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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377화 (377/544)

〈 377화 〉 백작과의 전투 # 5

* * *

지루한 대치만이 이어지고 있던 도중, 돌연 변화가 생겼다.

하늘에 천사가 떠오르더니 진형 측면 쪽에서 적 보병대가 산을 타고 내려온 것이다.

하사관들이 고함을 치며 바쁘게 명령을 내리는 가운데, 백작군 병사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뭐, 뭐지?"

"저게 뭡니까!"

"적 보병대가 산을 타고 넘어왔다!"

그런데 적들의 모습이 이상하다.

아무리 봐도 전신 갑옷으로 무장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거기에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눈에서 시뻘건 안광이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흡사 귀신의 군대처럼.

"뭐야? 저거 왜 눈이 빨개?"

"눈이 빛나고 있어!"

"마약이라도 한 걸까?"

수군거림이 퍼져나간다.

"모두 닥쳐라!!!"

좋지 않다.

그리 판단한 백작군 하사관은 즉시 호통을 치면서 혼란을 종식시켰다.

"적은 산을 타 넘고 막 내려온 상태다! 거기에 무거운 갑옷을 입고 있지! 방어력은 상당하겠지만 곧 체력이 바닥날 거다! 굳건하게 버텨라! 가만히 서서 체력을 온존하라! 그리하면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기세를 잃으면 이길 싸움도 진다. 어차피 이쪽은 미리 자리를 잡고 있고 체력을 온존한 상태다.

싸운다면 이쪽이 유리하다.

"명심해라! 우리 뒤에는 궁수 부대와 마법사 부대가 있다! 버티면 된다! 그들이 지원해줄 테니!"

소리치던 하사관 역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는 자기 말에 설득되어 용기를 얻었다. 보니까 상태가 좀 수상하긴 하지만 뒤에 마법사 부대도 있는 상태다.

패배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 마법사님들만 믿으면 문제없지."

"사실 천사들도 화살 쏘면 별거 없더라."

"그 반반한 년들도 살덩이로 이루어져 있는데, 안 죽진 않더라고."

병사들도 그리 생각했다.

그들은 천사들과도 싸워본 경험이 있는 정예병이었다.

* * *

ㅡ저벅저벅!

전신을 방어하는 판금갑옷을 입은 고블린 중보병대가 철방패와 철창을 앞세운 채 전진한다. 마치 금속의 파도를 보는 듯한 광경이다.

"케륵! 케륵!"

"케륵케륵!"

고블린들은 음산한 기합성을 내지르면서 붉은 안광 뿜고 있는 중이었다. 거기에 그들의 얼굴에는 마귀와도 같은 철가면이 씌워져 있지.

아무리 봐도 마왕의 군대 그 자체다.

이런 보병대와 정면 대결을 벌여야 하는 적 보병대의 마음을 생각해봤다.

"볼 것도 없이 전의 상실이로다."

나는 계속해서 내 부대를 전진시켰다. 지금부터 승부를 볼 것이다. 보병끼리 부딪히게 하는 동시에 라미아들이 거창 돌격을 실시할 거다.

질 수가 없지.

그때였다.

ㅡ파앗!

"화살비 내려온다!"

픽시가 소리쳤다.

"정지! 방패를 들어 올려라! 자세를 낮추고 피탄 면적을 최소화해!"

"케략!"

ㅡ화악!

전군이 멈춰선다. 즉시 방패를 머리 위로 올리고 자세를 낮췄고.

"암흑수녀들! 보호막 전개!"

"하압!"

ㅡ지이잉!

암흑수녀들이 사악한 보호막을 형성한다.

그동안 내 암흑수녀들은 부상자의 치료와 사무업무에 집중한 상태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장이 멈춘 것은 아니다. 지속적으로 내 마력을 주입 받게 된바 여러 가지 새로운 흑마법을 익힌 상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보호막이다.

ㅡ파앗!

ㅡ퍗!

그렇게까지 단단한 것은 아니지만 화살비의 강도를 낮춰줄 수는 있다. 떨어지던 화실들이 둥근 마력 보호장에 부딪혀 도탄되어 위력을 잃는다.

ㅡ파앙!

몇몇 보호막이 깨졌지만 바로 보충된다.

ㅡ후두두둑!

그렇게 한참동안 화살비가 떨어졌지만, 딱히 피해는 없었다. 내가 애들 장비 하나는 기깔나게 입혔으니까.

"케륵케륵! 하나도 안 통했슴다!"

"좋아! 다시 전진하라!"

그렇게 내 보병대를 다시 전진시킨다.

ㅡ저벅저벅.

전진, 또 전진.

"케랴악...!"

"케륵! 죽인다, 케륵!"

"승리와 영광을 위해! 케륵!"

전투가 다가오자 고블린들이 흥분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적 보병대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한 순간.

"리리엘!!!"

ㅡ펄럭!

타천사들이 날아오른다.

저 후방에서 날아오른 타천사들이 보호막을 전개한 채 흑염포를 장전한다. 그와 동시에 백작군의 궁수들이 타천사들에게 사격을 가한다.

ㅡ쐐애애애액!

우리측 보병대를 넘어서 저 하늘로 향하는 화살에는 마법이 실려 있었다. 타천사들의 캐스팅이 방해가 된다. 그 틈을 타서 세리뉴가 보고 했다.

"적 전열을 제외한 진형 안쪽에 있는 병사들! 산개진으로 변경했어!"

"좋아."

전열이야 싸워야 하지만 안쪽 부대는 간격을 벌려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좋은 절충안이지.

ㅡ콰앙!

결국 타천사들이 흑염포를 쏘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적 진형 안쪽에서 폭발했지만, 산개진을 형성한 만큼 큰 피해는 없을 것이다.

이제 리리엘은 저 위에서 알아서 어그로를 끌며 흑염포를 쏠 것이다... 여기까지 다 내가 노린 대로 흘러갔다.

ㅡ번쩍!

급하게 띄운 이블아이.

거기서 공유받은 시야를 통해, 나는 봤다. 저 너머에서 라미아들이 행동을 개시하는 모습을.

ㅡ투두두두두!

내가 쥬리아에게 명령한 것은 하나다.

우리 측 천사들이 떠오르는 즉시 전 진형을 향해 돌진하라는 것.

ㅡ쿠구구구구!

ㅡ쿠구구구구구구!

전신을 전부 방어하는, 흉악한 철판 갑옷과 마왕의 그것과도 같은 사악한 뿔 투구로 무장한 라미아들이, 기병용 랜스창을 옆구리에 낀 채 매섭게 돌진해온다.

고블린 중보병대가 파도라면 그녀들은 해일이라고 할 수 있다.

ㅡ쿠구구구!

뱀의 그것으로 이루어진 하반신은 그 시작부터 끝까지 강인한 근육의 덩어리였으며, 내 마력에 의해 한껏 강화된 상태다. 그 폭발적인 힘에서 비롯되는 돌격력은, 실로 가공할만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캬하아아아아악!"

"캬하아악!"

그런 라미아들이 쐐기 진을 이룬 채 돌진한다...! 심지어 뒤쪽에 신병들이 따라붙어서 수가 뻠삥되어 더 위협적으로 보이는 상태다!

이제 그녀들은 천사 때문에 진형이 벌어진 곳으로 파고 들어갈 것이다.

전열만 부수면 그 안은 이제 텅 빈 거나 다름없다. 라미아 창기병대를 상대로 산개진을 펼쳤다는 것은 그냥 문을 활짝 열어준 꼴이니까!

"곧! 곧 쥬리아 측이 교전에 돌입한다! 츄렐이의 사슬을 끊어라!"

"네!"

"에잇!"

ㅡ콰앙!

대기하고 있던 다크엘프 도끼수들이 츄렐이의 사슬을 내리쳐 끊어버린다.

"캬학...?!"

멍하니 끌려오고 있던 츄렐이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뜬다. 현재 약에 취해서 얌전한 상태지만, 여기서 내 마력을 주입해준다면.

ㅡ퓻.

"가라, 츄렐아!"

의식이 각성함과 동시에 극도의 흥분상태에 빠지게 된다!

"캬하아아아아아아아악!!!"

그에 따라.

ㅡ절그럭!

ㅡ쿠웅!

이 거인과도 같은 체급을 지니고 있는 전 라미아 여왕이 있는 힘껏 포효한다. 그것만으로도 두려워 미칠 지경인데, 현재 그녀는 삐죽삐죽한 전신 갑옷을 두르고 있는 상태다.

아무리 그래도 거인용 갑옷을 만드는 기술을 지닌 장인들이 없어서, 철판을 마구 덧대고 덧대서 만든 급조품 같은 갑옷이었다. 하지만 그런 철 덩어리에 가까운 갑옷이라고 해도.

괴수가 두른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절대적인 방패요, 미칠듯한 흉기다. 갑옷 무게만 해도 얼마인가...!

"츄렐이 돌겨어어어어어억!"

마력을 담아 소리치자.

"쉬이이이이이이이익!"

우렁찬 뱀의 포효소리가 뿜어져 나온다. 동시에 츄렐이가 전신에 마력을 두르고 안광을 터트리면서 적 보병진을 향해 매섭게 돌진한다!

ㅡ쿠구구구궁!

ㅡ쿠구궁!

마치 전차가 지나가는 듯했다.

그녀의 무게와 갑옷의 무게. 그리고 체급에서 나오는 파멸적인 근육의 힘이 더해진바, 전진할 때마다 땅이 파이고 흙먼지가 미친 듯이 튀어댄다!

ㅡ쭈욱!

그렇게 츄렐이가 순식간에 고블린 보병대를 추월했다!

"적들...! 아직도 안쪽은 산개진이야!"

"그럼 츄렐이가 간 즉시 끝난다! 여왕님! 가서 츄렐이의 뒤를 보조해주십시오!"

"응. 그럴게. 얘들아? 이 여왕님을 따라오렴?"

"알겠습니다!"

"와아아아아!"

ㅡ파앗!

그리고 렉사벨라와 그 휘하의 다크엘프 대전사들이 땅을 박차고 뛰어간다. 그녀들 역시 철갑옷으로 무장한 상태다. 하지만 갑옷 따위가 무슨 의미일까.

그녀들의 무기가 푸른 오러로 휩싸이고 있는데.

"고블린 보병대! 창을 잡고, 단거리 돌격을 실시한다!"

"케륵! 전원! 단거리 돌격 준비! 셋! 둘! 하나! 고, 슛!"

ㅡ케랴아아아아아악!

ㅡ케르으으윽!

가진 패는 다 보냈다.

마지막으로 고블린들이 그것을 거들었다.

* * *

괴수.

거대한 괴수가 돌진해오고 있었다.

"저, 저, 저건!"

"마수! 마수다아아아앗!"

"지옥에서 올라온 괴물이다! 으악, 으아아아악!"

여기에 있는 백작군들은 전부 정예군이라 할 수 있는 노련한 병사들이었다. 적 천사들의 폭격이 떨어지는 전장에서 몇 번이나 싸워온, 용감한 역전의 전사들인 것이다.

"흐아아아아악!"

그런 병사들이 패닉상태에 빠져 비명을 질렀다.

ㅡ쿠구구구구구구!

괴수가.

마수가.

거대한 무언가가 지면을 파쇄하고,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강렬하게 돌진해오고 있었다. 그 크기는 건물과도 같았는데, 전신에 철 덩어리를 붙이고 있었으며, 잘못 본 게 아니라면 하반신은 뱀이었다.

그것도 존나 큰 뱀.

"캬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런 대괴수가 악마 같은 함성을 내지르면서, 시뻘건 안광을 흩뿌리는 동시에 성인 남성보다도 큰 대도를 귀신처럼 휘둘러대면서 돌격해오고 있었다!

"아, 안돼!!!"

"왜 이쪽이냐...!"

"절로 가! 저기로 가라고, 이 씨팔!"

재수 없게도 그 괴수와 정면으로 맞붙게 된 병사들이 절망했다. 하필이면 딱 이쪽으로 돌진해오고 있는 상태다.

적 기사단이 거창돌격을 해온다?

설령 그런 상황이라도 지금 이 순간보다 무섭진 않을 것이다.

"캬하아아아아악!!!"

병사들은 저 거대한 괴수가 두려웠다.

미칠 듯이.

"으아아아아악!"

"꺼져, 씨발!"

"비, 비켜! 비키라고!"

결국 전열의 병사들이 무기를 내던지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런 악몽의 괴수 앞에서 진형을 유지하기엔, 그들은 초인이나 영웅이 아니었다.

"멈춰! 멈춰라! 자리를 지키란 말이다!!!"

하사관이 절규했다.

충돌하기도 전에 전열이 붕괴하고 말았다. 적 창기병대와 마주하고도 자리를 지키던 녀석들이 이탈을 하고 있단 말이다.

그렇다면?

다음은 어떻게 되지?

그는 공포에 질려서 뒤를 돌아봤다.

후열의 병사들은 천사가 떠올랐을 때부터 산개진을 펼친 상태였다.

"아아...!"

절망뿐이다.

"당장! 당장 밀집 진형으로 돌아와라!!!"

그리 소리쳤지만.

어째서인지 명령이 통하지 않는다.

ㅡ캬아아아아악!

ㅡ으아아아악!

저 뒤쪽에서 뭔지 모를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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