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간에 기도비닉을 철저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주변 지형지물을 이용해 엄폐해라! 샤란이도 좀 도와주고!"
"네 마앙님."
천사들은 공중 정찰을 할 수 있기에 병사들을 잘 숨겨야 한다. 휴식을 취하더라도 기도비닉은 필수.
ㅡ스르륵.
그렇게 내 병사들이 숲속에 몸을 숨긴 채 휴식을 취했다. 원래 상병짬만 먹어도 숲속에서 귀신처럼 숨어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지.
어차피 공중 정찰이니 나무가 무성하다면 딱히 들킬 일은 없을 것이다.
"좋아. 부릴아. 경계하면서 휴식 취하다가... 뭐 교전 예상되면 잘 대응하도록 해라. 임시로 지휘권을 넘겨주마."
"케륵?! 정말임까?! 제가 다 지휘함까?!"
부릴이도 잘하는 편이니 걱정없다.
어차피 여기 부대를 숨겨두고 잠깐 베라한테 다녀올 생각이니까.
"어. 무슨 일 터지면 각 지휘관들이랑 빠르게 이야기해서 대응해. 알겠냐?"
"케륵! 맡겨주십쇼!"
"믿는다!"
그리 감동하는 부릴이의 어깨를 꽉 잡고 포옹을 해준 뒤에.
"친위대는 나를 따르라!"
"샤아!"
바로 친위대를 이끌고 이동을 실시했다. 뭐 친위대라고 해봤자 네 명이다. 샤란이랑 루미카랑 바네사. 그리고 세리뉴까지 해서 네 명.
베라한테 갔다 올 거니 인원은 최소화해야지.
"세리뉴. 루트 좀 봐줘."
"응. 내가 안내할게."
ㅡ파앗.
조심스럽게 날아오른 세리뉴가 큰 나무 속에 몸을 숨긴 채 주변을 숨긴다. 목표는 저기 어딘가에 있는 성. 베라가 맡은 곳이다.
"이쪽이야!"
그렇게 우리들은 세리뉴의 안내를 따라서 이동했다. 그래도 주변이 산인지라 지형이 좀 험악하긴 한데.
ㅡ처억.
강한 마족이 된 나와 강한 요정들. 여기사. 픽시한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지간한 특수부대원들도 쉽게 돌파하지 못하는 지형을 간단하게 극복했다.
"이러고 있으니 옛날 생각나네."
"샤아샤아."
"흐흐흐, 그런가. 뭐 좀 험산 산이니까."
오히려 루미카랑 샤란이는 소풍 나온 것처럼 즐거워했다.
"됐다!"
얼마나 이동했을까.
성의 뒤편이 보이기 시작한다.
"세리뉴. 가서 우리 왔다고 알려줘."
"응!"
이미 픽시를 통신병으로 쓰겠다고 베라랑 다 이야기를 한 상태다. 픽시가 공격당할 일은 없다. 바로 세리뉴가 성의 위쪽으로 날아갔고, 곧 성의 후문이 열렸다.
"가자!"
"샤아!"
"알겠다."
그렇게 우리들은 베라가 방어하고 있는 성으로 들어갔다.
* * *
"고생 많았다."
"어머니도요."
ㅡ꽈악.
잠깐 베라와 서로를 끌어안고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그녀의 향기가 날 흥분시켰을 뿐.
"자, 그럼 재회의 기쁨은 나중에 풀도록 하고 상황부터 공유하도록 하지. 어떻게 됐나?"
"그게 말이지요."
바로 베라에게 있었던 일을 축약해서 설명했다. 우리가 천사군을 개박살내고 다수의 천사 포로를 획득했다는 것을.
"솔직히 놀랍군... 원래 전쟁이란 건 아무리 짧아도 달 단위로 대치를 해야 할 텐데 말이지."
베라가 순수하게 감탄하는 듯한 느낌으로 눈을 살짝 크게 뜬 채 날 보았다.
"그걸 단번에 끝내버리다니. 역시 놀라워. 정말 대단한 지휘관이다. 큘스 너는."
"흐흐흐, 어머니도 비슷합니다. 아무튼 제쪽은 잘 끝났으니 걱정할 거 없고. 이쪽은?"
"제대로 대치를 하면서 싸우는 중이다. 뭐 극적인 충돌은 없다고 할 수 있겠군."
베라가 말했다.
"근데 이런 상황에서 새 병력이 들어온다면 그것만한 게 없겠지. 고착 상태를 해결하고 한 방 먹여줄 수 있을 테니까."
"제 부대를 주변에 숨겨둔 상태입니다. 그거면 되겠습니까?"
"아아, 물론이다."
만족스럽게 대답하는 베라.
"그럼 바로-"
"아니. 준비가 필요해. 적들도 바보는 아니니까. 이 전장이 중앙에 위치해 있는 만큼, 적 역시 원군을 대비하고 있는 상태다. 큘스 네 군대가 투입된다면 그쪽에서도 예비대를 보낼 거다."
"그렇다면?"
"제대로 준비해야지. 병사를 조금 더 숨겨두고 있어라. 기습할만한 지점을 계속 조사하고 있으니까."
"흠."
단기적이라면 내 군대를 숨겨둘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체되면 결국 보급선 문제 때문에 천사들에게 들킬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일단 지도 펴고. 괜찮은 지점 쪽을 살펴보면서 계획을 세우죠."
"알겠다."
이미 지도는 준비 되어 있는 상태였다. 커다란 탁자 위에 펼쳐진 지도와, 그 위에 세워져 있는 각종 말들.
"오오. 아주 멋지군요."
"기본중의 기본이다. 이건. 일단 봐다. 이곳이 우리 성이고. 뒤쪽으로 늘어선 게 보급선. 그리고 이것은 적들이 보급선으로 우회하지 못하도록 배치해둔 별동대 및 척후대들이다. 천사들을 견제하기 위해 정예 궁수대도 배치해둔 상태지."
본격적인 설명.
"뭐가 됐든 천사들이 비행과 폭격을 할 수 있는 이상, 이쪽은 손해를 보고 시작해야 한다. 전선이 고착화된 이유지. 수비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무튼. 이 시점에서 큘스 네가... 이쪽이나 이쪽."
베라가 가리킨 곳을 봤다.
"이곳에 빠르게 라미아 기병대를 투입해서 뒤흔든다면, 적들의 부대를 깎아 먹을 수 있겠지. 그리고 빠르게 후퇴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성과 가까운 이곳에 보병대를 투입한다면... 바로 성에서 군사를 보내 협공할 수 있지. 그런 식으로 두 번의 이득을 볼 수 있다."
"흐음."
두 번의 이득이라.
당연히 이득보면 좋긴 한데.
"이렇게 하면 우리 몬스터 부대의 능력이 바로 노출되지 않겠습니까?"
비상식적인 몬스터 부대는 강력한 것도 있지만, 결국 적들에게 정보가 없다는 것이 제일 큰 이점이다.
그걸 노출하는 대신 두 번의 이득을 보는 건 조금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
"천사들 중 도망자가 발생했다고 하지 않았나? 천사들이 도망친 이상 어차피 몬스터 군대의 전력은 드러나게 되어 있다. 적들이 알기 전에 최대한 이득을 취해야 하지. 작은 이득이라도 버리는 것보단 나으니까."
"아."
그러네.
"정말 안정적인 딜교로군요."
"딜교...?"
"이득을 잘 본다는 뜻입니다."
우리 패가 까발려지기 전에 최대한 딜교로 이득을 보고 빼려고 한다. 그런 식으로 스노우볼을 굴려서 전투에서 승리할 생각이지.
내가 완전히 베일에 가려진 상태에서 특수한 병종과 터무니없는 전법으로 과감하게 몰아쳐 적들을 혼란에 몰아넣고 모랄빵을 시키는 타입이라면, 베라는 정말 안정적인 군지휘관이다.
역시 믿음직스럽지.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작전을 짜죠."
"잠깐. 아직 척후대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쪽 기습 지점을 사용하려면 보고를 받고 판을 짜야 해."
"좋습니다."
시간이 좀 걸리겠군.
부대를 더 물려야겠는걸.
그런 식으로 나는 베라와 군사작전을 짰다.
* * *
그리 베라의 성과 내 부대를 오고 가면서 며칠의 시간이 지났다.
베라는 척후대의 보고를 받고 몇 가지 군사작전을 세웠고, 같이 검토한 끝에 두 가지 작전이 채택되었다.
내 부대를 둘로 나눠서 두 군데를 기습함과 동시에 베라가 성문을 열고 기병대와 군대를 보내서 적 부대를 한번 흔들어주고 빠지는 전략이다.
"그 과정에서 적 천사들을 자극해 빼내서 픽시들로 요격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 적 부대에 피해를 입힌 것보다 그게 더 큰 이득이 될 것이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 이거군요."
"천사 요격에 집중해라."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돌아가죠."
"조심해라. 큘스."
베라가 내 얼굴을 쓸어주면서 그리 말했다. 손길이 참 따뜻하지 싶다.
"예. 어머니도요."
인사를 마치고 내 부대로 돌아갔다.
"자! 작전이 결정되었다! 지휘관들 총집합!"
"집합!"
"집하아압!"
바로 지휘관들을 소집하고 지도와 작전 개요서를 꺼내 모든 상황을 공유했다.
"우린 이곳에 자리를 잡고 적 부대 측면 이 두 지점을 라미아와 다크엘프들이 공격할 거다. 그렇게 휘젓다가 뒤로 빼고, 끌어들인 적 병들을 우리 보병대로 막아내고. 픽시들은 천사들을 처리하면 돼. 그러다 보면 성에서 베라의 지원군이 우루루 나올 거다."
선빵 먹이고 시작했으니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리 생각하면서 지휘관들에게 작전을 외우게 했다.
"네. 잘 알겠어요. 하지만 마왕님. 이쪽은 아직 눈으로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번 직접 보고 올 필요가 있겠군요."
쥬리아가 말했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일단 진도 쳐야 하니까요. 아무튼 이건 천사들에게 들키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이동부터 실시하죠. 우리가 이동할 수 있도록 베라군이 적들의 이목을 끌어줄 겁니다."
이목을 끌기 위해 부대 몇 개가 등산을 해 이동하고 우리의 반대편을 기습할 것이다.
"네!"
"자, 자! 가서 행군준비 실시하세요!"
"알겠습니다!"
자, 다시 한번 전쟁을 시작해보지.
* * *
부대를 이동시키고 진을 쳤다. 베라가 보낸 미끼들이 이목을 잘 끌어줬는지 산 중턱에 진을 쳤음에도 우린 들키지 않았다.
"그럼 시간이."
베라군과 연계하는 작전이지만, 신호탄 같은 건 쏘지 않기로 했다. 그걸 쏘면 적들도 다 알아챌 테니까. 그냥 특정 시간이 되면 알아서 싸우기로 했지.
"잠깐 휴식. 30분 동안 최대한 체력을 회복해라."
"케륵! 알씀다!"
나는 행군하고 진지를 만드느라 지친 병사들의 체력 회복을 명령하고, 나무 위에 올라가서 적 부대를 살폈다.
"흠."
상당히 살벌하다.
아무래도 내가 부쉈던 곳은 천사 군대들 중에서도 가장 약했던 곳 같다... 아무튼. 이곳만 부수면 남은 군단은 하나뿐이다. 한꺼번에 몰아치면 그쪽도 별수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