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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387화 (387/544)

"이겼다에여!"

플랜트 타워들의 활약을 지켜본 샤란이가 만세를 부르면서 폴짝 뛰었다. 그 순수한 기쁨만큼이나 나 역시 기뻤다.

"흐하하하하하! 방어선이 무너졌다! 계속 진격하라!"

"케랴아아악!"

엘프들이 세워둔 방어선은 그냥 식인 식물원 비슷한 무언가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우리들에게 우호적인 식물원이다.

"게레렉."

"츄르르륵."

엘프들의 시체로 포식한 식물들이 자리에 드러눕는다. 아가리에 들어간 고기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으면 힘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인 식물들은 저렇게 땅에 엎드린 채로 식사를 한다.

그 모습이 잘 놀다가 들어와서 힘이 빠진 강아지를 보는 것 같아 몹시 귀여웠다.

"케르윽!"

"케략! 진격하라!"

"하압!"

고블린과 다크엘프들이 질서정연하게 등산을 실시하고, 임프들이 뒤따랐으며, 코볼트들이 후방과 측면을 잘 바쳐준다. 거기에 픽시들은 조심스럽게 날아올라 주변을 살피는 중이다.

"방어선이 하나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올라가면서 동일한 전투를 계속 치러야 하겠지. 그 씨앗들을 낭비해선 안 된다."

바네사가 조언했다.

"물론 그럴 겁니다. 저게 타워들인 만큼 끌고 갈 수가 없으니까요. 한번 설치하면 거기서 끝인데 아껴야죠."

골렘을 소환한다면 이동식 타워로도 쓸 수 있지만, 골렘은 산 위에 있는 적의 고지를 공격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부적합하다. 이미 점령한 고지를 방어하는 데는 쓸만하겠지만 등산 전투는 무리지.

하지만 우리에겐 골렘이나 플랜트 타워 같은 것보다 더욱 쓸만한 것이 있다.

"마왕아! 쥬리아가 준비됐대!"

저 옆쪽에서 날아온 픽시가 보고했다.

"어! 그러면 이제 올라가라고 전해줘!"

"응!"

저 옆에서 쥬리아가 대기 중이다.

참고로 츄렐이는 이번 전투에 참전하지 않았다. 산악전에서 한번 써먹어 보려고 훈련을 시켜봤는데, 글쎄 얘가 산에 올라가지는 않고 근처에 있는 나무들만 존나 포악하게 때려 부수면서 포효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래도 지나가다가 나무가 걸리는 게 극도로 짜증 났던 모양이다. 그래서 실전에선 써먹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이번엔 라미아들만 출전하기로 했다.

현재 쥬리아는 내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내가 명령한 즉시 잽사게 산을 타고 올라가 엘프들의 방어선을 휘저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예상했고.

그 예상은 실제로 들어맞았다.

박살난 1차 방어선에서 탈주한 엘프들이 위로 도망치고, 우리 보병대가 그들을 추격하면서 올라간다. 자연히 엘프 2차 방어선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후퇴한 병사들을 수습하고, 보고도 듣고. 그리고 예상보다 강한 적이 신묘한 수단을 사용한다는 점을 인식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당연히 시간만 있다면 대처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캬하아아아악!"

"쉬이이익!"

우리가 쉼 없이 전진했다는 것이다.

정면을 맡은 고블린 보병대가 올라가는 사이 라미아들이 들이닥쳐 방어선의 측면을 박살냈다.

"으아아아악!"

"아아악!"

라미아들은 원래 다크엘프들과 정글에서 싸우던 종족이다. 그런 여자들이 내 힘으로 강화되었고, 전문적인 집단 훈련을 받았다. 그런 존재들이 엘프들과 맞붙었다?

결과는 뻔해.

"캬하아아악!"

ㅡ촤학!

라미아들이 우월한 피지컬을 이용해 곡도를 휘둘러대면서 엘프들을 사냥했다. 그 틈을 타, 우리들은 완전히 2차 방어선을 넘어갔고, 질서정연하게 방어군들을 도륙했다.

"적절한 곳에 적절한 병력을 배치한다. 그거면 끝나는 일이지. 모조리 때려 부숴라! 오늘 우리들은 정상을 점령한다!"

"케르윽! 뫙님께서 승리를 명령하셨다!"

"케랴아아악!"

이대로만 가면 스무스하게 끝낼 수 있을 것이다.

* * *

모든 예상은 빗나가고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엘프 지휘관, 필리다르는 그리 생각하면서 참상을 보았다.

"으윽...!"

"너무 아파, 크학!"

1차 방어선과 2차 방어선.

두 개의 방어선이 순식간에 파괴되었다. 적들은 잘 준비해둔 방어선을 지푸라기 자르듯이 자르면서 올라왔단 말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필리다르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옛날에 멸종한 드래곤이라도 불러냈단 말인가!"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완벽한 패배의 연속이었다. 아까 보냈던 사슴기병대는 전멸했으며, 대검병단 역시 박살이 났고, 심지어 화염 정령까지 별다른 전과 없이 소멸했다.

그것도 모자라 모든 방어선이 붕괴한바, 이제 남은 것은 정상의 지휘소 말고는 없었다.

이게 자그마치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다. 필리다르는 엘리트 병종은 물론이고 방어선과 거기를 지키는 병사들까지 모조리 다 잃어버리고 말았다.

"드래곤이 아닙니다! 보고에 의하면 강력한 오크 군대! 거기에 라미아들과 다크엘프들의 연합군이라고 했습니다! 심지어 놈들은 기묘한 사술까지 부리고 있습니다! 발밑에서 식인식물이 자라난다고 했습니다!"

부관이 소리친다.

"지금으로선 대처할 수 없습니다! 후퇴해야 합니다!"

"알겠다."

여기서 후퇴한다면 성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후퇴하지 않는다면 전멸이다.

이런 게 현실이라니 믿을 수 없다. 그러나 믿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현실이니까.

"안일했다."

적들의 초월적이고 신묘한 전투력을 보고 나니 그제서야 깨달았다. 적들이 엘프보다 강하다는 것을. 이 이종족 연합체는 상상 이상의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 오직 상상만으로 가능했던 것을 행하고 있단 말이다.

필리다르는 패배를 인정했고, 후일을 기약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했다.

적들의 병종. 수단 등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모든 엘프들에게 알리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일 것이다.

적에 대해서 몰랐기 때문에 완패했다.

분석한다면 이길 수 있다.

필리다르는 압도적인 패배의 굴욕을 씹어 삼키면서 소리쳤다.

"후퇴하라! 후발대와 합류한다!"

"알겠습니다!"

정상의 엘프들이 지휘소를 버리고 후퇴했다.

* * *

가장 격렬한 전투가 예상되었기에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정상에는 적들의 본진이 있으니까.

근데 존나 긴장해서 올라가니.

"이게 무슨?"

존나 텅 비어 있었다.

죄다 도망쳐버린 것인지 방어선을 부수면서 올라갔을 것이 분명한 패잔병들조차 보이지 않는 상태다. 이게 대체 무슨 조화냐? 바로 세리뉴한테 정찰을 부탁하니.

"쟤들 내려가고 있어!"

그런 말을 듣게 되었다.

"와. 여기서 철수각을 본다고?"

그것도 아주 신속하고 질서정연한 후퇴였다. 그 덕에 적 지휘부는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은 채 완벽하게 도망칠 수 있었다.

"흠."

빠른 판단이다. 싸운다면 질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정확하다. 아무튼 내려간다면 쫓아갈 수가 없다. 저 아래엔 엘프들의 후발대가 있다고 했으니까.

지금 적들의 규모도 잘 모르는데 막 내려갔다간 크게 피를 볼 것이다. 심지어 내 부하들은 연속적인 전투를 치른다고 피로해진 상태지. 오늘 전투는 여기서 마무리 하자.

근데 고생은 좀만 더 하자.

"방어선을 구축하라!"

일단 방어선부터 구축하고 교대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고지전이라는 말이 있다. 놈들이 다시 고지를 빼앗기 위해 지랄을 할지도 모르니 바로 방비를 해야 해.

만일 엘프들이 다시 고지를 점령하려 온다면, 완전하게 준비된 우리와 싸워야 할 것이다.

"샤아!"

"케륵!"

내 병사들이 능숙하게 방어선을 형성했다. 간단한 바리케이트와 목책. 그리고 플랜트 타워를 배치했고, 나는 단단한 골렘을 만들어서 곳곳에 배치했다.

"후우! 즐거운 전투였어요! 역시 엘프를 사냥하는 건 즐겁네요!"

쥬리아가 활기차게 말했다.

"흐흐흐, 잘하셨습니다. 어떻게. 부상병은 얼마나 나왔습니까?"

"갑옷이 참 좋더군요. 부상자는 다수 나왔습니다만, 바로 후송했으니 안심하시길."

"아주 좋습니다."

나는 옛날에 라미아들이 정글 바깥에서는 크게 쓸모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명백한 오판이었지. 라미아들의 산악기동 능력은 정말 엄청난 것이었다.

물론 라미아들이 적 기병대랑 평야에서 정면으로 맞붙은 적은 아직 없다. 내 생각에 그건 확실히 딸리니까.

근데 산지에서 움직일 수 있는 기병이라니. 너무 무섭다.

"마앙님. 일이 아주 잘풀렸다에여."

"흐흐흐, 그러게 말이다. 샤란이 고생했다."

"간만에 활약해서 좋았어요! 샤아!"

"그게 최고지!"

이뻐 죽겠다.

"저기, 마왕. 나도 활약했어."

"이야! 루미카 장하다!"

본격적인 공성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샤란이와 루미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좋군. 아무튼 베라에게 승전보를 보내야 한다. 지금이라면 공성에 집중할 수 있겠지."

"물론 그래야지요. 세리뉴!"

"응!"

"잠깐 기다려!"

나는 종이에 메세지를 쓴 다음에 세리뉴의 손에 들려줬다. 바로 승전보가 전해질 것이다.

* * *

그렇게 우리들은 고지를 사수했지만, 딱히 엘프들이 쳐들어오는 일은 없었다. 놈들은 마치 성을 포기한 것처럼 더욱 멀리 후퇴했을 뿐이다.

그렇기에.

"우와아아아아아!"

공성은 말 그대로 식은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성 바로 옆에 있는 산을 점령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두 개가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면 난공불락의 요새나 다름 없지만, 엘프들은 우리의 힘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압도적으로 격파당했다. 그럼 끝난 거지. 고지를 선점한 우리들은 성을 향해 화살과 불덩이를 퍼부으면서 겐세이를 놓았고, 그 틈을 타 베라의 군대가 본격적으로 공성을 실시했으니.

정말 단기 간만에 성을 점령할 수 있었다.

"축배를 들어라!"

"야호!"

"와아아아아!"

이것으로 우리 영토와 인접해 있는 백작의 모든 성을 수중에 넣었다. 백작 이 새끼 속이 많이 쓰릴 거다. 이 상태로 진격만 쭉쭉 한다면 곧 목에 칼이 들어올 테니까.

"몬스터 군단이 참 강력하군. 후후후, 이제 곧이다. 곧 백작의 목에 칼을 박아넣을 수 있겠지."

"그리하면 다음은 천사들 차례입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천사들은 여성으로 이루어진 종족... 어쩌면 백작보다 더 쉬운 상대가 될 것 같습니다."

"뭐, 그렇기는 해도 천사들의 세력 9할은 인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천사들이 인간들을 세뇌하고 지배해 부리는 형편이니까. 백작이 해오던 일을 우리가 대신해야 하지."

그것도 그렇군.

뭐 그래도 천사들만 손에 넣는다면 별것도 아닌 일이지.

아무튼 우리들은 성을 점령한 김에 재정비를 하면서 엘프들을 경계하고, 또 다른 곳에 있는 베라의 부대와 연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 있으니.

"야. 엘프 외교관 왔다는데?"

성에서 정무를 보던 레이카가 문서를 가져왔다.

"벌써 왔다고요?"

"어. 사절단이 곧 온다더라. 일단 엘프라서 전령을 잡아뒀는데... 어쩔래?"

"이야기를 좀 들어보죠."

일단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 이 외교관이 저번에 말한 그, 여제의 자매이자 세계수 무녀인 메르하라는 녀석입니까?"

"아마 그럴 거라고 추측된다."

"그렇군요."

뭐 일단 엘프 무녀라고 하니 따먹으면 되겠지. 적당히 조교하면서 여제와 엘븐 포레스트에 대한 정보를 뽑아내면 될 것이다.

"아."

이거 엘프여성과 섹스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자지가 묵직해진다.

그것도 무녀라니.

분명 아름답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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