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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478화 (478/544)

다가가면서 비비앙 여왕이 어떤 사람인지 더욱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그녀를 응시하면서 모습을 살폈다.

ㅡ화악.

부드러운 향기가 흐르고 있다.

처녀인 채로 조교된 내 여자들이 풍기는 달짝지근한 향기와는 살짝 다른 느낌이다.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이라서 조금 신선한 기분이 든다. 당장이라도 끌어안고 싶은걸.

그리고 성욕.

ㅡ움찔.

오랫동안 성욕을 참은 것인지, 비비앙 여왕에게서 농축된 뜨거운 성욕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과연. 선왕과 사별한 뒤로 일말의 쾌락을 즐기지 않은 것인가?

칭찬할만하다.

저렇게나 욕구가 억눌러져 있음에도 꾹 참아내고 있다는 점이 기특하게 느껴진다.

당장 내가 취해왔던 처녀들만 해도 전부 자위로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으니까. 수녀들의 취미가 자위일 정도다. 그야말로 처녀비치 그 자체.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쾌락을 아는 여자가 금욕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보면 볼수록 욕망을 자극하는 여성이다. 새로운 유형의 여자를 눈앞에 둔 탓에 흥분이 된다.

"반가워요, 사도왕님."

마침내 비비앙 여왕의 앞에 서자, 그녀가 눈웃음을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인사했다.

터질듯한 가슴골에 손을 얹고 악수를 하자고 손을 뻗어온다... 이 여자. 나랑 신체 접촉을 할 생각인가? 여자라면 어떻게든 영향이 갈 텐데 말이지.

ㅡ덥석.

하지만 바로 손을 잡고 악수했다.

"...아."

살짝 벌려진 입.

그리고 나를 보는 눈.

"듣던 것보다 아름다우시군요. 여왕님."

"...그대도 듣던 것보다 늠름해 보이는군요."

그 목소리에서 명백한 경계심을 읽어낼 수 있었다.

호오.

나랑 신체 접촉을 하고 이상한 기분을 느낀 걸까? 내 여자들은 전부 처녀였던 탓에 나랑 접촉하고 성욕이 차올랐다고 해서 이상한 점을 잘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섹스를 아는 유부녀인 만큼, 갑자기 느껴진 성욕에 경계하는 거겠지.

아무튼.

잔뜩 경계하면서 날 살피고 있다. 물론 여왕다운 관록으로 티 나지 않게 나를 살피는 중이다. 그런 모습이 좀 귀엽게 느껴졌다.

"나탈리아를 통해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이번 자리로 하여금 서로에게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여왕님."

"우후후,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기분이 좋아지는군요. 네.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도왕."

그것보다 가슴 크기가... 얼마나 큰 거지?

제법 크다.

세리뉴랑 비슷한 정도인가. 양손으로 잡아 주무르다가 사이에 자지를 꼽아 넣고 허리를 흔들면 딱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만찬을 즐겨 주시길. 좋은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샤르오드 왕국의 진미를 즐겨 주셨으면 좋겠군요."

눈웃음을 지으며 맛있게 먹으라는 듯이 말하고 있지만, 솔직히 내 관심은 요리보단 비비앙 여왕의 보지였다.

이 정숙한 여인의 보짓구멍을 손가락을 질꺽질꺽 쑤셔댄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뭐 생각은 그리했지만 입으로는 제대로 말해야지.

"환대에 감사합니다. 여왕님과는 말이 통할 것 같습니다. 그럼 식사부터 해볼까요."

ㅡ스윽.

기다렸다는 듯이 요리사들이 요리의 뚜껑을 열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 안에 가득 차 있던 뜨거운 김이 화아악 하고 올라오면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다.

과일 및 버섯과 함께 통째로 구운 로스트 치킨 종류. 그게 메인 요리였다. 나는 예법에 맞춰 식사를 했다.

"새 왕국의 탄생을 축하하는 바입니다. 사도왕."

"감사합니다, 여왕님. 역시 여왕님의 즉위를 축복하도록 하겠습니다."

"서로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을 것 같군요."

비비앙이 상투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구원자 행세를 하던 침략자 천사들을 무찌르고 백성들을 구원했다고 했지요.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흐음."

"그런데 드래곤을 타고 오셨다고 했는데, 그 드래곤은 어떻게 됐지요?"

역시 드래곤이 궁금한가.

"아아, 지금은 작게 만들어둔 상태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 커다란 것을 꺼내놓고 있으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라서 말이지요."

"아아... 그런 거군요?"

"보고 싶다면 보여드리겠습니다. 천사들에게서 빼앗을 드래곤을."

"역시. 예. 부디. 이야기 속에서만 나오던 드래곤을 보고 싶군요."

"식사가 끝난 뒤에 어떻습니까? 여왕님과 정원을 거닐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만."

"흐응..."

여왕은 얌전히 식사하면서 말을 골랐다. 사실 나는 근본이 없는 왕이라고 할 수 있다. 왕실이나 귀족식 예법을 익히긴 했지만 그냥 겉핥기로 알고 있을 뿐이다.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중이겠지.

"드래곤이 나타난다면 정원이 엉망이 되지 않을지..."

"적당한 곳을 골라주시겠습니까?"

"그러지요. 그런데, 사도왕께서 시간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사용하시는 분인 것 같습니다?"

너무 빨리빨리 하는 거 아니냐고 태클을 거는 거다.

"시간이 곧 힘인 시대이니까요. 낭비하는 시간만큼 경쟁자들이 치고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렇군요."

그렇게 나는 여왕과 가벼운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마쳤다. 중요한 이야기는 드래곤을 보여준 뒤에 할 것이다.

드래곤을 보고 난 뒤엔 감히 내게 반항할 생각을 하지 못할 테니까.

*     *     *

그렇게 식사를 마친 뒤.

여러 가지 절차를 거쳐서 나는 비비앙과 함께 넓은 연병장으로 향했다. 물론, 수행원 자격으로 온 내 여자들과 홀드도 부른 상태다.

홀드는 평소처럼 천진난만한 모습이 아니라 과묵한 상태였다. 오늘은 조용히 하라고 했으니까.

"그럼 드래곤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예."

결심한 듯 말하는 비비앙 여왕을 내 뒤에 세우고.

"홀드. 본 모습으로 돌아가라."

홀드에게 명령했다.

"크르륵...!"

바로 홀드가 빛무리에 삼켜진다.

그리고.

ㅡ번쩍!

섬광과 함께 드래곤으로 변신했다.

"크워어어어어어!"

변신한 홀드가 시원하게 한번 포효해주자, 비비앙을 포함하여 구경하러 왔던 샤르오드 왕국의 가신들이 아연해졌다.

"아아... 이럴 수가..."

"세, 세상에..."

"저것이 드래곤..."

당연한 반응이다.

드래곤을 보면 놀랄 수밖에 없지.

"어떻습니까? 여왕님?"

"정말... 대단하군요. 아니, 그리고 어떻게 사람이 드래곤으로 변신을..."

"천사들의 힘입니다. 제 것으로 만든."

사실 홀드는 다 티가 나지만 말이다.

"저기, 저 드래곤으로 만져봐도 괜찮을지..."

그때 비비앙이 그런 귀여운 요구를 했다. 정숙한 여왕님이라지만 진짜로 본 드래곤이 신기한 모양이다.

"그럼요. 얼마든지 만져보시길."

"..."

침을 꿀꺽 삼킨 비비앙이 홀드에게 다가간다. 가신들이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비비앙은 기어코 홀드를 만졌다.

환술인지 아닌지 파악하고 싶은 거겠지.

"..."

그렇게 비늘을 쓰다듬던 비비앙이 여왕을 끄덕였다. 확인하고. 홀드를 원래대로 되돌린 뒤에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여왕님. 이제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말입니다."

"...무슨 뜻이지요."

"해야 할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뜻입니다. 저는 시간 낭비를 싫어하거든요."

"..."

비비앙은 말없이 날 바라봤지만.

"알겠습니다."

이내 허락을 할 뿐이었다.

"귀빈과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 사도왕의 수행원들을 숙소로 안내해라."

"네."

바로 여왕이 가신들을 물렸고.

"따라오시길."

"예."

나는 그녀와 독대하게 되었다.

*     *     *

잘 꾸며진 응접실.

나는 그곳에 정숙한 유부녀 부드러운 향기를 풀풀 풍겨대는 비비앙 여왕과 마주 앉은 채 차를 한잔 마시면서 입을 열었다.

"여왕님. 제가 지체 높은 집안 출신이 아니라서 빙빙 돌려 말하는 외교적인 수사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렇게 대놓고 말하는 것 자체가 외교적 결례일 것이 분명하나... 이해해주시길. 저는 시간 낭비 없는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원할 뿐입니다."

"...무례하군요."

찻잔을 내려놓으며, 여왕이 그리 말했다.

"이곳은 샤르오드 왕국이며, 그대의 눈앞에 있는 존재는 바로 여왕입니다."

"다시 사과드리겠습니다. 그저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을 뿐인지라. 그것은 여왕님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

여왕은 말이 없었다.

"그러니 격식 차리지 말고 편하게 말하도록 하지요. 뭘. 서로 원하는 게 있지 않습니까. 이미 나탈리아에게 들어서 대강의 사정은 알고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지?"

편하게 하라는 말에 비비앙이 바로 분위기를 바꿨다. 정숙하고 절제된 미모를 품고 있던 그녀가 그야말로 여왕이 되어선 공격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하하, 바로 편하게 말씀하시는군요."

"그쪽이 외교적인 예의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당당한 자세.

"편하게 말하도록 할게. 뭐, 이러는 게 더 편한 건 사실이야. 시간 낭비가 싫어? 좋아. 그럼 필요한 이야기를 효율적으로 나눠볼까?"

역시 여왕님은 여왕님이란 건가.

비비앙의 이런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지키고 싶어 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당당해질 수 있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좋군요. 단적으로 말해서 현재 왕실을 노리는 자얀트 후작 세력과 대립하고 있지 않습니까? 여왕님은 제 힘을 이용해 그러한 대립상태를 타파하고, 왕권을 강화하고 싶어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 맞아. 확실히 그런 상황이야."

"제 힘이라면 자얀트 후작 세력을 확실하게 압도할 수 있을 겁니다만."

"그 대가로 무엇을 원해? 채굴권? 상업권?"

채굴권이라.

보지 채굴권을 원하는데 말이지.

하지만 나는 여기서 미리 생각해뒀던 페이크를 치기로 했다. 내 목적은 비비앙이다. 그녀와 섹스를 한 번만 하면 이 왕국은 내 것이니까. 하지만 대놓고 섹스를 요구할 수는 없다.

여긴 그녀의 왕국이다.

아무리 나라도 무리한 짓은 못해.

그러니 돌려 말하자고.

"비비앙 여왕님의 두 딸."

"뭐...?"

"두 딸을 원합니다. 장녀는 제 외교관. 그리고 차녀는 샤르오드 왕국을 전담하는 대사로 삼고 싶군요."

"그게 무슨... 설마 내 딸과 결혼하고 싶다는 건가...?"

"다릅니다."

결혼은 아니다.

"일종의 정부로 삼고 싶은 것이지요. 저를 위해 일할."

"..."

내 노골적인 말에 여왕의 표정이 굳어졌다.

일단 딸도 내가 노리는 먹잇감이긴 하다. 여왕의 미모가 이 정도다. 딸들도 섹스럽게 생겼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따먹어 줘야지.

물론.

딸을 소중하게 여기는 여왕은 여기서 갈등할 것이다. 딸을 줄지 말지. 물론 주면 좋다. 딸들을 조교하면서 비비앙 여왕과 시간을 들여 교류하여 결국 섹스하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딸을 주지 않겠다고 한다면?

본인을 주는 것 말고는 방도가 없다.

내 목적은 비비앙 여왕이 내게 스스로 안기게 하는 것이다. 정숙한 유부녀 여왕이 두 딸과 왕국을 지키기 위해 나와 섹스하러 오는 상황을 유도하고 있다.

"정부라... 본처는 따로 있나 보네."

"딱히 그런 건 압니다. 정부만 수백 명 정도 있지요."

"으응?"

"절 위해 일하는 여인들이 그만큼 있다는 소리입니다. 공주님들도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인데요."

"...무례하구나."

"하지만 여왕님은 원하는 것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천사마저 격파한 제 힘이라면 인간 귀족 따위. 아무것도 아니지요."

실로 그렇다.

"딸들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데."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서로의 이권을 더욱 확장할 생각이 있긴 합니다."

"..."

"자, 어떻습니까. 여왕님. 두 딸을 제게 주십시오. 일종의 동맹의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락한다면 드래곤이 날아오를 겁니다. 그리고 자얀트 후작의 성벽을 향해 날개짓하겠지요."

비비앙 여왕의 안색을 살폈다.

"..."

갈등인가?

아니면.

"기한은 언제?"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공주님들을 제 침실로 보내주십시오. 그러면 동맹이 성사된 것으로 알겠습니다."

"..."

여왕이 찻잔을 잡아 들었다.

과연 그녀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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