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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393화 (393/544)

침투 작전을 실행하기에 앞서, 더욱 철저하게 준비를 했다. 그 준비란 것은 끝없는 작전 회의와 단련이다.

"사실 괜찮습니다. 엘프들 궁전에는 남자가 없어요. 전원 여자입니다. 그렇다면 최악의 경우, 제가 근위대를 이끌고, 적 근위대원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면 됩니다."

여자만 있는 공간에 떨어진 인큐버스는 말 그대로 무쌍 전략 병기라고 할 수 있다.

적 여성들은 아군이 순식간에 적이 되어버리는 경험을 아주 많이 할 것이다. 물론 조교하는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조금 무리한다면 금방이라도 가능하다.

"남자가 있다면 어쩔 생각이지?"

바네사가 말했다.

"있을 수가 없어요... 저는 세계수 무녀로서 여제님의 최측근이며, 궁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으니까요. 남성 엘프가 있다면 진작 알아챘을 거예요."

무녀의 대답.

"흐음. 그렇느냐? 무녀 그대는 그리 생각한다고 해도, 궁전에는 더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느니라."

"맞는 말이다. 그리 생각하는 게 타당하지 않겠나."

성녀님의 말에 베라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인다.

"큘스 네 자신감은 알겠지만, 이런 작전인 만큼 안일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남성 경호원이 없을 거란 생각을 배제하도록."

"흐음... 알겠습니다."

타당하다.

"모두 남성 경호원을 걱정하는 것이로군요. 제가 알기로 여제님을 지키는 건 전부 여성들이에요. 하지만... 강한 존재들도 있죠. 이를테면 근위대장 같은."

"흠."

근위대장이라.

사실 지금 우리가 남자라는 포커스에 맞춰서 생각해서 그러는 거지, 중요한 건 성별이 아니라 강함이다. 그게 걱정이 되는 거지. 근데 뭐 그렇다고 해도 도망칠 수단이 있으니 문제는 없다.

"야. 그 아티팩트가 갑자기 먹통이 되면? 끝장인 거 아냐? 그 생각도 해야지."

"타당합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

쭉 생각하고 있으니.

"흐응, 이거 실력 있는 호위가 필요할 것 같은데."

렉사벨라가 말했다.

"이 여왕님이 따라갈게. 어때?"

"네?"

"문제없을걸?"

우리 여왕님이 따라간다고?

"하지만 다크엘프는 너무 눈에 띄는."

"그렇게 따지자면 우리 꼬마도 마찬가지 아니니?"

"아."

"어차피 한 명을 숨기나 두 명을 숨기나 큰 차이는 없을 거란다."

그건 그런가?

사실 내 옆에만 딱 붙어있는다면, 한 명을 숨기든 두 명을 숨기든 크게 차이는 없을 것 같긴 하다.

"이 중에서 우리 꼬마를 호위하고, 단신으로 적 부대를 격멸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건, 이 여왕님밖에 없어."

렉사벨라게 자신만만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침투 작전인 만큼 전력을 최소화해야만 해. 그렇다면 전투력이 가장 강한 이 여왕님이 따라가는 게 낫겠지. 고작해야 한 명 추가되었다고 들킬 일이라면... 애초에 혼자 가도 마찬가지겠지."

그 말이 끝나자.

"확실히. 그대라면 안심이 되겠구나."

"마왕성 최강자니 말이지. 렉사벨라가 따라간다면 충분하겠군."

"맞는 말이다."

"뭐, 여왕이라면 문제없을 것 같기도 하네."

모두가 동의를 표했다.

ㅡ스윽.

내 옆으로 온 여왕님이 내 허벅지를 쓸었다.

"응? 옆에 딱 붙어 있을게. 함께 가는, 아니지. 무조건 따라갈 거야. 위험하게 만들고 싶진 않으니까. 알겠지?"

"그럼 뭐. 알겠습니다. 이거 든든하군요. 같이 가도록 하죠. 여왕님."

"잘 선택했어."

결코 그 현장에서 새하얀 엘프여제와 구릿빛 피부를 지닌 다크엘프 여왕을 동시에 따먹고 싶기 때문만은 아니다.

든든한 호위병이 있다면 나도 안심이니까.

그렇게 회를 끝마치고 나왔다.

"샤아, 마앙님."

"어. 샤란이 왜."

걷고 있으니 샤란이가 옆으로 왔다.

"사실 샤란이가 지켜주고 싶었다에여."

"아."

자책하는 듯한 얼굴과 말투.

이건... 참을 수가 없다.

"근데 샤란이는 여왕보다 약한..."

"괜찮아, 샤란아. 샤란이는 다른 능력이 많잖아."

"샤아..."

"여기서 기다려줘. 나는 말이지. 집에서 샤란이 네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힘을 낼 수가 있으니까."

그리 말하자면 샤란이의 잎사귀를 만져줬다.

"샤앗...! 마앙님!"

"그치?"

"샤아! 네! 그럼 집에서 마앙님 기다리고 있을게여!"

"흐흐흐, 고맙다. 샤란아."

집에서 샤란이가 기다리고 있는데 당연히 와야지.

솔직히 샤란이는 특별히 소중하다.

* * *

그렇게 모든 준비를 끝냈고.

작전 결행일이 되었다.

"침투를 시작해볼까."

오늘은 무녀와 엘프 근위대. 그리고 렉사벨라를 이끌고 그 비밀의 텔레포트 장소로 향할 것이다. 그곳은 극비 구역이기 때문에 중간에 누가 따라붙을 일도 없다고 한다.

광활한 숲의 길잡이나 다름없는 무녀가 직접 안내하는 것이니까.

"잘 다녀와!"

"뫙님! 조심하십시오!"

"마왕! 잘 갔다 와야 해!"

"마앙님 화이팅! 샤아!"

"어!"

배웅해주는 내 식구들에게 인사해준 뒤에.

"그럼 출발할게요."

여정길에 올랐다.

ㅡ저벅저벅.

일단은 걸어서 출발이다. 중간에 탈것을 불러내 탑승할 거고, 숲에 가까워지면 흔적을 지우기 위해 다시 걸어서 가는 형식이다.

이거 시간이 꽤 걸리겠는걸.

그래도 엘프 근위대들은 다들 훈련받은 데다가 튼튼해서 행군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마침 운이 좋았어, 큘스오빠. 이쪽도 텔레포트를 사용할 수 있으니 크게 위험하진 않을 거야."

카르티의 이블아이가 따라붙었다.

"바로 엘프여제를 취하고 휘하에 둔다면 중간계를 지배하는 것도 금방이겠지. 아무도 넘볼 수 없을 거야."

"흐흐흐, 그렇겠지."

엘프들의 세력은 강하다.

내가 이 왕국을 먹어 치우고 천사들까지 손에 넣는다면 나는 말 그대로 인간과 엘프. 천사. 그리고 다른 이종족까지 전부 지배하는 마왕이 된다.

저 바깥에도 다른 인간 왕국들이 있지만, 우리 마왕군을 상대할 수는 없을 터다.

"그렇게 천사들을 끝장내고 마계와 중간계를 연결하면...! 우리 벨라크루 혈족이 마계를 지배할 수 있을 거야!"

"..."

카르티와 여공작의 목적이 바로 그것이다.

중간계를 점거해 그곳을 일종의 돈줄 비슷한 것으로 삼고, 중간계의 고혈을 빨아서 혈족의 힘을 키워 다른 마족들을 압도하는 것.

물론 그리되면 기껏 내 것으로 만든 중간계가 씹창나고 말 것이다.

"아, 카르티. 근데 어머니는?"

"요즘 바쁘셔. 많이. 대화할 시간도 없네. 그래도 대견하단 말을 전해달라고 하셨어."

"그렇단 말이지."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쭉쭉 이동했다.

"후후후, 즐겁네."

"여왕님?"

"평생을 그 정글 안에서만 살 줄 알았는데. 이렇게 흰 피부를 지닌 다른 엘프들의 나라에도 가보게 되다니. 응. 좋아. 나오길 잘했어."

"그러니까요. 진작 제 것이 됐어야 하는데."

"그럴걸 그랬어."

기분 좋다는 듯이 웃는 렉사벨라.

"전투는 이 여왕님에게 맡기렴? 설령 무슨 일이 있다고 해도 꼬마만큼은 지킬 수 있을 테니까."

"안심입니다. 아, 그리고 여제를 사로잡게 되면."

"같이 즐기자구?"

"그러고는 싶은데. 당장은 호위가 필요하니 여제를 조교하는 동안 좀 지켜줬으면 합니다."

"아."

"조교가 끝난 뒤라면 안심할 수 있으니 괜찮겠지만, 그전에는 구경만 하셔야 해요."

"너무한 거 아니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왕님. 이쪽부터는 탈것을 타고 가도록 할게요."

무녀가 말했다.

"이건?"

보니까 커다란 이족보행형 새가 달려온 상태였다.

들어보니 엘프들의 탈것이라고 한다.

"사슴 타고 다는 게 아니었습니까?"

"이것도 있어요."

"그럼 가죠."

바로 새에 탑승했다.

"흐음."

위에 앉으니 좀 느낌이 이상하긴 한데 문제는 없다.

그럼 이어서 가보자.

* * *

엘븐 포레스트 근처에 도착했다.

"이곳이에요. 이제 그것들은 풀어줘야 해요."

무녀가 말했고, 우리들은 전부 탈것을 풀어줬다. 아무튼. 저 멀리서 웅장한 산과 숲이 보이고 있는데.

"저기가 바로 엘프들의 나라입니까?"

"네. 아름답죠."

"확실히 아름답네요."

내가 있던 정글이랑 비슷한 느낌의 공간이라서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근데 차이점은 있겠지. 내가 있던 미개척 지대 안에는 제대로 된 문명이랄 게 다크엘프의 야만 왕국밖에 없었지만, 저기에는 더욱 발달된 엘프들의 문명이 있다.

"저런 곳에서 살면 좋을 것 같긴 합니다."

"어머... 감사합니다."

숲을 칭찬하자 무녀가 좋아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근위대원들도 부끄러워하면서 볼을 긁적인다.

귀여운 여자들 같으니라고.

"아무튼. 저기로 바로 들어갈 수는 없어요. 우리는 비밀 통로를 이용해야 하니까요. 그러니 따라오세요."

"갑시다."

그렇게 우리들은 엘븐 포레스트와 떨어져 있는 다른 숲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미로 같은 숲이었지만, 무녀는 아주 능숙하게 헤쳐 나갔고.

"이건?"

마침내 무슨 땅굴에 당도하게 되었다.

"엘븐 포레스트의 특정지점까지 이어져 있는 땅굴이에요. 이제 이걸 타고 들어가서... 다시 엘븐 포레스트 안에서 길을 찾으면, 비밀스러운 고대 마법의 나무에 닿게 되죠."

"그렇군요."

원래는 여기 오기 전에 근위대한테 마법을 걸어야 했지만, 이미 다 내 휘하로 들어온 탓에 상관없게 되었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그리 말한 무녀와 근위대원들이 땅굴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마지막이다.

"꼬마야? 이 여왕님 옆에 딱 붙어 있으렴?"

ㅡ와락.

여왕님이 자기 가슴 쪽으로 내 얼굴을 끌어안았고, 그렇게 나는 그녀에게 잡힌 채로 땅굴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여왕님. 숨 막혀요."

"여긴 어떤 위협이 있을지 몰라. 어쩌면 땅굴 안에 뭔가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지."

이미 무녀한테 이야기는 다 들어서 그런 건 없을 것 같은데... 뭐, 상관없지. 나는 렉사벨라에게 안긴 채로 땅굴을 주파했다.

ㅡ저벅저벅.

얼마나 움직였을까.

마침내 지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어서 오세요, 엘븐 포레스트에."

"오오."

나와서 주변을 둘러본다.

아주 신비로운 숲이다.

말 그대로 마법의 숲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반짝반짝 빛나는 공간. 높게 뻗은 나무들 때문에 하늘이 잎사귀로 가려졌지만, 그 때문에 내리쬐는 햇빛이 신비하다.

"이제 마법의 나무로 안내할게요. 거기까지만 가면... 바로 궁전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여왕님. 들었죠?"

"응."

"근위대도 전부 들었겠지. 가자마자 적 근위대원들을 제압해야 한다. 주저 없이 움직이도록."

ㅡ네.

ㅡ네.

ㅡ네.

내 말에 근위대원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좋아.

믿음직스럽다. 사실 근위대원들이 우리랑 처음 싸울 때 좀 호구처럼 당해서 전부 붙잡힌 느낌이 있긴 하지만, 그건 우리가 기습을 완벽하게 준비한 상태에서 싸웠기 때문이다. 거기에 렉사벨라가 선두에 서서 싸운 것도 있고.

엘프 근위대원들은 강하다.

"좋아."

그럼 어디.

엘프여제를 만나러 가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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