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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475화 (475/544)

"흐흐흐."

아무튼 일이 아주 잘 풀렸다.

마침 사절단 대빵이 여자라서 다행이었지. 아니었다면 머리를 좀 써야 했을 거다. 여자면 그냥 따먹는 것으로 지배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 특성이란 말인가.

처음엔 사절단 자격으로 초대한다고 교양 있게 이야기를 좀 잘해주는 척을 하다가, 내 능력으로 정신을 혼몽하게 만든 뒤에 섹스방으로 옮겨서 그대로 따먹어 버렸다.

그걸로 샤르오드 왕국의 핵심 정보를 전부 얻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개이득이다.

게다가 하루만에 충성심을 새겨주고 내 친서와 함께 돌려보낸 상태다. 비비앙 여왕에게 금방 내 뜻이 전해질 것이다. 그 다음엔 여왕과 섹스를 즐기고 샤르오드 왕국을 지배하면 된다.

기분이 아주 좋군.

"이 새끼 기분이 왜 이렇게 좋아보여?"

내가 만족하고 있는게 티가 났는지 레이카가 와서 그런 말을 툭 던졌다.

"뭐 새로 따먹고 싶은 여자라도 생겼냐?"

"아니 뭐 그런 소리를... 절 뭘로 알고."

"하루종일 여자 보지 쑤실 생각밖에 안 하는 색마."

"인정합니다."

쿨인정.

"아무튼 기분이 좋은 건 그겁니다. 일이 아주 잘 풀렸거든요."

"그 궁정 마법사 말이지."

팔짱을 낀 레이카가 고개를 살짝 갸웃하면서 말했다.

"그래서. 그년도 이제 네 보지컬렉션에 추가되는 거냐?"

"아니 뭐 그런 상스러운 말을!"

"아니면 섹스노예 컬렉션? 보지노예 컬렉션? 말은 많지."

"그런 거 아닙니다! 아니, 애초에 그럴 일이 없어요. 나탈리아는 그냥 도구입니다."

"뭐...? 도구라고?"

바로 레이카가 의문을 표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니가 좀 성폭행범... 강간섹스를 즐기는 편이긴 해도 따먹은 여자는 다 잘 대해주지 않냐? 그런 녀석이 섹스한 여자를 보고 도구라니 이게 무슨... 뭔가 심경의 변화라도 생겼어?"

굉장히 당황한 얼굴이다.

아, 그러고 보니 이런 케이스가 처음이었던가? 비처녀랑 섹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찬가지로 여자를 보고 도구라고 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지.

"그게 말이지요. 귀를 좀."

"으응?"

바로 레이카에게 귓속말을 해줬다,

"사실 그 나탈리아라는 궁정 마법사... 정조를 전혀 소중히 여기지 않은 여자였습니다."

"뭐...?"

"쉽게 말해서 처녀가 아니었단 소리입니다. 완전히 창녀처럼 놀던 여성이었지요,"

"앗!"

그 말에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레이카가 내게서 떨어져 날 봤다.

"인큐버스로서 순결하지 않은 여자에겐 딱히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 거죠. 잘 대해주고 싶은 생각이 안 듭니다. 비처녀지 않습니까."

"그거 유니콘 아냐...?"

이 말이 또 나오네.

"어쩌면 유니콘의 피가 섞였을지도 모르겠군요. 아무튼. 나탈리아랑 섹스를 하긴 했지만 딱히 재미는 없었습니다. 구멍도 너덜너덜한 편이었고."

항상 섹스할 때마다 보지가 너덜너덜해진다고 울부짖는 여자가 내 하렘에도 있는데, 그건 진짜 말뿐이었다.

"예쁘긴 했지만 껍데기뿐이지요. 저는 내면도 중시합니다."

사실 내 하렘에 있는 수백 명의 여자들은 전부 순결을 지켜온데다가 아름답고 몸매도 발군이다.

그런 가슴 크고 몸매 좋고 예쁜 미녀들이 수백 명이나 있다.

모든 조건이 최상을 찍고 있는 다양한 종족의 여자들이 내게 사랑과 충성을 바치고 있는데 내가 아쉬울 게 있나? 조건을 아주 까다롭게 봐도 상관없는 것이다.

순결을 지키지 않은 여자는 딱히 소중하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런 거죠. 순결하지 않은 그녀는... 예쁘고 능력이 좋긴 하지만 그냥 도구일 뿐입니다. 편하게 사용하는 노예지요. 앞에 섹스자 빼고요."

섹스노예가 아니라 그냥 노예다.

"그래...? 그런 거였냐?"

아무튼 이런 말을 해주니, 레이카가 뭔가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지었다.

"뭐, 순결을 지키길 잘했네. 후후후."

"기분이 좋아졌습니까?"

"좀 분하긴 한데 인정받아서 기쁘네. 이거 처음으로 수녀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걸."

바로 날 끌어안은 레이카가 내 얼굴에 자기 볼을 비비면서 애교를 부렸다. 그래. 레이카는 이런 귀여움이 있는 여자였지.

"그 말 저번에도 들었던 거 같은데요."

"다 기억하네. 그럼... 재밌는 것 좀 할까?"

레이카가 내게 키스하려던 그 순간.

"마앙니임. 샤란이 일 다 끝났다에여. 샤란이랑 섹스하고 놀아여."

"하아... 일 열심히 했더니 보지가 너무 꼴리는 거 있지. 마왕. 내 보지 가지고 놀아줄래?"

문이 열리면서 샤란이와 루미카가 들어왔다.

"아, 레이카. 있었어?"

"레이카! 치사하게 먼저 하고 있어여!"

"아."

레이카가 멍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그럼 포썸이나 즐겨 봅시다."

"아... 씨."

아무래도 둘이서 하고 싶었나 본대, 어쩔 수가 없어요. 뭐가 됐든 이제 느긋하게 할일을 하면서 비비앙 여왕의 회신을 기다리면 된다.

*     *     *

샤르오드 왕국의 여왕, 비비앙이 궁전 테라스에 선 채 불안한 눈으로 하늘을 응시했다.

"하아."

한숨이 흘러나온다.

"나탈리아가 잘해줄까?"

사절단으로 보낸 나탈리아가 걱정된다. 막중한 임무를 떠안은 것이다. 자신의 오랜 친구에게 그런 무거운 짐을 지우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젠 어쩔 수 없다.

비비앙은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나탈리아에게 부탁했다.

"미안한 일은... 처음부터 하면 안 되는 건데... 참."

친구에게 어려운 일을 시켰다는 생각에 자책을 하면서 다시 한숨을 내쉰다.

흑발을 지닌 여왕은 아름답고 정숙하여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 남편인 선왕이 타계한 후. 그녀는 격무 속에서 걱정으로 날을 지새우는 중이었다.

"남편이 물려준 이 왕국은. 내가 이 손으로 지켜야 해."

왕국의 미래를 걱정한다.

현재 귀족이라는 이름을 지닌 온갖 승냥이 떼가 자신의 몸과 왕관을 노리고 있는 중이다. 혼란한 시대. 자신 개인에 대한 걱정은 크지 않지만 왕국의 운명이 걱정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두 딸들."

자식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

비비앙은 왕국과 백성. 그리고 두 딸들을 걱정했다. 이 혼란한 상황에서 소중한 피붙이를 지킬 수 있는 건 오직 자신뿐이다.

"내가 정신을 차려야만 해. 왕국도 두 딸들도. 내가 아니라면서 지킬 수 없어. 내가 아이들을 지켜야만 해."

어머니의 마음으로 다짐하면서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는다.

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 지금 공주들의 입지는 불안정하다. 자신이 무너지면, 딸들의 미래는 그다지 좋지 못할 것이다.

자얀트 후작은 비열하고 믿을 수 없는 자다. 게다가 자신과 공주들을 보는 눈이 불손하기 그지없다.

그런 자에게 왕위를 빼앗긴다면 남은 삶은 수치로 더럽혀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두 딸들 역시.

"결코 그럴 순 없어."

백성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여왕으로서 딸들만 걱정하는 건 아니다. 현재 직할령 쪽은 다른 귀족영지와 세율 자체가 다르다. 발전을 위해서 착취는 좋은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탐욕스러운 귀족들은 압도적인 세율로 영지민들을 착취한다.

왕좌가 그들에게 넘어간다면 직할령의 백성들도 어려워질 것이다.

"당신... 어째서 이렇게 일찍..."

비비앙은 문득 자신의 남편을 떠올렸다. 사랑하는 남편은 너무나 빠르게 세상을 떠나버렸다. 남겨진 유산을 관리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느끼고 있음에도, 그것을 위로해줄 사람은 없다.

"..."

현실을 직시하고, 다음을 다 잡는다.

비비앙은 여왕이다.

*     *     *

그리 고민하던 어느 날.

성국으로 보냈던 사절단이 귀환했다.

"나탈리아? 일찍 왔네?"

예정보다 훨씬 빠른 귀환이다. 나탈리아가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친구인 자신을 배려해서 무리한 일정을 자발적으로 소화한 걸까? 친구의 그런 마음 씀씀이가 정말 고맙기 그지없다.

중압감에 시달리던 여왕의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그렇다. 자신을 지지해주는 친구가 있다. 그것이 몹시 도움이 된다.

"정말 고생 많았어. 어려운 일이었을 텐데. 고마워. 나탈리아. 내겐 너뿐이야."

비비앙은 나탈리아의 고운 손을 꼭 잡고 감사를 전했다.

"아니... 응... 뭐. 나도 궁정 마법사인 만큼 도와야지."

나탈리아는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면서 괜찮다고 말을 했다.

"사태만 수습되면, 나탈리아. 네 소원을 이뤄줄게."

"소원이랄 게 있나... 예나 지금이나 괜찮은 남자들이나 붙여주면 돼."

"후후후, 변한 게 없구나. 그래서. 일은 어떻게 됐어? 빨리 온 걸 보면 역시 좋은 소식?"

비비앙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물었다.

판은 짜놨다. 성국이 자얀트 후작을 지원하는 것만 아니라면 이쪽의 승산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응. 맞아. 좋은 소식이야. 그쪽과 이야기를 빠르게 나눴거든."

"아아!"

순수한 기쁨.

"정말 고마워, 나탈리아. 분명 네가 유능한 덕에 이야기가 좋게 진행된 거겠지. 사랑해. 내 친구."

"으응... 응. 명색이 궁정 마법사니까. 아무튼 설명할게."

나탈리아의 설명이 시작됐다.

"우리 왕국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는 모양이야. 그래서 어떻게 해야 이득을 볼 수 있을지, 그걸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어."

"눈치가 빠르네."

"그래서 말을 조금 유도했어... 그랬더니 긍정적으로 반응했고. 우리가 적절한 이득을 줄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손을 쓸 생각이 있는 것 같아. 그쪽도 왕과 귀족들이 적당히 분열되어 있는 상태를 원할 테니까."

"맞는 말이야."

비비앙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득이라면 줄 수 있다. 물론 큰 걸 내어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작은 것만 내주면서 은근하게 힘을 빌리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당연히 어려운 일이지만 이 정도 정치를 할 수 없다면 왕위를 지키는 것 따위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건 친서. 네게 전해주래."

"친서?"

비비앙은 바로 친서를 뜯고 내용물을 읽었다.

"아."

고풍스러운 글씨체.

그리고 호의적인 인사.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말.

대체적으로 온건한 동맹국이 되고 싶다는 뉘앙스의 글이었다.

"괜찮은 사람일지도."

성국의 사도왕 큘스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많이 없지만, 이 정도 예의를 차리는 걸 보면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나탈리아에게 더 물어보도록 하자.

"그런데...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니?"

직접 만나서 이야기.

"..."

비비앙은 살짝 안 좋은 예감이 들었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젠 나아갈 시간이다.

자, 그럼.

성국의 사도왕. 큘스는 과연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광산의 채굴권? 자원? 식량? 아니면 불공정한 조약? 가능성은 여러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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