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생존기-378화 (378/544)

"캬하아아아아아아악!"

ㅡ콰아아아앙!

결국 츄렐이가 적 진형과 충돌했다. 마치 트럭이 상가를 덮친 것 같은 굉음이 터져나오면서 병사들의 시체가 하늘을 날았다.

"으아아아악!"

"아아악!"

"살려줘어어어!"

다른 것도 아니라 진짜로 거대한 괴수가 돌격을 한 상황이다. 단 한 번의 충돌로 전열을 뚫어버렸고, 현재 산개진을 펼치고 있는 내부까지 들어갔다.

병사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서는 어쩔 줄을 몰라한다. 자리를 지키려는 병사들은 소수였고, 그마저도 대세에 휩쓸려 진형이 완전히 붕괴된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였지만 츄렐이는 이미 흥분에 미친 상태다.

"쉬이이이익! 쉬이이이이익!"

귀신처럼 소리를 지르면서 그 거대한 체급을 마구 흔들고, 양손에 들린 대도를 휘둘러댄다.

ㅡ서걱!

ㅡ서걱!

오러에 휩싸인 칼날이 병사들을 동강 낸다. 저항하기 위해 창을 내지르는 자들도 보였지만, 그런 것은 츄렐이의 갑옷과 비늘을 뚫지 못했다.

어디 그뿐인가.

"하아아압!"

"죽어!"

츄렐이의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은 다크엘프의 여왕 렉사벨라와 그녀의 친위대원들이다. 귀신처럼 달려간 그녀들이 츄렐이를 엄호하면서 백작군 병사들을 살해한다.

"미친! 뭐야아앗!"

"기사다! 적 기사다아아앗!"

"막으라고오오옷!"

공허한 외침 속에 병사들이 죽어 나간다. 츄렐이가 진형을 뒤흔들고, 곧바로 따라붙은 엘리트 전사들이 혼란에 빠진 일반 병사들을 도륙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기사급 실력자가 아니라면 누구도 막을 수 없다.

ㅡ파닥파닥.

세리뉴를 통해 이블아이를 띄워 그 전장을 바라본다.

제일 걱정스러웠던 궁수와 마법사 부대. 그들은 진형의 중심에서 모두를 지원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었지만, 지금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은.

"흐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그냥 '일방적으로 도륙당하기' 뿐이었다.

"캬하아아아악!"

"쉬이이익!"

저 반대편에서부터 돌격해온 라미아 창기병대가 쐐기진으로 파고든 탓이다. 전열을 뚫고 들어간 라미아 창기병대를 맞이해준 것은 다름이 아니라 산개진을 펼치고 있는 내부의 진형이었다.

그걸로는 돌격을 막을 수 없다.

"캬하아아아아아악!"

중무장한 라미아들이 산개진을 펼친 궁수와 마법사들을 일방적으로 도륙하고 있다.

"크하하하하하하!"

웃음이 터져 나온다.

강한 상대였다.

철저하게 준비되어 있고, 고도의 훈련과 실전 경험을 쌓은 정예병들이었다. 실제로 놈들은 우리측 천사가 뜨자마자 유기적으로 진형을 변경했으며, 응사 역시 제대로 해왔다.

근데 그게 패착이었다.

놈들이 산개진을 펼친 즉시 라미아들이 돌격해 들어갔으니까. 전열이 그들을 보호해준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겠지만, 라미아들의 돌파력은 너무나도 강력했다. 순식간에 전열을 뚫고 들어가 내부를 휘젓는다. 이미 산개진이라 수습도 불가능한 상태.

"캬하아아악!"

"쉬이이이이이익!"

츄렐와 쥬리아가 활약한다.

"아아아아아악!"

진형은 붕괴 됐다. 패닉삭태에 빠진 백작군 병사들은 그저 마구잡이로 도망치면서 비명을 질러댈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혼란의 장을.

"케랴아아아아악!"

"케르으으윽!"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케륵!"

내 고블린 보병대가 유린한다.

"커학!"

"크흑!"

소수로 돌파해 진형을 뒤흔들던 망치만으로도 이 정도였는데, 내 고블린 보병대는 '면'을 이루어서 느긋한 불도저처럼 전진하고 있다. 그 전진 경로상에 있던 백작군은 모조리 살해당했다.

그야말로 창칼이 달린 벽이 밀고 들어오는 기분이었겠지.

"병종의 차이라는 건 참 엄청나군."

"질 수가 없어."

바네사와 레이카가 그리 말한다.

"그렇습니다. 적들은 고도의 훈련을 받은 상태지만, 그건 마왕군을 상대하는 훈련이 아니었죠."

천사를 상대하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해서 마왕군을 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리뉴! 플라잉 큘스 온!

"플라잉 큘스 온!"

나는 아예 플라잉 큘스를 전개해서 하늘로 떠올라 전장을 바라봤다.

"으아아아아악!"

괴수 난입과 기병대 난입. 거기에 중보병대의 압박까지. 백작군 병사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도망치고 넘어지며 살해당했다. 내가 나설 것도 없이 쉬운 전투였다.

"마저 사냥하라! 모조리 다 죽여라!"

나는 큰 소리로 명령하면서 내 마력으로 이루어진 비를 떨어뜨렸다. 이걸 맞은 내 병사들이 더욱 흥분하길 바라면서.

* * *

일방적인 도륙이 끝이 나자 성에서 지원병들이 달려왔다. 우리들의 공격이 너무 갑작스럽고 또 적을 부수는 것 역시 너무나 빨랐기 때문에 늦게 반응한 것이다.

"아아...! 마왕님!"

선두로 달려온 것은 안나 영애였다. 내 첫 번째 부하가 된 귀족 영애. 그녀가 감동한 얼굴로 다가 와 내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는다.

"흐흐흐, 안나님.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물론이지요. 파견 나가서 고생 많이 했습니다."

"흐윽!"

날 본게 그렇게 좋은지 눈물마저 흘리고 있다. 뭐, 내 여간부들은 다 날 사랑하니까. 당연한 일이지. 나는 바로 그녀의 어깨를 쓸어주면서 말했다.

"재회의 기쁨은 나중에 나눕시다. 우선 전장부터 정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요! 바로 하겠습니다!"

"흐흐흐, 부탁하겠습니다. 일단 성으로 돌아갈 테니 물자와 시체를 정리해 주십시오."

다른 부대가 있다는 게 이렇게 편리한 일이었다니?

앞으로 내 몬스터 군단은 전투에만 집중하면 될 것 같다. 인간 군대가 이렇게 바로 정리를 해주러 오다니. 이게 바로 진짜 분업이지.

"얘들아! 우리는 성으로 돌아가서 쉬자! 정리는 안나가 해준댄다!"

"케륵! 바로 쉰다!"

"케랴아아악!"

전장정리 안 해도 된다는 말에 다들 기뻐하면서 잽싸게 모여 정렬했다. 그럼 이제 성으로 가볼까 하는데.

ㅡ척척척!

뒤늦게 베라의 여기사가 말을 타고 도착했다. 자기 부하들을 이끈 채로.

"정말 굉장하군요. 역시 여군주님의 아드님이십니다."

"당신은?"

"기사, 카틀레야입니다. 성의 수비를 총괄하고 있지요."

"그렇군요. 그동안 수비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로 끝났으니 정리하고 푹 쉬면 될 겁니다."

"..."

근데 나를 보는 표정이 묘하다.

"예. 그래야겠지요. 헌데... 몬스터를 부린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다크엘프들과 동맹을 채결하고, 그녀들의 기술을 배웠다고."

"별거 아닌 재주입니다."

"겸손입니다. 이렇게 보니 정말 엄청나군요. 몬스터 군대를 이용해서 백작군을 단번에 쓸어버리다니... 게다가 오크 중보병에 라, 라미아? 뱀 인간 기병대라니. 상상도 못 했습니다."

대충 보니까 경계를 하는 듯한 태도였다. 그래. 이런 걸 처음 봤으면 당연히 경계하기 마련이지. 내가 자기 주인의 양아들이라 이렇게 대하는 거지, 아니었다면 불쾌함과 의심을 드러냈을 것이다.

"이런 게 단기간에 가능할 것 같진 않군요."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는 그쯤 합시다. 지금 중요한 건 전리품을 정리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렇군요."

"뭐가 됐든. 여군주님와 성녀님의 군대를 합친다면 백작과 천사들을 몰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것만 생각해 주십시오."

"맞는 말입니다. 그럼."

그리 말한 카틀레야가 안나에게 향했다.

가면서 그녀의 모든 부하들이 내 병사들을 흘깃 바라본다.

그 눈에 서려 있는 감정은 공포였다.

아무리 그래도 이들은 평범한 인간들이다. 몬스터 군단을 보고 경계하는 것이 당연하겠지. 역시 인식이라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케륵. 뫙님. 기분 나쁘게 구는 여기사였슴다."

"그러게."

"저희가 가서 밤에 쓱싹 해옴까? 뫙님 침실에 넣어 드리겠슴다."

"그거는 임마. 형이 명령하면 해줘라."

"케룩케룩."

그래도 명색이 베라의 부하니 허락을 맡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 * *

성으로 돌아간 뒤에는 적당히 숙소를 배분하고 휴식을 취하며 식사를 했다. 이미 내가 물자를 많이 보낸 탓에 보급품에 모자람은 없었다.

"후후후, 쉽네? 인간들의 군대라고 해서 얼마나 강할까 했는데. 꼬마의 군대보다 약하잖니."

렉사벨라가 와인을 들이키고는 기분 좋다는 듯이 말했다.

"저들이 우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 겁니다. 마치 여왕님이 제가 참패한 것처럼 말이지요."

"응. 그럴까. 아니. 그런 거네."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전혀 모르는 전술과 병종... 그걸로 기습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지? 확실히. 적에 대해서 모른다면 대처할 수 없을 테니까. 네 군대는 상상도 못 한 물건이야. 반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딱히 도리가 없네."

"그렇죠. 지금 절 꺾으려면 그냥 무식하게 많은 군대를 투입해서 밀어버리는 것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내 군대가 강하긴 하지만 절대적인 약점이 있다.

그건 규모가 여단 수준이라는 것.

근데 이것도 베라의 군대와 합치면 백작을 충분히 쓰러뜨릴 수가 있다.

"그러네. 아무튼 앞으로도 더 많은 전쟁을 할 거지? 그럼 적들도 더욱 강해지겠네. 대응법을 찾을 테니까."

"그러겠죠."

이건 본격적인 선전포고였다.

백작의 직속 부대를 내 손으로 부숴버린 거니까. 지금부터는 백작과 전면전 상태에 돌입했다고 봐도 좋다.

처음엔 이렇게 병종의 이점을 살려 압승하겠지만, 가면 갈수록 대응책을 찾겠지. 그럼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니 초반에 팍팍 밀어버려야 해.

"아무튼 곧 베라가 올 겁니다. 지금부터는 우리가 힘을 합쳐서 쭉쭉 치고 올라갈 거거든요."

베라의 부대가 움직일 거고, 나는 적절한 판단으로 특정 전장에 들어가서 백작의 군대를 칠 것이다.

사실 둘이 대치만 해도 좋다.

내가 기동 타격대마냥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다 부수면 되니까.

"기대할게."

"기대하십시오."

그렇게 나는 여왕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나왔다. 그럼 내 병사들을 포상해주고. 본대를 기다리도록 하자.

성녀님도 남작성을 부하에게 맡기고 내게 올 것이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제 우리는 백작령을 치면서 들어가야 하는데, 가면서 만난 주민들을 우리 측으로 끌어오기 위해선 성녀님 같은 절대적인 상징이 필요할 테니까.

"좋아."

이제 끝장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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