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카르티한테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큘스오빠라면 사용할 수 있을 거야. 많이 강해졌으니까. 우선 설명하자면, 이 아티팩트에 힘을 채워넣기만 하면 돼. 그러면 바로 발동돼."
"좋아."
나는 격발용과 출구용 순간이동 아티팩트를 잡고 내 마력을 흘려 넣었다.
ㅡ꾸물꾸물.
농도 짙은 마력이 아티팩트에 흡수된다. 그러자 장치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동시에 느껴지는 것은, 신비한 마법의 기운.
"오오."
"됐다! 이제 시험해봐!"
"좋아!"
나는 바로 출구용 아티팩트를 복도에 두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격발용 장치를 잡아 들었다.
"눌러!"
"누르기만 하면 된단 말이지. 좋아. 누른다!"
그렇게 누른 순간!
ㅡ지이잉!
장치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일종의 게이트 비슷한 급격하게 생성되었다. 그와 함께 빨려들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들, 어?
ㅡ팟.
꺼졌다.
"뭐야?"
"아아! 큘스오빠! 살짝 모자랐나 봐!"
"이런. 힘을 더 키워야 한다는 건가?"
"응... 근데 문제없어! 큘스 오빠의 힘을 강화하는 아티팩트도 준비되어 있으니까!"
"아! 그렇구만!"
마침 그걸 받은 참이었지. 역시 마계다. 이렇게 빵빵하게 지원해주니 정말 편하기 그지없지. 절로 감탄이 나온다,
"근데 귀걸이네."
"응. 귀에 끼면 돼. 끼로 바로 큘스 오빠 귀에 들러붙을 거야."
"잠깐. 들러붙어? 이거 좀 무서운데."
"괜찮아. 문제없으니까. 어서 장착해줘."
"좋아."
조금 사악하게 생긴 검은 귀걸이를 잡고.
귀에 댄 순간.
ㅡ뿌득!
"큽!"
귀걸이에서 뿌리가 뻗어져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그대로 내 귀랑 동화가 되었다. 통증이 살짝 느껴졌지만, 이물감은... 없나? 만져보니 처음부터 그랬다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하다못해 귀에 딱지가 붙은 느낌조차 들지 않아.
"어때? 큘스 오빠? 뭐가 좀 느껴져?"
"내 힘."
바로 힘을 발휘해 보았다.
그러자.
ㅡ고오오.
보다 쉽게. 아니. 정확히는 같은 양의 마력으로 낼 수 있는 힘이 증가했다고 해야 할까? 마력방출의 효율성이 소폭 증가했다.
"어! 좀 좋아졌어! 같은 양의 마력으로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
"바로 그거야! 큘스 오빠의 힘이 강해졌다는 증거지! 그럼 다시 시험해봐!"
"오냐!"
나는 다시 한번 순간이동 아티팩트를 사용했다.
결과는.
ㅡ우우웅!
격발기를 누르자 주변에 게이트 같은 것이 쫙 생겼다.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저 안에 들어가면 바로 이동이 된다는 거겠지.
"들어가면 돼?"
"응! 근데 빨리 가야 해! 게이트 유지 시간이 길지 않아! 아, 그리고 큘스오빠와 링크된 존재들도 함께 넘어갈 수 있어!"
"그래? 샤란아!"
"샤아?"
ㅡ꽈악!
샤란이의 손목을 잡은 순간.
"샤앗!"
우리는 그대로 게이트 안으로 빨려 들어갔고.
"마앙님?!"
복도로 나오게 되었다.
"성공이다!"
이게 바로 성공하네! 근데 이거 좀 강림의식 했을 때 같은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마앙님. 순간이동 했다에여?"
"바로 그거야!"
"성공 축하해, 큘스오빠. 이제 힘의 잔량을 확인해봐!"
"잔량... 어? 소모가 거의 안 됐네?"
"거리가 짧아서 그래. 멀수록 더 많이 소모될 거야. 그래도 걱정마. 중간계에서는 거의 다 가능할 테니까."
"그럼 됐어."
이거면 충분하다.
아무튼 마지막 남은 아티팩트.
그것을 확인했다.
"이건 세계수의 힘을 약화시키고 동시에 큘스오빠를 숨기는 아티팩트! 팔찌니까 착용해줘!"
"오케이."
바로 팔찌를 착용했다. 그냥 검은색 바탕에 붉은 보석이 박힌 아티팩트다. 기이한 힘이 느껴지긴 하는데... 잠깐. 문양이? 나무가 막 새겨져 있다.
"거꾸로 된 세계수야. 과거 마족들이 중간계에서 활동할 때 엘프들과 싸웠다는 기록이 있어. 그때 사용하던 오래된 물건이지."
"흥미롭네."
그럼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고마워, 카르티. 이거라면 엘프여제를 사로잡을 수 있을 거다."
"으응? 그게 무슨?"
바로 카르티에게 설명해줬다.
"아앗! 그렇다면...! 이제 큘스오빠가 중간계를 점령하는 것도 금방이야!"
"흐흐흐, 그렇지?"
이야기를 다 들은 카르티가 즐겁게 소리쳤다. 자, 그럼. 작전을 짜보도록 할까.
* * *
"하아압!"
비키니 아머를 착용한 엘프 근위대원이 목검을 든 채 날 향해 뛰어온다. 제법 괜찮은 움직임이었고, 옛날의 나였다면 두들겨 맞을 것이 뻔했지만.
"촉수소환."
능숙하게 촉수를 소환해 근위대원을 붙잡아 움직임을 봉쇄한다.
"큿!"
"이렇게 촉수를 소환해 움직임을 봉쇄하고."
그리고 땅을 박차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서.
"마족세뇌술!"
"앗!"
ㅡ팟.
새로 개발한 스킬인, 마족세뇌술을 전개해 근위대원의 이마에 박아준다. 그렇게 내 손가락 끝에서 만들어진 분홍색 마력의 구슬이 주입되었다.
"응앗...!"
주입된 즉시, 근위대원이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더니.
ㅡ처억.
차렷자세를 취한다.
무표정한 얼굴.
그 눈은 흐리멍덩해진 상태다.
"..."
"당신은 아무것도 못 본 겁니다. 나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알겠습니다. 마왕님."
완전히 인형이 되어버린 근위대원이 대답했다.
"그럼 세뇌 해제."
"으, 으응? 마왕님?"
해제하자마자 정신을 차린 근위대원.
"가서 일 보십시오."
"아, 네..."
좋다.
"엘프 근위대 상대로는 문제없이 잘 먹힌다."
많이 강해져서 이런 것도 가능해졌다. 이 정도라면 엘프여제를 지키는 근위대원들도 무리 없이 제압 가능할 것이다. 여제의 근위대는 전원 여성이라고 했으니 두려울 것은 없지.
그럼 이제 작전을 짜보자.
"무녀님. 저는 여제와 접촉할 거고. 그녀를 취할 겁니다. 알겠습니까."
"성심성의껏 돕겠습니다. 마왕님."
"그럼 작전을 짜죠."
ㅡ스윽.
종이를 꺼냈다.
나는 엘프 신역에 침투해서 여제를 따먹을 거다. 그러기 위한 지도가 필요하지. 무녀는 텔레포트 시작 지점부터 시작해서, 여제의 거처. 그리고 신역으로 이어지는 길. 그것을 간략하게 그리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구조 파악은 충분할 거에요. 일단 여기가 근위대 본부이고... 여기가 신역으로 가는 길이죠."
"흐음."
상당히 크다.
근위대도 많고.
그래도 근위대는 걱정 없다. 다 제압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근위대 1개 소대가 전부 내게 세뇌를 당하지 않았는가. 함께 넘어가면 문제없을 거다.
"당연히 보안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에 출입은 비밀스러워요. 가자마자 근위대원들이 반겨주겠죠."
"거기서 작은 교전을 일으켜야겠군요."
적 근위대를 일제히 덮치고 제압해서 빠르게 세뇌한 뒤에 근위대 본부로 침투하면 된다. 거기서 근위대원들을 전부 내게 물들인 다음, 여제의 일정을 보다가 신역으로 향할 때 사로잡으면 되겠지.
망하면 탈출장치로 도망치면 되는 거고.
"그렇게 하시지요."
"좋습니다."
그렇게 나는 무녀와 함께 사악한 음모를 꾸몄다.
* * *
"너무 위험해...!"
회의실에서 여제보쌈 작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니, 세리뉴가 책상을 치면서 일어나 말했다.
"지휘관이 적진에 홀로 침투하겠다니! 군사적으로 봤을 때 최악이야! 말이 안 돼! 가지마아앗!"
"아이고, 세리뉴. 이제 그런 것도 알아?"
마냥 바보일 줄 알았는데 세리뉴도 장군이 다 됐다.
"네가 군사지식을 알려준 거잖아! 내가 모를 것 같아! 아직 신뢰성이 낮은 엘프 근위대만 끌고 가는 건 사실상 혼자 침투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것도 적 본진에!"
ㅡ출렁!
세리뉴가 자신의 무거운 젖가슴을 출렁이면서 내게 삿대질을 하며 지적하듯 말했다. 정말 너무 올바르고 이성적인 판단이라 감개가 무량하다.
세리뉴가 이렇게 커버렸다니.
"못 오면 어쩌려고! 주군을 잃은 신하가 되어버려! 이 작전은 반대야! 위험해!"
"세리뉴. 걱정마. 정 안되면 여기 탈출장치가 있으니-"
"잡아!"
"마왕이 말려야 해!"
"말리자!"
"무모한 작전이야!"
ㅡ부웅!
"억!"
바로 왕가슴 픽시들이 날아와 내 몸을 붙잡았다!
"케륵케륵! 맞슴다, 뫙님! 그런 침투는 왕이 할만한 게 아니라 공작원이 해야 함다!"
동시에 부릴이가 말했다.
"내가 공작원이야 임마!"
"케르으윽! 뫙님 잘못되면 저 못삼다! 이 작전 재고해 주십쇼!"
"끄르르륵! 모왕님 위험하다!"
"이럴 수가!"
이 녀석들 이거 마왕인 날 걱정해주는 것이다.
그 마음이 정말 감동스러워서 눈물이 다 나온다.
그래.
내게는 날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사랑스러운 부하들이 있다. 이 부하들과 평생 잘먹고 잘살아야만 해.
그러기 위해선 여제를 취해야 한다.
"야, 야. 얘들아. 형이 언제 이상한 짓 하는 거 봤냐? 다 될 거 같으니까 하는 거라고. 걱정하지 마."
"그래두우!"
"뫙님!"
안심을 시켜줬지만 쉽사리 믿질 못한다.
하긴.
나였어도 주군이 공작임무를 수행하겠다고 하면 말렸을 테니까.
"하아... 새끼. 엘프여제 따먹겠다고 무모한 짓 하기는. 내가 봤을 땐 존나 위험해. 이 새끼야. 뭐 하나 신뢰 가는 게 없잖아."
"그것도 그렇긴 한데요."
작전도 잘 짰고 여차하면 탈출장치도 있다.
마계를 백퍼센트 신뢰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카르티든 여공작이든 내가 없어지면 곤란해진다. 그러니 장치에 문제는 없을 터다.
"너. 그것만 기억해. 만약 네가 없어지면... 네 여자들. 어? 색욕에 미쳐있는 모든 여자들의 주인이 없어지는 거라고. 그 꼴 보기 싫으면 조심히 행동해."
"허억! 레이카님! 그렇게 걱정해주시는 겁니까!"
"닥쳐."
진짜 삐졌다는 듯이 말하고 있다. 확실히 위험한 작전이니 그러는 거겠지.
"샤아... 마앙님. 정말 괜찮다에여?"
"그래, 마왕. 못 돌아올까 봐 걱정돼."
샤란이에 루미카까지.
그럼 할 말은 하나뿐이다.
"나를 믿어라!"
마왕의 선언!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거다! 더욱 강해져서 돌아올 테니, 기다리고 있어! 이것만 성공하면 우리는 더 강해진다! 다가올 전쟁에서 완벽하게 승리할 수 있어! 그럼 우리 마왕군 태평성대라고!"
모든 것은 너희들과 함께 잘 먹고 잘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