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생존기-334화 (334/544)

〈 334화 〉 차원 마수들 # 1

* * *

그로부터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큘스오빠! 베라의 군대가 도착했어!"

"드디어!"

새엄마의 군대가 변방 남작령에 도착했다.

저번에 나한테 줘털린 그 남작 삼인방들이다.

이 새끼들은 내게 아주 그냥 개박살이 나버린 상태다. 병사도 군수품도 모조리 잃어버렸지. 변방의 남작이 그런 손해를 입었다? 그러면 복구 자체가 엄청나게 오래 걸린다.

세력이 작을수록 복구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니까. 물론 백작의 비호를 받고 있으니 어느 정도 지원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백작 코가 석자다.

여기서 크게 지원할 수도 없거니와 이미 박살난 녀석들한테 돈을 부어봤자 복구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그래서 내 예측상 그쪽 남작령은 아직도 빌빌대고 있을 것이고, 여태까지 세력을 온존해둔 새엄마가 친다면 막아낼 수가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프리 패스.

"자, 그럼. 일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보자."

나는 큰 기대를 품으면서 내 병사들을 훈련시켰다.

* * *

그리고 모든 것이 내 예측대로 흘러갔다.

"실로 일방적인 전투였어. 애초에 막아낼 병사들조차 없었으니까."

"흐흐흐, 이게 바로 내가 짜놓은 판이다. 카르티."

새엄마의 군대는 아주 쉽게 세 개의 남작령을 전부 점령했다. 수성할 병사들마저 모자라진 까닭이다.

그야말로 질풍 같은 기세로 라인 전부를 먹어버렸고, 그것으로 내 영지와 새엄마의 영토가 연결되었다.

ㅡ촤륵.

나는 그러한 내용이 담긴 여군주군의 서신을 읽으면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새엄마의 명령으로 내게 이런 서신을 보내게 되었다. 현재 그 남작성에는 전부 새엄마의 여기사들이 영주대리로서 앉아 있는 상태다.

말하자면 이제 주변이 전부 내 동맹으로 둘러싸인 상황이다.

안전하고 포근하고 안락하다.

마치 엄마의 품속에 들어간 것처럼.

"아무튼 큘스오빠. 이걸로 베라의 영토와 큘스오빠의 영지가 연결되었어. 이대로면 교역도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거야."

"그렇지."

좋다.

"이제 우리는 이 동맹 라인을 받쳐주면서 우리 세력을 키우면 되는 거지. 그렇게 체급을 키운 다음에는 베라와 함께 백작을 치러 가도 될 거다."

"응응! 아주 좋은 계획이야!"

카르티는 아주 신난 상태다.

보고 있으니 나도 신나서 죽을 것만 같다.

"그치만 그 전에 여러모로 제단 같은 걸 세울 필요가 있어! 눈치 볼 필요 없이 마계의 건축물들을 만드는 거야!"

그런데 이 마족의 야망은 참... 카르티도 여공작도. 전부 내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중간계 침략의 첨병이라는 기대를.

내 세력을 홀라당 넘길 생각 따위는 없다. 그래도 신이 난 카르티를 속이는 건 마음이 아프구나.

이걸 어떻게 잘 풀 수는 없을까?

여공작은 지금 나를 아주 좋게 보는 중이다. 그러니까. 이 아들을 봐서 지배권을 인정해달라고. 나도 어엿한 군주나 왕으로 인정해달라고. 그런 식으로 협상을 좀 해볼까?

그런데 이게 참 문제다. 지금 말하면 내 의도와 뜻. 계획을 전부 까게 되는 거라서 목줄이 저쪽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이걸 진짜 나중에 말한다면? 여태까지 그러려고 자기들을 이용한 거냐고 말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신뢰가 깨진 것이다.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는 진심을 전할 수가 없다. 그리된다면 마계에서 보는 나는 받아먹을 거 다 받아먹고 이제와서 왕이 되려고 하는 씹새끼다.

"..."

정치 말고도 집안 문제 때문에 참 힘들구나. 이게 바로 권력자의 삶? 물론 이겨낸다. 다 이겨내고 내 식구들과 평안하게 살겠다는 야망이 내겐 있어.

그러니 카르티에게 구라 좀 치자.

"그거는 좀 기다려봐. 아직 모든 사람들이 그런 걸 익숙하게 여기진 않을 테니까."

"응... 역시 그렇겠지? 하지만 이제 더 편하게 활동할 수 있을 거야. 어떻게든 큘스오빠의 능력으로 사람들을 친마족적으로 만들어줘!"

"말처럼 쉽진 않겠는데. 어떻게든 노력할게."

"응!"

그럼 잠깐 성녀님을 불러볼까.

"카르티. 성녀님 좀 불러 줄래?"

"알았어!"

ㅡ파닥파닥.

이블아이가 날아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아, 불렀느냐?"

성녀님이 웃으면서 들어왔다.

"이쪽으로."

"읏."

바로 한번 찐하게 안아주고 키스한 뒤에 내 위에 앉혔다. 성녀님의 의자가 된 기분은 정말이지 최상.

"후후후, 몸의 대화를 나누고 싶은게냐? 레아도 불러서 하고 싶구나."

"그건 다음에 하고요. 성녀님. 프로파간다는 다 준비됐습니까?"

"아, 그것 때문에 부른게냐."

짐짓 실망한 기색을 보이길래 바로 귀를 만져줬다.

"으읏... 물론 준비됐느니라. 당장 가서 뿌릴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둔 상태이니, 언제라도 명령을 내리거라."

"예. 그럼 내일 바로 안젤리카를 보내도록 하죠."

전 수녀원장 안젤리카는 여러모로 마왕성의 행정업무와 광장에서 미사를 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이번에 그녀를 파견 보내도록 하자.

"안젤리카라면 잘할 것 같구나."

"그렇지요. 가서 그 프로파간다 유인물을 뿌리면서 백작과 천사들이 얼마나 사악한지. 그리고 성녀님이 얼마나 정의로운지. 그 작업을 할 겁니다."

이제 그 세 남작령 라인은 전부 우리 동맹의 땅이다. 그러니 사상을 공유할 필요가 있지. 그 땅에 프로파간다를 뿌려 민심을 잡을 거다.

이쪽 세계의 사람들은 이런 것에 약하다. 현대 지구인들도 유튜브에 빠져 온갖 괴악한 소문들을 신념으로 받아들이는 마당에, 이 중세 땅에서. 명백한 적이 있고 성녀님이라는 절대적인 상징이 있다면?

그냥 다 믿는다.

ㅡ촤륵.

그래서 준비했다. 이 프로파간다 유인물을. 여기에는 백작과 천사의 사악함. 그리고 성녀님과 여군주의 정의로움과 대의 같은 것들이 아주 잘 정리되어 있다.

"파견 나간 안젤리카와 수녀들이 이걸 열심히 교육할 겁니다."

"그리하면 바로 민심을 우리 쪽으로 돌릴 수 있겠구나."

"그렇습니다."

당연히 이 건에 대한 건 새엄마와 다 합의를 한 상태다. 남작령에서 프로파간다 활동을 하는 걸 지원해줄 것이다.

"흐흐흐."

큘스의 중간계 지배 계획.

이제 궤도에 올랐다.

* * *

꿈.

음몽침투를 사용하여 새엄마와 통신했다.

"정말. 요즘은 오직 밤만을 기다리면서 사는 중이다. 이렇게 꿈속에서라도 만날 수 있는 게 얼마나 기쁜지."

새엄마가 세상 자애롭고 행복한 얼굴로 말하면서 양팔을 펼쳤다. 처음에는 완전 여군주 같은 느낌이었는데, 내 여자가 되고 난 뒤로는 말 그대로 마마다.

"이리 와라, 내 아들. 어서 따먹히고, 아니. 안고 싶구나."

"부끄럽습니다, 어머니."

바로 새엄마와 서로 끌어안고 애정을 나눴다. 그러면서 이번 계획을 보고했다. 프로파간다에 대한 것.

"잘도 준비를 했군? 아니면 미리 한 것인가?"

"미리 한 거죠."

"역시. 수완이 있단 말이지. 알겠다."

"그보다 어머니. 그쪽 남작군이랑 싸울 때는 어땠습니까?"

"아주 쉬운 상대였다. 자기 군대를 복구조차 하지 못한 놈들이다. 벌레를 찍어 누르는 것보다 압도할 수 있었지."

역시 여군주.

"아무튼. 그곳이 이 엄마의 땅이 되었으니, 아들과는 상호지원을 하면서 굴리도록 할 것이다."

"예."

"그리고 이게 중요한 것인데, 이제 그 세 남작령은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바깥이 바로 사이딘 백작의 영토니까. 어쩌면 아주 치열한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지."

그건 알고 있다.

"사실 이미 선전포고를 받은 상태이기도 하고."

"흠."

"다만 백작이 남작령 라인을 친다면 천사들 역시 전진하겠지. 현재 백작은 샌드위치처럼 가운데 끼게 된 것이다. 이번에 우리가 수를 아주 잘 놓았지. 후후후."

백작 이 불쌍한 녀석.

아무것도 못 하고 포위된 꼴이라니.

"흐흐흐, 역시 어머니. 그야말로 여군주 그 자체입니다!"

"원래부터 그리던 그림이다. 이걸로 백작을 압박해 눌러 죽이고 직접 천사를 상대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엘프들을 견제해야겠지만."

"엘프라."

"관심이 있나?"

"그쪽은 여제가 통치하는 땅 아닙니까?"

"설마 이 엄마를 꼬신 것처럼 엘프여제를 따먹을 생각인가?"

"예."

"당당하군. 그렇다면 회담 자리를 마련해보겠다. 영토가 맞닿아있어서 엘프들과 교류를 하곤 했으니까."

"오오! 좋습니다!"

그렇게 나는 새엄마와 이야기를 하면서 꿈속 침대에서 뒹굴었다.

"그럼 어머니. 이 타이밍에 저는 잠깐 정글로 가서 병사들을 수확해올까 합니다."

"흐음... 뭐, 괜찮겠지. 다만 비상사태를 대비해서 남작령 라인을 지원할 수 있도록 병력을 빼두도록."

"알겠습니다."

"이거 참. 믿음직한 장군을 밑에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이로군."

"위에 둔 게 아니라요?"

이야기는 여기까지.

바로 교배프레스 실시다.

* * *

다음날.

나는 계획했던 대로 전 수녀원장 안젤리카와 수녀들. 그리고 안나 영애를 출격시켰다.

"잘 다녀오세요."

"네! 제게 맡기세요!"

"수녀님들 잘 지켜주시고."

"네!"

힘차게 대답하는 안나가 참 귀엽다. 아무튼 이제 수녀들은 남작령 라인으로 가서 프로파간다를 뿌릴 것이고, 안나는 그녀들을 호위할 것이다. 그렇게 사상작업을 시켜 남작령의 주민들을 하나로 모으도록 하자.

"좋아. 아주 순조로워."

그러는 한편.

나는 정글로 진격해 내 몬스터 부하들을 수확할 계획을 진행시켰다. 그렇게 부푼 마음을 안고 행군 계획을 짠 순간.

"큘쓰오빠아아아앗!!!"

ㅡ파창!

"으악!"

카르티의 이블아이가 창문을 깨면서 발광하듯 들이닥쳤다!

"뭐, 뭐야! 카르티! 무슨 일이야!"

"게이트!!!"

"뭐?"

"게이트! 게이트야! 게이트가 나타났어!!!"

뭐, 뭐라고?!

게이트?!

"저번에 말했던 차원마수들! 놈들이 중간계에 착륙했어!"

"이런 미친!"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일까!

"하필 이 타이밍에!"

저번에 경고는 들었지만 벌써 올 줄은...!

"근데 어디야!"

"헬슨 남작령이야!"

"뭐?!"

헬슨 남작령?!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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