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생존기-383화 (383/544)

"엘프들은 아주 탁월한 명사수들이다. 게다가 화살에 마나를 담는 녀석들도 있으니 정찰을 할 때는 주의를 해야 할 것이다."

"화살...! 알았어!"

베라의 설명에 세리뉴가 비장한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말했다.

"갑옷을 입고 떠오른다고 해도 녀석들은 날개마저 맞출 수 있는 놈들이지. 그런 만큼 차라리 전면을 가리는 방패를 드는 것이 추천되는데..."

"응! 응!"

"으음... 그러니까..."

세리뉴가 아주 비장한 태도로 베라의 말을 계속 경청한다. 거의 눈이 빛나고 있을 지경이었는데, 아무래도 베라는 그러한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잠깐. 세리뉴. 공중 정찰은 보류하자."

"아니 어째서!"

"위험해. 엘프들의 궁술을 한번 제대로 보고 판단해야겠어. 픽시 정찰은 그다음이다."

세리뉴가 도전 의식을 불태웠지만 나는 엘프와 처음 싸워본다. 저 엘프들은 다크엘프들과는 다르게 문명 수준이 인간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지.

물론 베라가 잘 안다지만 나는 직접 보는 걸 선호한다.

"좋은 생각이다. 뭐든지 직접 확인해보는 편이 좋지."

"그럼 네크리?"

"아, 네! 뭔가 오랜만에 불린 듯한 기분이네요!"

"흐흐흐, 그러게요."

ㅡ총총총.

네크리가 총총총 다가왔다.

"그리고 여왕님도!"

"이 여왕이 정찰?"

"안 하면 혼납니다."

"할게."

"그럼 네크리? 다크엘프들 중에 날랜 애들 뽑아서. 여왕님이랑 대전사들이랑 해서 적들을 좀 정탐하고 오십시오. 세리뉴! 너도 다크엘프들 따라가서 조심스럽게 정찰해!"

"알았어!"

다크엘프들이 문명 수준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피지컬이 딸린다는 말이 아니다. 오늘까지 경험을 쌓은 내 병사들은 한명한명이 특전사나 다름없지.

정찰 임무에 특화되어 있다.

"자, 그럼 네크리? 임무는 간단합니다. 정찰. 적들의 규모와 부대의 형태. 그리고 모습. 장비 수준. 그런걸 체크하시면 되고. 가능하다면 포로를 하나 잡아 오십시오. 여태까지 잘 수행해 왔으니 오늘도 잘할 거라고 믿습니다."

"알겠어요!"

네크리가 힘차게 대답했다.

"그럼 정찰 개시!"

내가 명령을 내린 즉시 다크엘프들이 움직였다.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렉사벨라가 있다면 걱정 없다.

* * *

다크엘프들이 정찰을 끝내고 돌아왔다.

보고에 의하면 적 엘프를 한 마리 사로잡기 위해 작은 교전이 있었다고 한다. 렉사벨라가 잽싸게 하나를 납치해서 기절시킨 뒤에 끌고 오는 중에 화살이 날아왔다고. 물론 렉사벨라에게는 별거 아닌 일이다.

"잘했습니다. 포로가 하나라도 있으면 정보 수집이 쉬워지지요. 얘는 잠깐 재워두고. 네크리? 보고."

"보고!"

곧바로 네크리가 보고했다.

"적들은 대부분이 남성 병사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장비는 대체로 나무 갑옷에 잎사귀를 털처럼 부착한 걸 입고 있었어요."

"으음? 뭐 그렇게 특이한 갑옷을?"

"엘프 전사들 중에서도 계급이 높은 자들이 입는 갑옷이다. 철갑보단 방어력이 낮지만 무게가 가볍지."

"그렇습니까... 네크리? 무기는?"

쭉 보고를 듣는다.

보아하니 투핸디드 소드를 든 엘프 돌격대와 말만큼 큰 근육질의 전투 사슴을 타는 기병대. 거기에 방패와 창으로 무장한 보병대는 물론. 궁수 부대에 지팡이를 든 녀석들까지 있다는 모양이다.

부대의 규모는 식별된 것만 해도 1개 대대 규모다.

놈들이 진을 치고 있어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정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지만, 딱 1개 대대만 지원을 왔을 리는 없으니 적어도 연대 규모는 된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흐음... 어머니? 적 병종에 대한 설명 좀."

이건 베라가 잘 알겠지.

"대검을 든 녀석들은 돌격대다. 마나를 다루는 위험한 놈들이지. 보병진 돌파가 특기이니 주의할 필요가 있고. 거기에 사슴기병은 산을 조금 잘 타는 평범한 기병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팡이를 든 놈들은 정령사들이지. 이 셋은 전부 고도의 훈련을 받은 특수부대다. 주의하도록."

"세상에."

얘들 특수부대도 진짜 만만치 않은데?

대검을 든 새끼들은 보병 진형 돌파 담당이고. 사슴기병들은 훌륭한 망치 역할. 거기에 정령사들까지.

근데 정령사들은 뭐 하는 놈들이지?

"나머지는요?"

"궁수 부대와 보병대. 그리고 보조병들이겠지. 궁술이 뛰어나다는 점을 뺀다면 특별할 것은 없다. 엘프들은 대체적으로 인간보다 강하지만, 그 수가 적은 느낌이 있지. 조심해야 할 것은 적 특수부대다."

"알겠습니다."

대충 알았다.

"그럼 다음 질문. 정령사의 전투력은 정확히 얼마나 됩니까?"

"인간 전투 마법사와 비슷하다. 하지만 더 위협적이지. 그들은 정령을 부린다. 정령들에게 전투를 명령하니까."

명령이라.

"인간 마법사들은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스스로 주문을 외우고 캐스팅을 해야 한다. 당연히 그때는 취약해지기 마련인데, 정령사들은 그런 게 없어. 정령들에게 시키기 때문에 본신이 자유롭다."

"오오. 그런 장점이?"

"또한 정령을 여러 마리 부린다는 장점도 있지. 정령들이 부리는 마법을 주의하라."

"알겠습니다."

나는 잠깐 세리뉴를 불렀다.

"세리뉴. 우리들도 정령들 부려서 썼지?"

"응. 마을에도 쓰고 던전에서도 썼잖아. 근데 정령보단 인간들 설비가 더 좋아."

그래서 정령을 안 쓰고 있다. 아무래도 엘프들이 부리는 정령은 우리가 쓰던 것보다 더욱 진보된 형태인 모양이다.

"보아하니 엘프들이 그것보다 진화된 정령들을 부린다는데. 본 적 없어?"

"으응... 그건 모르겠어."

"그러냐? 오케이. 알았다."

정령에 대한 것도 좀 자세히 볼 필요가 있겠군.

뭐 그렇게 네크리의 보고를 더 들었다. 그러면서 보고를 취합하니 대충 각이 나온다.

특수부대 1개 중대.

보병 부대와 궁수 부대. 그리고 보조병들을 다 합쳐서 3개 중대.

도합 4개 중대가 합쳐진 1대 대대 규모다. 이게 딱 엘프들 기본 편제라는 모양. 식별된 것만 해도 이 정도 수준이니 더 있다고 보는 게 확실하겠어.

"그럼 포로를 심문해보죠. 네크리? 가져오십시오."

"네!"

바로 네크리가 엘프 포로를 데려왔다. 놈은 금발을 지닌 남성이었는데, 뒤통수에 큰 혹이 나 있는 상태다. 우리 여왕님이 대체가 후려갈겨 주신 듯.

ㅡ촤학!

"크힉!"

얼굴에 물을 뿌리자 녀석이 어푸어푸 거리면서 몸을 뒤틀었다.

"일어나, 이 새끼야!"

"으아악! 살려줘!"

"살고 싶다면 아는 걸 다 말해야 할 것이다!"

ㅡ화르륵!

손에 불덩이를 일으키면서 으름장을 놓으니, 녀석이 히익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대답했다.

"뭐, 뭐든! 협조할 테니 부디 살려주십시오!"

이 새끼 말이 잘 통하는 건가?

"어머니. 그럼 심문 좀 부탁하겠습니다. 엘프들 심문 좀 해봤지요?"

"직접 했다기 보다는 그런 명령을 내렸지. 알겠다."

바로 베라가 심문을 시작했다. 별거 없다. 그냥 몇 대 후려갈기면서 존나 물어봤을 뿐이다. 근데 이 겁에 질린 엘프는 아주 그냥 꽥꽥 소리치면서 다 대답했다.

"정찰대가 수집한 정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보의 신뢰도는 높다고 할 수 있겠군."

"그렇습니까."

정보 수집의 기본은 직접 알아보는 것과 이렇게 포로를 심문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한쪽 방법만 신뢰했다간 뒤통수를 맞기 십상이니, 여러 수단으로 정보를 획득한 뒤에 취합해서 정확도를 검증해야 하지.

포로가 우리가 알아본 것과 비슷한 말을 했으니 정보의 정확도는 높다.

"아, 그리고 식별된 부대보다 더 큰 부대가 뒤에 있다는군. 우리측 정찰병이 식별한 것은 선발대일 뿐이다."

"역시."

이건 쓸만한 정보다.

이후로도 베라의 보고를 더 들었지만, 애초에 이 새끼가 말단 병사에 해당 되는 놈이라서 핵심 군사정보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 정도 성과면 충분하지.

"엘프 선발대는 현재 적 성 옆에 있는 산 위에 주둔하고 있는 상태다. 옆에 성이 있으니 포위는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저 산 너머에 후발대가 있는 상태지."

이건 아주 까다롭다.

"알겠습니다. 작전을 짜죠."

엘프들은 우리 못지않은 산전의 달인일 것이다. 그런 녀석들이 성 옆에 있는 산에 자리를 잡고 있다면, 공격하러 가는 게 병신이다. 올라갔다가 큰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해.

그럼 방법은 하나 뿐이다.

성을 공격해 뒤흔들어, 산 위에 있는 엘프들이 내려오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내려온 엘프들을 토벌하거나, 놈들이 내려온 그때 산으로 올라가 고지를 점령하면 되겠지. 적 후발대가 산 너머에 있다고 했으니, 빠르게 고지를 점령하고 대비하는 게 관건이다.

* * *

그리 공격계획을 짠 뒤의 베라의 부대와 합류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계속 합류를 시킨 탓에 대부대가 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놈들은 현재 자리를 잘 잡은 엘프들 때문에 고전 중이다.

제대로 된 공성이 불가능한 상태.

"여군주님을 뵙습니다!"

아무튼 베라의 부하들이 예를 표했고, 베라는 그들을 치하해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상황을 전해들은 베라가 능숙하게 명령을 내리면서 다시 전투배치를 시켰다.

"마왕군 부대를 둘로 나눠야 할 것 같군. 하나는 공성을 지원하고, 다른 하나는 엘프들을 쳐야 한다."

"그러도록 하지요. 아, 그러면 모루 역할은?"

"내 부하들이 할 것이다. 공성을 하고 있으면 엘프들이 방해하러 오겠지. 그 공세를 버텨낼 테니, 큘스 너는 부대를 이끌고 내려온 엘프들의 뒤나 옆을 치거나, 아예 산으로 올라가서 지휘부를 박살 내면 된다."

"좋은 생각입니다."

그것으로 작전의 얼개가 잡혔다.

"흐흐흐, 이거 군대가 있으니까 정말 편하군요? 이게 바로 여군주 빽이라는 겁니까. 아주 그냥 든든합니다."

"나로서는 큘스 너의 그 몬스터 부대가 더욱 든든하게 느껴지는군. 그들은 인간군대가 할 수 없는 것을 능히 해낼 수 있다."

"그건 그렇지요."

그리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ㅡ파닥파닥.

간만에 이블아이가 찾아왔다. 카르티가 보낸 것이다. 최근에는 카르티도 바쁘고 나도 딱히 카르티의 정찰 보고가 필요 없어서 캔슬을 해둔 상태다.

근데 이 타이밍에 온 걸 보면 할 말이 있나 보지.

"아, 카르티! 왔어!"

"응! 도움 좀 주려고! 저 앞에 있는 산을 쭉 둘러봤어! 엘프들이 많이 있던걸!"

"어떻게, 지형은 문제없어?"

"응. 마왕군이라면 무리 없이 올라갈 수 있을 거야. 특별히 험난한 지형은 없었어."

무난하다는 소리다.

함정은 있겠지만.

"그래. 정찰 고마워. 주의해서 올라가도록 할게. 아무튼 카르티? 뭐 전할 소식이 있는 거지?"

"응! 엘프여제를 사로잡을 생각이지? 그 도움을 좀 주려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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