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5화 〉 다크엘프의 여왕 # 9
* * *
ㅡ촤악!
ㅡ푸욱!
군기 없이 무작정 뒤로 도망치는 다크엘프들을 죄다 박살 내면서 진격한다. 상황이 이쯤 되니 라미아들은 완전히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캬하아아아악!"
"캬아아악!"
뱀의 하체와 튼튼한 육체를 이용해 골목 사이사이를 고속으로 누비며 혼란에 빠진 다크엘프들을 모조리 도륙한다. 애초에 라미아들은 다크엘프와 적대적인 관계다.
그런 라미아들이 다크엘프의 수도에서 날뛸 수 있다는데 광분하지 않을 리가 없다. 우리 쥬리아가 참 즐거워 보인다. 아무튼 라미아들은 사신이 되어 전장을 휩쓰는 중이다.
ㅡ부웅!
"다크엘프들이 전부 중앙에 있는 궁전 같은 곳으로 후퇴한 상황이야! 전부 그 주변에 몰려 있어! 근데 탈영병도 엄청 많아!"
탈영병은 나중에 어떻게든 회수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뻔한 움직임로군."
아무튼 다크엘프들이 어디로 후퇴했는지 알았으니 급하게 굴 필요는 없겠지.
"정지! 이곳에서 잠시 휴식한다!"
일단 애들 체력 회복 좀 시키고 다시 움직이도록 하자.
"케략! 다들 주변 경계하면서! 후열부터 자리에 앉는다! 실시!"
"케르으으윽!"
그렇게 내 병사들이 휴식을 취한다.
나도 잠깐 숨을 돌리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흠."
다크엘프들 시체투성이다.
"여성들이 죽은 건 많이 안타까워."
시체를 확인하니 드문드문 여성들이 끼어 있었다. 뭐, 다크엘프 문화상 남성들이 바깥쪽에 몰려 있어서 여성들의 시체는 얼마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녀들을 잃은 것은 뼈아프다.
하지만.
"바꿔말해 지금 후퇴한 병력의 대부분이 다 여자라는 것."
남성들이 죽으면 죽을수록 여성들만 남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내가 지배하기 더 수월해지지.
섹시한 다크엘프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군단이라니. 상상만 해도 군침이 줄줄 흐른다. 이제 우리 성이 좀 작아질 것 같다. 어떻게든 증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크엘프랑 다른 몬스터 군단을 다 수용하려면 건물이 상당히 커야 할 테니까.
"아직까진 몹시 순조롭군. 하지만 주의해라. 여왕이 친위대를 이끌고 한꺼번에 공격을 감행해온다면, 뚫리는 부분이 무조건 나올 테니까."
바네사의 충고.
"물론입니다."
그래서 정액포도 많이 만들어 놨지. 게다가 아직 마력도 빵빵한 상황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휴식을 취했고.
"기상!"
최후의 전투를 명령했다.
"진격하라!"
* * *
궁전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아래에 있는 것은 수많은 다크엘프 전사들. 전부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어쩌면 질려버렸을지도. 자기 홈그라운드에서 이렇게나 무력하게 발려버렸는데 투지가 있을 리가 없다.
"케랴아아악! 저 겁쟁이들을 봐라!"
"케르으으윽!"
그렇게 그 전사들과 대치하게 되었을 때.
"네크리! 노예병들을 준비시키십시오!"
"알겠습니다!"
나는 노예병을 풀 것을 명령했다.
"크학!"
"흐으윽!"
"히익!"
포로로 잡은 다크엘프 남성들. 그들은 넝마 조각만 허리에 두른 채, 저질 무기를 잡고 있는 상태였다. 거기에 잔뜩 겁먹은 얼굴이다.
"네크리! 놈들을 풀기 전에 항복 권유 실시!"
"실시!"
ㅡ파앗!
네크리가 바로 옆에 있던 건물 벽을 타고 올라간다. 정말 타고난 클라이머라고 할 수 있다.
"수도의 다크엘프들이여! 들어라! 너희들은 패배했다! 하지만 항복한다면 살 수 있을 것이다!"
올라간 네크리가 연설한다.
"나 역시 항복해서 왕의 군대로 들어간 다크엘프다! 우리 왕을 섬겨라! 무적의 군대를 지닌 그가 세계를 지배할 테니! 다크엘프들이여! 모두 항복하고 그 행렬에 동참하라!"
말 진짜 잘하네.
네크리 웅변 실력도 많이 늘었다.
"항복하지 않으면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 소리치자.
ㅡ술렁.
다크엘프들이 술렁인다.
여태까지와 같은 패턴이다. 항복 권유를 하면 술렁이게 되고, 죽기 싫어서 항복하는 여전사들이 대거 발생한다. 그 흐름을 꽉 잡으면 손쉽게 승리할 수 있다.
물론 여긴 수도인 만큼 항복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긴 한데.
그순간.
ㅡ아하하하하하하하하!
다크엘프들의 저 너머에서 여성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무슨? 아! 여왕인가!"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목소리에 담긴 힘이 장난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크엘프의 여왕이다. 가장 강력하고 아름다운 여왕이 왕림했다!
"감히 누가 이 여왕의 앞에서 항복을 입에 담는 거니?"
성숙한 여인의 목소리.
"거기. 아가야. 동족을 배신한 주제에 혀를 아주 잘 굴리는구나? 네 혀를 백 조각으로 썰어주고 싶은데, 어떻게. 이쪽으로 와주지 않겠니?"
그것도 속에 칼날을 품고 있는 잔혹한 목소리.
"네크리! 내려오십시오! 상대할 필요 없습니다!"
"여왕! 여왕이에요!"
네크리가 겁에 질린 얼굴로 쏜살같이 내려왔다. 역시 여왕이 직접 왕림하니 두려울 수밖에 없겠지.
"강하다! 여왕은 강하다! 아마 나보다도 강하겠지!"
바네사가 소리친다.
ㅡ움찔!
목소리에 담긴 힘 때문일까. 내 병사들이 긴장하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강력한 맹수를 눈앞에 두고 긴장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면서 저편에 있는 다크엘프 전사들이 투지를 되찾는 것이 보였다.
동시에 나는.
"갖고 싶다."
진한 소유욕과 끈적한 욕망을 느꼈다.
ㅡ...
궁전 테라스에 선 여왕은 자신의 육체를 한껏 드러낸 상태였다.
마치 그러는 게 당연하다는 것처럼 극도로 음란한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작은 철판이 젖꼭지와 보지만 딱 가리고 있었다. 대체 무슨 갑옷이지? 심지어 그 젖보지 갑옷은 V자 사슬로 연결되어 있어, 무슨 슬링샷 비키니를 보는 듯했다.
거기에 금속제 그리브와 건틀렛을 착용하고 있다. 그리고 어깨에는 조금 크고 화려한 견갑을 걸친 상태였는데, 그 견갑에는 멋진 모피 망토가 달려 있었고.
그녀의 몸 곳곳에는 황금과 보석 장신구가 걸쳐져 있었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왕관이다.
"와."
듣던 대로 아름답다. 그리고 저 날카로운 눈매. 말 그대로 여왕의 위용을 잔뜩 드러내고 있는 강인하고 아름다운 여성이다.
저 정도 수준의 여자를 내 성노예로 삼는다고?
미쳐버릴 정도로 갖고 싶다.
단순 무력으로 따지면 베라보다도 강할 것이다. 아니. 내가 중간계로 와서 봤던 그 어떤 전사들보다도 강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무력으로 따지면 최강.
"후후후. 너니?"
여왕이 맹수처럼 날 노려보면서 말한다.
"이 강력한 군대의 왕이?"
내가 말하면 들릴까?
제법 거리가 멀었지만, 여왕의 목소리는 내 귓가에 분명하게 꽂혀들고 있었다.
"이렇게 하찮아 보이는 수컷이 왕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것도 정도가 있지 않을까? 귀여운 꼬마야. 주제넘게도 그 짧은 자지를 잘도 놀려댔나 보구나?"
이년이?
"대가를 치르게 해줄게. 하찮은 수컷 따위가 이따위 짓을 하다니. 네 짧은 자지를 토막내서 아가리에 물려줄 테니, 지금 당장 깨끗하게 씻어두는 게 어떠려나? 후후후."
입에 걸레를 문건 다른 여자들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말하는 수위가 아주 잔혹하다.
"아니면 네 뒷구멍에 처박아줄까? 얘, 꼬마야. 원하는 것이 있으면 이 여왕님한테 말해보렴?"
여왕은 끈적하게 웃으면서 날 조롱했다. 이거... 내 말이 들릴지 알 수가 없으니 일방적으로 능욕당하는 기분이라 좀 불쾌한데.
마치 키배를 뜨는데 모니터 안에서 상대방의 손이 쑥 나와, 내 키보드를 빼앗아 간 것 같은 기분이다.
"아름다운 여왕이시여."
시험 삼아 말해봤는데.
"호오, 아름다운 것은 아나보구나? 물론 칭찬해도 봐주지 않을 거야."
들리는지 여왕이 머리칼을 촤락이면서 대답한다. 동시에 팔짱을 끼고 자신의 커다란 폭유 젖가슴을 한껏 드러낸다.
극도의 나르시스트인가?
자신의 아름다움에 취해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저런 차림인 거겠지. 아무튼. 내 말이 들린다면 대화를 할 수는 있겠군.
"정말 당신이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모든 마을을 잃고, 수도까지 뚫린 것도 모자라, 당신의 야만적인 군대는 전부 그 궁전에 처박혀 있지 않습니까."
어차피 이긴 전쟁이다.
"승리자는 바로 접니다. 여왕께서는 항복이나 하시는 게 어떠신지? 얌전히 옷을 벗고 복종을 맹세한다면 살려드리겠습니다."
그리 말하자.
"어머. 성희롱이라니 대담한걸."
성희롱보다 더한 걸 할 수도 있지.
"후후후, 확실히."
여왕이 끈적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런 군대는 본 적 없어. 꼬마는 정글 바깥에서 온 모양인데. 인정할게. 강해. 네 군대는."
갑자기 칭찬이라니?
"그런데."
돌연.
여왕의 어조가 변한다. 끈적한 웃음기는 사라지고 잔혹한 기운만이 흘러넘친다.
"너희들은 군대가 강한 거지, 한명한명을 보면 아주아주 나약한 것 같지 않니?"
"그게 무슨?"
전장에서 개인의 전투력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역시 여왕이라도 고대 전사의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는 건가. 확실히 여왕은 강하다. 그런데 그 강력한 힘을 지니고 이 작은 정글에서만 군림해왔으니, 전술이니 군대의 발전이니 하는 발상을 떠올리지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저련 여왕이 나와 함께 바깥에 나간다면 아주 훌륭한 군사 지휘관이 될 수도 있겠지.
"꼬마야. 이 아름다운 여왕님이 이 자리를 피해서."
"뭐?"
"정글에 몸을 숨긴 채 공격과 후퇴를 반복하면서 꼬마와 꼬마의 부하들을 전부 죽인다고 하면."
아.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니?"
ㅡ씨익.
사악한 미소가 걸린다.
"베트콩...!"
지금 내 앞에서 베트콩마냥 게릴라를 펼치겠다는 건가? 그것도 여왕씩이나 되는 여자가? 하지만 느껴진다. 저 여자라면 분명 그럴 수 있다. 자신의 왕국조차 버리고 우리 전부를 죽이기 위해 얼마든지 시간을 쓸 수 있는 존재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다크엘프 여왕, 렉사벨라에게 있어서 왕국이니 뭐니 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을. 그녀는 그냥 피에 취해 있는 존재였다.
"지금 왕국을 버리겠다는 겁니까?"
"승리를 위해서라면?"
"좋은 투지로군요. 그래도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여왕님."
아무리 강한 존재라고 해도 혼자서는 군대는 상대할 수 없다. 여왕 개인이 아무리 강해도 왕국과 군대 없이는 날 이길 수 없어.
게릴라?
해봐라.
먼저 잡아서 내 밑에 깔아주고.
"이곳에서 여왕 당신을 꺾고 제 침대로 삼아드리지요."
"어머. 침대라니. 그거 불쾌한걸."
"한 달 내내 강간당할 각오는 되셨습니까?"
"응후후후후후훗!"
유쾌하다는 듯한 웃음.
"아아, 좋네♥"
그리고는 끈적하게 말한다.
"어디 한번 해보렴♥ 맹랑한 꼬마야♥"
나를 도발하고.
나를 조롱한다.
"이 여왕님을 강간하겠다니, 배포는 있나보구나♥"
"기대되십니까?"
"설마."
고개를 젓는 여왕.
"지금 이 여왕님이 생각하는 건... 그냥 우리 건방진 꼬마 강간범의 자지를 몇 갈래로 갈라서 처형할지. 그것뿐인걸?"
씨발년.
넌 뒤졌다.
잡으면 한 달 내내 강간 당할 줄 알아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