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생존기-336화 (336/544)

〈 336화 〉 차원 마수들 # 3

* * *

"이거 완전 좆망인데."

무슨 해적 쳐들어온 것 마냥 검은 연기가 풀풀 피어오르고 있는 도시... 그런 걸 생각했는데 이건 차원이 달랐다.

뭔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배경이 시꺼먼 것이 아닌가.

뭐 야수의 울음소리 같은게 들려오진 않았지만, 지금 저 성곽도시는 딱 봐도 멸망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마수가 인간의 도시를 멸망시키다니.

이게 판타지냐?

"이렇게 빨리 박살을 내다니."

"샤아. 마앙님. 저기 이상하다에여."

"진짜 이상하다. 그치?"

"네 마앙님. 넘넘 이상해여."

"그래도 괜찮아. 우린 군대가 있으니까."

가용병력을 다 끌고 온 상황이다.

우리에게 패배란 없지.

마수 따위 죄다 도륙내고 돌아가도록 하자.

"으으... 분위기가 이상해! 너무 꺼림직해서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싶을 정도야!"

내 옆에 달라붙은 세리뉴가 자기 몸을 껴안은 채 불안하다는 듯이 그리 말했다.

"우리 이쁜 세리뉴."

나는 그런 세리뉴의 머리를 만져주면서 말했다.

"가서 정찰 좀 하고 올까?"

"넘모 무서워! 우리 정말 가야 돼?!"

"확인은 해야지. 지금 카르티 이블아이가 다 죽었댄다."

차원마수들이 이블아이 냄새를 진짜 기가 막히게 맡았는지 죄다 잡아 먹어버렸다고 한다. 애초에 마수들에게 있어서 이블아이는 진짜 먹잇감이나 간식거리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 게 날아다니면 마치 잠자리가 모기 잡아먹듯 잡아먹는 거지. 아무튼 안 통하는 걸 아니 더 이상 이블아이를 보낼 수는 없다.

"우리 귀염둥이들 다 죽었어?!"

"어. 복수해야 돼."

"큿...!"

세리뉴가 투지를 불태운다. 픽시들이 또 은근히 이블아이들을 귀여워했단 말이지.

"저거. 방패 들고 조심스럽게. 높은 곳에서 겉 부분만 딱 살펴보자. 쟤들 공중공격도 한다니까 조심해야 돼. 위험하니까 진짜 조심하면서 적당히만 한번 봐줘."

"어쩔 수 없네! 알겠어! 갔다 올게! 얘들아!"

세리뉴가 지휘하자 픽시들이 제각기 원형 방패를 챙겨 들었다. 옷도 뭐 전투한다고 가죽 갑옷을 입은 상태니 위험하진 않겠지.

"그럼 갔다 올게!"

"어! 세리뉴! 시킨 대로 뭐 날라 오는 거 조심하면서! 높은 곳에서 슥 보기만 해!"

"알았어!"

ㅡ부웅!

평소처럼 활기찬 픽시들이 날아올랐다.

그럼 이 시간 동안은 딱히 할 게 없다. 그저 기다릴 뿐.

"케륵케륵. 뫙님. 뭔가 기대됨다. 인간이 아닌 적이라니. 저놈들을 죄다 박살 내고 저희들의 힘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싶슴다. 케륵."

이제는 완전히 노련한 군인이 된 부릴이가 킬킬거리면서 말했다.

"하여간 용감한 새끼라니까."

"이 뿔 보십쇼, 뿔. 제가 안 용감하게 생겼슴까? 케룩. 고블린을 초월한 저 아님까."

"흐흐흐, 이 미친 자식 같으니라고."

고블린들 투지는 문제없고.

"끄르르륵! 모왕님! 저기 다 불태우면됨니까!"

"다는 말고! 내가 시키는 것만!"

"끄르르륵!"

아무튼 싸운다면 저 성곽도시 안으로 들어가서 싸워야 할 텐데.

"규일아. 들어가면 진지 좀 만들고 그래야겠다."

보통 도시 중앙으로 가면 갈수록 타일바닥이 나오고, 바깥쪽은 그냥 흙바닥이다. 진지 좀 빡세게 파고 그럴 수도 있겠다.

"알겠슴니다. 규삿."

뭐 그리 이야기를 좀 하고 있으니.

ㅡ부웅!

날아갔던 픽시들이 돌아왔다.

ㅡ덜렁덜렁!

그것도 좀 다급한지 젖을 덜렁이면서 날아온다. 보니까 아주 그냥 경악한 얼굴인데... 뭐지?

"야아아아앗! 이상한 거! 저기 막 이상한 거 엄청 많이 있어!"

"뭐라고? 세리뉴. 자세히 설명해봐."

"막! 막! 그 살덩어리!"

세리뉴가 완전히 흥분해서는 말했다.

"그리고 이상한 괴물! 막 그런 게 사람 빨아들여!"

"뭐, 뭐라고?!"

차원마수란 거 대체 뭔데?!

"카르티?"

바로 옆에 있는 이블아이에게 말을 거니.

"이게 뭔 소리야?"

"카, 카르티도 잘 모르겠어. 인간을 빨아들인다니? 픽시한테 제대로 설명해달라고 해줘."

"어. 세리뉴."

"응응!"

세리뉴가 재차 설명했다.

무슨 말보다 큰 살덩어리가 촉수를 뻗어 사람을 빨아먹는다는 둥, 촉수 달린 눈깔이 저공비행을 하면서 사람을 찾는다는 둥.

말만 들어도 기괴한 괴수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르티? 차원 마수란 게 원래 그렇게 생겼나?"

"아니...! 모르겠어! 묘사를 들어봐도 영 아니야!"

"짐작 가는 건?"

"짐작이라면... 아무래도 차원 마수족이 다른 마족들과 손을 잡고 신병기 같은 걸 내려보냈을 가능성도 있겠고. 지금으로선 판단할 수 없어. 직접 가서 확인하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을 것 같아."

맞는 말이다.

위험하고 기괴해 보이지만 방치한다면 더 위험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지금 가서 끝장을 내야지.

문득 나는 여태까지 나한테 줘 털렸던 다른 귀족들을 떠올렸다. 녀석들도 이 정도면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감 있게 쳐들어왔었지.

"..."

어쩌면 나도 그런 상황이 아닐까?

저 함정에 빠져서 개박살 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최대한 방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마족들은 변화무쌍하고 온갖 기이한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 나처럼.

이제 막 온 녀석들이라고 방심하지 말자.

"알겠어. 들어가서 확인한다."

"큘스오빠.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 적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는 잠깐 방심한 것만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으니까."

"다 안다. 다 알고 있다. 내 적들이 다 그렇게 죽어갔으니까. 자, 얘들아! 주목! 픽시들이 정보를 가져왔다! 세리뉴! 옆에서 부연 설명해줘!"

나는 바로 내 부하들에게 상황을 브리핑했다.

* * *

"흑염포!"

ㅡ화르르르륵!

낮게 날아오른 타락천사들이 힘을 모아 한꺼번에 흑염포를 사출했다. 날아간 불덩이가 성문에 부딪힌 순간.

ㅡ투콰아아아앙!

강렬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성문이 박살 났다.

"골렘 진격!"

그리고 성문 공략을 준비하면서 만들어뒀던 머드 골렘을 진격시킨다. 놈의 덩치는 2.5메다 정도. 어지간한 거인 크기의 흙덩어리인 만큼.

ㅡ콰앙!

박살 난 성문의 잔해를 손쉽게 치워버렸다. 그것으로 출입로를 확보했다. 동시에 미리 준비하고 있던 고블린 보병대가 방패를 앞세운 채 안쪽으로 진입했다.

"하아... 힘을 다 써버렸다. 당분간은 움직이지도 못할 것 같다..."

리리엘이 피로를 호소하면서 말했다.

"네. 쉬십시오. 레이카. 바네사. 타락천사들 휴식하는 동안 호위 좀 해주시고. 나머지는 천천히 진입한다."

"끄르륵!"

그렇게 나도 박살 난 성문 앞으로 갔는데.

"뭐야 이건?"

성문 곳곳에 찐덕찐덕한 것이 붙어 있었다. 색은 방금 타버려서 시꺼먼데... 그런게 막 성벽 안쪽에 늘러붙은 상황.

"이게 그 차원마수들이 입구를 봉쇄할 때 쓴 건가?"

"물로 한번 씻어볼까?"

"어. 루미카. 그렇게 해줘."

ㅡ솨아아.

루미카가 워터어택을 실시했다. 물론 그럼에도 씻겨 내려가진 않는다.

"샤란아. 여기에 꽃 좀 피워보자."

"꽃 불쌍하다에여."

안타깝다는 듯이 말한 샤란이가 바로 그 찐덕찐덕한 부분에 꽃을 피워냈다.

"샤아. 문제 없어여."

"흐음... 카르티? 이건 뭘까?"

"아직 정보가 모자라. 조금 더 자료를 모을 필요가 있어."

"그래야지."

일단 나는 앞을 보았다.

성문 안으로 들어가고 딱 바로 앞부분. 넓은 흙바닥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그리고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그제서야 건물들이 나온다. 중앙에 큰 길이 하나 나 있고, 양옆으로 세워진 건물들이 여러 개의 골목길을 만든 상태.

"골렘 진격!"

ㅡ고오오.

바로 마력을 조종해 머드 골렘들을 진격시켜 중앙의 큰길을 틀어막았다.

"부릴아! 각 소대장들 시켜서 골목길 앞에 진을 쳐놔라!"

"케륵! 알씀다! 뫙님!"

"그리고 규일아! 여기 흙바닥에 진지 좀 만들자!"

"규삿! 알겟슴니다!"

이곳에 임시 기지를 만들고 이 성안을 둘러볼 것이다. 진지를 만들어두고 골렘과 플랜트타워. 그리고 고블린 보병대를 배치해두면 디펜스는 완벽하겠지.

"샤란아. 내가 알려주는 곳에 플랜트 타워 두 개씩 심어줘. 원거리랑 근거리 해서 하나씩."

"내 마앙님."

이미 씨앗도 다 챙겨왔다. 루미카랑 시너지를 일으키면 금방 자리니 바로 기지 보호용 타워를 만들 수 있지.

ㅡ서걱, 서걱.

ㅡ쑤우욱.

그렇게 골렘이 중앙의 큰길을 틀어막고 고블린 보병대가 골목길을 막는 사이, 이쪽에서는 기지를 만들기 위한 공사가 실시되었다.

"세리뉴. 너도 픽시들이랑 낮게 날아서 뭐 오는지. 그것만 좀 봐줘."

"응...! 그렇게 할게...!"

"뭐야? 무서워?"

"무섭다기보단 징그러워! 막 꾸물거리는게...! 일단 보고 올게!"

ㅡ부웅!

새리뉴가 낮게 날아올랐다.

"자, 그럼. 바네사. 다크엘프들 시켜서 천막이랑 의자 같은 것 좀 배치해 주세요."

"알겠다."

여기에 기지를 만들어두면 그 차원마수들이 한 번쯤은 건드리러 올 것이다. 그것을 완벽하게 디펜스해서 첫 번째 전투를 승리로 이끈 다음. 녀석들의 시체를 보고 연구하면서 정보를 뽑아보도록 하자.

애초에 놈들이 인간을 잡아먹었다지만 중간계에 온 지 얼마 안 된 뉴비녀석들이다. 진짜로 강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루이틀만에 뚝딱 강해지는 종족이 있다면 그 새끼가 이미 세상을 지배했을 테니까. 상식적으로 단기간에 존나 강해지는 건 말이 안돼.

그러니까 안정적으로.

정찰과 맵리딩을 철저히 하면서 디펜스를 하면 된다.

"규삿삿. 거기 더 판다. 그리고 목책 조립조 언제 오나?"

"규사사삿. 규일님. 목책 완성했슴니다."

"조립해라. 규삿."

공사는 순조롭고.

"임숭아."

"끄륵. 모왕님!"

"저거. 날랜 놈들 데려가서 건물 벽 타고 올라가서 창문 안쪽 좀 확인해봐. 습격 주의하고."

"알겠씀니다!"

ㅡ풀쩍!

바로 임숭이가 지 부하들을 이끌고 고블린들 옆에 있는 건물 벽을 타고 올라갔다. 근처 맵은 밝혀 놔야지.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ㅡ부웅!

픽시들이 날아왔다!

"마왕아아아아! 뭔가 막 몰려오고 있어!"

드디어 전투인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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