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1화 〉 여군주 베라 # 21
* * *
"끄르르륵! 끄르르르륵!"
"규삿! 귯사사삿!"
홀에 모인 내 몬스터 부하들이 흥분해서는 안절부절못하며 영문 모를 울음소리를 낸다. 그렇다. 전부 한층 더 강해진 나의 기운을 받고 흥분한 것이다.
"들어라! 이 마왕은 오늘 한 단계 성장했다! 그것이 느껴지느냐!"
ㅡ촤학!
손을 펼치면서 선언하니!
"케, 케랴아아악! 느껴짐다, 뫙님!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힘이 느껴지고 있슴다!!"
"끄르르륵! 모왕님 넘 깡하다아앗!"
"규사삿! 압도적임니다!"
귀염둥이 삼인방이 목이 터져라 소리치면서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쥐어짜대면서 기쁨을 표현했다. 그 밑에 있는 놈들은 아주 자지러진 상태.
"마왕이 너무 멋있어!"
"갑자기 엄청 변했어!"
"느껴지는 기운이 엄청나!"
"가까이 가니까 포근해...! 나 여기서 잘래!"
ㅡ부웅!
심지어 픽시들도 완전히 하이텐션이 되어서는 깔깔거리며 홀 안을 마구 날아다닌다.
"아아...!"
"나의 신이시여!"
"저 새끼 왜 저렇게 멋있게 변한건데...!"
"그야말로 마왕 그 자체로군!"
여성 간부들 역시 황홀한 눈으로 날 바라본다. 뭐, 이것도 하나의 단발적인 이벤트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 며칠 지나면 저기서 눈을 빛내고 있는 레이카도 평소처럼 틱틱 댈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엄청 좋아하는 중.
"다들 이리 와라! 강해진 나의 힘으로 마력을 뿌려주도록 하겠다!"
"케랴아아아악!"
가장 중요한 이벤트 선언을 하자 내 부하들이 광분한다. 그리하여 나는 홀 바닥에 거대한 마법진을 만들었다.
ㅡ쭈욱.
동시에 내 마력이 빠르게 소모되기 시작하면서, 사악한 마력의 안개가 피어오른다.
"케륵...!"
"아아!"
"끄르르륵!"
그 안개에 노출된 부하들이 고양 상태에 빠지면서 재빠르게 마력을 흡수한다.
ㅡ뿌득!
ㅡ뿌드드득!
동시에 녀석의 몸집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한다. 극적으로 커지진 않았다. 체급이 한 단계 정도 올라간 듯한 느낌.
"케랴아아아아아아악!"
성장을 맛본 고블린들이 크게 함성을 내질렀다. 물론 고블린들 뿐만이 아니다. 모든 부하들이 성장을 맛보고는 환희했다.
마왕인 내가 강해지면, 녀석들도 자연스럽게 강해진다.
나약했던 육체에 마력이 스며들면서 보다 강인해지고 신비한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데 누가 싫겠는가.
부릴이조차도 자신의 마력을 외부로 내보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다크엘프들 중에서는 칼에 마력을 두르는 녀석들도 심상치 않게 보이는 상태지.
"흐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직 세력은 작지만... 우리는 착실하게 강해지고 있다. 이 정예 병사들을 보라! 몬스터 출신이라 체구는 작을지언정,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샤아... 마앙님."
"어. 샤란아."
ㅡ꼬옥.
날 끌어안은 샤란이가 허벅지를 비비면서 말했다.
"마앙님. 빨리 샤란이랑 야한놀이 하러 가여. 더 못 참는다에여. 샤아."
"앗! 샤란이가 선수 치려고 해요!"
아이린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기다려라...! 오늘은 내가 먼저다!"
리리엘마저 달라붙는 가운데.
"진정해. 다 해 줄 테니까."
나는 그녀들을 진정시켰다.
아까 내 새엄마와 실컷 섹스하고 온 참이지만, 지금 나는 각성한 것으로 성욕 해소 카운트가 초기화된 상태.
지금부터 마음껏 즐겨도 문제없다.
* * *
밤새도록 난교한 날의 아침.
나는 성녀님과 함께 응접실에서 새엄마를 기다렸다. 마족이 된 뒤로 첫날이다. 간밤은 잘 지냈을까?
ㅡ끼익.
새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역시 다른 모습이다. 저번처럼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
"어머니. 잠은 잘 주무셨습니까?"
"생각보다... 푹 잤다. 자기 전에는 몸이 달아올라서 조금 괴로웠지만."
"괴로웠지만?"
"아들을 생각하니 좀 괜찮아지더군."
"흐흐흐, 예쁜 말도 다 할 줄 아는군요. 어머니."
"사, 사실인 걸 어떡하나!"
얼굴을 붉힌 새엄마가 내 시선을 피했다.
이제 완전 내 여자 다 됐다니까.
"여기사들은?"
"조금 의문스러워 했지만, 어차피 내가 상급자다. 귀찮다고 하니 꼬리를 내리더군."
"잘하셨습니다. 알몸을 보인 일은?"
"아랫배에 그런 게 생겼는데 누구한테 알몸을 보이겠나!"
"좋습니다."
역시 인간은 자기 몸에 뭔가가 닥치면 다 적응하고 빠르게 행동하는 법이었다. 새엄마는 앞으로 자기가 마족이란 걸 숨기고 살아갈 것이다.
그건 그렇고. 초기에는 음문을 새겨도 좀 반발이 있었는데 말이지. 지금 새엄마는 너무 순해진 상태다. 내가 강해져서 음문도 강해진 거겠지.
그러고 있으니.
"좋은 아침이로구나."
성녀님이 먼저 인사했다.
"실로 그렇다. 좋은 아침이지."
이제 같은 식구란 걸 깨달은 탓에 베라는 성녀님을 아주 편하게 대하고 있었다. 성녀님 역시 마찬가지다.
"베라. 알고 있겠지만 나는 아주 예전부터 큘스의 노예였느니라. 아, 그렇다고 해서 싫은 것은 아니다. 순전히 그를 강하게 원해서 그러고 있는 것일 뿐."
"노예라..."
"이러한 생각은 베라도 마찬가지이지 않느냐?"
ㅡ끄덕.
베라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비록 저번까지의 협상에서는 딱딱했지만, 이젠 같은 식구가 아니더냐. 큘스를 제왕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힘써보도록 하자꾸나."
"제왕."
그 말에 새엄마가 나를 보았다.
"말했잖습니까? 중간계를 지배하기 위해 내려왔다고. 저는 이 세상을 지배할 것입니다."
"훗... 야망이 크군."
그리 말한 새엄마가 씨익 웃었다.
말 그대로 여군주같은 얼굴로.
"그래. 이 여군주 베라가 섬기는 남자라면 당연히 그런 야망을 품고 있어야지. 좋다. 내 아들 큘스를 제왕으로 만들기 위해. 이 여군주 베라는 그의 어머니로서 전력을 다하겠다. 성녀. 함께 힘을 합치도록 하지."
"후후후, 물론이니라. 손을 잡거라."
ㅡ처억.
그렇게 새엄마와 성녀님이 손을 잡았다.
강력한 여군주인 베라.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성녀님.
두 여자가 어떠한 정치적인 견해차이나 당파싸움 같은 것은 없이. 오로지 한 가지 목표만을 위해 완전히 의기투합하여 뜻을 같이 했다.
그 목적은 나를 제왕으로 만드는 것.
"성녀. 나와 의자매가 되지 않겠나?"
"그리하자꾸나. 편하게 베라라고 부를 테니, 베라는 언니라고 부르도록 하거라."
"내가 언니 아닌가?"
아니 여기서 이렇게 드리프트를.
"둘 다 정확한 나이 깔 겁니까?"
"그, 그건."
"그거 아니면 짬순이니까 성녀님이 언니 하시고. 언니라고 부르기 좀 뭐하면 성녀언니라고 부르세요."
"알겠다."
새엄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의자매라니."
그렇다면 이제 성녀님과 새엄마를 한 번에 따먹으면, 그건 자매덮밥이 되는 것인가? 자매덮밥인데 한 사람은 내 엄마? 오우야. 대체 무슨 일인지 원.
"그런데 궁금증이 생기는군."
"무엇입니까?"
"과연 내 아들에게 제왕의 자질이 있을지."
ㅡ와락.
나는 바로 새엄마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아앗?!"
"느껴지지 않습니까? 어머니.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남성이 바로 누구인지."
"알겠다! 알겠으니까! 제왕의 자질은 충분하니까앗...!"
"그런 겁니다."
여군주를 지배할 정도의 남자다.
당연히 자질이 있지.
"그럼 어머니. 돌아가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작전을 좀 짜도록 합시다."
"돌아간다라... 가긴 해야겠지. 아무튼 알겠다. 지금부터 이쪽의 계획을 들려주지."
한 삼일만 있으면 돌아갈 것이다.
그 전에 협의를 다해두도록 하자.
"영지로 돌아가면 저번에 박살이 났던 변방 남작령을 기습. 놈들의 성과 땅을 모조리 차지할 것이다."
와.
시작부터 화끈하네.
"그렇게 하면 이 엄마의 영지와 큘스 너의 영지는 완전히 연결된다. 그런 상태라면 더욱 쉽게 공조할 수 있겠지. 그렇게 하는 동안 방비를 부탁하겠다. 백작도 가만히 당하진 않을 테니 말이지."
"알겠습니다. 그것만 잘 처리하고 나면."
"당분간은 안전할 것이다."
"그럼 그때 힘을 좀 키워야겠군요."
영토를 이어 여군주의 비호를 완전히 받게 되면, 나는 정글로 갈 것이다. 가서 정글을 이 잡듯이 뒤져서 모든 몬스터들과 다크엘프. 라미아들을 쓸어 모을 것이다.
다음 타겟은 다크엘프 여왕과 라미아 여왕이다.
다크엘프 왕국의 모든 여성들을 전부 내 것으로 만드리라.
"그런데... 아들?"
"예?"
ㅡ스윽.
돌연 새엄마가 입고 있던 옷을 벗었다.
"아들을 앞에 두니 참을 수가 없군. 회의는... 섹스를 하면서 해도 괜찮으니까. 어서. 이 엄마의 음란하고 걸레 같은 보지에 그 늠름한 자지를 박아다오♥"
"앗! 선수를 치는 게냐! 이 어미도 있느니라!"
성녀님까지 옷을 벗는 가운데.
ㅡ스륵.
나도 옷을 벗었다.
"그럼 회의는 섹스하면서 하도록 하죠."
* * *
그날 저녁.
"큘스오빠!"
카르티의 이블아이가 와서 방방 뛰었다.
"짝짝짝! 아주 잘했어! 드디어 강력한 군주를 심복으로 얻었구나! 성녀에 이어서 아주 큰 수확이야."
"흐흐흐, 그러게 말이다."
이게 참 큰 수확이지. 이거면 반은 했다. 지금이라면 우리의 힘은 백작과 비등비등할 정도.
여기까지 강해진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아주 잘 사용하고 있어, 큘스오빠. 큘스오빠의 매력으로 여군주를 농락하여 부하로 삼다니! 인큐버스의 귀감이야! 그야말로 밤일의 제왕!"
근데 문득 든 의문.
카르티도 서큐버스일까?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본 적이 있을까?
"그, 동생이랑 이런 말하니까 좀 어색하고 낯간지러운데... 카르티. 괜찮아?"
"뭐 어때!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내 물음에 카르티가 활기차게 대답했다.
"마족인 이상 능력에 대한 편견은 없어! 음, 뭐 조금 부끄러운 능력이긴 하지만! 그게 바로 인큐버스가 하는 일이야!"
"그렇단 말이지."
"그러니 지금은 여군주에 대해서만 생각해! 그녀를 잘 이용한다면 천사들을 몰아내는 것은 물론, 중간계를 지배할 수 있을 거야!"
물론이다.
"그리고 여군주의 말대로 영토가 다 연결되면... 그 땅 안에서 세력 확장은 물론, 흑마법 의식 등을 치러서 마계의 건축물을 도입할 수도 있어! 그렇게 중간계를 마계화시키는 거야!"
마계화.
이름만 들어도 불길해 보인다.
하지만 카르티는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마계의 구조물이 숭숭 솟아오른 중간계 땅의 풍경을 떠올렸다.
썩 유쾌하진 않다.
"제단도, 통신기지도 팍팍 만드는 거야! 골렘과 플랜트 타워를 투입해서 지키게 해! 조금만 더 준비하면 마계로 통하는 게이트도 열 수 있어!"
신이 난 카르티가 재잘재잘 떠들었다.
그것이 내키지 않은 나는 그냥 적당히 맞장구를 치면서 대답할 뿐이었다. 뭐 그러고 있으니 화제가 넘어갔다.
"하지만 주의해. 여군주를 부하로 두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군주를 따르는 인간들이 전부 영혼 없는 인형들은 아니야. 자신이 생각한 것과 여군주가 달라졌음을 느끼면 이탈을 할 수도, 배신을 할 수도 있어. 그걸 주의해야만 해."
"그래. 명심했다."
이건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다.
"베라에게 말해둘게. 근데 뭐 베라 정도면 그 정도는 다 알아서 하겠지."
"그렇지... 아, 그런데 베라말인데."
"음? 베라가 왜?"
카르티가 내 여자 개인에게 관심을 보이다니?
"그, 조금 조심하는 게 좋아."
"왜?"
"어머니 여공작님께서..."
여공작이 왜.
"그, 어머니라는 호칭 있잖아? 큘스오빠가 베라를 보고 자꾸 어머니라고 하고, 그쪽에서는 아들이라고 해서."
"..."
"현재 심기가 많이 불편하신 상태야."
아.
"큘스오빠. 그렇잖아. 큘스오빠는 어머니 여공작님의 아들이고, 큘스오빠가 어머니로 섬겨야 할 여자는 오직 어머니 여공작님 뿐이야."
"..."
"많이 불편해하셔. 조만간 통신을 걸어올지도 몰라. 주의해. 물론 큘스오빠에게 뭐라고 크게 하진 않겠지만, 지금 벨라크루 혈족의 모두가 알현과 보고를 두려워하고 있어."
"..."
"토, 통신은 여기서 끝! 카르티도 어디 숨을래!"
ㅡ파앗!
갑작스럽게 통신이 끊겼다.
"와."
나는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이거 설마.
여공작이 날 질투하는 건가?
내가 다른 여자를 엄마라고 불러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