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은 성사되었고, 엘프 군대 일부가 우리 성 주변에 주둔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들은 전술을 검토하고 진격할 것이다.
당면한 목적 하나.
백작을 쓰러뜨리는 것.
"현재 백작군의 기세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하는군. 탈영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대규모 유민도 발생했다. 거기에 천사들은 약해진 백작군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지."
베라가 첩보원들에게서 보고 받은 정보를 설명했다.
"그중에는 아예 천사들에게 항복한 녀석들마저 있을 지경이다. 참. 안타깝게 되었지. 그렇게 열심히 싸웠거늘. 결국 그런 꼴이라니."
"흐음."
굳건하게 버티고 있단 백작이 무너지자, 그의 군대도 백성도 전부 제 살길을 찾아 떠나기 시작했다.
그 병사들과 유민들 중 대부분은 우리 성녀님의 품 안으로 투신했지만, 제정신이 아닌 놈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아예 천사 쪽으로 도망친 놈들도 있다.
"어리석군. 대천당에게 있어서 인간은 미개하고 열등한 가축일 뿐이다. 목숨 바쳐 싸워봤자 노예가 되겠지."
리리엘이 팔짱을 낀 채 일갈했다.
"노예와 평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평민이다. 스스로 노예가 되길 자처하다니... 역시 열등하군!"
돌연, 벌떡 일어난 리리엘이 창문을 열며 소리쳤다.
"날 봐라! 나 천사 리리엘은 올바른 곳에 충성을 바치고 출세하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대천당의 머저리들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나는 여기서 더 많은 권세를 누리면서 살아갈 테니까!"
ㅡ와아아아!
ㅡ와아아!
ㅡ멋져요!
리리엘의 추종자가 된 타천사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했고.
"하하하하하!"
리리엘은 그대로 창문 바깥으로 뛰쳐나가면서 웃으며 비행했다.
"...신났군."
"어제 마력뽕을 좀 과하게 넣어줬나?"
군기 교육을 다시 해야겠어.
"모든 천사가 저렇게 바보 같으면 좋을 텐데 말이지."
"리리엘이 특이한 겁니다, 리리엘이."
"그래 보인다."
"계속하시죠. 어머니."
"알겠다."
고개를 끄덕인 베라가 설명을 이었다.
"아무튼 백작군 탈영병들에게서 천사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고급정보입니까?"
"대충은. 그쪽 장교들이 가져온 정보니까."
"기대되는군요."
천사들은 지금 천사 신앙을 퍼트리고, 휘하로 들어온 인간 군대를 부리고 있는 상태다.
그들은 천사의 힘으로 어느 정도 강화가 되었고, 천사 부대들 역시 풍부한 전투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결코 만만한 상태가 아니다.
정보는 아주 중요하지.
"여기, 자료를 봐라. 격추된 천사의 수와 전장에서 관측된 천사의 수다. 격추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수가 줄지 않고 있지."
"그 말은."
"천사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분석에 의하면, 천사들의 숫자가 점점 늘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천사들을 지속적으로 소환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판단된다... 이거 심각하군.
말고도 천사 부대의 규모와 전장에 나타나는 천사의 숫자 등. 많은 것을 보고 받았다.
"이건 알겠고. 강한 천사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까?"
"그게 가장 중요하겠지. 현재 천사들은 왕궁에 본진을 차려둔 상태다."
우리 성녀님이 왔던 종교국가. 거기는 완전히 멸망해 천사들의 식민지가 되었고, 왕궁은 천사들의 본거지가 되었다.
"그곳에 중간계에 강림한 천사들의 대장이 있다는 모양인데... 심문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그녀는 신성총독이라고 불리는 대천사 뷰티엘이라고 한다."
뷰티엘?
ㅡ콰앙!
"뷰티엘! 그녀가 온 것인가!"
갑자기 리리엘이 창문에서 고개를 들이밀며 소리쳤다.
"압니까?"
내 말에 리리엘이 자연스럽게 들어와서 자기 자리에 앉았다. 아무래도 요즘 마력뽕을 너무 과도하게 주입받은 것 같은데. 그, 애널에 직접 해줘서 그런 건가?
아니면 본디 천사 출신이라서 그런 건가?
너무 하이해졌어.
"그녀는 아주 강한 천사다...! 대천당의 핵심 간부라고 할 수 있지! 뷰티엘은 위험하다!"
그 정도라고?
리리엘이 허당이긴 하지만 이렇게 말한다는 것은 뭐가 있다는 소리다.
"너무 걱정마십시오. 차원 장벽을 넘을 때 힘을 크게 소모해야 한다는 거. 리리엘님도 알고 있잖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강대한 힘을 지닌 이계의 존재들이 지좆대로 넘어올 수 있었다면 중간계는 이미 황패한 식민지 차원이 되었을 것이다. 설령 대천당의 핵심 간부가 내려왔다고 해도, 지금의 그녀는 아주 약해져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백작이랑 쎄쎄쎄를 하고 있었던 거겠지.
"그래도 주의하라. 뷰티엘은 성검 뷰벌린드를 다루는 대천사니까."
"뷰, 뷰? 뭐요?"
"뷰벌린드. 똑똑히 기억해라."
뭔가 이름이 이상한데?
뷰벌린드... 뷰지 벌린드?
보지 벌린다?
이름부터가 너무 음탕한 거 아니냐?
"알겠습니다. 대천사 뷰티엘. 신성총독이며, 대천당의 핵심 간부. 그리고 성검 뷰벌린드를 다룸."
"그녀는 아주 고귀한 혈통 출신이다. 다만 아직 젊기에 고위직에 오르지 못했을 뿐이지. 능력도 출중하다고 들었다."
말고도 리리엘에게 뷰티엘에 대한 정보를 더 들었다. 요주의 대상이다. 젊은 나이에 대천사가 된 천사라니. 아주 위협적이지.
"참고로... 여성 대천사들은 전부 대천사의 증표를 가지고 있다. 만일 그걸 손에 넣게 된다면 내게 넘겨줬으면 좋겠군."
"알겠습니다. 참고로 그 증표란 게 뭡니까?"
"보석이 박힌 애널비즈다."
"뭐, 뭐?"
"말 그대로다. 여성 대천사들은 전부 보석으로 된 애널비즈를 끼우고 다니지. 뭇 천사들이 동경하는 패션이다."
"미친... 뭐 이런 음탕한 종족이..."
애널 플레이를 즐기는 종족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여성 대천사들이 애널비즈를 끼우는 게 일상인 세상이라니.
"아무튼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베라님. 회의 속행하겠습니다."
"...으, 으음."
헛기침을 한 베라가 마저 설명했다.
천사의 숫자. 부대. 형태. 규모.
백작은 열심히 싸워온 만큼 수많은 자료를 축적하고 있었으며, 그의 유능한 부하들 역시 그 가치를 알아보고 제대로 챙겨서 우리에게 가져왔다.
"좋습니다. 아주 유용한 정보였습니다. 어머니. 전향자들에게 포상은 확실하게 내려주십시오."
"물론이다. 아, 말고도 몇몇 귀족들이 생포한 천사들을 성노예로 사용하고 있다는 말도 있던데, 구출한다면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겠지."
"흐음... 그렇습니까?"
별로 안 땡기는데.
일단 기회가 된다면 구출해보자.
ㅡ똑똑!
"마왕아! 바빠! 아직 이야기 안 끝났어!"
그때 픽시가 문을 두들겼다.
"어, 들어와. 왜?"
"엘프 지휘관들이 방문했어!"
"오케이. 회의 여기까지. 지금부터는 엘프 지휘관들이랑 토벌계획 짜러 갑시다.
뭐가 됐든 엘프들과 힘을 합쳐 백작을 쓰러뜨리고 진격할 것이다. 아, 그래도 이번엔 백작군이 작살날 대로 작살난 만큼 패잔병들의 항복은 받아 줘야지.
* * *
머리 위에 떠오른 찬란한 링.
아름다운 흰색 깃털이 인상적인 백색의 날개. 치렁치렁하게 늘어뜨린 황금실 같은 머리칼.
몹시도 아름답고 신성한 자태지만, 입고 있는 옷의 천이 너무나도 적은 탓에 커다란 젖가슴과 터질듯한 엉덩이의 바로 아래까지만을 가리는 것이 전부인바, 보는 이로 하여금 욕정을 끓어오르게 한다.
대천사의 팔과 다리에는 황금의 장신구가 붙어 있었으며, 천사의 링 아래에는 고귀한 서클렛이 씌워져 있었다.
값비싼 장신구가 음탕한 매력을 더한다.
그녀의 모습을 본 열등한 인간 수컷들은, 이제서야 진정한 여신을 만났다며 그녀를 숭배하게 된다.
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내려오는 태양빛을 후광 삼은 대천사. 뷰티엘의 모습은 그러한 숭배를 받을 만큼 몹시도 신성해 보였지만.
"결국 그 버러지 귀쟁이년들이 성녀 측에 붙었다는 겁니까."
그녀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정말이지 지긋지긋합니다... 성녀를 놓친 것부터 시작해서. 패퇴한 것까지. 계속해서 무능을 드러내는군요. 하리엘."
"죄송합니다... 뷰티엘님."
"대천당을 대표해 이 저열한 땅에 강림한 신성총독으로서. 저는 무능함을 증오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
"무능이라는 것은 미개한 열등종이 지닌 습성입니다. 대천당의 천사가 이토록 무능하다니. 용납하기 힘들군요."
권위적이고 비수를 찌르는 듯한 말투. 뷰티엘은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그 억양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아랫것을 비웃고 조롱하는 듯한 말투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하리엘. 마침 열등종들이 연합해서 하나로 모인 상태입니다. 놈들을 토벌하십시오."
"아, 알겠습니다... 뷰티엘님."
계속 허리를 숙이고 있던 하리엘이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ㅡ쿠웅!
뷰티엘이 땅을 박찼다.
"후우."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압도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천사 부대의 능력으로도, 버러지 같은 인간 귀족을 압도하지 못했다.
자신이 최소한의 병력으로 직접 지휘하는 곳에서는 승리를 거듭했지만, 휘하의 천사들이 지휘를 맡은 곳에서는 간헐적인 패배가 발생했다.
뷰티엘은 중간계 점령 계획 중반에 투입된 대천사다.
중간계 침략 초창기에 투입된 천사들은 일종의 버림패로서, 중간계에 안착하면 좋은 거고 아니라면 개선점을 찾으면 되는 어정쩡한 존재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버림패들은 그럭저럭 쓸만했고, 몇몇 틈을 타서 다른 천사들을 불러내는 것에 성공했다.
그런 식으로 성과를 내면서 인간들의 종교 국가와 왕성을 점거하고 세력을 만드는 것까지는 일사천리였지만, 애초에 버림패로 쓰려던 인재들이었던바, 가면 갈수록 무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단기적인 작전과 살인. 전투에는 쓸모가 있지만 부대를 지휘하는 능력이 형편없었던 것이다.
중반에 소환된 뷰티엘은 이러한 뜻을 몇 번이고 대천당에 전했으나, 전술적인 능력이 탁월한 천사들이 보충되는 일은 없었다. 마족들이 집요하게 차원술에 간섭하여 방해공작을 벌이기 시작한 탓이다.
그래서 지금은 말단 배틀엔젤들을 소환하는 게 고작이다. 그마저도 보충 속도가 너무 느리다.
인간들의 세력을 흡수하고 있다지만, 적측에 붙은 인간들이 더 많다. 제대로 된 지원이 없다면 중간계 침략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 분명하다.
"그리되면 저도... 끝장입니다."
중간계 침략은 좋은 기회였지만 동시에 파멸할 가능성이 큰 양날의 검이었다. 투입 전, 뷰티엘은 자신 있게 계획에 지원했지만 요즘은 스트레스만이 쌓여간다.
ㅡ쯔븁.
"아응...♥"
혼자가 된 뷰티엘은 버릇처럼 자신의 애널 속에 깊숙하게 박아둔 애널비즈를 짓눌러 돌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타개책을 생각했다.
"..."
그리 잠깐 즐기던 뷰티엘이 잠깐 주변을 살펴봤고.
ㅡ스윽.
바로 의자에 앉아 전신의 무게를 애널비즈에 집중시키며, 의자에 자신의 엉덩이를 비벼대며 쾌락을 탐닉했다.
"응으으으으으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