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큘스오빠. 지금 다들 모여서 큘스오빠를 보고 있는 중이야."
카르티의 이블아이가 내 어깨에 내려앉으면서 그리 말했다.
"심지어 어머니 여공작님께서도! 보고 계셔!"
"그래?"
"큘스오빠의 모든 활약을 지켜볼 거야! 천사들을 모조리 박살내는 큘스오빠의 위대한 힘을!"
그 뒤에 조교하는 것도 지켜보는 건가?
그건 좀 그래.
"기대해. 이번 전쟁 역시 내 승리로 돌아갈 테니까."
"좋아! 그럼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싸워서 이긴다. 그저 그뿐."
"크학...! 너무 멋있어, 큘스오빠! 아무튼!"
ㅡ펄럭!
이블아이가 날아올맀다.
"상당히 가까워. 천사의 군대가 접근하고 있어. 앞으로 한 시간 안에 이쪽에서도 군대의 모습이 보이게 되겠지."
"이미 흙먼지는 좀 보이는 것 같은데."
"응응. 이제 시작이야."
"좋아."
바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소리쳤다.
"전군! 전쟁이 임박했다! 슬슬 준비해라!"
"케륵!"
ㅡ우루루!
늘어지게 쉬고 있던 병사들이 내 명령 한마디에 우루루 전투배치를 실시한다. 쉴 때는 확실히 쉬지만 싸울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리를 유지한다.
그게 바로 큘스 마왕군의 힘.
"크으...! 너무 흥분 돼!"
"진정해, 세리뉴."
옆에 선 세리뉴가 양손을 모은 채 부들부들 떨면서 기대감을 토로했다. 픽시들에게 있어서 전쟁은 곧 놀이나 다름없다. 어서 힘을 시험해 보고 싶은 거겠지.
그때였다.
ㅡ펄럭!
"호오."
천사들의 정찰대가 출격한 건지, 저쪽에서 두 명의 천사들이 날아오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높게 뜬 상태다.
하늘하늘한 흰색의 옷을 입은 채 날개를 펼친 천사들. 그녀들의 금발이 태양 빛에 반사되어 반짝인다.
"참 음탕하단 말이지."
옷도 상당히 얇고 천이 적다. 저렇게 날아서야 맨살이 다 보일 거다. 지상의 천사군들은 일종의 포상을 받는 셈이지. 음탕한 옷을 입은 천사가 머리 위에서 날아다니고 있는데 당연히 흥분될 거다.
천사군이 천사들을 숭배하는 이유가 뭔지 알 것 같다.
"왔다! 왔어!"
"왔군! 열등한 대천당의 걸레년들!"
공군인 세리뉴와 리리엘이 흥분해 소리쳤다.
"갈까?! 지금 가?!"
세리뉴가 더듬이를 바짝 세운 채 눈을 빛내면서 내게 물었다. 물론 지금은 때가 아니다. 나는 세리뉴의 머리에 손을 얹어주면서 말했다.
"지금은 참아. 저놈들 더 깊은 곳까지 끌어들일 생각이니까."
일단은 정찰을 할 생각인지 딱 한 녀석만 왔다.
저걸 상대로 우리 공군 전력을 드러낸다? 그건 손해지. 일단은 그냥 냅두고 더 많은 천사들이 오면 그때 격멸해도 된다.
"여기서 천사 한 마리 잡는다고 해도 큰 쓸모는 없어. 그냥 하고싶은 대로 하게 냅두고. 친구들 끌고 왔을 때 잡아야지."
"알았어! 역시 탁월한 판단이야!"
"그럼... 레이카? 암흑수녀들 실드 전개 준비."
바로 레이카가 마력을 담아 소리쳤다.
"야! 암흑수녀들! 방어 배치! 천사가 뭐 쏘면 바로 보호막 전개해!"
ㅡ척척척.
바로 수녀들이 병사들 곳곳에 배치된다.
암흑수녀로 전직한 그녀들은 내 마왕군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이고 간단한 흑마법 공격 주문을 사용하거나 방어막을 칠 수가 있게 되었다.
"캬. 역시 훈련이 잘됐다니까요. 역시 레이카님입니다."
"뭐, 나도 군사 지휘관의 재능이 있다는 거겠지."
"실로 그러합니다!"
뭐 그리 노가리를 까면서도 천사를 응시한다.
ㅡ펄럭!
그렇게 우리 요새 근처까지 온 천사가 잠시 정지했다. 몸 주변에 보호막을 두른 상태. 화살을 주의하는 거겠지. 그리고 우리 요새를 살필 필요도 있을 거다.
성벽만 보면 무슨 지옥의 성벽이니까.
온갖 괴식물로 뒤덮인 성벽은, 우리 큘스마왕군에겐 안락한 보금자리지만 적들에겐 지옥의 장벽이다.
"흐응, 겁먹었나 본데? 성벽을 보고 멈췄네."
여왕님이 말했다.
"일단 보죠."
뭐 그렇게 요새를 살피던 천사가.
ㅡ부우웅.
천천히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때까지도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천사가 우리 요새의 머리 위쪽. 상공에 위치했고.
"저년 저거."
ㅡ화르륵!
손에 신성한 화염을 모으기 시작했다. 우리 쪽에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걸 보고 일단 견제부터 할 생각이겠지.
ㅡ파앗!
그렇게 에너지가 임계점까지 모였고, 천사가 홀리 플레임. 신성한 불덩이를 우리 요새 안에 쏘아냈다.
유성처럼 떨어진 커다란 화염구가.
"다크실드!"
암흑수녀들이 만들어낸 다크실드와 충돌한다.
ㅡ콰앙!
ㅡ파창창!
폭발.
폭격을 막아낸 방어막이 깨어진다.
즉시 상황을 살핀다.
"케륵!"
보호막으로 아주 잘 막아낸 상태다. 넘어진 병사들은 있지만 별다른 부상자는 보이지 않는다.
"자, 네크리! 다크엘프 궁수들에게 명령을!"
"네!"
바로 네크리가 깃발을 들어 올려 배치해둔 다크엘프 궁수대에게 명령을 내린다.
ㅡ쐐애액!
날아간 화살이 천사를 노린다. 천사는 보호막을 전개한 상태지만, 그래도 화살을 위협이라고 느꼈는지 열심히 피하고 불의 장막을 만들어내 방어했다.
물론 활로 공격하는 건 그냥 페이크일 뿐이다. 우리 진짜 대 천사 전력은 픽시니까.
그냥 우리가 평범하게 활과 방어막으로 대응하겠거니 하는 거짓 정보를 심어주는 게 목표.
ㅡ화르륵!
천사는 기어이 화염구를 한 발 더 쏘고는 도망쳤다.
"다크실드!"
ㅡ퍼엉!
물론 수녀들이 활약한 것으로 피해자는 없었다.
"후우! 좋습니다! 가장 첫 전투! 적들의 정찰병을 잘 속여서 돌려보낸 것 같군요! 다음부터는 작전대로 갑시다!"
ㅡ스멀스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전쟁의 흥분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그렇다. 나는 이런 전쟁을 몇 번이고 해 온 것이다. 내가 계획한 전략과 전술이 먹히면, 그 무엇보다도 아주 큰 희열이 느껴진다.
빨리.
이쪽으로 와라, 천사들아. 모조리 사로잡아서 성노예로 만들어줄 테니까. 오직 나만을 위해 봉사하는 타락천사로 만들어주마.
특히나 신성총독 뷰티엘. 그녀가 날 흥분케 한다. 한시라도 빨리 따먹어버리고 싶단 말이다.
이번 전쟁만 이긴다면 모든 천사들이 다 내 성노예가 될 터. 당분간 천사들만 가지고 놀아도 문제없을 거다.
"세리뉴. 천사들이 더 많이 오면 그때 기습해서 놀래켜 주자고."
"으으...! 너무 기대돼! 아무것도 모른 채 다 같이 올 거 아냐! 전부 격추해버릴 거야!"
실로 그렇다.
그동안 리리엘을 이용해서 천사 추격 훈련을 질리도록 해온 픽시들이다. 대천당의 천사들? 픽시들의 상대가 안돼. 세리뉴가 이속버프만 걸어줘도 도그파이트에서 완벽하게 이길 수 있다.
"흐음. 이봐. 적 군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정찰병이 지나간 뒤로 얼마나 지났을까.
"흠."
길목의 저편에서부터 적의 군대가 전진해오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위로 보이는 것은 천사의 군대.
저 녀석들이 핵심 전력이다.
"일단 보병들과 연계해서 견제할 생각인가? 일단은 대기. 샤란아. 플라워 발리스타들 지상 쪽으로 조준해줘."
"샤아! 발리스타 조준!"
ㅡ캬오오오.
샤란이가 힘을 발하자 플라워 발리스타들이 만개하며 음울한 소리를 내질렀다.
"대기."
이어지는 대기.
ㅡ처억!
적당한 위치까지 다가온 적 군대가 자리에 멈춰 섰다. 그야말로 외나무다리에서 적과 마주친 꼴이다.
산맥과 산맥 사이에 난 길.
그 길을 틀어막고 있는 내 요새와 그걸 뚫으러 온 천사의 군대들. 이것이 충돌할 거라고 생각하니 정말 흥분된다.
그리고.
ㅡ파앗!
공중에서 대기를 타던 천사부대.
그녀들 중 열둘이 편대 비행을 하면서 요새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적 보병들은 정지한 상태다. 일단 천사들로 선공을 날릴 생각인가.
"바라던 바다. 세리뉴. 픽시부대들 끌고 가서 천사들을 격추할 준비 실시."
"응...! 모조리! 모조리 다 데려가면 되는 거지!"
"어. 내가 명령하면 바로 날아올라. 아, 가기 전에 픽시들 허리 주머니 잘 확인하라고 하고."
그 안에 대 신성력 방어막을 생성하는 아티팩트들을 다 넣어둔 상태다. 공군들 지켜야 하니까.
"다 체크 했어! 그럼 애들이랑 대기하고 있을게!"
"어. 애들한테 버프 걸어주고."
"야호!"
바로 세리뉴가 난간을 뛰어넘어 픽시부대가 대기하고 있는 바로 아래로 내려갔다. 이제 내 말 한마디면 끝이다. 바로 픽시들이 날아오를 거다.
"샤아...! 마앙님! 긴장된다에여!"
"응...! 나도!"
샤란이와 루미카가 양손을 맞잡은 채 하늘을 본다.
ㅡ스르륵.
천사들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적정한 위치까지 날아오면 그때 바로 픽시를 출격시킬 거다.
"와라!"
ㅡ처억!
그렇게 천사들이 공중에 정지했다.
ㅡ화르륵!
ㅡ화르륵!
네 명의 천사들이 보호막을 치는 와중, 천사들이 공중에서 큰 신성마법을 준비한다.
ㅡ지이잉!
여덟 천사들의 힘을 하나로 모은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힘을 모아서 강렬한 폭격을 가할 생각이겠지. 딱 봐도 큰 기술이다. 말하자면 하늘에 포대를 설치하고 있는 상태인데.
가장 무방비해질 시간이지.
ㅡ처억!
나는 손을 들어 올렸고.
ㅡ하압!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쉰 뒤에!
"세리뉴!!! 모조리 격추해버려!!!"
있는 힘껏 소리치면서 명령했다!!!
ㅡ부웅!
ㅡ부웅!
ㅡ부웅!
어디서 장수말벌 수천 마리가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이속버프를 받은 픽시들이 날아오른 것은.
"꺄하하하하하하핫!"
ㅡ쐐애애액!
픽시들이 희열에 찬 광소를 터트리면서 편대 비행을 행하며 고속으로 솟구쳐 오른다!
"...!"
그 광경을 본 천사들이 흠칫하는 것이 느껴졌고.
"가라! 가라, 픽시들아! 모조리 잡아 격추하는 거다!!!"
ㅡ파앗!
날아오른 픽시들이 천사들을 향해 돌진했다!
ㅡ쐐애애액!
강화된 윈드커터를 날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