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생존기-433화 (433/544)

ㅡ쿠웅!

ㅡ콰앙!

천사들이 매섭게 날뛰면서 내 착한 방패병 애들을 두들기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극도로 훈련된 나의 병사들은, 조금 흐트러질지언정 꿋꿋하게 공격을 버텨낸다.

"샤아!"

그 순간, 샤란이가 성벽에 붙어 있던 플랜트 타워에서 힘을 끌어와 덩굴뿌리를 만들어냈다.

"크압!"

나 역시 마력의 촉수를 한꺼번 일으켰다. 그렇게 나와 샤란이의 구속 기구가 천사들을 덮쳤고.

"크윽!"

"이런!"

천사들이 구속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환한 빛을 발하면서 신성력을 소모한다. 칼을 휘두르고 발로 짓밟아 촉수와 덩굴을 끊어낸다.

그것으로 틈이 생겼다.

고블린 부대가 잠깐 숨을 돌린 틈과.

"하아아아압!"

"잡아라!"

"전부 쓰러뜨려 줄게."

렉사벨라의 특공대가 투입될 틈이.

ㅡ파앗!

벽을 타올라 높게 점프하여 현장으로 돌진한 다크엘프 특공대원들. 그녀들이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전황이 급변한다.

"큽!"

"마, 막아라!"

천사들이 눈에 띄게 당황하면서 다크엘프들의 공세를 막아낸다. 그러나 명백하게 밀리고 있었고, 순식간에 상처가 중첩되고 있었다.

"하아아압!"

"천사들에게 질 수는 없지!"

다크엘프들의 맹공.

천사들은 날개마저 빳빳하게 세우고 신성력을 끝없이 발휘하며 방어했지만 밀리고 밀린 끝에 완전히 몰아세워졌다.

"끝장을 내버리십시오!"

저 강습 천사들은 적들의 핵심 전력일 것이다. 저들만 쓰러뜨린다면 이번 전쟁에서 천사 쪽을 주의할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지.

그리 생각한 순간.

"아닛!"

ㅡ파앗!

밀리고 밀린 천사들이 힘을 발하면서 백덤블링을 하여 성벽 아래로 도망치는 것이 아닌가. 그리 떨어진 천사들이 곧바로 후진 비행 모드로 전환하여 자기네 병사들 쪽으로 후퇴했다.

"저걸 놓치다니...!"

"너무 아쉬워!"

옆에서 바네사와 루미카가 소리쳤다.

"크! 그래도 괜찮아! 힘을 다 썼을 테니! 이제 저 천사들은 전부 방전이 됐을 거다! 전투에서 이탈시켰으니 그거대로 이득이야!"

재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천사들의 강습돌격대가 회심의 일격을 처박아 내 성벽 윗부분을 부수고 병사들 일부분을 날려버렸지만, 그거를 빼면 딱히 피해랄 게 없었다. 성벽 보수는 못 하겠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고, 부상자는 지금 우리의 의무대가 재빠르게 회수해서 치료하는 중이다.

"아무런 영향이 없어. 오히려 천사들의 공세를 막아내는 것으로 승기가 더욱 굳혀졌다."

하지만 천사들이 시간을 끈바, 결국 우리쪽 성벽에 사다리가 걸리긴 했다.

"천사군이여! 성벽을 제압하라!"

천사들이 고래고래 소리치는 가운데 드디어 인간 병사들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기 시작한다.

물론, 천사마저 막아냈던 우리 고블린 엘리트 보병대에게 적 인간 병사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지.

"케랴아악! 막아라!"

"케륵! 케륵!"

방패를 앞세우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 적병을 창으로 찔러 떨어뜨린다. 어떤 고참 녀석은 그냥 방패 밀쳐내기 스킬만으로 완벽하게 수비했고 말이다.

문제는 없다.

우리는 이번에도 압승할 것이다.

"흐하하하하하!"

그래서 난 목소리에 마력을 담아 크게 웃었다. 마왕인 나는 현재 아주 여유로운 상태고 이 전쟁은 압도적으로 승리할 거라고 그리 공언을 해주는 것이다.

"적들이 올라오는구나! 천사도 아닌 인간들은 그저 사냥감일 뿐이다! 마왕군이여! 적들을 분쇄하라! 승리와 영광이 우리의 것이다!"

"케르으으윽!"

"끄르륵!"

그렇게 고블린들이 열심히 적병들을 물리치고, 임프들이 날뛰면서 불덩이와 열선을 쏴 고블린들을 열심히 보조해준다. 여태까지 계속 합을 맞춰온 친구들이다.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지.

"규사사삿! 규삿! 방패와 무기를 더 나름니다!"

"부상자 나감니다! 비킴니다! 규삿!"

뒤쪽에선 보급대와 의무대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코볼트들이 아주 열심히 뛰고 있구나.

"케륵! 나 부릴이 명령한다! 각 중대장들! 체력이 떨어진 병사들을 바로 후방으로 끌어내라! 그 자리에 예비대를 투입한다!"

부릴이가 장군처럼 소리치며 고블린들을 지휘한다. 그 명령에 따라 체력이 다 떨어진 녀석들이 계단 아래로 내려가 휴식을 취하고, 만전의 상태인 예비대가 그 자리를 채운다.

"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이 악마놈드으으을!"

천사군들은 무의미하게 사다리를 오르며 죽어갈 뿐이었다. 그럼에도 아직 후퇴 명령이 내려지지 않았는지, 저 아래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사다리를 대며 밀고 올라오려고 하는 중이다.

"리리엘. 가서 불샤워 한 번 더 시켜주고 와라."

"알겠다!"

바로 리리엘을 보내고.

"세리뉴!"

"응! 이제 뭐 할까!"

양손을 모은 채 아주 흥미진진하게 전장을 바라보고 있던 세리뉴에게 말했다.

"애들이랑 저 양옆에 있는 산으로 가서 라미아들한테 말 좀 전해줘. 슬슬 산 내려가서 적들 후방 쪽 칠 준비 하라고."

"알겠어! 이제 라미아들이 뒤치기를 하는 거지!"

"일단 보고. 쟤들 후퇴한다 싶으면 알아서 츄렐이 풀고 박살을 내버리라고 해. 라미아들 나타나면 우리도 성벽 밖으로 나가서 싸울 테니까."

"알았어! 빨리 갔다 올게!"

ㅡ쌔앵!

세리뉴가 픽시들과 함께 날아간 것으로.

준비는 끝났다.

*     *     *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거듭 중첩된바 천사군을 큰 피해를 입었다. 천사 쪽 사상자도 다수 나왔고, 인간 병사들은 말할 것도 없다.

"크윽...! 빌어먹을!"

세 개의 천사군단 중 한 축을 맡고 있는 전투천사장. 헬라엘은 이를 악물면서 욕설을 내뱉었다.

이대로 큰 손해만 입은 채 패퇴한다면 신성총독 뷰티엘에게 아주 큰 질책을 받게 될 것이다. 그녀는 무능한 천사들을 인간들만큼이나 경멸하는 미치광이다.

이 완벽한 실패가 그녀의 귀에 들어간다면, 자신은 분명 모든 지위를 잃고 말 것이다.

아마도 말단 천사로 강등되겠지.

"그럴 순 없어!"

이 자리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이 빌어먹을 중간계 땅에서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잃을 수는 없다. 이 상태로 천계로 돌아간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실패자나 패배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을 것이다.

어떻게든 해야 하지만.

"헤, 헬라엘님...! 전황이 좋지 않습니다!"

"이대로면 후퇴도 불가능해요!"

"방어막을 유지할만한 힘이 없는 상태입니다! 적 비행체가 접근하면 그대로 사냥당할 겁니다!"

상황은 좋지 않다.

후퇴도 어려운 상황. 그렇다고 성벽을 뚫는 것 역시 힘들어 보인다. 무려 천사들이 강습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소용이 없었으니까.

지금도 병사들은 무의미하게 성벽을 올라 죽어가고 있는 중이다. 인간들이야 죽어도 괜찮지만 지금 시점에서 병사를 잃으면 안 된다.

"차라리 남은 병력이라도 온존하는 것이 나을 겁니다, 헬라엘님!"

"..."

"헬라엘님! 정신 차리십시오!"

"시끄럽다!"

헬라엘은 소리쳤다.

"허억!"

"헬라엘님...!"

부하의 말대로 지금은 후퇴를 해야 할 타이밍이다. 당장 빠르게 후퇴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후퇴를 한다면 모든 것을 잃는다. 반대로 계속 싸운다면? 지면 원래대로 모든 것을 잃겠지만, 이긴다면 만회할 수 있다.

헬라엘은 뷰티엘의 처벌이 몹시 두려웠다. 그래서 무리한 선택지를 고른 것이다. 어차피 파멸하느니 뭐라도 해보는 것이 낫다는 생각.

"끝까지 싸운다. 마족들을 앞에 두고 후퇴라니. 너희들은 생각이 있는 거냐?"

"그건...!"

부하 천사들은 생각했다.

'죽을 거면 혼자 죽지 왜...!'

'뷰티엘님에게 처벌받기 싫어서...!'

이제와서 임전무퇴.

그렇게 천사군은 계속해서 전진했다.

적들의 체력이 떨어지길 빌며.

*     *     *

반복적인 작업이 이어진다. 천사들은 가끔 출격해서 빛만 비춰주며 독전을 했을 뿐 직접 싸우지는 않았고, 완전히 지쳐버린 천사군은 밍기적대다가 사다리에 올라 죽어갔다.

"아무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우리 마왕군은 아주 훌륭하게 적들의 공세를 막아냈다. 부상자들도 순조롭게 회복 중이니 거의 퍼펙트.

"크윽!"

"으아아악!"

시간이 흘러간다.

슬슬 해가 질 때가 왔다.

적들은 아직도 무의미한 공격을 반복하고 있었다.

"근데 후퇴할 생각이 없는 건가? 원래 후퇴하면 라미아들을 보내려고 했는데."

보니까 계속 싸울 생각인가 보다. 근데 이럴 거면 잠깐 병사들을 뒤로 물려서 좀 정비를 한 다음에 다시 때려도 괜찮을 텐데.

그리 생각하기 무섭게.

ㅡ뿌우우!

적측에서 나팔 소리가 울리더니, 천사군이 진형을 뒤로 물리기 시작했다. 아. 드디어 한번 뺄 생각인가.

후퇴인지 단순 재정비인지는 알 수 없다. 그건 잠깐 더 봐야 해.

"후퇴를 할 생각인 걸까?"

"일단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바네사! 가서 병사들에게 휴식을 명령하십시오!"

"알겠다."

적들이 물러난 김에 좀 쉬어야지.

뭐 그리 바라보고 있으니.

ㅡ처억.

뒤로 좀 빠진 천사군이 어느 지점에 딱 멈췄다. 아무래도 야영을 할 생각인 모양인데... 좋다. 야영을 한다면 한 번 더 흔들어 줘야지.

"밤은 우리들의 시간이지. 세리뉴."

"응!"

"가서 라미아들한테 전해줘. 적진을 한번 들쑤시고 오라고. 적당히만 하고 빼라고 하면 된다."

"알았어!"

쥬리아가 잘 판단하겠지.

라미아로 흔들어서 와해된다 싶으면 그때 끝장내면 되는 거고. 의외로 군기를 잘 유지한다면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된다.

그렇게 장기전에 완전히 지친 적들을 섬멸하면 그걸로 끝이지.

"흐흐흐, 금방 이기겠군."

여길 끝장내고 베라군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서 그쪽을 지원하고. 마지막으로 엘프들을 지원해서 천사들을 군단을 다 격파한다면 우리의 승리.

천사가 차지한 왕궁을 빼앗을 수가 있게 된다.

"자, 그럼. 잠깐 생포한 천사들을 심문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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