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생존기-459화 (459/544)

"하압! 츠압!"

"좋군. 계속 휘둘러라."

바네사의 지시에 따라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평범한 검이 아니다. 마검 뷰벌린드. 어지간한 검보다 몇 배는 더 무거운 검을 잡고 힘차게 휘두르면서 검술을 수련했다.

"역시 육체가 좋아서 그런가? 동작 자체는 군더더기가 없다. 게다가 힘도 실려 있어... 그럼 대련으로 넘어가지."

"좋습니다."

"와라."

"네!"

ㅡ파앗!

그대로 바네사를 향해 검을 내지른다. 오늘은 그녀가 나의 검술 교관이다. 물론 안전을 위해 우리 둘 모두 중갑을 착용한 상태이며, 검기를 두르는 건 엄격하게 금지된 상태.

ㅡ채앵!

바네사가 내 검을 가볍게 받아주면서 내 스텝에 맞춰 전진과 후진을 반복한다. 나는 그저 배운 대로 공격만 할 뿐이다.

"후우... 보면 볼수록 우월한 육체다. 이렇게 쉽게 습득하고 이해하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말하는 것도 좀 웃기지만, 역시 마족이라 그런 건지는 몰라도 엄청나군요. 전투적인 감각이 본능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반인이 검술을 습득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나는 마족이다.

검을 잡고, 교육을 받으면서 실시간으로 부딪힐 때마다 머릿속에서 어떻게 해야 더 잘 싸울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과 개선방안이 떠오르면서 바로바로 실천하게 된다.

그런고로, 내 실력은 나날이 빠르게 상승하는 중이었다. 강인한 마족의 육체와 보물과도 같은 무기. 거기에 본능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괴물이 된 듯한 기분이다.

"물론 그게 끝이 아니지."

검술 수련 및 체력 단련이 끝난 뒤에는 흑마법 수련이다.

"커럽션 소드."

ㅡ화르륵.

검에서 보랏빛 화염이 불타오른다. 그 상태로 검을 좀 휘둘러보았다. 타오르는 검기가 궤적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그렇게 잠깐 감각을 익힌 다음.

"다크볼트!"

순간적으로 왼손을 뻗어 손바닥에서 어둠의 화살을 기습적으로 발사한 뒤에, 다시금 힘차게 검을 휘둘러서!

"데들리 커터!"

ㅡ화르르륵!

타오르는 보랏빛 화염의 반월을 쏘아낸다!

ㅡ콰앙!

쭉 날아간 반월이 바위와 충돌해 폭발한다. 실로 엄청난 공격용 흑마법의 연계다... 기술 이름은 전부 내가 지었지.

"마앙님! 넘넘 멋지다에여!"

"흐흐흐, 멋지지?"

뷰벌린드를 손에 넣은 뒤로, 내 공격용 흑마법은 비약적으로 강해졌다. 마검이 흑마법의 위력과 캐스팅 속도를 증폭한 것이다. 그것으로 나는 근접전과 원거리전 모두 강력한 마왕이 되었다.

물론 이것 뿐만이 아니다.

"레이즈 데드...!"

이교도들의 흑마법.

"그으으..."

"으으으으..."

"어어...!"

소금으로 간을... 아니지. 소금으로 염을 해놨던 구 천사군의 시체를 흑마법으로 일으켜 세운다. 일어난 망자들이 기괴한 소리를 내면서 내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국, 구우욱..."

바닥에 놓인 방패와 검을 잡고.

"언데드 군대여! 일렬로 서서 방패를 들어 올려라!"

"구윽."

밍기적밍기적 움직여 일렬로 쭉 선 다음 어정쩡하게 방패를 들어 올린다. 이거 참. 조종하고 있으니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것처럼 띡띡 움직이는 게 아니다. 언데드 시체 하나하나를 느끼면서 실시간으로 명령을 해야 한다.

뭐 한 방향으로 쭉 움직이라고 시켜두는 것까진 간단하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전투를 시키려면 신경쓸 게 너무 많다. 근데 그렇게 신경 써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곤 그냥 개좆밥 언데드 전투원 몇십 마리가 전부.

그냥 명령만 내리면 알아서 잘 싸우는 내 부하들에 비해 전혀 나을 것도 없는데 내 머릿속 리소스를 너무 많이 잡아먹는다.

"하지만 그것은 경지가 낮기 때문이죠. 조금 더 수련하셔서, 망자의 혼을 시체에 잡아두거나 배회하는 명령들을 빙의시키는 경지에 이른다면... 말 그대로 쉽게 명령을 내릴 수 있을 거에요."

이것이 바로 베스티나의 말이었다.

뭐가 됐든 내 경지를 올리면 그러한 단점들은 상쇄된다.

"흡!"

ㅡ촤학!

그리 생각하면서 새로 생겨난 나의 날개를 꺼냈다. 날개든 뿔이든 꼬리든 평상시에는 번거로워서 숨기고 다니는 중이다.

ㅡ파앗!

날개를 전개하자 간지나는 악마의 뿔과 꼬리도 연이어서 생성된다. 그 상태로, 나는 검은 갑주를 입은 채 천천히 비행했다.

비행 연습도 착실히 해야 한다. 언젠가 공중전을 펼치게 될 수도 있으니까 마찬가지로 신성룡을 타고 다니다가 추락하게 되었을 때를 대비하기도 해야 하고.

그리고 비행하며 흑마법을 흩뿌리면서 언데드를 조종하는 것도 로망이 있다.

ㅡ부웅!

"어?! 비행 연습해?!"

"같이 놀자!"

"이쪽으로 와!"

그리 날고 있으니 픽시들이 날아와서 까르르 웃으며 내 옆을 붕붕 돌기 시작한다.

"어. 나도 슬슬 비행 연습 좀 하려고."

"너무 느려! 그래선 다 잡힐 거야!"

"도망도 못 치고 정찰도 못 해!"

"더 빨리 날아! 날개에 힘을 더 줘!"

그저 신이 난 픽시들이 훈수를 두면서 즐겁게 소리친다.

가만 있어 봐. 이렇게 비행을 하면서... 픽시랑 섹스를 하면. 비행 연습도 하고 인큐버스의 힘도 채우고 일석이조 아닌가?

아니, 근데 공중에서 교미라니 너무 눈에 띈다.

"좀 더! 날개 파닥파닥 움직여!"

"마력을 사용해도 좋아!"

"아이고, 얘들아. 나 집중 안 되니까 조금 조용히 좀 해봐. 지금 최대한 빨리 날고 있으니까."

"나비보다 느리잖아!"

"나비야, 나비!"

"마왕이는 나비래요!"

이 녀석들이.

"안 되겠다."

마왕의 무서움을 보여줘야겠어.

ㅡ파앗.

즉시 착지했다.

"응? 이제 안 해?"

착지하자 픽시들이 무방비하게 다가온다. 나는 말없이 그런 픽시들의 손목을 붙잡고 방으로 끌고 갔다.

"가자."

"앗! 잡혔어! 안돼! 하루종일 섹스당해버려!"

"꺄아아아악!"

픽시들이 비명 질렀지만 이미 잡혀버렸다.

ㅡ질꺽, 질꺽.

"아앙♥ 아앙♥ 마왕아앗♥ 미안해햇♥ 살려줘어엇♥"

그렇게 나는 순진한 픽시들을 잡고 무자비하게 들박을 실시했다. 그런 식으로, 나는 내 개인의 힘을 키우면서 씨뿌리기에 힘썼다.

*     *     *

할일을 하면서 내정에도 힘쓰던 어느 날.

"마왕님. 홀드가 깨어났습니다."

뷰티엘이 보고했다.

"오오, 그렇습니까? 바로 보러 가야겠군요. 그런데 상황은?"

"우려하던 폭주는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절 봐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상당히 나른해 보이는 상태입니다."

"흐음."

신성룡이 주입된 마력에 거부반응을 일으켜 폭주하는 것은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그렇게 되면 뭐 써먹을 것도 없이 바로 사살해야 했을 테니까.

아무튼 폭주하지 않았다고 하니, 지금으로선 다행인 일이다. 천천히 릴렉스 시키면서 길들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근데 가보니까 소문이 퍼졌는지 구경하는 사람이 많았다.

"어머? 왔어? 저길 봐. 드래곤이 깨어났어."

"정말... 굉장하군. 병기로 사용한다면 엄청날 것이다."

렉사벨라와 베라가 홀드를 보면서 한마디씩 했다.

"먼저 와서 보고 있었습니까? 어디, 저도 한번 보지요."

나도 홀드를 봤다.

"크르르..."

녀석은 엎드린 채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는 천천히 호흡하고 있는 상태였다.

뭐야?

"저거 무슨 마약중독자처럼 퍼져 있는 느낌인데."

폭주의 조짐이 없는 것 좋지만, 딱 보니까 무슨 폐인처럼 축 늘어져 있는 것이 느낌이 좋지 않다.

"뷰티엘.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감이 잡힙니까?"

"글쎄요. 저도 이런 건 처음이라 잘은 모르겠습니다."

"굶주렸다든지?"

"굶주린 것이든, 영혼에 목마른 것이든. 홀드는 갈증을 느끼면 난폭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차분합니다."

"이거 원래 알던 신성룡과는 완전히 다른 특성이 발현된 것 같군요. 그럼 어디. 마력을 채워 넣은 장본인으로서 한번 나서봐야겠습니다."

ㅡ처억.

바로 홀드를 향해 다가갔다.

"꼬마야. 조심하렴. 갑자기 날뛸 수도 있으니까."

"걱정할 건 없다. 설령 날뛴다고 해도 큘스는 강한 마족이니까."

베라의 말이 맞다.

그렇게 홀드의 앞에 섰다.

"그르릉..."

"흠."

이 새끼.

역시 이렇게 보니까 느낌이 다르다. 츄렐이보다 커다란 공중 괴수라니. 정말 압도적이고 장엄한. 그런 느낌이 들고 있다. 어지간한 공룡 크기라고 해야 하나.

"엄청나구만."

내가 다가갔음에도 불구하고 홀드는 그냥 엎어져 있을 뿐이다. 자, 그럼. 이 새끼를 어떻게 움직이게 해볼까?

"마약 중독자라. 설마 마력에 중독되었다던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손을 뻗어 홀드의 이마에 손을 댔다. 그때까지도 녀석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력주입."

하지만 내가 마력을 주입해준 순간.

"크르르륵?!"

녀석의 눈이 크게 떠지면서 콧김이 뿜어져 나왔다.

잠깐 쫄았지만 문제없다.

"왜. 좋냐?"

"크르륵...!"

이 새끼.

지금 이마에 얹어진 내 손. 그걸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이마로 내 손을 살살 밀고 있었으니까. 마력이 흘러들어오는 걸 거부하지 않는 걸로 모자라 오히려 선호하고 있는 것이었다.

"크르르륵...!"

몸에 힘이 들어가 있지만 태도는 얌전하다. 홀드는 얌전히 이마로 내 마력을 받아냈다. 역시 그런 건가. 마력에 절여져서 중독된 거였나.

근데 마력을 좀 많이 먹네.

"이럴 수가...! 신성룡이 마력이 집착하게 되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옆에서 뷰티엘이 감탄했다.

"마치 영혼을 포식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얌전하군요! 어쩌면 마왕님의 마력으로 영혼포식을 대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뭐 영혼이란 것도 필요하면 먹여볼 생각이다. 죄인이란 것들은 어느 시대에서나 존재하는 것이니까.

"그래. 내 마력으로 길들여졌다 이거지?"

신성룡.

넌 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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