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생존기-385화 (385/544)

모든 작전을 검토한 뒤.

"진격하라!"

전쟁에 능숙한 베라의 군대가 본격적으로 공성을 실시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모든 부대가 다 합류했기 때문에 아주 큰 규모였다. 그래. 공성을 하려면 이런 맛이 있어야지.

엘프들과 수성군이 방어를 한다지만, 이젠 부대의 규모 자체가 달라졌다. 이걸 방어하려면 산 너머에 있는 엘프 후발대. 그들까지 나서야 할 것이다.

그렇게 숨어있던 적 부대가 모습을 드러내면 내 턴이 오는 거지.

ㅡ콰앙!

ㅡ쿠우우웅!

베라의 군대가 메인 공성을 맡는 사이. 나와 내 군대 일부는 공성을 보조했다. 흑마법으로 적의 성문을 부수고, 높게 떠오른 타천사들이 성벽 쪽에 폭격을 가한다.

그것도 모자라서 루미카가 해자의 물을 빼고, 샤란이가 다리로 쓸 식물을 키워낸다.

"막아라아앗!"

"막아! 막으라고오오!"

급박한 전쟁이다. 수성군들 입장에선 적들이 대규모 지원군을 끌고 온 것도 모자라 사술을 부려 해자의 물을 빼고 덩굴로 다리를 만들어낸다.

공포에 휩싸였음에, 필사적으로 화살과 마법을 퍼부으면서 방어를 하려고 할 뿐이다.

물론 우리들은 제대로 방비를 했기 때문에 딱히 통하지 않는다.

"하압!"

다크엘프 소서리스들이 수면의 안개를 소환하거나, 불덩이를 쏴 적측 마법사를 견제하고. 암흑수녀들이 보호막을 쳐서 화살을 방어한다. 나머지는 그냥 철갑을 두르고 방패를 든 병사들이 막아낸다.

아무튼 그리 공격이 집중된 사이.

높이 떠오른 타천사들이 흑염포를 발사한다. 원래 적 궁수와 마법사들이 대공사격을 가하며 견제를 해야 했지만, 해자 쪽에 공작을 부리는 우리를 막아낸답시고 방공망이 비어버린 것이다.

그럼 폭격밖에 없지.

ㅡ콰앙!

ㅡ쿠웅!

"흐아아아아악!"

"아아악!"

폭발과 함께 화제가 발생한다. 적 수비군들이 불에 타면서 성벽 아래로 추락한다.

ㅡ척척척.

베라의 군대가 해자를 메우는 작업을 실시한다. 거기에 뒤쪽에서는 트레뷰셋이 조립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엄정한 군기를 지닌 병사들이 산 쪽을 바라보면서 엘프들을 제대로 견제하는 중이다.

아주 좋다.

이 정도면 충분해.

하지만 결국 저 성을 점령하기 위해선 옆에 있는 저 산을 차지해야 한다. 엘프들이 저기서 지원을 하고 있으니 공성에 애로사항이 생기니까.

바로 지금처럼.

ㅡ파파팍!

ㅡ팍!

"으아아아악!"

산 쪽에서 화살이 날아온다. 엘프 명사수들이 베라의 군대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 군대랑 달리 베라의 병사들은 상대적으로 경갑을 착용한 상태다. 화살비가 내려온다면 필히 피해가 생긴다.

그것도 모자라.

ㅡ척척척.

엘프의 보병대대가 내려오기 시작한다. 그것을 본 전령이 베라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베라가 내게 말한다.

"우리측 보병을 타격할 것이라고 예상된다는군. 저번에도 저렇게 내려온 엘프 대검병들과 사슴기병들이 해자를 메우는 보병들을 치고 도망쳤다고 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그걸 견제하지요."

"부대를 붙여주지."

"네."

바로 베라가 명령했고, 베라의 예비대 중 일부가 방패를 앞세운 채로 진형을 이룬 채 숲 쪽으로 전진한다. 해자에 공사를 치는 병사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럼 가볼까.

"리리엘! 이쪽은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타천사 제외하고 모조리 나를 따르라!"

"케랴아아악! 집합!"

각 지휘관들이 내 명령에 따라 병사들의 진형을 재정비하고 출병준비를 한다.

"이제 엘프들을 치러 간다!"

우리들은 산 쪽으로 진격했다.

* * *

"이종족 연합군이라니... 저런게 가능하단 말인가?"

엘프 지휘관, 필리다르는 턱을 쓸면서 읊조렸다.

엘프들도 정령을 부리거나 저급한 몬스터들을 가축으로 부리긴 하지만, 저것은 그런 것을 초월한 부류의 것이었다. 몬스터들을 군대화해서 종족별 특성에 따라 지휘를 하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원래대로라면 적들에 대해서 더 알아봐야겠으나, 천사마저 병사로 부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산에 짱박혀 있다간 역으로 박살날 것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필리다르는 적의 전력을 볼 겸, 진격을 명령했다. 일단은 해자를 메우려 하는 적 병사들을 공격하면서 간을 볼 생각이다. 몬스터 군대라는 게 특이해 보이긴 하지만 무적은 아닐 테니까.

"대장님. 중급 정령 소환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내려가면 해자 근처에 있는 적들에게 풀도록 해라."

"예."

이대로 보병대를 전진시키고, 중급 정령을 소환해서 공격하면 된다.

소환된 불의 정령은 사라지기 전까지 적 병사들 사이에서 마구 날뛸 것이다. 몬스터 군대라고 해도 중급 정령을 상대하는 것은 어렵겠지.

ㅡ처억.

"인간 보병대가 마주 진격해오고 있습니다!"

"흐음... 인간들이 앞장서는 건가?"

"예! 그 뒤쪽에 몬스터 군단이 따라붙은 상태입니다!"

"알겠다. 대검병단과 사슴기병을 내보내라. 측면과 후방을 공격하도록."

"예!"

대검병과 사슴기병은 엘리트 병종이다. 적 몬스터 군단이 신비롭긴 해도 엘프의 엘리트 병종을 상대로 뭔가 초월적인 전과를 올릴 순 없을 것이다. 이번 교전으로 정보를 모으고 전술을 재정비한다. 그러면 성을 지킬 수 있겠지.

필리다르는 그리 생각했다.

* * *

ㅡ콰앙!

베라의 보병대와 엘프들의 보병대가 격돌했다.

ㅡ채앵!

ㅡ채앵!

"이야아아아아압!"

"크아아아!"

함성소리가 뒤섞이고, 전열의 병사들이 적의 창을 걷어내려 하면서 공격을 가한다. 먼저 힘이 빠지는 쪽부터 무너질 것이다. 무너지기 싫다면 앞 열의 전우가 죽은 즉시 그 시체를 짓밟고 전진해 그 자리를 채우는 수밖에 없다.

"흠."

아직은 무난하다.

제대로 준비된 보병진끼리 충돌한다면 양측 다 피해가 적다. 오래 끌리는 전투인 것이다. 혼란에 빠져 도망치는 적을 도륙하는 거랑은 완전히 다르지.

벽과 벽이 싸우니 루즈해진다. 그런 생각을 한 순간.

"저기! 큰 칼 든 놈들이랑 사슴들이 오고 있어!"

세리뉴가 보고했다.

엘프 보병대의 후방에서 대검병과 사슴기병들이 나타난 것이다. 나는 그들을 주시했다. 대검병은... 보아하니 보병대를 지원할 모양이고. 사슴기병들은 우회해서 우리 측면이나 후방을 칠 생각인가 보다.

"여왕님! 부대원들 끌고 전진! 베라군 뒤에 딱 붙어서 대검병들 들어오면 걷어내십시오!"

"응. 그럴게."

적 대검병은 엘리트 전사들이다. 대검에 검기를 둘러 일방적으로 돌파를 하려고 할 테니, 이쪽도 엘리트 전사를 투입해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와 근데 저 새끼들 양손검 잡고 있는 거 좀 간지나긴 한다. 갑옷에 나무갑옷에 나뭇잎으로 포인트를 넣었고.

아무튼 사슴기병.

ㅡ두두두!

놈들은 예상대로 쭉 우회하는 중이다.

"부릴아! 좌측으로!"

"케륵! 전군! 좌측으로 진형을 이동한다!"

ㅡ두두두!

부릴이가 명령을 내린 순간 고도의 훈련을 받은 내 고블린 보병대가 질서정연하게 측면으로 진형을 이동시켰다. 베라군의 진형 좌측은 우리가 단단하게 지킬 것이다.

올 테면 와봐라.

"크학!"

동시에 비명이 터져 나온다.

"흐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악!"

적 엘프 대검병들이 베라군의 전열을 뚫으면서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과연 강력하다. 준비된 보병 방진을 그냥 뚫으면서 들어오다니. 놈들이 거침없이 대검을 휘두르면서 기이한 기합성을 내질렀다.

"크아아아아아아아!"

"이야아아아아아!"

저 새끼들 존나 무섭네.

나는 베라군의 희생에 애도를 표하며 소리쳤다.

"여왕님!"

"응!"

바로.

대기 중이던 렉사벨라와 대전사. 그리고 다크엘프 특전사들이 후열의 베라군 병사들을 양옆으로 헤치면서 쭉쭉 들어간다.

"아하하하하하하하!"

곧 렉사벨라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ㅡ콰앙!

다크엘프와 엘프들이 격돌한 것이다.

"하아아압!"

나는 그녀들을 지원하기 위해 저 앞에 촉수들을 소환했다. 금방금방 짓밟혀 터져나가는 것이 느껴졌으나, 다급한 상황에서 한 스텝을 빼앗기는 것은 치명적이다.

ㅡ뎅겅!

ㅡ촤하아악!

피가 흩뿌려진다.

주로 엘프 대검병들의 피가.

그럼 저긴 여왕님한테 맡기고.

"난 이쪽을 봐야지."

ㅡ투두두두!

ㅡ투두두두!

ㅡ투두두두!

저쪽에서.

우회한 사슴기병들이 이쪽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해오고 있었다.

"임숭아! 그리고 세리뉴! 사격 개시!"

"끄르르륵!"

"응!"

준비했던 대로 임프들이 마법의 광선을 쏘고 윈드커터를 날린다.

ㅡ푸샤아아악!

직사로 날아가는 치명적인 마법. 이게 사슴기병들에게 얼마나 통할까?

ㅡ콰앙!

딱히 통하진 않았다. 녀석들이 마법으로 연녹빛 보호막을 전면에 둘러 죄다 방어했으니까.

"끄르륵?! 모왕님!"

"세상에!"

"역시 안되는구만. 사격 중지다."

사슴기병들은 엘프 전사들 중에서도 엘리트라고 했다. 저런 식으로 보호마법을 이용해 공격을 방어하면서 돌진할 수도 있지.

게다가.

ㅡ화르륵!

놈들이 들고 있는 기병창.

거기에 푸른 마나가 둘러지기 시작한다.

"크아아아아아아!"

"이야아아아!"

ㅡ투두두두!

보호막과 검기를 두른 사슴기병들이 안광을 터트리면서 함성을 내지른다. 사슴은 근육질이었고, 위협적인 녹용을 지니고 있었다. 저거랑 충돌한다면 일반적인 보병진은 그야말로 박살이 나겠지.

제아무리 철갑을 두른 보병이라고 해도 마나가 담긴 기병창에 찔린다면 갑옷째로 터져나갈 것이다.

마나를 다루는 전사들은 그토록 위험하다.

"죽어라아아아아아!"

선두의 사슴기병이 맹렬히 소리친다.

"근데 말이야... 우리 애들도 마나 다룰 수 있어."

ㅡ콰앙!

큰 폭발음이 들려왔다.

아니.

충격음일까.

"커헉...?!"

사슴기병은.

마나가 담긴 자신의 창으로 우리 고블린 보병대의 창날을 절단내면서 돌파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 어떠한 종류의 방어를 거부하는 파멸적인 돌진으로서.

하지만 그것은 적이 일반병이었을 때의 이야기다.

"케랴아아아아아악!"

"죽여라! 죽여라아아! 케륵!"

"케르으으윽!"

내 고블린 병단 선임라인. 전열에 배치된 가장 노력한 병사들인 그 녀석들은, 짧은 시간이지만 무기에 마력을 담을 수가 있게 될 정도로 성장했다.

그리하여 사슴기병들의 돌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케르으으으으윽!"

내 고블린들이 마력이 둘러진 창과 방패로 돌진을 막아내고 역으로 놈들을 찔러 죽였으니까!

"크학...!"

"커허어어억!"

관통되고 절단난 사슴기병들이 진형 앞에서 꼬치처럼 꿰어진 채 쓰러진다!

"크아아아아아! 전진! 전진하라, 무적의 고블린 용사들이여!!!"

"케랴아아아아아악!"

사슴기병들을 몰살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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