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생존기-398화 (398/544)

"전원 그대로 근무하라!"

신역 안에서 엘프여제를 조교하고 있는데 갑자기 외부인이 올 수도 있다. 이상함을 느끼게 해선 안 된다. 전원 내 명령대로 평범하게 근무를 할 것이다.

자연스러움을 연출하기 위해선 평소다운 게 좋으니까. 모든 근무는 정상적으로 굴러간다.

ㅡ처억.

그렇게 나는 렉사벨라와 함께 신역 근처에 있는 모퉁이에 몸을 숨겼다. 신역. 저 안은 엘프의 여제만이 알고 있는 미지의 공간이다.

듣기로는 굉장히 넓다던데, 뭐가 됐든 저 안으로 들어간 여제와는 소통이 불가능하다. 무슨 짓을 당한다고 해도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조교하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지.

"조금 기대되네. 엘프들의 신역은 어떤 곳일까?"

"가서 보면 되겠죠. 뭔가 신비한 힘이 있을 수도 있으니 여왕님께서도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발전은 언제나 환영이야."

잠깐 대화를 하고 있으니, 근무 중 이동하는 인원이 내게 와서 말했다. 이제 여제가 호위대를 끌고 이쪽으로 온다는 모양이다.

"이제 조용. 기척을 죽이고 최적의 타이밍을 노립시다."

"응."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순간.

ㅡ저벅저벅.

ㅡ저벅저벅.

ㅡ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려온다. 살짝 확인하니 여제가 호위를 받으면서 걸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아."

잠깐 본 것이지만 느낄 수 있었다. 엘프의 여제는, 다크엘프의 여왕인 렉사벨라와 견줄 수 있는 극상의 미녀였다. 큰 키와 기럭지. 그리고 몸매. 거기에 황금 같은 머리칼과 흰 피부... 보자마자 성욕이 솟구쳐 오른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암컷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ㅡ스윽.

그렇게 여제와 호위대가 신역 앞에 섰다.

여제는 모르겠지. 저 호위대가 전부 다 내 것이라는 사실을. 저건 호위가 아니라 간수들이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신역 안으로 들어갈 거고, 내게 조교될 것이다.

ㅡ두근.

심장이 뛴다.

그리고.

ㅡ구우우우우웅.

잠깐의 진동이 일었고 신역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육중하고 커다란 문인 탓에 여기까지 진동이 전해져온다.

이제 여제가 저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문은 천천히 열리고 닫힌다는 것을 정보로 안다. 발을 들인 여제가 문을 닫는 순간을 노리고 들어가면 된다.

"바로 지금."

명령을 한 순간.

ㅡ파앗!

대기하고 있던 렉사벨라가 늑대처럼 뛰어나갔고, 나 역시 땅을 박차 질주했다. 먼 거리를 순식간에 주파한다. 자연스럽게 호위대가 길을 비켜줬고.

ㅡ화아악!

이제 막 닫히는 신역의 육중한 문, 그 사이로 렉사벨라가 들어갔다!

"으응?"

그와 동시에 나도 렉사벨라의 뒤를 따라서 신역 안으로 들어갔고, 쿠웅. 곧바로 문이 닫혔다. 그리고 내가 명령할 것도 없이 렉사벨라가 여제를 덮치려고 돌진한 상태다.

하지만.

ㅡ콰앙!

여제가 보호막을 생성해 렉사벨라의 공격을 막아냈다!

"흐응? 그걸 막은 거야?"

"...어머어머."

여왕이 말했고 여제가 답했다.

여제는 처음엔 당황한 얼굴이었지만 이내 지배자 특유의 오만하고 자신만만한 표정이 되었다. 그녀는 다정하고 나긋나긋하지만 동시에 살의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우릴 위협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기이한 존재와 야만스럽기 짝이 없는 다크엘프 침입자라니? 놀랍군요?"

야만이라는 말에 렉사벨라가 분노한 것이 느껴졌다.

ㅡ츠팟.

여제가 보호막을 해제한다.

ㅡ지이잉.

그리고 그녀의 오른손에 빛의 검이 생성된다. 설마 싸울 생각인가? 왼손에는 화려하고 긴 왕홀이 들려있다. 마검사 타입이었나.

"어떻게 여기까지 침입한 건지... 뭐, 지금 생각해봐야 쓸모없겠죠. 당신들? 암살자로서 이곳에 온 건 칭찬할만 하지만, 몹쓸 짓은 당하는 것은 당신들이랍니다?"

실력에 자신이 있나 보군.

근데 그것보다.

"와."

엘프여제의 키는 렉사벨라와 비슷했다.

둘 다 180cm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당연히 다리도 길고, 허벅지 역시 정말 섹시하다. 얇은 개미허리와 순산형의 골반 역시 아름답다... 거기에 저 거대한 가슴을 보라.

과연 여제라 칭할만 하다. 그야말로 그림으로 그린 듯한 아름답고 섹시한 엘프여제다. 아니. 엘프의 여신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법한 비주얼과 미모다.

"후후후, 여유를 부려도 괜찮으려나?"

아무튼.

투지가 끓어오른 것인지 렉사벨라가 검을 겨누면서 일보를 전진했다. 느껴진다. 나의 그녀가 전투를 원하고 있음이. 아무래도 전사인 만큼 쉬운 상대보다는 어려운 상대를 좋아하는 것이다.

"엘프여제라고 했지? 너 납치당하는 거야."

"어머, 지금 납치라고 했나요?"

흥미롭다는 듯 되묻는 여제.

이런 순간에도 나는 여제가 발하고 있는 마나의 흐름을 아주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지금 딱히 뭐가 없다. 나를 경계하는 것이겠지.

캐스팅 중에 내가 뭔가를 할 거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일견 여유로워 보이지만 속으로는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끊임없이 전략을 세우는 상태일 터.

"궁전까지 침투해서 여제인 절 납치하려고 하다니. 실로 한심한 계획-"

"정확히는 납치가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습니다."

"으응?"

여제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게 무엇이죠?"

"별건 아니고. 여제님의 아름다운 몸을 맛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저와 함께 침대로 가지 않겠습니까?"

"뭣...!"

급발진 성희롱.

너무나도 뜬금없이 급진적인 성희롱을 들은 탓일까, 여제가 당황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겠지.

하지만.

"우후후후후후♥"

여제는 도발적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당신, 엘프의 여제인 저와 섹스하고 싶은 건가요?"

"정답입니다."

"흐응... 그렇군요. 제 몸이 목적이었나요. 건방지네요♥ 감이 엘프의 여제를 성희롱한 죄. 죽음으로 갚기를."

ㅡ파앗!

순간 여제의 눈에서 푸른 안광이 터져 나왔다.

"하압!"

동시에 검을 치켜든 렉사벨라가 돌진한다. 뭐가 됐든 전투는 피할 수 없다. 이대일로 싸워 제압하도록 하겠다!

ㅡ콰앙!

검의 격돌.

여제가 렉사벨라의 검격을, 자신의 빛의 검으로 막아냈다. 그러면서 능숙하게 스텝을 밟아 싸우는 것이 아닌가. 생각보다 뛰어난 실력자인 듯하다.

"흐응, 막았네?"

"이런 야만적인 공격이라니. 에잇!"

ㅡ쿠웅!

그렇게 하얀 여제와 검은 여왕의 검무가 이어진다. 둘은 그야말로 검무를 추는 것처럼 대전을 이어 나갔다.

거기에 끼어들려고 하는 찰나.

"바인딩!"

"아닛!"

ㅡ콰앙!

여제의 마법이 내게 작렬했다! 일단은 막아냈지만, 알고 보니 이건 공격마법이 아니었다.

ㅡ꽈악!

마법의 힘으로 날 구속한 것이다!

"저는 괜찮습니다!"

빠르게 상태를 알리고 수습을 시도한다. 다른 마법은 없나? 어째서 속박만 하고 끝낸 것이지?

ㅡ촤악!

보니까 감이 잡힌다. 렉사벨라가 너무 강한 탓에 이런 마법밖에 날리지 못한 것이다. 내 속박이 풀리기 전에 승부를 볼 생각인 것 같은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우후후♥ 저쪽의 남자와는 다르게 강하네요, 당신♥"

"너야말로 괜찮은 움직임이야. 이게 바로 엘프의 검술인 걸까?"

"우아하지 않나요? 하지만 당신의 검술은 야만적이로군요. 그런 검술로는, 이 엘프의 여제를 꺾을 수 없답니다!"

ㅡ츠팟!

순간.

여제가 땅을 박찼다.

ㅡ촤아악!

주변으로 빛이 뿜어진다. 그와 동시에 여제의 검이 네 갈래로 갈라진다... 환상인가! 대체 어딜 노려야 하는 거지? 그러한 공격이 렉사벨라에게 닿은 순간.

"야만적이라... 사실 그건 이미 고쳤는데 말이야."

"뭣."

일섬.

ㅡ츠팟!

렉사벨라가 네 갈래로 덮쳐오는 검격의 정 중앙에, 아주 정교한 일섬을 날렸다. 그렇다. 렉사벨라는 본디 야만의 검술을 사용했지만, 내 휘하로 들어온 뒤에 베라에게 전문적인 기사 검술을 배웠다.

그것으로 다크엘프의 여왕은 문명과 야만의 검술을 전부 구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 날린 일섬은 그런 것이었다.

ㅡ파창창!

빛의 검이 깨어진다.

"이런 말도 안되는...!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야만적인 검술로 이 여제의 고귀한 검술을 꺾다니!"

동시에, 렉사벨라가 여제의 품 안으로 파고든다. 마지막까지도 자기 패인을 모르는군. 우리의 승리다. 이제 남은 것은 제압된 여제를 조교하는 것뿐이다.

역시 아무리 여제가 강하다고 해도 우리 여왕님이랑 일대일 대결에서 이길 수는 없지.

"유감이야. 이제 얌전히 쓰러지렴?"

"큭...!"

슬슬 바인딩도 풀 수 있을 것 같고.

나서볼까.

"당신. 다크엘프치곤 꽤 하는군요?"

그 순간이었다.

ㅡ콰직.

ㅡ퍼엉!

여제가 끼고 있던 목걸이. 그 보석이 깨어지더니, 뭔가의 마법진이 생성되었고.

"하아?!"

ㅡ파아아앙!

렉사벨라가 갑자기 튕겨져 나가더니 마법진에 구속되어 공중에 고정되었다!

"큿...!"

"렉사벨라 여왕님!"

이럴 수가!

무슨 아이템을 사용한 것인가!

경악해서 여제를 바라보니.

"우후후♥ 아아, 조금 위험했지만 걸렸네요♥ 그건 엘프의 비보라고 해야 할까요? 당신 정도 되는 강자를 당분간 봉인할 수 있는 아티팩트죠♥"

아이템이었군...!

"거기서 조용히 처분을 기다리시길. 그럼 담은 건 당신뿐인데, 흐응. 당신은 제 상대가 안 될 것 같군요."

"과연 그럴까요."

"보면 알아요♥ 이 성희롱범씨♥"

아니.

승산은 있다.

설마 내가 이런 사태도 예상 못했을까.

"당신. 렉사벨라라고 했나요? 다크엘프의 여왕이라고 얼핏 들은 것 같은데... 아름답고 강한 여성은 싫어하지 않아요♥"

"큽...! 그래서 어쩌라는 걸까...? 우읍!"

입도 막혀서 제대로 말도 못 한다.

"그러니 당신은 추하게 생긴 몬스터들과 수십 년 내내 쉬는 시간도 없이 매일매일 강간섹스를 즐기게 해드리죠♥"

렉사벨라를 바라보면서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이미 나를 자신의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하고 방심한 상태일까.

여왕님. 조금만 참으세요. 복수해 드리겠습니다.

"뭐가 됐든. 당신들은 모든 것을 실토하게 될 거예요. 자, 그럼. 감히 겁도 없이 여제의 궁전에 침입한 남자에게 벌을 내려보도록 할까요?"

ㅡ지잉.

여제가 다시금 빛의 검을 소환했다.

그리곤 나를 향해 다가온다.

자, 그러면 그동안 나는 뭘 하고 있었느냐.

ㅡ부글부글.

폭발할 듯한 성욕을 계속해서 끌어 올리고 있었다.

인큐버스의 다루는 힘의 근본은 전부 성욕에 있다.

ㅡ파칙.

끌어올린 힘으로 바인딩 마법을 간단하게 풀었다.

"촉수소환."

ㅡ파앙!

동시에, 나는 내 폭발할듯한 성욕을 이용해 촉수를 소환했다.

ㅡ쑤우우욱!

순식간에 자라난 수십개의 촉수가 여제를 덮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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