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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425화 (425/544)

사이딘 캐슬의 이름을 큘스성으로 바꿨다. 원래 내 본진은 저기 멀리 있는 남작성이었지만, 거긴 너무 변방이지.

앞으로도 계속 활동하려면 교통편이 좋고 또한 커다란 거점에서 지낼 필요가 있다. 방어하기 좋은 길목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아무튼 그리 큘스성에 본진을 차려두고, 곳곳에 있는 신전등을 광진교의 교회로 바꿨다.

나중에는 왕국 이름도 성국 큘스칸으로 바꿀 생각이다. 끝에 칸이 붙은 것은 단순히 바티칸의 패러디다.

아무튼.

천사들은 큘스령의 바깥 부분과 안쪽 부분을 야금야금 먹어치우면서 마을을 부수며 진군했고, 본디 백작의 요새였던 곳을 점령. 그곳에 터를 잡고 큰 전쟁을 준비하는 것처럼 힘을 비축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그것은 우리도 마찬가지.

서로 힘을 아끼면서 전투를 준비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국지전은 사장되었고, 각 세력이 적을 분쇄하기 위해 힘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천사도 무언가 준비하는 기색이 느껴지지만 우리도 그러고 있다.

인간들과 병사들을 끌어모으는 한편, 베스티나에게서 넘겨받은 것들을 이용해 내 흑마법 수준을 높여 마계와의 연결을 강화했다.

"큘스오빠! 이쪽은 준비됐어!"

"좋아. 시작해볼까?"

"응!"

ㅡ파치칙!

저번에 베스티나가 크루아의 군세를 불러낸답시고 백작령 전역에 마력을 퍼트린 적이 있다. 그러한 것들이 땅 곳곳에 스며들었고, 나는 베스티나의 도움을 받아 여러 가지 처리를 한 뒤.

카르티에게 부탁해서 자그마한 게이트를 열었다.

ㅡ파치칙!

"자, 성공이야! 잘 보내졌어! 확실히 그 이교도가 도움이 되긴 했네! 물건 운송이 더 쉬워지다니!"

"흐흐흐, 그러게 말이다."

마계에서 온 상자.

그 뚜껑을 열었다.

"오오. 이거지?"

"응! 상당히 귀한 것들! 연식이 좀 되긴 했지만, 그래도 쓸만할 거야!"

검은 수정구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다.

"과거, 마계를 침공한 천사들과 싸울 때 사용했던 물건이니 큘스오빠도 잘 쓸 수 있을 거야. 그 수정을 깨뜨리면 대 신성력 방어막이 일정시간 동안 나타나! 천사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아주 효과적이지!"

"고맙다, 카르티."

"뭘! 요즘 이 정도 투자는 아무것도 아니야!"

"확실하게 돌려줘야겠구만?"

바라는 게 많은 만큼 투자를 해주는 것이다.

"이제 천사들만 물리치면 남은 건 중간계의 다른 인간 왕국들 뿐이잖아? 사실상 간단한 일이겠지. 그들만 정복하면 중간계 점령 완료야."

"바로 그거라고. 근데 카르티. 그거 하고 나면 마계에서 뭐 어떻게 할 거냐?"

"으음, 일단 우리들의 계획은 간단해. 중간계를 지배한 큘스 오빠가 마계로 힘이나 자원 같은 것들을 보내주는 거야. 그러면 마계 쪽에 큰 도움이 되겠지? 어머니 여공작께서는 그걸 이용해서 마계를 평정할 계획을 세우고 계셔."

흐음.

자원을 빨아들일 생각인가?

"뭐, 다른 마족들도 그걸 알고 경계하는 중이긴 하지만, 우리가 가장 앞서나갔다는 건 사실이지. 크루아? 그런 녀석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 놈들이 뭘 꾸미든 이미 중간계에 자리 잡은 큘스오빠를 이길 수는 없을 테니 말이야."

"흐흐흐, 그것도 그렇지. 누가 날 막겠냐?"

물론 어떤 비밀스러운 마족들이 이 중간계 어딘가에 몰래 상륙해서 천천히 힘을 키운다면, 그건 상당히 위험할 것이다.

당연히 이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성기사 계획."

중간계를 지배한 다음에는 성기사들을 양성할 것이다. 이들은 교단의 명령에 복종하는 인텔리 전사들로서, 세상 곳곳을 수색하며 중간계로 넘어온 마족의 흔적을 찾고 추적과 말살을 행할 것이다.

"좋아."

뭐가 됐든 천사를 무찌를 계획은 착착 수행되고 있다.

"카르티. 혹시 천사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도구 같은 건 없을까?"

"있기는 한데, 제약이 조금 많아서 전장에서 사용하는 건 무리야."

"그러냐? 어지간하면 천사들을 전부 생포하고 싶은데 말이다."

"정말 인큐버스 그 자체라니까. 안타깝지만 전부 포획할 수는 없을 거야. 전쟁이란 그런 것이니까."

"그렇지."

그렇게 카르티와의 통신을 끝내고 수정을 정리했다.

* * *

ㅡ휘익!

낚시대 끝에 깃털과 추를 걸고 힘차게 휘둘러주니.

"캬하아악...! 캬학!"

전 라미아 여왕 괴수 츄렐이가 환장을 하면서 깃털을 잡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이거 완전 자이언트 고양이라니까.

"츄렐아! 저기!"

"케햐아아아아아악!"

그야말로 강태공의 솜씨다. 채찍을 휘두르는 것처럼 팔을 뻗자 추가 깃털을 흩날리면서 쭈욱 날아갔고.

ㅡ쿠구구구!

괴수가 다시금 몸을 움직인다.

"귀여운 녀석."

그런 식으로 놀아주고 있으니.

"마왕님!"

"오오, 왔습니까. 쥬리아님."

"네!"

쥬리아가 도착했다.

바로 낚시대를 멈추자 츄렐이가 끈을 뜯어버리고 깃털을 손에 넣고는 크게 좋아한다.

"츄하아아악!"

손위에서 흔들고 굴리고 난리도 아니다. 그럼 쥬리아랑 이야기를 해보자.

"일은 잘 됐습니까?"

"물론이죠! 지금 라미아들이 도착했어요!"

"흐흐흐, 좋군요."

과거, 나는 미개척 지대의 라미아들을 정벌하고 돌아왔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라미아들을 그 안에 남겨두고 왔지만, 이젠 그녀들을 사용할 때다.

미개척 지대는 상당히 먼 곳에 있지만, 뭐. 천사와 서로 전력을 끌어모으는 중이 아니었던가. 어떻게 전령을 보내 미개척 지대에서 대기 중이던 라미아들을 전부 소집했다.

"구경하러 가죠."

"네!"

바로 쥬리아랑 함께 백작성 바깥으로 나갔다. 성벽 앞에서 대기중이라는 모양.

"캬하아악!"

"츄르륵...!"

가니까 과연.

라미아들이 모여 있었다.

"흐흐흐, 수가 제법 되는군요. 이거 식비가 많이 들겠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쓸모가 있겠죠."

"그렇지요."

유능한 기병들이 저래 모여있는 모습을 보니 전의가 충만해진다.

"쥬리아님. 앞으로는 라미아들의 여왕으로서 저들을 지휘해 주십시오. 제대로 훈련시키고, 적들을 분쇄해야 합니다."

"네! 맡겨만 주시길!"

쥬리아가 양손을 모은 채 눈을 빛내며 좋아했다. 라미아 대군을 이끌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졌나 보다.

천사들은 커다란 규모의 인간군대를 지니고 있다. 그걸 효과적으로 분쇄하려면 기병 전력이 필수지. 물론 백작령에도 기병은 다수 있지만, 역시 라미아가 더 믿음직스럽다.

나는 쥬리아에게 저들을 무장시키고 훈련시킬 것을 명령했다.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 * *

천사들은 왕국에서 가장 큰 세력인 백작과 박 터지게 싸우고 있던 중이었다. 물론 전력을 분산시킨 백작 하나 쓰러뜨리지 못한 것을 보면 상당히 무능하거나 생각보다 약할 것 같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천사들은 이 전쟁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 아니었다. 게다가 백작령의 곳곳은 옛날부터 요새화가 되어 있던 곳이다.

그런 준비된 성을 뚫는 것은 아무리 천사라고 해도 힘들다.

하지만 지금.

백작은 전력을 중앙으로 끌어모은 채 파멸했다. 그 과정에서 백장령 곳곳에 있는 성과 요새를 포기한 상태다. 천사들이 그곳을 죄다 먹어 치웠고, 우리들은 그 좋은 위치에 있던 모든 기지들을 잃은 채 싸워야 한다.

방어에 용이한 기지를 잃은 것은 뼈아픈 일이다. 천사들이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훈련은 잘 되고 있고... 그럼."

ㅡ스윽.

나는 상자에서 과거 카르티가 보내줬던 '미트볼'을 꺼냈다.

"께에에에에엨!"

"이런."

이 미트볼은 가장 귀한 아티팩트다. 카르티의 설명에 의하면, 이걸 땅에 심는 즉시 마계의 요새가 나타난다고 했다. 물론 그렇게 좋은 건 아니지만... 천사군의 진격을 방해할 수 있고, 또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는 곳에 이걸 배치하려고 한다.

"가자!"

"샤아!"

"네!"

나는 부하들을 이끌고 큘스성 바깥으로 나갔다. 지도로 봐둔 곳이 있다. 그곳에 요새를 세운다면, 큘스성에서 천사들과 싸우는 것보다는 조금 더 효과적으로 적의 지상군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큘스성에서 제법 떨어져 있는.

커다랗고 험준한 산 사이에 나 있는 평평한 길.

"딱 호로관 같은 느낌이지."

딱 봐도 길목을 틀어막기 좋은 곳이다. 원래 이곳은 백작도 눈여겨봤던 곳으로서, 이곳에 성을 지을 계획이 몇 번이고 있어 왔지만 왕과 다른 귀족들의 견제 및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방치되었던 땅이라고 한다.

이제 나는 이곳에 마계의 힘으로서 요새를 강림시킬 것이다.

"지켜봐 줘, 카르티!"

"알겠어! 카르티도 이걸 보는 건 오랜만이니까! 아주아주아주아주 오래전에 사용되고 그 이후로는 기록이 없거든!"

"뭐, 뭐?"

이게 무슨.

"카르티? 너..."

"응? 큘스오빠 왜?"

"너 정확히 몇 살이니?"

"..."

"너 내 여동생 맞아?"

"무, 물론이지! 큘스오빠! 그 옛날 사용 기록을 봤을 뿐이야!"

"그런 거냐?"

"응!"

뻔뻔하게도 대답하는군.

카르티가 내 여동생이 아니라 누나였다는 사실은 진작부터 눈치를 깐 상태였다. 카르티는 내 여동생이라고 하기에는 온갖 전투 경험이 많아 보였으니까. 게다가 아는 것도 많았고.

"아무튼 사용해줘!"

"그래."

적절한 위치를 잡고 섰다.

"진짜 요새가 나오는 거 맞냐? 아니, 내가 이런 거 좀 적응됐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놀라워서."

"솔직히 마계의 기술이 그 정도라니... 의심이 생기는군. 알고 보니 마을 수준인 거 아닌가?"

레이카와 바네사가 말했고.

"그럴지도 모르겠네."

여왕님도 그리 말한다.

"솔직히 나도 좀 의심스럽긴 한데. 해보죠."

ㅡ퍼억!

발끝으로 지면을 차 땅을 파고.

"들어가라, 미트볼!"

둥그런 살덩어리 괴물을 구멍 안에 넣고 흙을 덮는다. 그리고 거기에 내 마력을 분출해주니!

"..."

변화가 없어?

"음? 카르티?"

"으응? 이상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이거 설마 너무 오래된 거라서 고장 난 거 아냐?"

"그, 그럴 리가!"

ㅡ두근!

그 순간.

ㅡ우르르르릉!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아니! 뭐 온다! 온다!"

그리고 내가 본 것은.

ㅡ쿠구구구구!

ㅡ쿠구구구!

저편에서, 뭔가 기둥 같은 것이 솟아오르는 모습.

"와, 와!"

땅에서 요새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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