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콰아앙!
맹렬한 일격에 보호막이 깨어지면서 흙먼지가 피어난다. 레이카가 자신감 있게 전개한 것이었지만 제대로 막아내지는 못했다.
강습천사들이 들이닥쳤다.
공중에 픽시들이 포진해 있으니, 아예 무시해버리고 직통으로 날아왔다. 녀석들이 노리는 것은 성벽이 아니었어. 말 그대로 우리들의 지휘부를 노렸다.
"크악...! 아, 그래도 잘 막았어!"
정신을 차린 레이카가 검을 빼든 채 왼손에 불덩이를 만들어낸다.
"전부 죽여라!"
"대천당을 위하여!"
개판이로군.
부서진 창을 버린 천사들 역시 검을 빼 들었다. 사기는 높아 보였고, 숫자만 해도 수십이나 된다. 그나마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 강자였기 때문에 피할 수 있었던 거지, 어중간한 호위대를 두르고 있었다면 다 죽었을 것이다.
근데.
여기 있는 건 그런 호위대가 아니란 말이지.
"하아압!"
"샤아!"
바네사와 샤란이가 기합성을 내질렀다. 보랏빛 마력의 화염이 불타오르는 검이 궤적을 그리고, 날카로운 손톱이 공간을 가른다.
ㅡ콰앙!
"이런!"
호기롭게 외치며 달려든 천사들의 선봉이 정지한다. 강습에는 놀랐지만, 나는 오히려 침착해졌다. 적들이 자기들 패를 먼저 까발린 것이다. 여기서 이 강습천사들만 막아낸다면 온전히 드래곤에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 있는 것은!
"후, 후후후! 이거 몸이 끓어오르는군! 이렇게 직접 맞붙는 것이 얼마만인지! 군주가 된 뒤로는 영 기회가 없었는데 말이야!"
나의 여간부들!
ㅡ파앗!
베라가 광소하면서 천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무력으로 따지만 렉사벨라의 바로 아랫급에 위치한 강자다.
"나의 아들! 마왕을 지켜라-!"
그런 베라가 붉은 머리칼을 휘날리면서 천사에게 검을 내지르자, 천사들의 기세가 꺾인다.
"아닛...!"
"협공하라!"
"방어막을 전개해! 후방조는 화력지원 실시!"
한마리의 암사자가 날뛰기 시작하니 당황하는 천사들. 막아내기에 급급한 상태다.
"루미카! 멀리서 저격하는 애들한테 물 좀 먹여주고! 레이카! 방어막 전개하고 비는 곳 좀 막아주세요!"
"응!"
"그래!"
"그리고 네크리! 당장 다크엘프들 불러와!"
"네!"
침착하게 대응한다.
"샤아! 마앙님은 샤란이가 지킨다에여!"
"하아아압!"
"괜찮은 검술이로군!"
샤란이와 바네사. 그리고 베라가 전방을 단단히 받친 채 천사들의 공격을 막아낸다.
"무슨 힘이 이렇게...!"
"마족들의 세례를 받은 전사들이 이렇게나 강하단 말인가!"
"당황하지 마세요! 수는 우리가 더 많으니!"
금빛 검을 든 천사들이 어떻게든 대응하면서 주문을 완성한다.
하지만.
ㅡ촤아아악!
쏘아진 루미카의 물줄기가 마법을 캔슬하고, 그럼에도 날아온 마법은 레이카의 방어막에 막힌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전장을 바라보면서.
"텐타클 블래스트!"
나만의 전투 흑마법을 전개했다.
천사들의 양옆에 나의 마법진이 생성된다. 발밑에 바로 만들면 신성력을 두른 천사들에 의해 내 마법진이 깨질 것이다. 아무튼 옆쪽에 생성한 마법진에서.
ㅡ쑤우우욱!
수십의 촉수가 뿜어져 나온다!
"아닛!"
"마, 막아라!"
"피해!"
뿜어져 나온 촉수에 천사들이 당황했다. 근데 사실 저건 별거 없다. 촉수 자체가 내구도가 영 약하기 때문에 천사들의 신성력에 잠깐만 노출되어도 터져나가니까.
ㅡ퍼엉!
ㅡ퍼엉!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아...!"
근데 노림수는 이게 아니지. 별것도 아닌 촉수가 갑자기 수십 개. 그것도 양옆에서 뿜어져 나온다. 그걸 보고 대응하기 위해 진짜 잠깐의 틈이 생겼고.
"샤아!"
"하압!"
ㅡ촤학!
내 친위대의 공격이 들어갔다.
그야말로 클린 히트!
"크하아아악!"
"아아아악!"
큰 상처를 입은 천사들이 쓰러진다.
"이런! 무너지면 안돼요!"
"막아! 구출해야 한다!"
"꺄앗...!"
그것으로 끝이었다. 전열의 천사들이 쓰러지자 다수의 이점이 사라진다. 마치 댐이 무너지는 것처럼 천사들이 무너졌고.
"촉수소환!"
"큿?!"
그 틈을 타 다시 촉수를 뿌려주니 적 강습천사들이 전멸했다. 전부 한칼씩 얻어맞고 쓰러진 것이다.
"좋아! 잘 대응했습니다! 모두 아주 잘했어요!"
"샤아!"
"빨리 무장 해제시키고 구속시켜! 빠르게 신성력부터 제거할 테니까!"
죽은 천사들은... 모르겠다. 하지만 강습천사들 대부분을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걸로 수십 명의 천사노예가 생겼구나. 이번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만큼 천사들로 전투력을 보충해야 한다.
"됐다!"
그렇게 천사들의 강습사태를 최대한 빠르게 처리했지만.
"샤앗...! 마앙님!"
"야! 저기 좀 봐!"
안타깝게도 드래곤은 강습천사들이 우리를 공격한 사이에 한 번의 기회를 얻은 상태였다.
"츄렐아!"
츄렐이가 머리에 가드를 올린 채 엎드려 있었고, 드래곤은 다시금 날아오른 상태였다. 샤란이의 덩굴을 뜯어버린 것이다.
"제길! 어쩌면 좋지! 놈이 날아올랐다!"
"진정하십시오, 바네사!"
"아...! 뭔가 생각이 있는 거군!"
나 역시 아주 당황했지만 마왕으로서 여유로움을 연기하면서 부하들을 진정시켰다. 방금 상황에서 멀티태스킹은 불가능했다. 저쪽이 최고 중요 전력인 천사 강습부대를 바쳤으니, 한 번의 기회를 얻는 것은 당연한 일.
"쿠워어어어어어어어!"
날아오른 드래곤이 이리저리 비행하면서 주변을 맴돈다.
ㅡ번쩍!
뷰티엘이 든 신검, 뷰벌린드에서 불쾌할 정도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온다. 그 빛을 본 적병들이 사기를 회복하는 듯했다.
"미친 도마뱀 새끼가!
그렇게 날아오른 드래곤이 다시금 추락해 우리의 성벽을 부쉈다.
ㅡ콰앙!
다행히 우리 편 애들은 싹 다 성벽에서 몸을 뺀 뒤였지만, 붕괴가 커진바 적병들이 들어올 구멍이 더 커졌다.
"와아아아아! 악마들을 무찔러라!"
"들어가라! 들어가!"
"천사님들과 함께 천계로 가리라!"
그래도 우리 병사들이 못 막을 리가 없다. 천사군의 수준은 우리보다 떨어져. 게다가 들어오는 입장인 만큼 방어군을 깨뜨리리 힘들 것이다.
"쳇!"
곧, 다시 날아오른 드래곤이 입에 하얀 불을 머금었다. 날아오른 상태로 브레스를 쏠 생각인가?
"레이카! 날아오면 어떻게든!"
"큭...! 알겠어!"
레이카가 바로 암흑수녀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백색 화염의 불벼락이 떨어져, 우리의 방어막과 충돌했다.
ㅡ퍼엉!
근데 깨지는 곳도 있고 안 깨지는 곳도 있다.
"저 새끼... 저 새끼도 힘을 많이 소모한 거다! 그래! 저렇게 커다란 괴물이 무제한으로 날뛸 리가 있나!"
나는 크게 소리쳤다!
"조금만 더 버텨라! 드래곤이 힘이 다하고 있다!"
그리 외치던 순간, 문득 나는 어떤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날뛴 드래곤이 본부로 돌아가서 힘을 회복하고 다시 출격해온다면? 그리되면 성벽이 박살 난 우리로서는 제대로 대응하기 힘을 터였다.
승부를 본다면 지금 봐야 한다.
근데 여기서 놈이 머리를 돌린다면?
"안 되겠다. 내가 나선다."
"뭐, 뭐라고?! 야! 뭔 개소리야!"
"놈이 날 보게 해야 돼. 이미 뷰티엘은 내 얼굴을 확인했다. 내가 미끼가 된다면 당장 돌아가진 않겠지. 그때 승부를 본다."
"그게 무슨...!"
주변의 여자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면서 날 잡으려 한다. 하지만 적들이 저런 초월적인 병기를 들고 온 이상,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사냥당할 뿐이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도 비장의 수단은 있으니까.
"세리뉴! 이쪽으로 와!"
"으, 으응!"
이미 후퇴한 픽시들이 내 주변을 모여들었다.
"잘 들어! 나 지금부터 옥상으로 올라갈 거야! 거기서...!"
바로 작전을 설명했다.
* * *
"생각보다 저항이 매섭군요?"
다시 날아오른 뷰티엘은 공중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작게 감탄했다. 엘프군과는 달리 쉽지 않은 상태다.
아까의 그 거대 괴수도 그렇고, 홀드를 견제하는 것도 그렇고. 방어막과 흑마법 역시 그렇다. 전투에 아주 능숙한 집단이다.
몇 번이나 놀랐는지 모르겠다. 적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천사들을 압박했다. 심지어 아까 벗어나기 위해 던졌던 강습천사들도 전멸한 상태.
"놀랐지만, 당신들은 이제 끝입니다. 이 더러운 마족 놈들."
성벽은 부쉈고 천사군이 진입하는 상태다. 지금은 적들이 우세하지만 결국 승리할 것이다. 뭐니뭐니 해도 홀드가 있으니까.
"크르르...!"
"옳지. 잘했습니다, 홀드."
다들 잘해줬다.
전투가 끝나면 홀드에게 저 사악한 시체들을 먹여줄 것이다. 신성룡은 마기에 듬뿍 절여진 고기를 좋아하니까. 그리고 보아하니 암컷 다크엘프들이 설치고 있던데, 그녀들은 포상의 의미로서 천사군 병사들에게 지급해줄 것이다.
성노예를 던져준다면 만족할 테니까.
천사들의 육체를 본 병사들이 얼마나 크게 흥분했는지, 보고를 들어서 잘 알고 있다. 그런 욕망을 해소시켜 준다면 더욱 빠르게 광신도화가 될 것이다.
"이쯤하지요."
홀드의 힘을 크게 소모했다. 자신의 힘과 뷰벌린드의 힘 역시 마찬가지다.
휴식 타이밍.
이제 머리를 돌려 본진으로 돌아가, 예비로 빼둔 광신도들의 영혼을 포식시키고 휴식을 취하게 하면 홀드의 힘이 빠르게 회복될 것이다.
그렇게 회복하고 공격을 감행한다면, 더 쉽겠지. 적의 성벽을 무너뜨린 상태니까.
성까지 박살난 상태니 다음 공격은 더 쉬울 것이다.
"아니지."
적들은 언데드를 사용한다. 어쩌면 이쪽의 시체를 양분 삼아 더 엄청난 것을 사용할 수도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뷰티엘은 공중을 돌면서 고민했다.
바로 그때.
"으음?"
적 성의 옥상에 누군가가 올라온 것이 보였다.
안력을 집중해서 확인해 보니.
"마족 지휘관!"
그 녀석이다!
"네놈...!"
아까 확인했다.
저자가 바로 마계에서 중간계에 침투시킨 최중요 공작원이다. 저것이 이 모든 사태를 만들어냈다!
"단신으로 우리 대천당과 맞서고 있는 최중요 섬멸 대상!"
끝장을 내야 한다.
아깐 기회가 없었지만, 다시 한번 날아오른 지금이라면 어떻게든 가능할 것이다. 길게 끌 수는 없다. 여기서 놈을 놓치면 도망칠 것이고, 그리되면 어떻게든 자기 세력을 만들어서 다시금 저항할 테니까.
적군은 지쳤다.
뷰티엘이 판단을 마쳤다.
"이 뷰티엘의 대적자라고 하기에 충분한 사냥감!"
녀석은 대천당의 적이다.
"홀드! 녀석을 노리십시오!"
가장 먹음직스러운 동시에 위험한 사냥감이다. 그러나 그런 만큼 가치가 있는 적이다. 자신의 대적자인 저것을 죽인다면 중간계를 장악하고 대천당의 신임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쿠워어어어어어!"
지금 남은 힘이라면 충분하다. 그렇게 홀드가 녀석을 향해 포효하면서 돌진한 순간이었다.
"플라잉 큘스 온!"
뭔가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