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드래곤이 날 포착하자마자 다이브를 실시했다. 그래. 나같이 맛있는 먹잇감이 있는데 어떻게 놓치겠어. 무조건 잡아야지.
ㅡ파앗!
그렇게 나를 향해 떨어지는 드래곤을 보면서.
"플라잉 큘스 온!"
믿음과 신뢰의 날개를 전개한다.
"플라잉 큘스 온!"
"플라잉 큘스 온!"
세리뉴를 포함한 픽시들이 밑층 창문에서 튀어나와 내게 달라붙는다. 그리하여 날 붙잡은 픽시들에 의한 고속 비행이 실시된다.
ㅡ부웅!
여러 마리의 픽시. 그리고 바람 정령의 가호. 심지어 픽시들은 내 마력으로 강화된바 이제 나 정도를 잡아 들고 나는 것쯤은 별일도 아니었다.
"회피해!"
"응!"
픽시들이 힘차게 날개짓하자 내 몸이 뒤로 쭈욱 빠진다. 그렇다. 순식간에 드래곤의 다이브를 회피한 것이다.
"쿠오오오오오오!"
떨어진 드래곤이 급제동을 건다. 그래봤자 지붕 쪽에 부딪히는 결말은 피할 수 없을 터다.
ㅡ콰앙!
속도를 납춘 드래곤이 지붕과 충돌한다.
"쿠와어아아아아!"
"홀드! 다시 날아올라라!"
"쿠오!"
테라스를 딛은 드래곤이 다시금 날아오르기 위해 날개를 펼친다. 그렇게 녀석들이 날아오르려던 그 순간.
"세리뉴!"
"응!"
ㅡ부웅!
드래곤의 등판을 향해 날아간다!
"아닛!"
뷰티엘이 나를 보고 검을 치켜들었지만, 픽시들의 회피기동 솜씨는 이미 달인의 영역에 닿아 있는 상태.
검을 피해서 뷰티엘의 안장 뒤쪽.
그쪽에 착지한다.
"좋았어! 잘했다!"
"조심해야 해!"
"어! 너도!"
이렇게 마왕인 내가 드래곤의 등에 올라타게 되었다. 세상에. 지휘관이 지휘관을 직접 상대한다니? 미친 일이지만 지금은 이 방법뿐이다.
"설마 여기에 올라탈 줄은...! 감히 마족 주에게 신성룡의 등에 올라타다니! 그 죄! 징벌하겠습니다!"
"쿠오오오오!"
ㅡ펄럭!
날 태운 드래곤이 힘차게 날아오른다. 꽈악. 나는 드래곤의 등판에 있는 비늘을 잡고 버텼다.
ㅡ화아악!
날아오르는 드래곤의 몸체.
걱정할 건 없다. 픽시들이 주변에서 날고 있는 상태니까. 드래곤은 강하고 단단하지만 픽시들을 해칠 정도로 민첩한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천사 역시 마찬가지.
픽시들이 주변을 돌면서 날 호위할 거다.
"뷰티엘입니까? 당신이?"
ㅡ스릉.
저주검을 뽑는다. 내 부하들이 유용하게 사용하던 칼이지. 하지만 악령을 불러낼 수는 없었다. 지금 이곳은 드래곤의 등 위. 주변에 신성한 기운이 넘쳐나는 탓에 마족의 아티팩트는 물론이고 내 흑마법 역시 억눌러진 상태다.
"과연 대천당에서 보낸 핵심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타락시키는 즐거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헛소리! 당신은 이곳에서 죽을 겁니다!"
ㅡ파앗!
뷰티엘이 안광을 내뿜으면서 검을 치켜든다.
현재 그녀는 내게 등을 보인 채 한 손으로는 안장의 끈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검을 잡은 상태였다.
보아하니 끈을 놓지 못하는 상태다. 저런 상태라면 내게도 승산은 있다. 뭐니뭐니 해도 지금 나를 돌아본 상태니까. 저러는 와중에 운전까지 해야 하니 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뷰티엘을 제압한다!
"다크 버스트!"
ㅡ화르륵!
중심을 잡으면서 흑마법을 전개한다. 확실히 위력이 약해진 것이 느껴진다. 아무튼 만들어낸 암흑의 불덩이를 발사했고.
ㅡ파앙!
"그런 하찮은 수를!"
뷰티엘이 간단하게 검을 휘둘러 막아냈다.
"중간계는 대천당의 것입니다, 마족놈!"
그러는 와중, 뷰티엘은 나를 뒤흔들기 위해 곡예비행을 실시한다.
"어억!"
붕 떠올랐다가 급추락을 했다가 아주 그냥 지랄도 아니다. 드래곤 역시 신나서 소리를 질러댔다.
"미친년!"
어떻게든 잡을 수 있는 것을 붙잡고 버틴다. 다행히 내 힘은 상당히 강한 편이다. 좀 오싹하긴 해도 문제없이 붙잡을 수 있었다.
그러길 잠깐.
"쯧!"
곡예비행이 중지되었다.
"거머리같이 찰싹 달라붙었군요? 실로 저열한 마족답습니다."
"흐흐흐, 대천당의 엘리트도 별거 아니지 않습니까. 역시. 뒤에 달라붙으니까 아무것도 못 하는 겁니까?"
"반대로 네놈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거머리처럼 달라붙기만 했을 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데. 이대로 본진으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둘 순 없지."
그대로.
ㅡ파앗!
비늘을 박차고 뷰티엘을 향해 돌진했다. 검을 잡아 쥔 손. 솔직히 내 검술은 그렇게 특출난 건 아니지만 지금 상태라면...!
ㅡ채앵!
놀랍게도.
뷰티엘은 그런 자세로도 내 검을 막아냈다. 한 손으로 안장의 끈을 잡고 내게 등을 보인 상태로 상체를 돌린 채 검을 휘둘러 대응한다.
"아닛?!"
"정말이지. 형편없는 검술이로군요?"
그녀의 얼굴에 비웃음이 서린 와중.
"어머. 누구한테 하는 소리?"
다크엘프 여왕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뭐라고?!"
ㅡ부웅!
ㅡ부웅!
ㅡ부웅!
그렇다.
내가 올라온 것은 순전히 시선을 끌고 주의력을 분산시키기 위함이었다. 아주 훌륭하게 어그로가 끌린바 내가 준비해뒀던 진짜 수가 떠올랐다.
"도우러 왔다!"
"지휘관끼리의 싸움이라니. 참. 놀랍군."
"후후후, 이 녀석이 천사의 대장이란 거지?"
바네사와 베라. 그리고 렉사벨라!
그녀들이 픽시들에게 붙잡힌 채 플라잉 모드로 날아왔다!
"잘 오셨습니다! 어서! 뷰티엘을 끝장내주세요!"
"알겠다."
ㅡ살포시.
그녀들이 드래곤의 등 뒤에 착지한다.
"이런 빌어먹을...! 어느 틈에!"
내게 완전히 어그로가 끌려버려 지원군이 오는 걸 놓친 것이다. 가장 큰 먹이인 나를 던지고 방심시킨 뒤에 강습하는 전법.
아주 훌륭하게 먹혀들어갔다.
뷰티엘이 아무리 강하다고는 해도 이런 상태에서 뭘 할 수는 없다. 드래곤을 너무 믿었다. 이렇게 상륙 당하면 답이 없어지거든.
"에잇!"
뷰티엘이 곡예비행을 실시했지만, 상대는 내가 아니라 고수들이다.
"하아아압!"
"큿!"
ㅡ채앵!
중심을 잡으며 돌진한 여왕님의 검격이 쏘아진다. 뷰티엘은 안장을 놓고 양손으로 뷰벌린드를 잡고 응수했지만.
그에 따라.
"쿠오오오오오!"
드래곤의 통제권이 상실된다.
녀석이 마구잡이로 비행하면서 지랄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지!"
"후후후! 살면서 드래곤을 다 타보다니! 아들 덕택에 좋은 경험을 하는군!"
바네사와 베라 역시 렉사벨라에게 가세한다.
"제기랄...! 이 비겁한 놈들이!"
ㅡ번적!
뷰티엘이 저항했지만, 이미 세 명이서 덮쳐드는 상태다.
"커헉!"
순식간에 일검을 허용한 뷰티엘이 성검을 놓쳤다.
"나이스!"
내 쪽으로 날아드는 성검을 붙잡았다! 검을 잃었구나! 이거면 이제 우리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의 방심이 모든 것을 끝장낸 것이다!
"끝이란다? 뷰티엘."
"크윽...! 여기서 잡히다니...!"
제압된 뷰티엘.
여왕님의 손에 순식간에 무장이 해제된 그녀가 꽉 붙들린 채 신음했다.
"우리 마족들의 승리입니다, 뷰티엘. 어서 항복하시지요."
"하, 하하하! 대천당에 항복 따윈 없습니다! 홀드! 이대로 추락입니다! 모조리 끝장을...!"
"쿠오오오오오오오오!"
비행하던 드래곤이 돌연 머리를 지상 쪽으로 처박는다. 이대로 수직으로 떨어질 생각인가 보다.
"이 정도 충격이라면 버틸 수 없을-"
"픽시들아!"
"응!"
ㅡ부웅!
물론 통하지 않는다. 드래곤을 뒤따르던 픽시들이 날아와서 우리를 붙잡았다.
"아닛!"
나도, 바네사도, 베라도, 여왕님도. 그리고 여왕님한테 붙잡힌 뷰티엘도.
"놔라, 놔!"
그렇게 우리들은 허공에 뜬 상태로 정지했고.
ㅡ콰아아아앙!
신성룡은 엄한 곳에 홀로 추락했다. 실로 엄청난 폭음이다. 뷰티엘의 보호 없이 저런 충돌이라니. 치명상을 면치 못하겠지.
"퀘에에에엑!"
바닥에 처박힌 괴수가 울부짖었다.
"홀드...!"
"세리뉴! 가자! 우리의 승리다!"
"만세! 우리가 또 이겼어!"
"여왕님! 꽉 잡으세요!"
"응."
렉사벨라에게 꽉 붙들린 뷰티엘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억울하단 눈으로 지상을 노려볼 뿐.
ㅡ부웅.
그렇게 우리들은 성으로 귀환했다.
"마왕님!"
"네크리! 빨리! 쥬리아에게 명령! 신성룡 추락 지점으로 가서 제압하라고 하십시오!"
"네!"
빠르게 명령을 내린다.
"뷰티엘을 이쪽으로!"
"여기."
"마력주입!"
"응... 크하아아아아아악!"
바로 뷰티엘의 아랫배에 손을 대고 마력을 대량으로 주입해 그녀의 신성력을 소모시켰다. 안 그래도 격전으로 신성력이 많이 없는 상태였던바 순식간에 빈 깡통이 되어버린다.
"좋아! 좀 위험했지만 이걸로 승리다!"
"세상에. 그딴 짓을 할 줄은..."
"정말 대범한 작전이었다!"
레이카가 어이없어하고 바네사가 감탄한다.
"아무튼! 갑시다!"
그렇게 나는 축 늘어진 뷰티엘을 붙잡고 테라스 쪽으로 갔다. 그리고 뷰티엘을 들어 올리면서 소리쳤다.
"제군들! 적 지휘관을 붙잡았다! 우리의 승리다! 밀어붙여라!"
"케륵...?!"
마력으로 강화된 목소리가 우리의 승리를 알린다. 우리편은 상황을 인식한 즉시 승리의 함성과 투지를 터트렸지만.
적들은.
"이, 이럴 수가...!"
"뷰티엘님이!"
"천사님이 붙잡히셨다!"
혼란에 빠졌다.
"케랴아아아악!"
"죽여라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
사기가 풀충전된 부하들이 진격한다. 드래곤도 없어졌겠다, 이제 거리낄 것 없이 싸우는 것이다.
ㅡ쿠구구구구!
적 대형과 우리 대형이 맞붙는다. 진짜 보기 드문 일이다. 내 보병대형이 적들과 정면승부를 하는 것은.
"케략! 케랴아아악!"
"케르르륵!"
고블린들이 방패를 앞세운 채 창으로 적병들을 찌르면서 밀어붙인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품에 든 뷰티엘을 껴안고 능욕했다.
"우으읏...! 이, 이 더러운 마족놈이 무슨 짓을...!"
"맛이 좋군요."
팔로 허리를 휘감고 그녀의 볼을 핥으면서 성추행을 한다.
일종의 티배깅이다.
"안돼애애애애!"
"아아아아악!"
천사군이 능욕당하는 뷰티엘의 모습을 보면서 전의를 상실한다.
우리의 승리다.
드래곤 따위는 우리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플라잉 큘스라는 수를 읽지 못한 이상 천사는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함성을 내질러라!"
ㅡ촤학!
그리 외치면서 뷰티엘의 옷을 찢었다.
"꺄앗!"
노출된 젖가슴을 주무르면서 전장을 내려다보았다.
"이제 중간계는 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