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1화 〉 차원 마수들 # 8
* * *
ㅡ구우웅!
화염에 휩싸인 채 돌진하던 살덩이 괴물들이 골렘에게 짓이겨진다.
ㅡ콰직!
골렘들은 덩치가 큰 만큼 주먹도 크다.
그냥 주먹만 떨어뜨려도 오함마 풀스윙하는 거랑 비슷한 파워가 나올 텐데 맨살로 그걸 어떻게 버티겠나?
ㅡ투두두두!
하지만 살덩이 괴물들은 막무가내였다. 동료 죽든 말든 신경조차 쓰지 않으면서 무한히 돌진했고, 그렇게 몇 마리가 골렘의 등을 타 넘고 침입했다.
"루미카! 물!"
"알았어!"
ㅡ솨아아아!
불에 타고 있는 놈을 상대하면 다칠 수가 있다. 바로 물을 뿌려서 진화를 한 다음에 대기시켜뒀던 고블린 방진으로 상대한다.
"죽여라, 케륵!"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ㅡ푸샥!
"궈하아악!"
저번과 동일한 진행. 애초에 이 살덩이 괴물들은 보병 방진을 뚫을 수가 없다. 그렇게 모조리 찔러 죽이고 있으니.
"샤앗! 마앙님!"
샤란이가 저 위쪽을 가리켰다.
"아닛!"
보니까 괴물들 수가 얼마나 많은지 성벽 앞에 쌓이고 쌓여 산이 만들어졌나 보다. 무슨 월드워 Z냐? 뭐 성벽이 별로 높지 않아서 가능한 거겠지만, 몇 마리씩 성벽을 타고 넘어와 떨어지기 시작한다.
ㅡ퍼억!
"쥬리아! 가서 처치하세요!"
"네! 마왕님!"
바로 기동력이 빠른 라미아들이 성벽의 좌우로 퍼져나가 긴 창으로 괴물들을 난도질한다. 리치가 있으니 딱히 불을 끄고 싸울 필요는 없는 듯.
그런 식으로 웨이브를 막아내고 있으니.
"됐어! 안에서 뭉친 놈들도 다 타죽었어!"
위에서 전장을 관망하던 세리뉴가 내려와 보고했다. 그래. 저 좁아터진 곳에서 불타는 상태로 뭉쳐있던 중이다. 당연히 조금만 지나도 다 녹아내리겠지.
ㅡ처억.
그 증거로 더 이상 넘어오는 적들이 없었다.
"부릴아! 부상자 확인!"
"없슴다, 케륵!"
"좋았어!"
이걸로 1차적인 전투는 다 끝이 났다.
ㅡ활활.
성은 아직도 타오르고 있었다. 안에 있던 괴물들을 다 쏟아내고도 타오르는 중이다. 과연 저 안에 뭐가 남았을까? 불길이 좀 사그라들고 연기가 날아가면 그때 확인해도 괜찮을 것이다.
안에 어떤 존재가 있든지 간에 화재 현장에서 구워졌다면 별다른 도리가 없다. 끝장을 내도록 하자.
"자, 그럼! 다들 싸우느라 수고했다!"
다들 열심히 잘 싸웠다. 적들을 아주 잘 몰아넣고 효율적으로 싸웠지. 봐라. 마계에서 온 마물들도 우리 상대가 되진 못한다. 철저한 준비와 방심하지 않는 마음이야말로 승리의 조건.
"일단 진형을 뒤로 물리겠다!"
일단 뒤로 좀 빠지도록 하자. 뭐가 됐든 불이 다 꺼져야 조사를 하든 말든 할 테니까.
ㅡ처억.
그렇게 우리 병사들이 후퇴를 하려고 한 순간이었다.
ㅡ콰직.
ㅡ쩌적.
"음?"
뭔가 건물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우르릉. 새까맣게 그을린 건물 외벽에서 돌먼지가 막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아닛?!"
설마 건물이 붕괴하는 건가?
"모두! 급속 후퇴 실시!"
"케랴아아악! 급속후퇴!"
바로 내 병사들이 급속 후퇴를 실시한다. 역시 안쪽이 살덩이로 가득 찬 탓에 건물의 내구도가 많이 약해져 있던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불에 탄 것도 모자라 안에 있던 근육들이 몸부림을 쳤으니 무너지는 것은 당연지사.
나는 그리 생각했지만.
ㅡ콰직!
ㅡ콰아아아앙!
상황은 그것보다 심각한 것처럼 보였다.
"샤아! 마앙님!"
"야, 야! 저거 봐! 뭐 껍질 깨고 나오는데!"
내가 목격한 것은 너무나도 놀라운 것이었다. 에그몽. 에그몽이라는 초콜렛이 있다. 겉에 있는 초콜렛을 부수면 안에서 장난감이 나오는 식품완구.
원래는 미국의 킨더조이를 제품을 카피한 거라고 하는데, 지금 저건 진짜 의미 그대로 에그몽이었다...!
ㅡ콰직!
마치 껍질처럼.
내성의 벽들이 깨어지기 시작하더니.
ㅡ쿠르르릉!
그 껍질을 깨고 거대하고 추악한 괴물이 꾸물거리며 기어 나왔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그 흉물은 그 비명소리만큼이나 끔찍했다!
"이런 미친!"
반쯤 탄 피부. 녹아내린 근육. 그리고 화상 때문에 생긴 수포와 농포. 그런 것으로 뒤덮인 뒤틀린 거대 살덩이 괴물이 성을 부수면서 탄생한 것이다!
"저, 저건 대체 무엇이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열등한 마물이다!"
"케라아아악! 뫙님! 좆됐슴다!"
"끄르르륵!"
"규사아아아아앗!"
그 압도적인 위용에 내 부하들이 입을 쩍 벌리면서 패닉상태에 빠지려고 했다! 나의 정예 강군이 이렇게 혼란스러워할 정도라니...! 확실히 그만큼 무서운 괴물이긴 하지만 여기서 패닉상태에 빠지면 전멸이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바로 마력을 끌어올려 크게 소리친다!
"그대로 후퇴한다! 놈의 이동속도는 느려! 충분히 도망칠 수 있다! 각 지휘관, 지휘자들 빨리 애들 수습하고 후퇴시켜라!"
"케랴아아악! 알씀다!"
"끄르륵! 따들 정신 차려라!"
ㅡ투두두!
그렇게 정신을 차린 부하들이 재차 후퇴했고.
"쿠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설덩이 거수가 포효했다.
"미친...!"
ㅡ끼기기끽.
머리일까? 순수한 검정색으로 만들어진 유광 구슬과도 같은 기괴한 눈동자가 이쪽을 바라보면서 온갖 이빨로 가득 찬 아가리를 벌렸다.
그리고.
ㅡ쿠웅!
녀석이 건물의 벽으로 이루어진 껍질을 털어내고 기어 오기 시작한다. 성을 고치 삼아서 태어난 흉물이 발돋움을 한 것이다! 하지만 예상대로... 속도는 느렸다. 하지만 그만큼 공포스러운 존재.
"역시 제대로 부활하지 못했군! 얘들아! 겁먹지 마라! 저건 되다만 녀석일 뿐이다! 전혀 위험하지 않아! 그러니 침착하고 후퇴해라!"
"케락!"
"그, 그래...! 큘스오빠 말이 맞아!"
"카르티!"
ㅡ파닥파닥!
이블아이가 다급하게 내 옆에 따라붙는다.
"저거 뭔지 알아!"
"모르겠어! 나도 징그러워서 미칠 것 같애!"
마족 기준으로도 징그러운가 보다.
"하지만 큘스오빠!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냐!"
"저렇게 큰데?!"
"저건 약해지고 있어! 아마도 불안정한 부화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상태가 아닌 거겠지! 게다가 먹이도 없는 상태인데 너무 급격하게 성장했어! 저런 괴수가 며칠 만에 뚝딱 만들어질 수는 없는 거야! 명백한 불량품이라고 할 수 있겠지!"
카르티는 다급하게 외쳤지만 그 말은 전부 이치에 맞았고, 내 판단과도 맞아떨어졌다.
"그렇다면 알아서 죽을까?"
"저 상태라면 생명을 유지하지 못해. 알아서 쓰러질 거야. 그렇지만 아직 우린 저것에 대해서 잘 몰라. 어쩌면 저걸 제물이나 연료로 삼아서 무언가 기이한 흑마법을 사용할 수도 있어! 게다가 재생할 틈을 줘선 안 돼! 자기 살을 소모해서 소형체로 변신할 수도 있을 거야!"
그렇다는 것은.
"당장 죽여야 해, 큘스오빠! 저게 약해진 지금이 기회야!"
"그래. 잘 알았어, 카르티."
ㅡ처억.
발걸음을 멈춘다.
어차피 일반 병사들은 저런 거수를 상대로 무용지물이다. 단순 소총수가 전차를 파괴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
그렇다면 여기서 누가 따로 나서야겠지.
"바네사! 리리엘! 타천사들! 전부 이쪽으로! 나머진 계속 후퇴해!"
화력이 되고 실력이 되는 전사들이 필요하다!
"쿠워어어어어어어!"
ㅡ퍼버버버벙!
마침내 흉측한 거수가 외성의 벽을 부수면서 바깥으로 기어 나왔다. 녀석은 그 혐오스러운 대가리를 움직이고 눈깔을 굴리면서 우리에게 손을 뻗는다.
물론 사거라 닿을 턱이 있나.
끔찍하지만 저건 느리고 약하다.
겁먹을 필요 따윈 없어.
"설마 싸울 생각인가! 저것이 아무리 열등하고 혐오스러운 종족이라고 해도 저 크기는...!"
"아니! 싸웁니다! 화력 때려 박읍시다! 어차피 느려터져서 공격도 못 해요!"
"그렇군!"
"바네사님은 쭉 보다가 도움 필요할 거 같으면 도와주시고. 리리엘! 타천사들이랑 비행 진형 만드세요!"
"알겠다!"
ㅡ파앗!
바로 리리엘이 타천사들을 정렬시켰다.
"좋습니다. 그럼 세리뉴!"
"나는 왜!"
"픽시들 데려와! 플라잉 큘스 실시다!"
"알겠어!"
ㅡ부웅!
바로 픽시들이 내 팔과 다리. 그리고 몸을 붙잡는다. 이 짓도 많이 하니까 익숙해졌군. 곧 내 몸이 부웅 하고 떠올랐다.
"세리뉴. 어때?"
"별로 안 힘들어!"
"그럼 됐어. 리리엘! 날아오르세요!"
ㅡ펄럭!
바로 타천사들도 날아올랐다. 그렇게 우리들은 한곳에 모여서 적절한 고도까지 상승한 뒤에.
"쿠워어어어어어어!"
아래에서 포효하고 있는 살덩이 거수를 내려다보았다.
"확실히. 이곳이라면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 있겠군."
"그렇습니다. 일단 머리를 노리지요. 천사들 힘을 모아서 전력의 한 6할 정도로 저 머리를 폭격해 주십시오."
"6할 정도라. 알겠다. 그럼 그다음에 마왕 네가 공격하는 건가?"
"그때 봤잖습니다."
내 힘도 어느정 도 강해졌다.
"알겠다! 타천사들! 흑염포 집중사격 편대로!"
"넷!"
"알겠습니다!"
ㅡ파앗!
천사들이 공중에 자리를 잡았고, 바로 공격할 준비를 실시했다. 그녀들의 팔에서 마력이 흘러넘치기 시작한다. 곧 그것이 비인간적인 마법진을 이루었고.
ㅡ화르르륵!
강렬한 불덩이가 만들어진다.
"리리엘! 지금입니다!"
"발사!"
ㅡ팟.
보랏빛 광채가 터져 나왔고.
"흑염포!"
"흑염포!"
"흑염포!"
타천사들의 흑염포가 한데 어우러져 유성처럼 떨어진다. 그 사악한 화염구가 살덩이 거수의 머리통에 내리찍힌 순간.
ㅡ콰아아아아아아앙!
압도적인 폭발이 일어나면서, 놈의 커다란 머리통이 움푹 파였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
사람으로 치면 두개골까지 박살 나서 뇌가 터져 나온 상황. 거수가 몸을 비틀면서 바닥에 엎어졌다. 그리고는 머리를 감싸기 위해 바둥거리는데, 정상적이지 않은 몸으로 그런 동작을 수행할 수 있을 리가 있나.
나는 그것을 보면서.
"다크 플레임!"
쭉 준비하고 있던 다크 플래임 블래스트를.
"블래스트!!!"
터트렸다.
ㅡ쭈욱!
응축된 흑마법의 에너지가 악몽의 창처럼 쏘아져 떨어진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