의 색으로 물들이는 거야! 잘만 한다면 생산 시설이나 제조 시설 같은 것들로 만들 수 있는 테고! 그렇게 되면 큘스오빠가 중간계를 지배하는 것도 시간문제!"

카르티가 신이 나서 말했지만.

"...그래."

나는 그저 적당하게 대꾸할 뿐이었다.

어머니 여공작님... 당신이 절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간계를 넘겨줄 일은 없을 겁니다.

설령 모자 관계가 회복된다고 해도 내 것을 그냥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니. 실제로 그렇다. 부모님이랑 사이가 좋다고 해서 자기가 벌어온 돈이랑 재산을 다 주진 않으니까.

그런 거랑 똑같애.

뭐가 됐든 내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중간계의 지배자가 될 것이고, 그 자리를 누구에게 넘겨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 * *

그로부터 이틀 뒤.

"어, 카르티! 어때!"

통신기지의 성능을 시험해 보고자 운용하는 이블아이들의 숫자를 늘렸다. 그에 대한 카르티의 감상은.

"응! 괜찮은 것 같아! 저번보다 다루기가 더 쉬워졌어! 역시 안정적인 중계소가 중요하다니까! 앞으로 더 자주 통신할 수 있겠어!"

만족스럽다는 모양이다.

"마계에서도 이런 거 많이 쓰나?"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상태야. 중계소가 많으면 많을수록 통신이 더욱 매끄러워지니까."

"하긴."

새삼 드는 생각인데 마계의 기술력은 중간계와 비교가 되질 않는다. 중간계가 마법이 존재하는 중세 비슷한 사회라면 마계는 온갖 첨단 기술들이 넘쳐난다.

어디에서 이런 차이가 왔을까?

옛날에는 용사라는 존재도 있었고, 지금보다 마법의 힘이나 마나의 힘이 더 강력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마족들도 지금보다 자유롭게 중간계로 넘어와서 싸우곤 했다고 했지.

근데 어느 순간부터 단절이 된 것이다.

결과... 마족의 위협이 사라졌고, 인간들의 수준이 떨어지게 됐다? 잘은 모르겠지만 대충 그런 추론을 해보았다. 진실은 나중에 알 수 있겠지.

"저번에도 말했지만 앞으로 큘스 오빠는 이런 마족의 시설물들을 늘려줘야 해. 아, 요즘 흑마법의 성취는 있었어?"

"여러모로 많이 있었다. 확실히 옛날보단 강해졌거든."

실제로 그렇다.

내 개인 전투력은 상당히 강하다. 전문적으로 단련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순수 마력빨만으로 강해진 것이다.

당장 어제 바네사랑도 시험을 해 봤다.

적당한 방 안에서 맨몸의 바네사를 상대로 내 촉수 능력을 시험해 봤는데, 바네사는 상당히 까다로워했다. 내가 촉수를 막 펼치자 힘들어한 것이다.

ㅡ촤학!

물론 촉수로 팔다리를 잡는다고 해도 체력이 만땅인 여기사를 제압할 수는 없었다. 잡아 올리니까 바로 떨쳐내더라. 하지만 어떻게든 잡을 수 있었다는 게 중요하다.

진짜 전투라면 내 촉수에 잡히는 순간 끝장이 난다.

"좋은 소식이네! 이번에 들어보니까 어머니 여공작님께서 큘스오빠한테 도움이 되는 흑마법을 보내준다고 한 것 같거든!"

"뭐? 흑마법을 보내줘?"

뭔 소리지?

"마법이 물건도 아니고 보내줘?"

"스크롤과 책! 그리고 학습 보조용 아티팩트가 있어! 원래는 그런 것도 보낼 수 없었지만, 저번에 물자를 보내준 이후로 기술이 조금 진보했거든!"

"오오!"

그럼 내게 도움이 되는 흑마법을 받을 수 있다는 건가!

"어떤 거! 어떤 거 있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너무 낡았거든!"

내가 가져왔던 책 안에 있는 건 다 숙지했다.

더 배울 게 없단 말이지.

"응! 여러모로 전투에 도움이 되는 걸 위주로 보내준다고 했던 것 같아. 그런데 사실 그런 물품을 보내는 것도 아주 어려워. 그러니까 물건이 너무 저급한 거라고 해도 실망하진 말아줘."

"난 그런 걸로 실망 안해."

아무튼 쓸만한 걸 주겠다는데 불편할 리가.

"흐흐흐."

그것보다 기대가 된다. 새로운 흑마법이라. 써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앞으로 큰 도움이 되겠지.

여군주 베라.

저번에 우리와 회담을 나눴던 여기사는 진작에 돌아갔다. 돌아가서 말을 전하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올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는다. 그때까지 최대한 전력을 확충하도록 하자.

ㅡ처억.

카르티와 이야기를 마치고 연병장으로 나갔다. 잠깐 촉수술을 단련할 겸 해서 나온 상태지.

"부릴아! 형 왔다!"

"케륵! 뫙님 오셨슴까! 부대 정렬!"

"정렬케륵!"

언질을 해줬던 대로 부릴이가 바로 보병방진을 만들었다.

나는 바로 그 앞에 섰다.

"자, 부릴아! 진격시켜라! 넘어지지 않게 주의하고!"

"케륵! 알씀다!"

이미 다 전파를 한 상태.

아무튼 시작해보자고.

ㅡ처억!

고블린 보병대가 질서정연하게 걸어오기 시작한다.

나는 그 녀석들을 보면서 바로.

"텐타클 소환!"

바로 마력을 방출해 보병대의 바로 앞에 내 촉수 마법진을 만들어냈다!

ㅡ촤라락!

ㅡ촤르르륵!

동시에 마법진 안에서 꿈틀거리는 마력촉수들이 솟아오른다. 전진하던 고블린들은 당황하지 않고 그대로 촉수를 힘차게 짓밟으며 중심을 잡았지만.

"하아압!"

적당히 촉수를 조작해서 고블린들의 발목을 잡고 휘저어주니.

ㅡ꽈당!

"케륵!"

보병 중 일부가 넘어졌다!

"케륵...! 당장 일어나라! 케륵! 정지! 부대 정지! 정렬하라!"

"케르르르륵!"

좋아!

고도로 훈련된 정예 보병대가 넘어질 정도라면 실전에서도 먹힌다는 뜻이다.

ㅡ촤락!

바로 마법진을 거두자 부릴이가 달려왔다.

"뫙님! 대단했슴다! 애들 다 넘어졌슴다!"

"그래...! 부릴아! 내가 이거 뒤에서 쏴주면!"

"적들이 아주 좋아 죽을검다, 케륵!"

이 마법의 유용성을 깨달은 부릴이가 눈을 빛냈다!

근데 이거 참 마왕보다는 야전 지휘관으로서의 능력이 더 커지는 것 같단 말이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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