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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349화 (349/544)

〈 349화 〉 다크엘프의 여왕 # 3

* * *

그럼 여기가 수도에 가기 전 제일 큰 난관이라는 소리다. 나는 리리엘에게 흑염포 발사를 준비시켜놓고 다시 진지를 구축할 것을 명령했다.

"규삿삿. 마왕님. 오랜만에 진지 잔뜩 만드니까 너무 즐겁슴니다."

규일이가 기분이 좋다는 듯, 긴 주둥이를 벌름거리면서 말한다.

"그치? 봐라. 운동하니까 얼마나 좋냐. 흐흐흐."

"규삿. 이렇게 진지가 만들어지는 걸 보고 있으니 성취감이 생김니다."

"이야! 성취감!"

이렇게 말하는 규일이는 이미 지휘관 계급이라서 삽질은 커녕 연장조차 들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 새끼 빠져가지고.

"아주 훌륭하다, 규일아!"

"규사삿."

그래도 일은 아주 잘한다.

ㅡ척척척.

진지가 아주 척척 만들어지고 있었으니까. 이제 코볼트들의 진지 구축 실력은 로마 군단병들을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마의 군단병들은 수십킬로나 되는 군장을 메고 수십킬로씩 행군을 하며, 목적지에 도착한 즉시 쉬지도 않고 빠르게 진지구축을 할 정도의 미치광이들이었다.

그들은 행군과 진지공사의 달인이었고, 이는 결국 보병의 오메가라고 할 수 있다. 내 군대는 그런 군단병들을 뛰어넘은 것이다.

그렇게 진지를 전부 완성한 뒤에 공격을 준비했다. 목책이 높긴 하지만 부수고 들어가면 끝장이다. 이들은 우리들의 보병 진형을 상대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어?"

전투 전에 잠깐 보려고 나오니, 저 목책 위에 어떤 여자가 올라와 있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이상한 지팡이를 든... 해골 장신구를 착용한 여성 다크엘프다. 저래서야 마치 주술가 같은 모습인데.

"소서리스다!"

나는 찢어져라 소리쳤다!

당연히 이 고대 전사들에게도 초인적인 힘을 다루는 능력이 있다! 인간들에게 기사와 마법사가 있는 것처럼 다크엘프들에게도 있단 말이다!

네크리에게 듣기로 그런 상위 전사들은 아주 극소수지만, 그 적은 수만큼이나 강력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의 구체적인 능력 역시 비밀에 부쳐진 상태라고 들었고.

그래서 네크리도 잘 모른다고 한다. 다크엘프들 중에서도 희귀한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어쩌죠, 마왕님! 소서리스는 위험해요!"

"뭐. 이미 알고 있는 정보였습니다. 저들이 특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들, 군대의 형식을 취하지 않았다면 그리 무서울 것도 없으니까요."

대표적으로 바네사가 그렇다.

바네사는 실력 좋은 여기사지만 내 던전에 들어왔을 당시에는 군대가 아니라 개인에 불과했다. 그 상태로 내 군대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있나.

"저 소서리스가 위협적이긴 해도 우리 상대는 아닙니다. 세리뉴! 애들이랑 가서 저 녀석에게 견제 좀 하고 와라!"

"저 녀석 마법사인 거지?"

"어. 원거리 공격이나 특수한 수단 조심하고. 먼 곳에서 윈드커터를 쏘면서 반응을 봐."

"알았어! 얘들아! 적 마법사 출현이야! 우리 실력을 보여주자!"

"응!"

ㅡ부웅!

바로 픽시들이 날아오른다. 고속으로 편대를 이룬 픽시들이 목책 위에 서서 자기들을 바라보는 소서리스를 향해 날아가면서 윈드커터를 사출한다.

ㅡ푸슛!

그 결과는?

ㅡ피잉!

ㅡ피잉!

소서리스가 신묘한 보호막을 만들어내 윈드커터를 비껴냈다. 거기에 나무 방패를 든 경호원들도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ㅡ번쩍!

소서리스가 보랏빛 번개 같은 마법을 발사했다!

"이런!"

하지만 공중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픽시들을 맞출 수는 없었다. 마법이 빗나갔고, 세리뉴는 바로 부하들을 이끌고 귀환했다.

"공격이 안 통해! 그리고 응사도 해왔어! 맞았으면 아팠을 거야!"

"그래. 세리뉴. 잘 피했다. 아무도 안 다쳐서 다행이야."

세리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위로를 좀 해줬다.

"저 소서리스...! 역시 강하군요."

"하지만 방금 봤다시피 군대를 상대할 정도는 아니죠."

전쟁은 혼자 강하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저 소시러스도 쓸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지만, 군대가 없으면 그냥 조금 쎈 개인일 뿐이다.

"리리엘!"

바로 리리엘을 호출한다.

"목책을 부숴라!"

"맡겨만 둬라!"

ㅡ파앗!

타천사들이 날아오른다. 공중에서 그녀들이 흑염포를 전개한다. 손에 불꽃이 모이고, 그렇게 모아진 불꽃이 굉음을 내며 발사된 순간.

ㅡ콰아아앙!

다크엘프들의 목책이 박살 난다.

"좋아! 부릴아! 진격하라!"

"케랴아아악! 진겨어어억!"

소서리스는 진작 눈치 까고 뒤로 도망친 상태다. 아무튼 내 병사들이 무너진 목책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 * *

들어가니 다크엘프들이 저 멀찍이서 저들끼리 모여서는 무기를 겨눈 채 고함을 치고 있었다. 물론, 내 고블린 보병대는 전부 중무장을 한 상태다. 아무런 문제 없이 전진을 거듭한다.

"앗! 저기! 소서리스가 나타났어!"

세리뉴가 소리쳤다.

다크엘프들의 맨 뒤.

다른 다크엘프들이 들고 있는 가마 위에 선 소서리스가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무엇을 할 생각이지?

ㅡ화아악.

지팡이에서 어떤 힘이 방출되었고, 동시에.

ㅡ사아아.

"아닛!"

백색의 안개가 날아오기 시작한다...!

설마 안개를 소환한 건가?

"전군 정지! 방패를 들어 올리고 창을 겨눠라!"

빠르게 정지시키고 명령을 내린다. 지금 안개를 피하자고 병력을 이동시킬 수는 없다. 그랬다간 진형이 무너질 테니까.

곧, 안개가 우리 진형을 덮쳤다.

"케륵...! 뫙님! 안개! 애들이 갑자기 피로를 호소하고 있슴다!"

"피로!"

부릴이가 재빠르게 보고한다.

"콜록! 이 안개에는 수면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마왕님!"

"샤아!"

내 주변에 있는 여간부들이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소리쳤다.

"세리뉴! 리리엘! 날개 존나 흔들어서 안개 떨쳐내고! 수녀들! 암흑의 힘을 발휘해서 안개를 중화하십시오! 마족 브레스으으!!"

ㅡ화르르륵!

원래 이런 종류의 술법은 마력으로 중화를 하면 금방 사라지기 마련이다. 나는 바로 불을 넓게 내뱉어 이 신묘한 마력의 안개를 지워냈다.

ㅡ부웅!

ㅡ펄럭!

그리고 픽시와 타천사들의 세찬 날개짓으로 안개들을 흩어내기도 했다.

ㅡ화아악.

과연 효과가 있는지 부릴이가 보고한다.

"뫙님! 애들이 정신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케륵!"

"어! 그대로 애새끼들 안 쓰러지게 계속 소리치면서 깨워줘!"

"케륵!"

역시 다크엘프 소서리스들은 위협적이다.

만일 저들이 제대로 된 군대를 운용하고 있었다면 소서리스는 최강의 서포터가 되었겠지. 이렇게 긴장되는 순간에 강렬한 피로감을 선사해줄 줄이야.

그렇게 안개를 조금 흩어내고 난 뒤.

"다시 진격하라!"

진격을 명령한다.

ㅡ척척척.

정신을 차린 고블린들이 천천히 진격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다크엘프들과 우리들의 거리가 가까워졌고.

나는 사정거리가 된 순간.

"촉수 소환!"

저기 있는 소서리스의 발밑에 촉수를 소환했다.

"...!"

소서리스는 잠깐 깜짝 놀란 것처럼 보였지만.

ㅡ퍼엉!

ㅡ퍼엉!

ㅡ퍼엉!

순간적으로 힘을 발휘해 솟아오르는 촉수들을 터트리고 마법진을 깨뜨렸다.

"호오!"

감탄했다.

내 수법을 아는 건 아닐 테고. 본능적으로 한 것인가? 내 촉수들은 저런 마법적인 공격에 몹시 취약하다. 다른 건 몰라도 마법 공격에 닿기만 해도 풍선처럼 터져버리는 절대적인 약점이 있는 것이다.

그런 힘이 없는 여전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지만, 저런 소서리스가 있다면 내 촉수를 아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가 있다.

"이제야 좀 제대로 된 전투를 해보겠군. 하압!"

ㅡ쑤우우욱!

나는 계속 촉수를 소환했다.

ㅡ퍼엉!

ㅡ퍼엉!

왜냐? 소서리스의 마나를 고갈시키겠다는 목적도 있지만, 내가 계속 촉수로 소서리스를 괴롭히고 있으면.

"케랴아아아아악!"

"끄르르륵!"

소서리스가 자기들 다크엘프를 보조할 수가 없을 테니까. 내 병사들이야 뭐 보조가 없어도 잘 싸우지만, 그런 내 군대를 상대하는 다크엘프들이 소서리스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죽어라! 케륵!"

어느샌가 다크엘프와 우리 진형이 충돌했다.

ㅡ푸샷!

고블린들은 방패로 몸을 가린 채 창을 내지르고, 임프들은 뒤쪽으로 불덩이를 던진다. 코볼트들은 측면을 보호했고, 라미아들은 쏜살같이 튀어 나가서 빙 돌아 우회한 다음에 다크엘프들의 후방을 노리려고 한다.

"크흑...!"

소서리스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 * *

그런 식으로 전진하면서 다크엘프 전사들을 쓸어버리니.

"케랴아아악!"

"끄르르르르륵!"

결국 후퇴하고 후퇴한 다크엘프들이 소서리스를 중심으로 하여 한곳에 뭉치게 되었다. 우리는 그들을 완전히 포위한 채 위협적으로 소리를 쳤다.

"흐흐흐."

상대적으로 바깥쪽에 있던 남성 다크엘프들은 대부분이 다 시체가 되었다. 하지만 안쪽에 있던 여성 다크엘프들은 거의 피해를 받지 않았지.

다크엘프들의 여성 위주 문화가 나를 아주 흡족하게 했다. 이번 전투에서도 수많은 다크엘프 여성들을 노예로 삼게 되었다.

이번 원정을 끝내고 나면 대충 연대 규모의 다크엘프 여전사들을 부릴 수 있을 것이다.

"큿...!"

무엇보다 저 다크엘프 소서리스.

그녀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소서리스는 연속되는 내 촉수 공격을 방어하다가 힘이 방전 된 것인지 아주 지쳐 보이는 상태다.

"자, 다들! 살상 모드가 아니라 신병 수확 모드로 전환한다!"

"케륵! 알씀다!"

"그리고 네크리! 어서 투항을 권유해 보십시오!"

"알겠어요!"

내 병사들이 수확 모드로 전환되고, 네크리가 소리쳤다.

"전부 항복해라! 항복하면 살려주겠다! 다크엘프인 내가 보증하겠다! 항복하면 전부 살 수 있다!"

"...!"

그 말에 소서리스를 둘러싼 다크엘프 여전사들이 술렁인다.

확실히 항복하면 전부 살 수 있다.

그리고 나도 그녀들의 질내에 내 정액을 쌀 수 있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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