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이거 참! 개멋지네!"
사악한 제단에 엑스칼리버마냥 박혀있는 뷰벌린드.
본래 그것은 새하얗고 찬란한 성검이었지만, 여러가지 부정한 작업 공정을 거쳐 신성력이 전부 뽑힌 채 마력이 주입된바 이젠 천사적인 디자인을 하고 있을 뿐인 검은 마검으로 변해 버렸다.
근데 존나 멋져.
"리리엘. 이거 거의 다 된 거 맞습니까?"
"훗후후. 그렇다. 지금이라면 당장이라도 사용할 수 있겠지."
"그럼."
손잡이를 잡고.
ㅡ쭈욱!
마검을 뽑았다.
"오오!"
그러자 검에서 익숙한 마력이 느껴진다. 말 그대로 내 힘으로 재련된 무기. 처음 잡는 검이지만 무엇보다도 익숙하다. 마치 검객이 수년동안 사용한 자신의 검을 잡는 듯한 익숙함이랄까.
가볍게 휘둘러보니.
ㅡ쐐액!
칼날이 아주 경쾌하게 공기를 가른다.
"캬."
딱 봐도 알 수 있다.
이것은 엄청난 명검이다. 조금 무거운 칼인 것 같긴 하지만 그건 인간 기준이고. 마족의 근력을 지닌 내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거 참. 칼도 잘 못 다루는데 이렇게 좋은 명검을 얻다니."
마력이 담긴 칼날은 어지간한 것을 그대로 절단해버릴 것이다. 검사조차 아닌 내겐 과분한 칼이다.
"그렇긴 하지만 그건 명검인 동시에 마법사의 스태프이기도 하다. 애초에 마왕 넌 중거리 마법사 타입이 아닌가. 그쪽으로 더 잘 쓸 수 있을 것이다."
"좋아."
바로 바깥으로 나가서 흑마법을 시험해봤다.
"다크 블래스트!"
원래 난 스태프나 완드 없이 손으로 흑마법을 사출했다. 그편이 더욱 정확하고 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검을 일종의 가늠자 삼아서 흑마법을 사출했다.
ㅡ화르륵!
"오오!"
더욱 정교하고 강력해진 흑마법.
그것이 내 손에서 쏘아지는 것이 아니라, 마검이 내 마력을 흡수했다. 그렇게 흘러 들어간 마력이 흑빛 검신을 사악한 힘으로 물들이더니 마침내 내 의지에 따라 흑마법의 불덩이가 쏘아진다.
ㅡ퍼어엉!
고속으로 날아가 공중에서 폭발한 검은 불덩이를 보면서.
"이야!"
나는 감탄했다.
굉장한 위력.
"이거면 뭐 저도 전문 전투원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리리엘! 다시 죄다 불러오십시오! 이 마왕의 힘을 보여줄 때가 왔으니!"
"알겠다!"
그렇게 리리엘이 성을 쭉 돌면서 내 간부들을 죄다 소집했다.
온갖 특성에 정통한 내 부하들 사이에서 나는 마검을 휘두르며 더욱 강화된 힘을 보여줬다.
"샤아! 마앙님 넘넘 멋지다에여!"
"세기의 대 마족이야!"
"나도 마검 갖고 싶어!"
샤란이도 루미카도 세리뉴도 눈을 빛낸다.
"정말 엄청난 흑마법의 힘이니라...!"
성녀님 역시 감탄.
뿐만이 아니다.
"정말... 엄청난 명검이로군."
"아니. 마검하나 얻었다고 저렇게 강해져?"
바네사와 레이카도 입을 떡 벌린다.
"동시에 참을 수가 없다. 저렇게나 좋은 육체와 검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 아직도 검술 수련을 게을리하다니."
"동감이다. 베라."
베라 역시 그런 말을 하면서 바네사와 공감대를 형성했다.
"어머. 뜻이 통했네? 솔직히 이렇게나 강한 육체에 저렇게 강력한 검이라니. 이건 검술을 수련하지 않으면 그것대로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니? 꼬마야?"
다크엘프의 여왕님 역시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그리 말했다.
"흐음."
맞는 말이다.
"어차피 왕국을 통일하는 과정에선 제가 크게 할 일이 없을 것 같으니... 뭐, 좋습니다! 세력은 많이 키웠으니 이제 제 개인 전투력을 단련하는 시간을 늘려도 괜찮겠군요!"
나는 마족이다.
마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힘. 오늘까지 나는 내 개인 힘을 수련하는 것보다 세력을 키우는 것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렇게 강해진 지금.
나 역시도 더욱 강해질 필요가 있다.
그것이야말로 마왕일 테니까.
"좋군!"
"아주 좋은 마음을 먹었군. 나와 바네사가 돕도록 하겠다."
그럼 제대로 배워볼까.
검을 바네사만큼만 다루게 되어도 난 존나 쎄질 거다.
"뭐 일 바쁜 와중에 검술 교습까지 시켜달라고 하니 좀 미안하군요. 아무튼. 사실 얻은 건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으음?"
의문을 표하는 그녀들 사이에서.
ㅡ촤학!
즉시 가죽 코트를 벗어 던지고 상체를 드러냈다.
"앗...!"
바로 얼굴을 붉히는 그녀들. 나한테 조교된 여자들인 만큼 내가 갑자기 옷을 벗자 허벅지를 오므리면서 성욕을 느끼기 시작한다. 물론 지금 해줄 건 섹스나 애무가 아니다.
나는.
ㅡ촤학!
ㅡ화르륵!
내 멋진 악마의 뿔과 피막 날개.
그리고 꼬리를 전개했다.
"어, 어어?!"
"앗!"
"저건?!"
그야말로 악마화(惡魔化).
날개와 꼬리. 그리고 뿔이라는 악마적인 특성을 단번에 드러내자 내 여자들이 입을 떡 벌렸고.
ㅡ펄럭!
나는 그대로 마검을 잡아 든 채 날아올랐다.
"와!"
"케, 케르으으으윽?!"
"끄르르르륵!"
"규사아아아아앗!"
그 상태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뫙님이! 뫙님이 날고 계신다아아앗!"
"세상에!"
"마왕이가 플라잉 큘스를 혼자서 하고 있어!"
"캬, 캬하아악?!"
"끼에에에엨! 모왕니이임!"
"비인간적임니다! 규사아아앗!"
감탄 그 이상의 놀람.
경악에 가까운 놀라움을 토해낸 내 부하듯이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미친 듯이 함성을 내지르기 시작한다.
극도의 흥분상태.
마왕인 내가 이렇게까지 성장한 것을 보고 광분한 것이다. 솔직히 한국 사람 관점에서 생각해보자면 갑자기 대통령이 하늘을 날면서 지랄을 하는 꼴인데 얼마나 놀라울까.
정말이지 흐뭇하기 짝이 없다.
"케랴아아악...! 케륵!"
그리고 경탄 끝에 이어지는 것은.
숭배.
"끄륵...!"
"규삿...!"
내 몬스터 군단이 날 바라보면서 경배하듯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그렇다. 말 그대로 날 숭배하듯이 절을 올린 것이다. 무엇보다도 초월적이고 강한 내게 올리는 의식.
"...이것이 바로 마왕의 카리스마인가."
솔직히 그동안 많이 성장하긴 했다.
뷰티엘을 취한 것으로 더욱 강화가 되었고.
이제 결실이라고나 할까.
그런 걸 얻은 것이지.
"그렇다면 카리스마를 더욱 제대로 보여줘야겠어."
ㅡ처억.
마검 뷰벌린드를 높게 치켜들었다. 그리고 검에 나의 강력한 힘을 밀어 넣는다. 마검이 내 의지에 화답하여 힘을 빨아들였고.
"위대한 큘스 마왕군의 무적 용사들이어! 이 마왕 큘스의 위대한 축복을 받으라!"
ㅡ화르륵!
검 끝에 내 힘을 모아 하늘로 쏘아냈다. 항상 해왔던 일이다. 내 부하들에게 마력을 나눠주는 것은 실로 당연한 일. 내 부하들은 나의 마력으로 강화된다!
ㅡ퍼엉!
공중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ㅡ사아아.
곧, 지상에 사악한 마력의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케륵?! 케흐으으윽!"
"끄르륵?!"
"캬하아악!"
"마, 마왕님의 힘이야...!"
자리에서 일어난 내 부하들이 신의 은총을 받는 것처럼 마력의 비를 맞으면서 환희했다.
"케르으으윽!"
"모왕니이임! 끄르륵!"
ㅡ고오오.
저 아래에 있는 내 부하들이 실시간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전부 다. 모조리. 내 마력을 흡수하고 강해지는 것이다.
"더욱더 강력한 존재로 거듭나거라, 나의 부하들이여."
이 마왕은 너희들과 영원히 함께다!
* * *
바로 축제를 열었다. 고위마족이 된 마왕 큘스를 경배하고 그 은총을 받아 한 단계 더 성장한 부하들을 축하하는 축제.
"케르르륵!"
부릴이가 부릴부릴 땐스를 추면서 흥을 돋구고 픽시들이 온갖 반짝이는 마법을 사용해 분위기를 띄운다.
ㅡ척척척.
그리고 코볼트들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요리를 서빙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인간도 마족도 몬스터도 전부 어우러져 음주가무를 즐겼다.
"후우."
이제 뭐 앞으로 한 걸음이다.
지금 시점에서 왕국을 완전히 통일해 내 지배력을 뻗치는 것은 단순히 시간문제일 뿐. 어려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이것도 시간 승부지. 외국이 견제하기 전에 다 해야 하니까.
아무튼 통일만 하면 끝이다.
왕국 하나를 먹어 치운 고위 마족이 그것을 기반 삼아 본격적인 정복 활동을 시작한다면 중간계는 버틸 수가 없다. 뭐 외국이 다 연합해서 '용사'같은 걸 보낸다면 마왕인 나로서는 좀 위험하겠지만, 내겐 마계의 서포트가 있지.
"그렇지? 카르티."
"맞아! 마계가 보조한다면 걱정할 것은 없어! 그도 그럴게!"
어깨에 앉은 이블아이가 소리친다.
"큘스 오빠는 이미 아주 강인한 마족이 되었으니까! 정말 축하해!"
아주 기쁜 목소리.
카르티는 나를 아주 순수하게 축하해줬다.
"고마워. 카르티."
"아니야! 전부 큘스오빠가 유능한 덕인걸! 아무튼 이걸로 큘스오빠의 대승리야! 대천당을 무릎 꿇리고 이렇게나 강인하게 성장하다니...! 그저 감동밖에 없어! 흐윽!"
"흐흐흐, 울 정도로 좋은 거냐?"
"이미 혈족도 다 축제 분위기야! 세상에! 큘스오빠는 맨몸으로 가서 중간계 왕국을 이렇게 단시간 만에 정복한 거야!"
"그래그래."
감동에 미친 카르티의 이블아이를 쓰다듬어주면서 말을 받아줬다.
"이제 중간계에서 발생하던 천사들의 방해 공작과 에너지 공급이 전부 끊겼어. 이 기세라면 마계와 더욱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을 거야. 지원 물자는 물론이고 온갖 지식까지 전부 줄 수 있어!"
좋은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
"어머니 여공작님께서 큘스 오빠를 정말 만나고 싶어 하셔!"
"아."
여공작 케라시스.
나는 결국 그녀가 내린 명령을 훌륭하게 완수한 것이다.
"..."
여공작의 얼굴이 떠올랐다.
터무니없는 아름다움.
요사스러운 매력.
사악한 미의 여신.
그녀의 매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그렇구만."
이제 그 여자와 대면을 할 날도 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