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는 없다! 적들을 섬멸하라!"
"케랴아아악!"
천사도 드래곤도 지휘관도 전부 잃은 천사군은 순식간에 와해 되었다. 나름 용맹하게 싸우던 광신자들이 우상을 잃고 겁쟁이로 전락한 것이다.
"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악!"
전의를 잃은 병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마구 도망치면서 살해당할 뿐이다. 물론 산발적인 저항이 있긴 했지만, 그래봤자 집단을 상대할 수는 없다.
나의 병사들과 베라의 병사들이 있는 힘껏 밀어붙이면서 사냥을 실시했다.
"캬하아아악!"
"캬하아악!"
라미아들이 창에 적들의 시체를 꿴 채 포효한다. 잔혹하지만 적들의 공포를 가중시키는데 아주 효과적이다. 물론 베라의 인간병사들은 전부 아군인 만큼 사기를 위해서 좀 지양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딱히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죽여! 죽여버려, 이 쓰레기 새끼들!"
"이 새끼들이 바로 악마들이다!"
이미 천사군의 악명이 널리 퍼진 상태다. 죄 없는 농부들 도륙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베라의 인간병사들도 전부 그 이야기를 알고 있으며, 개중에는 생존자도 있다.
같이 분노를 터트리면서 사냥을 실시한다.
"죽여라! 전부 죽여라! 천사를 제외한 포로는 잡지 않는다!"
딱히 많은 포로는 필요 없다.
살려줄 것도 아니니까. 저 천사 광신도들을 살려서 뭘 하겠나? 내 왕국에 악영향만 끼칠 텐데.
물론 포로를 잡긴 할 것이다. 딱 관리할 수 있을 만큼의 소수만. 왜냐하면 전부 끌고 가서 공개적으로 재판을 열고 사형을 시켜야 하니까.
놈들은 너무 날뛰었다. 이미 천사군들은 전부 증오의 대상이자 적대적인 이교의 군세 취급이다. 그런 녀석들을 잡아가서 신의 이름으로 처형한다면 내 평판이 또 크게 올라갈 것이다.
"덤으로 큘스교의 권위에도 도움이 되겠지."
신선총독 뷰티엘을 붙잡았다.
이제 중간계에 자리 잡은 천사 세력은 없다. 나는 천사의 방해 없이 안정적으로 왕국을 먹어 치울 거다. 종교를 퍼트리고 중앙집권화를 가속화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름다운 천사들을 농락하고 능욕하며 성적인 수치심을 주는 것은 일종의 덤이라고 할 수 있다.
"끄르르륵!"
"규사삿!"
적진까지 밀고 들어간 내 병사들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파괴한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약탈은 착실하게 시행한다. 군수물자는 곧 우리의 재산이다. 모조리 빼앗도록 하자.
"마왕! 신성룡의 제압이 완료되었다!"
"잘했습니다, 리리엘."
곧 리리엘이 제압을 보고했다.
"어땠습니까?"
"솔직히 신성룡을 불러낼 거라고는... 물론 천계에서 보던 것에 비하면 확실히 약하긴 하지만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쭉 살펴보니 광신도들의 영혼을 포식시켜서 살찌운 것 같더군."
"영혼포식 말입니까?"
이건 또 처음 듣는 건데.
"광신에 찬 인간의 영혼을 흡수시킨 것이다. 천사들의 긴급수단이라고 할 수 있지. 대천당의 천사다운 열등한 방법이다."
"끔찍하군요. 이런 일이 버젓이 일어나다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누가 마족인지 모르겠군. 아무튼! 이제 뷰티엘을 붙잡았으니 이 리리엘이 바로 중간계의 천사여왕이다!"
"흐흐흐, 물론입니다. 뷰티엘은 뭐, 리리엘님 부하로 쓰도록 하십시오."
"크하하하핫! 그 오만한 천사를 내 부하로 삼다니! 역시 마왕군이 최고다!"
리리엘은 세상 행복해 보였다.
"샤아. 마앙님. 이제 큰 적은 없다에여?"
"거의 그렇지. 천사가 보스급이었으니까. 이제 당분간은 싸우는 것보다는 내정에 집중해야 할걸?"
"잔뜩 놀아여!"
솔직히 전쟁보다 내정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더 클 것 같은데.
뭐 귀찮게 나갈 일은 크게 없을 테니 충분히 가능하겠지.
"그러자! 샤란이 잘했다!"
"샤아!"
천사들은 제압했지만 할 일이 태산이다. 아마도 엄청나게 바빠지겠지. 그래도 그동안 수많은 인재들을 등용한 상태니, 힘들긴 해도 다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이래서 인재들이 중요하다니까.
* * *
그렇게 모든 정리를 마친 뒤.
"제군들! 우리의 승리다!"
나는 성에 병사들을 모아놓고 힘차게 소리쳤다.
ㅡ와아아아아아!
ㅡ우오오오오!
ㅡ케랴아아아아악!
힘찬 함성이 터져 나온다.
"사악한 천사 세력은 이것으로 궤멸했다! 감히 천사의 이름을 참칭하고 얼마나 많은! 그리고 또 사악한 패악질을 부렸는가! 우리들은 정의와 도덕의 이름으로 그러한 악마 같은 무리를 무찌른 것이다! 영광 있으라! 신들께서 우리를 축복할 것이다!"
우리의 승리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 중간계에 강림한 천사들을 모조리 제압하는 것에 성공했다. 이제 국내에서의 전쟁은 딱히 없을 것이다. 재건과 평화를 즐길 수 있겠지.
"용사들에게 평안과 포상 있으라!"
물론 포상도 중요하다.
내 부하들은 내가 알아서 챙겨주겠지만, 베라의 군대는 전부 인간으로 이루어져 있는 만큼 적절한 포상이 필요할 것이다.
"어머니. 부하들에게 내려줄 포상 같은 것들은 잘 정리해서 제게 올려주십시오."
"알겠다. 박살난 채 비어버린 땅이 다수 생긴 만큼, 적절히 땅을 나눠주면 될 것 같군."
"네. 잘해주십시오. 제가 검토하겠습니다."
왕국 곳곳에 흩어놓고 정착을 시키도록 하자.
베라의 병사들은 일종의 전쟁영웅들이다. 자기들끼리 뭉치려는 성향도 강할 거고, 인간들의 지지도 많이 받겠지.
그런 존재들을 붙여놨다간 과거의 전쟁영웅들을 내 손으로 숙청해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아예 흩어놓고 땅을 떼어주고 정착시키는 것이 상책이다.
자기들 땅 관리하기도 바쁜데 지들끼리 모일 일은 없을 테니까. 원래 이런 놈들은 모이게 두면 안 된다. 딴 생각 할 수도 있거든. 역사상 수많은 개국공신들이 숙청을 당했다. 왕좌에 오른 순간부터 공신들은 전부 불편한 경쟁자일 뿐이니까.
물론 그런 짓은 하기 싫다.
그러니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무튼 자기 땅이 생긴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가꿀 것이다. 각지로 흩어진 채 지역 유지가 된 전쟁영웅들은 중앙집권화된 세금징수 시스템의 단단한 기둥이 되겠지.
머릿속에서 온갖 구상들이 떠오른다. 이걸 현실화하려면 역시 시간과 돈. 인력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자, 그럼! 승리에 대한 축복은 이쯤 하도록 하겠다! 다음으로 할 일은... 이번 전쟁동안 죽어간 우리의 전우에 대한 합동 장례식과 추모식이다!"
그동안 희생도 제법 있었고, 이번에 신성룡이 난입한 것으로 초반에 큰 피해를 보기도 했다.
다행히 내 부하들의 피해는 적었지만 베라를 따르던 인간군대의 피해가 몹시 컸다. 그들에겐 내 부대와 같은 신속 의료시스템이 없었으니까.
큘스 마왕군에는 전투 중 중상자가 발생하면 즉시 주변의 전우들이 최우선적으로 부상자를 뒤로 끌어내는 한편, 뒤쪽에 있는 예비대와 의무대가 빠르게 호송을 시키고 암흑수녀들이 치료하는 최신식 의료 시스템에 갖춰져 있다.
그런 시스템이 사상자를 최소화했고, 또 거듭되는 훈련으로 더더욱 최소화한다. 게다가 마력을 품어서 강하기도 하고. 마력을 품은 탓에 또 암흑수녀들의 치료가 더 잘 먹히는 것도 있다.
근데 베라의 인간군대는 그런 게 없어.
"뭐... 앞으로는 인간군대도 다 이끌 거니까."
인간 병사를 위한 의료시스템도 손을 봐야겠어.
아무튼.
우리들은 승리를 축하하는 와중에도 희생된 전우들을 추모하고 장례를 치렀다. 술 역시 지급되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인간과 몬스터들이 하나되어 어울렸다.
* * *
귀환.
천사들을 무찌른 우리들은 용사가 되어 백작령으로 귀환했다. 마음 같아선 남작령으로 귀환하고 싶지만 이젠 이 백작령이 내 본진이다.
뭐 천사들이 차지했던 왕궁이나 여신국의 궁전도 저기 어딘가에 있다지만, 위치상으로 봤을 때 백작령보다 목이 좋은 곳이 또 없었다. 물론 중요 시설인 만큼 그런 곳에서 다음에 한 번 들를 생각이긴 하다.
"다들 먹고 마시고 즐겨라! 승리 기념으로 당분간 훈련은 없다! 당직과 필수 경계병 및 경비 근무자를 빼고는 모조리 휴식이다!"
"케랴아아악!"
"끄르르륵!"
휴식이란 말에 다들 좋아 죽으려고 한다.
실컷 먹고 마음껏 자고 지칠 때까지 놀 타이밍.
"뫙님! 튀김! 튀김 파티 하고 싶슴다!"
"야! 이제 피자도 먹자!"
"케륵...? 피자 말임까?"
영지가 커진 만큼 이제 치즈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되었어. 온갖 작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어! 일단 놀아! 신메뉴를 맛보게 해줄 테니까!"
"케르륵...! 너무 기대 됨다!"
"어, 그 전에 일단 장비 정리하고. 그리고 씻고 휴식 취해라."
"물론임다, 케륵!"
"애들 근무도 잘 조정해 두고!"
"아이, 뫙님! 죄다 완벽하게 처리해두겠슴다!"
신나서 날뛰는 모습 보고 있으면 꼳 한마디씩 하고 싶어진단 말이지. 그리 부하들과 이야기를 다 나누고 집무실로 들어왔다.
"후우."
근데 다들 쉬는데 날 쉴 수가 없네.
"마왕님?"
"들어와라. 베스티나."
"네."
베스티나가 내 방으로 들어왔다.
"일은 잘됐나?"
"물론이에요. 백작령 주변에 있는 마을까지 전부. 작지만 교회를 세우는 데 성공했거든요. 신자도 아주 많이 모았어요."
"역시 수완이 있군."
"후후후, 이제 더 이상 숨어다닐 필요도 없고 권력의 비호도 받고 있으니. 당연한 것이죠."
베스티나를 포섭한 건 아주 잘한 일이었다.
수완이 좋아.
"좋아. 그럼 시켜둔 일은?"
"그것도 잘했습니다... 천사들 말이지요. 전부 가둬놓은 상태고. 신성총독 뷰티엘은 따로 룸에 구속해 둔 상태입니다. 치장도 잘 시켜놨죠."
"밥상을 잘 차렸군. 잘했다."
그럼 이제 뷰티엘을 조교해보도록 하자.
그 건방진 쓰레기 천사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서 평생도토록 봉사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죽인만큼 내 왕국을 위해 봉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