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7화 〉 원정 마무리 # 3
* * *
상자에서부터 이어진 마력의 끈.
그것은 현재 게이트를 넘어서 마계에 닿아있는 상태였다.
"큘스오빠! 줄다리기! 줄다리기!"
"여기서 줄다리기가 나온다고?! 간다!"
ㅡ꽈악!
바로 그 마력의 끈을 손으로 꽉 잡고 잡아당긴다...! 이거 실제로 힘이 좀 많이 들어가고 있다!
"하압!"
있는 힘껏 끈을 쭉쭉 잡아당기면서 여유분을 만들었고.
"얘들아! 와서 좀 도와라!"
"끄르르륵!"
"규사사사사삿!"
도와달라고 말한 즉시 내 부하들이 달라붙는다. 그렇게 나와 내 부하들이 때아닌 운동회를 하게 되었다.
ㅡ쭈우우욱!
아주 그냥 쭉쭉 당겨지는구만!
"역시! 우리들이 힘을 합치면 못할 게 없다!"
"그렇슴니다! 규삿!"
"가즈아아아아!"
다시 힘을 준 순간.
ㅡ쿠웅!
게이트 안쪽에서 뭔가가 딸려 나오면서 단체로 엉덩방아를 찍고 말았다.
"얘들아! 괜찮니!"
"끄륵! 괜찮씀니다!"
"이런 강인한 새끼들! 아무튼 카르티! 이거 뭐야!"
뭔가를 토해낸 게이트가 닫혔다.
그리고 남은 것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무슨 불길한 미트볼 같은 무언가.
"뭐? 미트볼? 이게 뭐냐?"
ㅡ꿈틀!
미트볼이 꿈틀거린다.
자세히 보니 내 미트볼이라는 묘사는 제법 정확했다.
"허억!"
뭔가 머리만 존나 큰 괴물이었다! 땅딸막한 몸과 없느니만 못한 짧은 팔과 다리를 지닌 괴물이 미트볼처럼 둥글게 말려 있었단 말이다!!!
"응애애애!"
기괴한 그것이 커다란 눈을 번쩍 뜨면서 울부짖는다!
"으아아아아악! 아니 씨발아 이 새끼 뭔데!"
"큘스오빠! 진정해! 가문에서 내리는 선물이야!"
미친 선물이다!
"이걸 심으면 거기서 작은 요새가 하나 자라날 거야!"
"뭐, 뭐? 요새라고?"
이 미트볼 같은 괴물을 땅에 심으면 요새가 자라난다고?
"그게 결코 정상적인 요새일 리가 없다...!"
이런 미친 미트볼 괴물로 만든 요새가 정상이라면 내가 섹스를 끊는다!
"나름 정상적인 요새 맞아, 큘스 오빠. 이건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낸 호문쿨루스야."
어. 섹스 안 끊어.
"호문... 그거 뭐 궤짝씨랑 비슷한 건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수준이 다른 거지. 뭐, 호문쿨루스라는 분류 자체는 동일하지만."
돌아버리겠네, 진짜.
이 마족 새끼들은 대체 뭐냐?
중간계랑 차원이 달라.
"뭐,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정상적인 요새가 만들어진다 이거지? 참고로 무슨 원리냐?"
"이런저런 흑마법과 의식, 매개, 저주, 소환, 빙의등. 그런 것들을 전부 복합적으로 합친 거라면 보면 돼."
모르겠다.
"근데 카르티."
"응?"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
"이거 뭐 우리 동생 같은 거냐?"
"응? 뭐? 무슨 소리야! 그럴 리가 없잖아! 이건 많은 재료를 모아 특별하게 제작한 호문쿨루스야!"
"그러니?"
다행히 아니로군.
"아무튼 이건 마계 기준으로도 엄청난 물건이야. 황무지에서도 순식간에 작은 요새 하나를 세울 수 있으니까. 적당한 곳에 이걸로 요새를 세워서 싸운다면 아주 유용하겠지?"
생각만 해도 씹사기다.
"고맙다."
"감사는 어머니 여공작님께 해."
일단 설명을 더 들어 보았다.
진짜 뭐 특수한 기능이 있는 마족의 전문 요새가 아니라, 거점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밖에 없는 평범한 소형 요새란다.
마계 기준으로 보면 사실 큰 메리트는 없다는 모양. 마계 쪽 요새나 성은 존나 웅장한 것도 모자라 이런저런 흑마법적인 기능들이 아주 많이 부착되어 있다고 하니까.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나도 옛날에 마계에서 지낼 때는 대충 그런 걸 봤던 기억이 있다.
"그래, 카르티. 이건 잘 쓸게."
ㅡ쑤우욱.
즉시 촉수로 미트볼을 잡아 들었다.
"근데 이건 어떻게 보관하냐?"
"심기 전까지는 대충 상자에 넣어놔. 그리고 하루에 한 번씩 마력을 주입해주면 돼."
"응애애애애앵!"
"우, 울면?"
"방음이 잘되는 상자에 넣으면 돼!"
미치겠네.
* * *
그렇게 받을 걸 받은 뒤에 궁전에서 여간부들과 섹스를 즐기며 휴식을 취해 마력을 진하게 회복했다. 그럼 이제 뭘 해야 하나? 당연히 마력 수여식이다.
나랑 섹스한 여간부들은 자연히 다 강화가 되어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얻게 되었다며 좋아했다. 그러니 여간부들은 딱히 수여식을 해줄 필요가 없고. 내 몬스터 군단원들한테만 해주면 된다.
"자, 다들 모였느냐!"
"케륵! 총원 이상 무임다!"
"좋아!"
연설을 시작한다.
"이번에! 다크엘프의 여왕을 꺾으면서 이 마왕은 더욱 강력해졌다! 그렇다는 것은 뭐냐? 너희들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지!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나의 강력해진 새로운 마력을 주입해주도록 하마!"
ㅡ케랴아아아악!
ㅡ끄르르륵!
ㅡ규사아아아아아앗!
모두의 눈이 빛난다.
내 부하들은 전부 성장을 갈망하고 있다. 무지성 몬스터에 불과했던 녀석들은 내 마력을 받음으로써 지성을 얻고, 힘을 얻고, 마력을 얻었다.
덩치가 커지면서 체내에 마력도 품게 된바, 이전과는 비교를 할 수가 없을 정도로 피지컬이 상승된 것이다.
말하자면 평범한 인간이 갑자기 초인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 만큼, 이 녀석들은 언제나 마력과 성장을 갈망하고 있지.
나는 마왕으로서 부하들에게 그러한 힘을 내려줄 것이다!
"모두! 느껴라! 이 마왕의 힘을!"
ㅡ고오오!
도열해 선 병사들의 발밑에 나의 마법진을 생성하고, 내 마력으로 이루어진 안개를 흩뿌린다.
인큐버스적인 힘이 아니라 그냥 순수한 마족의 힘 그 자체다. 그것에 노출된 나의 몬스터 군단병들이 점차 흥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케랴아아아아아악!"
ㅡ촤하아아악!
얼마 지나지 않아, 마력에 민감한 순서대로 시뻘건 안광을 분출하면서 함성을 내지른다!
"부릴이 니가 첫빠따로구나!"
"힘이, 힘이!! 케랴아아악! 뫙님! 제 안에서 힘이 넘치고 있슴다!!!!"
ㅡ쿠웅!
부릴이의 덩치가 커진다.
이젠 거의 뭐 성인 남성만한 크기까지 커졌다. 키도 커지고, 근육도 부풀어 오른다. 거기에 뿔도 커지면서 지니고 있는 마력의 크기 역시 커진다!
"케랴아아아악!"
"끄르르르륵!"
"규사사사사사삿!"
그렇게 부릴이를 시작으로 내 다른 병사들 역시 안광을 내뿜으면서 포효했다. 다들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내 마력을 받아들이고 한계를 돌파하여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것이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
그것을 웃으면서 바라본다!
ㅡ케랴아아아악!
남은 것은 조금 뒤떨어지는 병사들을 위해 힘의 농도를 조절해주는 것뿐. 그런 식으로 1시간이 지났고, 광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수여식이 끝났다.
ㅡ고오오.
현장에 있는 것은.
이전보다 더욱 커지고 강해진 나의 병사들.
"케륵케륵! 뫙님...! 보십시오!"
부릴이가 앞으로 나오더니.
ㅡ처억!
자기 주먹에 마력을 씌우기 시작한다!
"이야! 부릴아! 받아라!"
"케륵!"
검을 던져주니 부릴이가 그것을 민첩하게 낚아챈다. 동시에, 부릴이가 잡은 검에서 보랏빛 검기가 흘러나온다.
소드 오러.
이제 체내의 마력을 자유롭게 외부로 방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도 고블린이었던 부릴이가!
"부릴아! 네가 드디어 검기를 깨우쳤구나!"
"누구라도 벨 수 있을 것 같슴다, 누구라도! 케랴아아아악!"
"규사사삿! 마왕님! 저도 보십시오!"
바로 규일이가 달려 나왔다.
ㅡ처억.
삽을 잡은 규일이가.
"규사아아아아앗!"
삽에 오러를 두르더니 땅을 파기 시작한다!
ㅡ쿠구구구구!
"저 미친놈!"
삽에 오러를 둘러서 노가다를 하다니!
"니가 최고다, 이 미친 규일이 새끼!"
"규삿!"
"끄르르륵! 모왕님! 저도 보십씨오!"
"임숭이 넌!"
뿔이 더욱 커져, 진짜 악마처럼 변한 임숭이가 저쪽을 보면서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ㅡ지이잉!
돌연 손에서 화염의 광선을 쏘는 것이 아닌가!
"미친...!"
"끄륵! 이제 이런 것도 됨니다!"
임프 지정사수!
저런 광선이라면 충분히 써먹을 만하다!
"세상에!"
그렇게 나는 내 부하들의 성장을 확인하면서 감탄했다. 이렇게까지 강해졌다고? 이거면 중간계를 쉽게 장악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다른 여간부들은 말할 것도 없다.
"꺄하하하핫!"
어제 잔뜩 섹스하면서 성장한 픽시들도 아주 큰 폭으로 성장했다. 가슴도 몇 컵 정도는 더 커졌고, 윈드커터의 위력 역시 철제 갑옷을 뚫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야말로 무적의 군단이 된 것이다.
"아니 근데."
이거 애들 갑옷 새로 맞춰야겠는데?
플레이트 아머야 뭐 애초에 넉넉하게 만들었으니 상관없지만, 안에 입는 천갑옷이랑 바지나 신발 같은 건 싹 다 다시 만들어야겠다. 당장 고블린들이 성인 남성만큼 커진 상황이다. 부릴이는 무슨 격투가처럼 덩치도 커졌고.
원래 쓰던 장비는 신병들한테 넘겨주도록 하자.
돌아가면 새 갑옷부터 맞춰야겠다.
"크하하하하! 얘들아! 이게 바로 나와 너희들의 힘이다! 이 힘으로 하여금 다 같이 세상을 지배하도록 하자! 알겠냐!"
"케랴아아아아악!"
우리들은 기쁘게 함성을 내질렀다.
이게 바로 마족의 삶이지!
* * *
라미아 원정은 구라 안치고 존나 쉬웠다.
사실 다크엘프와 라미아들 사이에서는 크고 작은 산발적인 전투만 있었을 뿐, 국가의 존망을 건 총력전이라는 개념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정규군을 이끌고 들어가면?
"캬하아아아악!"
그냥 아무것도 못 하고 다 밀릴 뿐이다.
이걸 상대하기 위해선 라미아들도 병력을 모아서 한꺼번에 싸울 필요가 있는데, 그런 개념이 없으니 원.
게다가 난 이번 원정으로 수많은 다크엘프 군대를 얻은 상태다. 물량도 전술도 우리가 압도적인데 질 수가 있나?
그리고 어디 그뿐인가?
"케랴아아악!"
"끄르르륵!"
이번에 급격하게 강화된 나의 몬스터 군단은, 말 그대로 엄청난 위용을 보이면서 라미아들을 너무나 손쉽게 압박했다.
그런 식으로 라미아들을 모조리 몰아세우면서 전진하니 어느덧 수도에 도착했다.
"존나 쉽네?"
미칠 정도로 강해진 내 부하들의 힘을 제대로 실감한 순간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