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랴아아악!"
"케륵!"
"규사사삿!"
"끄르륵!"
축사에 갇힌 야생 신병들이 마구 울부짖는다.
"아니. 축사라고 하면 안 되겠군. 여긴 지금부터 신병훈련소다."
"케륵케륵. 알겠슴니다. 여긴 신병훈련소."
옆에 선 고블린, 백삼돌이가 국자로 사료를 퍼주면서 대답했다. 아직 이들은 몬스터에 불과하다. 정식 마왕군 취급을 해줄 수는 없지.
"보자."
그럼 몇 마리만 딱 세례해서 신병으로 삼아주도록 하자. 그렇게 하면 지금 부대원들 중에서 막내. 걔네들한테도 드디어 후임이라는 게 생기게 된다.
그 막내들한테 신병들 교육 겸해서 이 훈련소 관리를 맡기면 되겠지.
"그리고 또... 암컷이랑 수컷. 구분해야지."
이미 축사는 두 개를 지어놓은 상태.
"백삼돌아. 가서 고블린 암컷들만 저기. 옆 축사로 옮겨 놔라."
"케륵. 그렇게 하겠슴니다."
몬스터들에게도 기본적으로 번식기라는 것이 있다. 특정 시기에만 발정하여 번식을 하는 것이다. 근데 일 년 중 한 분기 정도만 휴식기일 뿐, 나머지 세 분기 모두 번식이 가능하다.
"케륵!"
바로 암컷 고블린들이 옆 방으로 옮겨졌다.
여전히도 발광하고 있는데, 이거 밥을 너무 많이 줘서 그런가? 일단 얌전해질 때까진 적당히 식사량을 줄이면서 조련하면 될 것이다.
"이거. 밑에 애들 시켜서 적당히 조련해두라고 해라. 얌전해질 때까지 밥 조금만 줘."
"알겠슴니다. 케륵."
좋아.
그럼 번식 실험을 한번 해보자.
암컷들과 소수의 수컷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세례를 내려주면 되겠지. 나는 다시 수컷들이 갇혀 있는 축사로 가서 신병들을 선별했다.
"물론 부릴이를 불러서. 부릴아. 여기서 신병으로 삼고 싶은 애들 직접 뽑아봐라."
"케륵. 제가 여기서 한번 인사권 휘둘러 봄까!"
"존나 휘둘러, 이 시발!"
"케랴아아악! 이놈부터 저놈! 그리고 저기까지!"
"그래! 붙들어라!"
ㅡ처억!
부릴이가 선별한 신병들을 끌어냈다. 동시에 입소식이 시작되었다. 지금 시간 남는 애들 중 몇 명을 불러서 간단하게 약식 행사를 실시한 것이다.
"케륵케륵!"
고블린 보병대가 신병들을 둘러싸고 엄숙한 얼굴로 내게 경례했고, 나는 그대로 신병들에게 지배술을 걸어줬다.
ㅡ파칙!
이런 저급한 몬스터를 지배하는 건 실로 간단한 일.
"케륵...!"
"끄르르륵!"
놈들의 발밑에 마법진이 생겨났고, 그대로 스멀스멀. 내 마력이 녀석들의 육체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무지성 몬스터들이었던 신병들이 이성과 자아를 각성했다.
"어, 으아. 케륵?!"
"몰라, 몰라... 모르는 생각! 케륵!"
"깨어났다, 케륵!"
얼떨떨한 모습으로 중얼거리는 신병들.
마왕인 내가 말단 신병들까지 신경 써줄 필요는 없다. 이 녀석들이 마왕군의 진정한 일원이 된다면 그때 따로 이야기를 해주도록 하자.
"부릴아. 신병 받아라."
"케륵! 알씀다!"
"얘들을 우리 동료로 만들어 놔라. 얘들이랑 인사하는 건 그다음에 할 테니까."
"케륵케륵! 빨리 안 일어나고 뭐하나!"
그렇게 마왕군의 신병이 확충되었다.
* * *
그로부터 며칠 뒤.
"백삼돌이. 일을 아주 잘하고 있어."
"감사함니다. 케륵."
축사에 갇힌 암컷 몬스터들이 얌전해졌다. 이제 밥 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인식한 것처럼 완전히 복종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럼 다음 페이즈로 넘어가야지."
즉시 대기시켜놨던 야생 수컷 고블린을 끌고 왔다.
"케륵..."
녀석 역시 조련된바 딱히 반항을 하지 않는다. 그냥 사슬을 끄는 대로 움직일 뿐. 그렇게 끌고 온 수컷을, 암컷들이 있는 축사에 밀어 넣었다.
"케륵...?"
"케륵?"
서로가 얼떨떨한 모습.
"번식해라. 고블린."
"케륵."
뭐 직접 구경할 것도 아니니 일단 나가서 내 할일을 했다.
조금 있다가 다시 와서 구경하면 되겠지.
"케륵. 그런데 뫙님."
"어. 부릴이 왜."
"이제 번식 작전으로 신병을 충당한다 아님까?"
"시험단계긴 한데, 잘 되면 그렇게 해야지. 그편이 더 효율적이잖아."
멀리 가서 신병들 잡아 오는 것보단 이게 더 낫다. 그리고 안정적이지. 수도에서 우리 병사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거니까. 말 그대로 괴물들이 둥지를 만들어서 번식하는 거다.
"케륵. 참 신기함다. 뫙님은 암컷들이랑 노는 거 좋아하지 않슴까?"
"그렇지?"
"케륵케륵, 근데 저희들은 그런 게 없슴다. 수컷들은 다 암컷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저희에겐 암컷이고 나발이고 다 전우일 뿐임다."
슬슬 부릴이도 이런 의문이 좀 생기나 보다.
"그게 아마 그거일 거다. 너희들이 지금 내 힘으로 강화가 되었지?"
"케륵. 그렇슴다."
"그거야 임마. 힘이 강해지는 대신 암컷에 대한 흥미가 없어진 거지. 말하자면 암컷을 생각하는 기운이 너희들 힘으로 갔다고 해야 하나."
"그렇슴까? 케륵."
부릴이가 머리를 긁적였다.
"뭐, 암컷 보단 힘이 더 좋슴다! 케륵!"
아니 근데 이건 진짜 욕구가 없어져서 이렇게 생각할 확률이 높다. 성욕을 거부할 존재는 거의 없으니까 말이지.
이것도 어떻게 해결을 좀 해주고 싶은데.
부릴이도 강해질 만큼 강해졌으니, 이게 귀여운 고블린 암컷들을 거느릴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강한 고블린들의 욕구를 일깨워주고 싶긴 해.
명색이 인큐버스 로드의 오른팔인데 평생 번식의 즐거움을 모른 채로 살아가게 둘 수는 없지 않은가.
부릴이와의 대화는 내게 그런 의문을 남겼다.
뭐 그리 회의도 하고 하면서 할일을 적당히 마친 다음 암컷 축사로 돌아갔다.
ㅡ끼익.
문을 연 순간.
"케륵...!"
"케륵!"
고블린들이 열심히 번식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새끼들. 그래도 할 건 다 한다니까.
수컷 한 마리가 축사 안에 있는 암컷들과 전부 교미하는 중이다.
"좋아. 여기까진 순조롭구만."
암컷들이 순조롭게 임신해서 정상적으로 출산할 수만 있다면 마왕군 병력 확충 계획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뭐 고블린 새끼들 키우는 건 일도 아닐 테니까.
"어쩌면?"
갓 태어난 고블린들을 마력으로 강화시키면서 키운다면, 녀석들은 어떤 존재가 될까?
"신세대 고블린 워리어...!"
탄생부터 축복받은 신세대 전사들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원래 뭐든 초창기에 하는 것이 좋은 거 아니겠는가. 날 때부터 마왕의 축복을 받으면서 자란 새끼들은 분명 비범할 것이다.
"그것도 기대되는구만."
그런 미래를 그리면서, 축사의 문을 닫았다.
교미할 땐 방해하는 거 아니다.
* * *
마왕군에 새로운 유행이 생겼다.
구체적으로는 여성진들에게만 생긴 유행이다.
"후후후, 어때? 예쁘지?"
"솔직히 좀 부끄럽구나... 아무튼. 어떻느냐?"
렉사벨라와 성녀님이 갑자기 내게 와서는 엉덩이를 내밀어 보석이 박힌 애널플러그를 보여주고 있었다.
"대체 언제 이런걸..."
입을 떡 벌리면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부웅. 창문을 통해 픽시가 들어왔다.
"마왕아! 이것 좀 봐!"
커다란 젖가슴을 덜렁대면서 날아온 픽시. 그 옷은 하늘하늘한 원피스라고 해야 하나. 옷이 마구 휘날린다.
아무튼 그리 날아온 픽시가.
"섹시하지!"
내게 맨 엉덩이를 내밀면서 소리쳤다.
"허억!"
노 팬티 엉덩이. 거기에도 애널플러그가 박혀 있었다...! 그렇게 애널플러그를 자랑스럽게 보여준 픽시가 내게 윙크했다.
"내 보석이 제일 예쁘게 세공된 것 같아!"
"화, 확실히 그래보이네..."
아니 이거.
미치겠네.
갑자기 여자들이 내게 와서 엉덩이를 내밀어 애널플러그를 보여준다고? 인큐버스의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단언컨대 보석 애널플러그는 여성을 장착할 수 있는 가장 귀여운 악세사리다!
"대체 언제 이런 유행이 생긴 거지!"
"그건 내가 답변하지."
"어머니!"
문이 열리고 베라가 들어왔다!
"허억!"
베라는 비키니 아머 차림이었는데, 그녀 역시 내게 다가오더니 뒤돌아서면서 내게 엉덩이를 내밀어 애널플러그를 보여줬다!
"타천사들이 퍼트린 유행이다. 다들 자신만의 애널플러그를 만들고 있더군. 그래서 뭐, 그동안 얻은 전리품도 있고 하니... 이렇게. 다들 그걸 흉내 내고 있는 중이지. 마왕의 업무 효율 증가를 위해서 말이야."
"이런 미친...!"
루비가 박힌 애널플러그다!
"요즘 골드 소비량이 늘었다더니 바로 이거였습니까! 아니, 근데 세공은 누가 했어요?"
일단 인체에 무해한 플러그를 만들어야 하고, 거기 잘 깎인 적당한 크기의 보석을 박아넣어야만 한다.
이걸 대량으로 만들려면 장인이 많이 필요했을 텐데.
"당연히 타천사들이 했다. 전문가들이었지. 하나같이 보석세공의 재능이 있더군."
"와. 근데 어머니. 이거 눌러봐도 됩니까?"
"마음대로."
ㅡ꾹.
손가락을 뻗어 베라의 애널플러그를 눌러주니.
"응옷...♥"
베라의 고개가 뒤로 넘어간다.
"어머, 베라만 눌러주는 거야? 이 여왕님은?"
"이, 이 성녀의 것도 눌러줬으면 좋겠구나...!"
"이쪽으로."
이거 참.
바로 렉사벨라와 성녀님의 애널플러그도 꾸욱 눌러줬다.
"하앙♥"
"으응♥"
이거 천사들이 아주 좋은 유행을 퍼트렸구만? 나로선 좋은 일이다. 하여간 이 음란한 여자들 같으니라고. 날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마앙님!"
"나도 왔어."
그리고 샤란이와 루미카도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내게 애널플러그를 검사받는 그녀들.
"예쁘네. 계속 보고 싶어."
"근데 샤란이는 못본다에여."
"거울로 보자."
샤란이는 연두색이고 루미카는 하늘색이다.
"어때? 어울려?"
루미카가 새침하게 물어본다.
"흐흐흐, 잘 어울리는데. 색이 아주 딱 맞아. 머리카락 색 따라가면 되는 건가?"
"그런 모양이야. 아, 그런데 레이카는 안 끼겠대. 혼자 말도 안 되는 짓이라면서 삐진 것 같아."
"그럼 위로를 해주러 가야겠구만."
아무튼 즐거운 일이다.
그렇게 한동안 큘스 마왕군의 모든 여군들이 날 볼 때마다 애널플러그를 보여주는 통에 발기를 참을 수가 없게 되었다.
"마, 마왕님... 제 것을 봐주십시오♥"
암흑수녀가 수줍게 수녀복을 들어 올려 엉덩이를 보여주고.
"아앙, 마왕님♥ 저두요."
다크엘프 여전사가 끼를 부리면서 엉덩이를 벌려준다.
"우리의 솜씨를 봐줬으면 한다, 마왕♥"
"애널플러그 검사해 주세요♥"
거기에 타천사들 역시 내게 와서 엉덩이를 보여주고 간다.
"이게 바로 천국이지."
확실히 여자들이 음란한 짓을 해줘서 그런가. 업무효율이 증가한 것 같았다. 역시 인큐버스한테는 성욕보다 좋은 보약이 없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신성룡에게 밥을 주러 갔는데.
"마, 마왕님!"
뷰티엘이 내게 다급하게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뭡니까? 뷰티엘?"
"그게, 홀드가! 홀드가!"
홀드가 왜?
"홀드가 변신했습니다!"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