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군하라!"
ㅡ크아아아아아아아!
마력을 담아 소리치니.
ㅡ촤학!
ㅡ촤학!
각 군대의 깃발이 솟아오른다.
"케르륵!"
가장 선두에 있는 것은 오크같은 덩치를 지니고 있는 고블린 보병대다. 전신 갑옷과 질 좋은 무기로 무장한 고블린들이 흉험한 기운과 붉은 안광을 내뿜으면서 행군을 실시했고.
"끄르륵!"
그 뒤로 악마같은 모습을 한 임프들이 뒤따른다. 임프들은 저마다 재잘거리면서 양손에 불덩이를 만들어 공중에 던지는 등의 퍼포먼스를 행하였다.
"규사사삿!"
다음 부대는 코볼트 공병 부대원들이다. 저 귀여운 쥐돌이 녀석들이 성장해 멧돼지 같은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그 과거를 깨부수고, 코볼트들은 나아간다.
"크으!"
그렇게 군대를 이룬 채 행군하는 나의 군단을 보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근데 어디 그뿐이냐?
ㅡ저벅저벅.
후드를 쓴 다크엘프 군대가 그 뒤를 따른다. 한명한명이 강력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는 특전사들. 군 지휘관 네크리가 가장 선두에 선 채 부대를 이끌고 있고, 맨 뒤에는 핵심 타격대라고 할 수 있는 렉사벨라가 특수병종을 거느린 채 걷고 있다.
ㅡ부우웅!
그리 행군하는 내 병사들을 공중에서 호위하는 픽시들. 저공비행과 고공비행조가 나뉘어 천천히 날면서 부대를 따른다.
"그락그락!"
"슈와악!"
거기에 홉고블린과 리자드맨으로 이루어진 둔전병들이 뒤따르고, 마지막으로 안나가 이끄는 인간부대가 그 뒤를 바쳐준다.
여기까지가 내가 지닌 보병들.
픽시 제외하면 다 보병이라고 할 수 있다.
"라미아 기병들은 맨 뒤에 있지."
부대의 최후미에 있는 것은 라미아 부대다.
"캬하아아악!"
"케햐아아아아악!"
대규모 부대.
거기에 괴수인 츄렐이까지 껴 있다. 쥬리아가 알아서 잘 지휘할 것이다. 저만한 기병대가 보병들을 덮친다면 정말... 엄청나겠지.
"이게 바로 사단장이지."
이제 나도 사단장이라고 칭할 수 있을만한 크기의 부대를 지니게 되었다. 사단 하나로 요새를 방어한다? 모자라 보이지만, 내 부대는 전부 전투의 엘리트이자 특수한 녀석들이다.
일반적인 군대랑은 비교가 안 돼.
"리리엘. 그것들 잘 옮겨라."
"알겠다! 하아! 그것보다 정말로 흥분되는군! 드디어 대천당의 열등한 버러지들과 싸울 수 있다니! 어서 공을 세우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다!"
리리엘이 흥분해 소리쳤다.
뭐... 타락천사로 천사를 잡는 건 좀 어려울 것 같은데 말이지. 둘 다 픽시보다 느리고 곡사형태의 공격을 해서 공중에 있는 서로를 타격하는 건 어렵다.
타천사들은 적 보병대에게 폭격을 할 것이다.
"잘 세워라. 원하는 걸 얻고 싶다면."
"물론이다!"
뭐 그리 활기차게 대답하는 리리엘의 뒤쪽으로.
"샤아샤아."
"하, 이게 왕국에서의 마지막 전쟁이 되겠네."
암흑수녀 의무중대 및 내 여간부들이 뒤따른다.
정말이지 든든하기 짝이 없다.
"레이카님. 가면 암흑수녀들이랑 부상자 처리 잘해주시고. 바네사님은 절 잘 지켜주십시오."
"그래."
"알겠다."
결연한 얼굴.
"후후후, 치료는 내게 맡기거라."
"예. 레아님도 성녀님 잘 지켜주시고요."
"근데 애초에 요새 안에서 싸우는데. 본부가 공격당할 일이 있을까 싶네요."
레아의 말이 맞다.
"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천사들이 무슨 수단을 사용할지 모른다.
최대한 잘 대응해야 한다.
그렇게 우리들은 요새로 향했다.
* * *
아무런 트러블 없이 요새에 도착했다.
"자, 자! 각 지휘관들! 저번에 알려줬던 대로 배치 실시! 나머지는 연병장에 천막을 만들어라! 규일아! 짬찌들 배수로 정비시켜!"
"케륵! 알씀다!"
"규사삿! 명령 받았슴니다!"
요새에 들어왔다고 끝이 아니다. 대부대를 이용해 방어 준비를 해야 한다. 당분간 여기서 전쟁을 하며 생활해야 할 테니 이런저런 손이 많이 간다.
보급부터 시작해서 취사. 잠자리까지. 할 게 많지만, 우리들은 전쟁의 프로다. 잠깐의 시간만 있으면 모든 것을 다 처리할 수 있다.
ㅡ규사사삿.
ㅡ규사삿.
근데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는 특히나 코볼트들이 바쁘다. 코볼트들은 거의 뭐 예나 지금이나 공병 겸 보급대다. 직접적으로 싸우는 것보단 물자를 옮기고 뭔가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다.
코볼트들이 바쁘게 이동하는 가운데, 나는 요새 내성의 최상층으로 향했다.
"호오."
플랜트 타워로 뒤덮인 전방 성벽.
그 아래로 보이는 내 부하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거주 공간을 확보하고 요새를 방어할 준비를 하는 중이다.
ㅡ부웅!
곧 세리뉴가 창문으로 날아왔다!
"아직 뭐가 보이진 않아!"
"근처엔 없다는 거지?"
"응! 잠깐 더 멀리 나갔다 와볼까?"
"얼마만큼 갔다 올 건데?"
"으음... 어지간하면 적들 발견할 때까지? 걱정마. 단독 작전도 문제없으니까! 게다가 지금!"
ㅡ쌩쌩!
에너지가 넘치는 세리뉴가 커다란 젖탱이를 덜렁거리면서 고속 비행능력을 선보였다.
"엄청 강화된 상태니까! 쭉 날아가서 찾아올게! 하루이틀 정도 걸릴 지도 몰라!"
"그래. 뭐 지금 세리뉴 너라면 걱정할 필요 없겠지. 그래도 몸 조심 하고. 잘 갔다 와라."
"응!"
"아, 잠깐! 이거 챙겨가!"
"이건?"
바로 세리뉴에게 대 신성력 방어막 수정을 줬다.
"위급할 때 깨뜨려. 천사들 공격을 방어하는 보호막이 생성되니까."
"쓸 일 없을 것 같은데... 알았어! 그럼 갔다 올게!"
"어."
ㅡ부웅!
그렇게 세리뉴가 정찰을 하러 날아갔다. 말고도 나는 다른 픽시를 불러서 지도를 보여 주며 저 옆에 있는 베라의 책임 구역에 갔다 오라고 말을 전했다.
"편지 배달부라는 거지! 알았어!"
"어. 올 때 베라한테서 꼭 편지 받아오고."
"응!"
픽시들이 빠르고 날래서 전령 일은 아주 잘한다.
"좋아."
그럼 옥상으로 가볼까.
"샤란아!"
"네 마앙님!"
샤란이를 부르자 복도쪽에서 탐색을 하고 있던 샤란이가 뛰어 들어왔다. 나는 창문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옥상으로 이어지는 간단한 사다리 좀 만들어줄래?"
"샤아!"
ㅡ뿌드득!
즉시 샤란이가 덩굴로 된 사다리를 만들어줬고, 나는 창문 바깥으로 나가서 지붕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좌측의 산맥을 확인.
"흐음."
보니까 라미아들이 경사진 산맥을 오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라미아 부대의 대부분은 저 산맥에 자리를 잡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하산해서 적 보병대를 타격할 것이다.
"남은 건 부딪히는 것뿐인데... 아, 몇 개 더 추가하자. 샤란아?"
"샤아?"
"일단 성문 바깥으로 좀 나가볼까? 저기. 적들이 서 있을 만한 곳 아래에 씨앗을 좀 대량으로 심어보는 거지. 나중에 갑작스럽게 솟아오를 수 있게."
"좋은 생각이에여!"
"루미카! 가자!"
"묘안이네. 그럼 파리지옥 형태의 플랜트 타워만 심으면 되겠지?"
바로 그거야!
* * *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준비를 마쳤다.
자리를 잡은 전투병들은 당직병과 최소한의 경계병. 할 일이 넘쳐나는 보급병들을 빼고는 모조리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곧 싸우게 될 테니 그때까지는 푹 쉬게 하는 것이다. 전쟁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니까.
그러고 있으니.
ㅡ부웅!
세리뉴가 돌아왔다.
"나 왔어!"
"어어! 세리뉴!"
모습을 보건대 좀 힘들어 보이긴 하지만 다친 곳은 없다!
"어! 세리뉴 고생 많았다! 몸은 어때!"
내 앞에 선 세리뉴의 머리를 만져주자, 세리뉴가 더듬이를 바짝 세운 채 까치발을 서면서 머리에 감각을 집중하며 웃었다.
"으음...! 문제없어! 근데 좀 지쳤으니 쉴게! 아무튼 발견했어! 적 부대를!"
"드디어! 드디어 오는구나! 그래서 좀 어떻디?"
"규모가 그렇게 크진 않았어. 아무래도 우리 예상대로 부대를 몇 방향으로 나눈 거겠지. 그래도 하늘에 뜬 천사들이 많아. 일단 본 것만 해도 삼십이야."
"호오. 많구만."
예상 범위 내다.
"그리고 그 아래로 보이는 인간 군대 역시 제법이야. 앞쪽에 있는 녀석들은 다들 좋은 장비를 입고 있었어. 아무튼 놈들이 곧 올 거야."
"뭐 특이사항은 없었어? 비장의 수단 같은 거라던가. 놈들도 뭐 있을 텐데."
"으음...!"
세리뉴가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아, 천사들! 무기로 두꺼운 랜스창을 들고 있었어! 이상하지! 하늘에서 날고 있는데! 공중에서 창으로 싸울 생각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좀 특이하긴 했어!"
"랜스창?"
두꺼운 랜스창이라고 하면... 일반적인 창이 아니라 그 고깔 모양의 커다란 원뿔을 자루에 단 형태일 것이다.
공중전을 하는 천사들이 그걸 사용할 이유가 있나? 백작군의 보고를 들어봐도 천사의 역할은 공중폭격이 주라고 했다.
물론 한 번씩 지상에 착륙해서 무예를 뽐내며 불리한 전선을 지원하기도 한다지만, 그건 거의 볼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딴 짓을 하느니 공중에서 폭격을 하면 그만이니까.
"흐음."
의장용?
아니면 뭔가 마법 아이템?
"좋아. 생각해둘게. 픽시들한테도 전해. 천사들 창이 좀 이상하다고."
"알겠어!"
그렇게 세리뉴에게 휴식을 부여하고, 나는 요새의 지붕으로 올라가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들어라, 큘스 마왕군이여! 세리뉴의 말에 의하면 저 먼 곳에서 적들이 다가오고 있다고 한다! 늦어도 며칠 내로 놈들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거다! 그것을 알아둬라! 우리의 승리가 머지않았음을 믿어라!"
ㅡ케랴아아악!
ㅡ끄르르르르륵!
ㅡ와아아아아!
"별도 전파가 있기 전까지 다시 휴식을 취하라!!!"
이거면 됐다.
자, 와라!
천사들이여!
어서 와서 나의 노예가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