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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416화 (416/544)

왕인 내가 혼란에 빠져선 안된다.

이상 현상을 접하고 마력을 느낀 즉시 판단했다. 이 힘은 마족들의 것이다. 그렇다면 카르티? 벨라크루 혈족인가?

아니.

아니다.

지금 느껴지고 있는 힘은 혈족의 힘이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마족들! 그 이상한 사제들이 마족들을 불러낸 것이 분명하다!

ㅡ크아아아아아!

함성을 한번 내지르고.

"전군! 당황하지 마라! 멀리 나간 병사들을 불러와라!"

목소리에 마력을 담아서 소리친다.

"이곳을 임시 본부로 설정하겠다! 당장 원형 보호진을 만들어라!"

그와 동시에 잠깐동안 혼란에 빠졌던 병사들이 정신을 번쩍 차렸다. 잽싸게 반응한 나의 군단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케랴아악! 건물 지붕을 점령하라! 골목길을 틀어막아라! 책임구역을 설정하겠다! 각 중대장 집합!"

이미 장군으로서의 자질이 충만한 부릴이가 죽어라 외치면서 장교들을 모으고.

"네크리! 다크엘프들 특전사들 끌고 성벽 계단까지 이어지는 퇴로 확보 실시!"

"네!"

나는 재빠르게 네크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다. 진지를 설정하는 한편 퇴로를 확보해둔다. 상황에 따라서 우리 진형을 뒤로 물리며 후퇴해야 할 테니까.

"샤란아! 주변! 특히 저 성벽 계단 주변에 플랜트 타워들 피워 내! 성벽 주변을 집중적으로 수호한다!"

"네 마앙님!"

빠른 지시.

"세리뉴! 근처만 돌면서 상황을 파악해라! 공격조심하고! 하늘에서 뭐 떨어질지 몰라!"

"알겠어!"

전투의 달인들인 내 병사들이 명령에 따라 빠르게 움직인다. 뭐가 됐든 상황은 터졌다. 시간이 있는 틈을 타서 싸울 준비부터 하도록 한다.

다른 곳에 간 베라의 군대와 엘프의 군대는 지금으로서 지원할 수 없다. 알아서 하겠지. 베라 옆에는 여왕님도 붙여둔 상태니 걱정은 없다. 그리고 성벽 밖에 괴수병기 츄렐이도 대기중인데... 상황이 안정되면 연락을 해보도록 하자.

아무튼 그렇게 빠르게 대처한 덕에 시간을 벌 수 있었고, 새로운 이상 현상은 우리가 전부 준비한 다음에 나타났다.

ㅡ우르릉!

어두워진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친다. 내 민감한 후각에 사악한 냄새가 감지되었다.

더욱더 짙어지고 있어.

"자, 와라. 마족들아. 준비된 내 군단은 너희들이 결코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수상한 사제란 놈들과 손을 잡고 중간계에 강림할 생각인가?

놀라운 일이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저번에 우리들은 차원마수들을 모조리 도륙내고 왔다.

지금 이 자리에 마족의 군대가 소환되었다고 해도 완전한 상태는 아닐 터. 오히려 좋은 일이다. 이 시점에서 박살을 내버리자. 내가 없는 곳에서 강림해 힘을 키우면 오히려 더 성가시다.

지금 백작을 치워버리는 김에 부숴야지.

이차원의 존재는 강림 후 힘을 키우기 전에 부수는 것이 상책이다.

"백작이 마족과 손을 잡았을 줄은!"

바네사가 주변을 살피면서 그리 말했고.

"씨발 그 사제들! 이교도들 아냐!"

레이카가 소리쳤다.

"네? 이교도 말입니까? 아, 그런 게 있긴 했지. 레이카님. 놈들에 대해서 좀 압니까?"

"아니... 나도 자세히는 몰라. 그렇게 유명한 놈들은 아니니까. 하지만 흑마법 같은 걸 다루는 놈들이라는 건 알고 있어. 그리고 흑마법은 마족의 힘이잖냐."

"똑똑하군요. 레이카."

그리 큰 도움이 되는 말은 아니었다. 아무튼 진형은 완성되었고 순조롭게 퇴로까지 확보된 상태.

그 순간이었다.

ㅡ파치칙!

대지에서 암흑의 전류가 피어오른다.

"케륵!"

"끄르르륵!"

그것에 노출된 내 병사들이 깜짝 놀라 소리친다.

"케륵! 뭐냐! 피해 상황은!"

"케르륵! 아님다! 안아픔다! 그냥 잠깐 찌릿했슴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외침. 나 역시 암흑의 전류를 살펴봤다. 그다지 유해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피어오른 전류가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ㅡ스멀스멀.

전류가.

"이런!"

주변에 널려있는 백작군 병사들의 시체, 그곳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ㅡ두근!

ㅡ부르르!

동시에 전기충격을 받은 것처럼 병사들의 시체가 부르르 떨면서 발작했다. 이미 죽은 그것들이 외부의 힘에 의해 움직이는 기괴한 모습.

"사, 사자 소생인가!"

"살아나는 건가! 케략!"

"아니야, 저건!"

사자 소생?

이건 그딴 게 아니었다.

ㅡ쑤우욱!

ㅡ쑤욱!

ㅡ부웃!

부르르 떨던 백작군의 시체가 구멍에 바람 호스를 꼽은 것마냥 '급격하게' 팽창해 부풀어 올랐다. 아주 순식간에 벌어진 일. 부풀어 오른 인간의 시체가 기괴하게 뒤틀려 이물의 형상으로 변화하고.

ㅡ쩌억!

그리 변한 시체의 등이나 복부가 갈라지더니 안에서 기괴한 곤충 같은 커다란 괴수들이 탈피하듯 뿜어져 나온다.

"츄르르륵!"

"추르!"

"추르르르르조!"

미친!

"으아아악! 저게 뭐야아아!"

드물게도 나 역시 경악하고 말았다!

백작군 병사들의 시체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뒤틀리더니, 곤충인간이 되는가 하면 아예 곤충의 번데기가 된 것처럼 내용물을 쏟아냈으니까!

그렇게 탄생한 벌레마물들이 안광을 뿜어대고, 몸 곳곳에 돋아난 끔찍한 발광기관을 빛내면서 포효한다!

"케르으윽!"

"끄르르륵!"

"규사사사사사삿!"

그것을 본 내 병사들도 경악했다!

"안 되겠다! 요격해! 저 징그러운 것들을 잡아 죽여라!"

죽여야 한다!

ㅡ지이이잉!

ㅡ퍼엉!

"끄르르륵! 앞을 막아줘라! 우리가 요격한다!"

임프들이 요술을 부리는 것처럼 손가락 끝으로 열선을 쏘아내 벌레마물들을 요격했다.

ㅡ촤하아악!

열선에 맞은 벌레들이 터져나간다.

실로 재빠른 대응이다. 방진을 형성한 고블린들이 날뛰는 벌레들을 썰어 죽이고, 임프들이 사격.

ㅡ부우웅!

거기에 날아오른 픽시들도 공중으로 도망치는 벌레마물을 요격해 떨어뜨렸다.

"잘하고 있어!"

하지만.

좋지 않다.

ㅡ사르륵.

벌레마물이 죽자 놈들이 지니고 있던 사악한 기운이 대기중으로 퍼져나간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마족의 힘."

저 벌레마물들은 전투원이 아니다.

어떻게든 마족의 힘을 흩뿌리려고 하는 것. 나는 그것을 치워버리려고 화염을 뿜었지만, 신통치 않았다. 주변에 마족의 사악한 힘이 모이고 있었다.

"신성력. 제대로 된 신성력이 필요해."

수녀들이 지닌 신성력이 필요하다.

"뭐?! 야 이 새끼야! 우리들 신성력 다 변질됐잖아! 아무 소용 없어!"

레이카의 말대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정상적인 수녀를 좀 남겨둘걸."

"미친놈아, 그러길래 작작 따먹으라고 했지!"

"아니, 눈앞에 처녀가 있는데 어떻게 참."

"좀 참으라고, 이 화상아!"

내 수녀들은 전부 암흑수녀 테크를 탄 탓에 이 사악한 기운을 효과적으로 몰아낼 수가 없었다.

이걸 막을 수는 없는 건가.

우리는 함정 속으로 들어온 건가?

ㅡ우르르릉!

끊임없이 뿜어져 나온 벌레마물들이 마치 사제들처럼 공중에 원형으로 모여서 불온한 의식을 치른다. 임프와 픽시가 요격했지만 그 수가 너무 많다.

ㅡ화르륵!

마침내 게이트가 열렸다.

게이트 너머로 시꺼멓고 삐쭉삐쭉한 이계의 요새가 보였다.

* * *

"베스티나! 베스티나는 어디에 있나!"

다급해진 백작이 베스티나를 찾았다.

위대한 백작성 사이딘 캐슬. 적들의 공격을 몇 년은 막을 수 있는 물자가 비축되어 있고, 몰락했다지만 많은 병사들이 남아있는 불패의 요새.

버틸 수 있을 거란 예상과 달리 순식간에 밀려버리고 말았다. 적들은 기묘한 사술을 써 악몽같은 계단을 만들어내 성벽에 올랐고, 그대로 병사들을 도륙했다.

상식을 벗어났다.

천사들도 저렇게는 못한다.

적어도 1년은 버틸 줄 알았던 성벽이 전쟁이 시작된 지 단 몇 시간 만에 함락된 것이다. 원래 수성을 하면서 시간을 질질 끌어 협상할 생각이었는데 시작부터 망해버렸다.

"베스티나!"

이교의 힘으로 강화된 병사들이 저렇게 순식간에 밀리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네, 백작님. 전 여기 있습니다."

바로 그때, 베스티나가 호위 둘을 대동한 채 다가왔다.

"이 빌어먹을 이교도년이 어디에 있다가 이제야 오는 거냐!"

"진정하시길."

"이야기가 다르지 않나! 이교의 힘으로도 막을 수가 없었다!"

성이 함락되기 직전이다.

하지만 베스티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다. 백작은 그런 이교도의 태도에 큰 분노를 느꼈다.

여기서 자신이 파멸하면, 베스티나 역시 파멸할 터다.

그런데 대체 왜?

"이야기라... 뭐, 진정하세요 백작님. 이제와서 되돌릴 수는 없으니까."

"뭣...!"

명백히 여유로운 태도.

백작은 비틀거리면서 뒷걸음질 쳤다. 그런 그의 등이 테라스의 난간에 닿았다.

ㅡ으아아아악!

ㅡ아아아악!

ㅡ살려줘어어!

성벽들을 넘어온 괴물 같은 적병들이 백작군을 도륙하는 중이다. 곳곳에서 불이 타오르고, 도망치는 자들이 비명을 지른다.

"네년... 날 속였군."

"처음부터 알지 않았나요?"

"어쩔 생각이지? 이젠 너도 도망칠 수 없다. 베스티나."

"도망이라... 말했잖아요? 이 땅에서 우리의 교단을 키울 것이라고."

"뭣?"

"시작해."

그 말에.

"하하하! 네! 대주교님!"

"알겠습니다! 대주교님!"

로브를 뒤집어 뜬 두 명의 호위가 지팡이를 내리찍었다.

ㅡ쿠웅!

그러자.

ㅡ촤하아악!

ㅡ화르륵!

지팡이를 중심으로 사악한 힘이 폭발하듯 퍼져나갔다. 그렇게 퍼져나간 힘이 백작령 주변을 두들겼고.

ㅡ번쩍!

돌연, 하늘이 새카매졌다.

"우리 사제들이 공사를 했던 걸 기억하나요?"

"토목공사...!"

"사제들의 축복을 받은 병사들과 공사하면서 설치한 우리 교단의 촉매가."

베스티나가 웃었다.

"이 사태를 해결할 거랍니다."

몹시 사악해 보이는 미소.

"내 땅에... 무슨 짓을 한 것이지?"

"이교도인 만큼 이교도 같은 짓을 했죠. 보세요."

백작이 다시 뒤를 돌아봤다.

"허억!"

그리고 크게 경악했다.

ㅡ부웃!

ㅡ파르르!

병사들의 시체가 기괴하게 부풀어 오르더니, 그 안에서 이계의 괴물들이 소환되었다.

"저 불쌍한 병사들이 죽어 연료가 되겠죠. 그리하여 마계와의 게이트가 열릴 겁니다. 그렇게 우리들은 마계의 군세를 받아들이고, 무궁한 영광 속에서 중간계를 지배하게 될 거예요."

"미쳤어, 이건 미친 일이다!"

자신의 병사들이 괴물로 변했다.

"저희가 박아넣은 술식은 시체가 되면 발동하는 것. 딱히 괴롭진 않았을 텐데요."

"닥쳐라, 이 미친 이교도년!"

괴물들이 터져 나오면서 뿜어져 나온 사악한 힘이 이단자들의 힘을 충만하게 했고. 그것으로.

ㅡ화르르륵!

하늘에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실로 신화적인 모습이었다. 이계와 연결된 게이트라니. 백작은 어릴 때 읽었던 동화를 떠올렸다. 다만 끔찍한 것은, 게이트 너머로 보이는 것이 너무나도 불길한 요새였다는 사실이다.

"내가."

암흑의 불길과 함께, 그 요새의 군세가 지상에 강림했다.

"내가 이런 걸 바랬단 말인가."

지상에 마계의 군대가 강림했다.

백작은 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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