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생존기-493화 (493/544)

"크으으윽...!"

생포된 자얀트 후작이 땅에 얼굴을 처박은 채 신음한다.

"이딴, 이딴 일이...! 여왕! 마족과 손을 잡은 거요!"

"그건 자얀트 후작. 당신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빌어먹으으을!"

완벽한 승리다.

이 세계의 군대는 현대 지구의 군대와 다르다. 통신으로 딱딱 명령을 처리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현대군과 달리, 이들은 느슨하게 연락하며 알아서 움직인다.

결과, 자얀트는 부하들과 다 합류하지도 못하고 우리에게 사냥당했다. 이들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결과일 것이다.

"나를,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요! 여왕!"

"글쎄."

자연트 후작에겐 아직 용도가 있다.

그는 우리를 위해 적대적인 귀족세력을 모아줄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전부 부숴버리면 왕국 제압은 끝이 난다. 국내에 적대적은 귀족은 없어질 것이며, 여왕의 압승을 본 다른 귀족들이 보다 강하게 충성하겠지.

그렇게 땅따먹기를 시키고, 이번에 죽은 귀족들의 영지를 친여왕파인 후계자들에게 넘겨준 뒤 서약을 시키면 그만이다.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한 정치가 가능해진다.

"자얀트."

"너는...!"

나를 본 자얀트가 크게 놀라 소리쳤다.

"너는 앞으로 네 부하들을 끌어들이는 미끼가 될 것이다."

"나보고 부하들을 팔아넘기란 말이냐...!"

"아니면 넌 죽고, 다른 녀석들을 사냥하면 될 뿐이지. 우릴 편하게 만들어준다면 처형은 하지 않겠다."

"크흑!"

자얀트의 협조가 있다면 다른 귀족들을 보다 손쉽게 처치할 수 있다. 물론 없어도 그만이긴 해... 뭐, 근데 일을 잘 처리한다고 해도 살려줄 생각은 없다.

자얀트는 마족 계약자다.

살려둘 수는 없다.

일단은 우리 비비앙한테 알아서 하라고 해야겠다.

반란군 수장을 잡았는데 걱정할 건 아무것도 없다.

"비비앙. 이걸 기회로 왕국을 집어삼키십시오. 그렇게 집어삼킨 왕국을 제게 바친다면, 상을 드리겠습니다."

"기꺼이."

비비앙이 웃었고, 가신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비비앙도 여왕이다. 이쯤 했으면 알아서 국가를 휘어잡겠지. 이걸로 샤르오드 왕국은 내 것이 된 거나 다름없지.

"자, 그럼."

나한텐 보다 중요한 목적이 있다.

그건 바로 마족에 대한 것.

ㅡ저벅저벅.

나는 바로 자얀트와 계약한 마족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놈은 현재 걸레짝이 된 채 구속된 상태다. 분명 이름이... 뭐랬지? 호오엘스? 그런 이름이었다.

"카르티. 있어?"

"응!"

ㅡ파닥파닥.

모습을 숨기고 있던 카르티의 이블아이가 날아왔다.

"호오엘스라는 녀석이래. 뭔지 알아?"

"자세히 봐야 알 것 같아. 보러 가자."

"그래."

그렇게 놈이 갇힌 우리에 도착했다.

"그르륵...!"

완전히 개박살이 난 검은 악마의 모습.

외형은 인간과 비슷하다. 마치 타르를 뒤집어쓴 듯한 모습. 이목구비는 없고, 피부는 마치 붕대를 감은 것처럼 겹겹이 둘러싸인 모습이다.

상당히 특이하다.

"아앗! 이들은 데스스토커 일족이야! 설마 이 녀석들도 중간계에 침투를 했다니!"

"데스스토커?"

"응! 은밀한 행동을 무기로 삼는 종족이야. 아마 자얀트에게 힘을 빌려주는 것으로 제물을 받아왔나 봐. 나름 괜찮게 성장했어."

"얘 능력 중에 병사들을 광폭화 시키는 것도 있어?"

"마계엔 그런 흑마법이 많아. 그런 거겠지."

"그런가."

ㅡ파닥파닥.

카르티가 호오엘스가 갇힌 우리 주변을 돌며 탐색했다.

"으음... 하지만 큘스오빠랑은 수준 차이가 너무 많이 나. 옛날이었다면 이 녀석을 먹고 성장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딱히 효과를 볼 수 없을 것 같아."

"당연하지. 성장하기 전에 잡자고 했잖아. 그러니 뭐. 아직은 송사리일 수밖에 없지."

"응."

강한 마족이면 이렇게 쉽게 못 잡았다.

"아무튼 큘스오빠. 녀석을 심문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얻고 자얀트 후작의 영지로 가도록 해. 그 성에 분명 이 마족을 위한 제단이 있을 거야. 파괴하거나 큘스오빠의 것으로 삼도록 해."

"그래야지."

그건 좀 얻을 게 많을 것 같다. 일단 네크리를 시켜서 비비앙에게도 자얀트한테 마족 관련 심문을 하라고 말하게 했다.

"이봐. 호오엘스."

그럼 이제 마족 녀석을 보자.

"그르륵...! 다, 당신은... 마족...!"

"그래. 벨라크루 혈족의 마족이다."

"베, 벨라크루!"

"너. 어떻게 중간계로 오게 되었지? 차원을 넘는 건 어려운 일일 텐데."

"..."

놈이 입을 닫는다.

사실 내가 여기서 이 새끼 심문한답시고 시간을 쓸 필요는 없지.

"말하지 않는다면, 그래. 뷰티엘. 뷰티엘!"

바로 뷰티엘을 불렀다!

"네!"

군기가 바짝 든 모습.

"이 녀석에게 고통을 줘라. 천사 출신인 너라면 잘 할 수 있겠지?"

"천사로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네. 맡겨만 주십시오. 마왕님을 위해 이 마족의 입을 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 말한 뷰티엘이 씨익 웃으면서 호오엘스에게 시선을 던졌다.

"후후후, 열등하고 무능한 마족 같으니. 감히 누구에게 이빨을 들이댄 건지 깨닫게 해드리겠습니다. 아, 입을 빨리 열 필요는 없습니다. 최대한 버텨주시지요. 제가 만족할 때까지."

"너, 너는...!"

뷰티엘이 손에 화염을 둘렀다.

"크하아아아아악!"

그럼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해보자.

*     *     *

전쟁은 여왕군 측의 승리로 돌아갔다. 애초에 그 수장인 자얀트 후작이 생포된 상황이다. 구심점도 없고 대장도 잃어버린 마당에 여왕에게 어떻게 깝치겠나?

일단 찾아오는 놈들 다 때려 부수고. 그다음에 눈치를 챈 녀석들은 자기 영지로 돌아가서 무조건 항복하겠다고 서신을 보내왔다. 이제 그들의 운명은 전부 여왕의 손에 들어갔다.

그리하여 왕국 내 모든 귀족들이 비비앙에게 충성을 바치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샤르오드 왕국의 정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비비앙을 내가 정복했으니 사실상 이 왕국의 주인은 바로 나다.

"흐흐흐, 잘했습니다. 뷰티엘."

"너무나 쉬운 일이었습니다."

뷰티엘도 임무를 완수했다. 마족 호오엘스를 완전히 박살내고 정보를 뽑아냈다.

데스스토커 일족에겐 게이트를 여는 힘이 없다. 그래서 다른 고위마족들에게 들러붙어 게이트 사용 권리를 얻은 모양이다. 물론 완전한 것은 아닌지라 다수의 일족이 게이트를 넘었지만, 성공한 것은 자신뿐이라는 모양이다.

그 고위 마족의 정체는 잘 모른다. 정체를 숨겼으니까. 하지만 그들의 목적이 데이터 수집이라는 것은 호오엘스도 알고 있었다.

하위 마족들에게 게이트 사용 권리를 팔아, 사용하는 걸 보고 데이터를 수집해 보다 완벽한 게이트를 만들겠다는 뜻이 있는 것 같았다.

"종합해보자면 마족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소리가 돼. 하지만 괜찮아. 우리가 가장 앞서고 있으니까."

"그래."

"사실 큘스 오빠의 왕국에서도 마족 발생이 보고되었어."

"오, 진짜?"

"응. 물론 큘스교의 성직자들이 다 처리한 상태야."

"흐흐흐, 대단하구만. 이야. 역시 시스템을 구축해놔야 한다니까."

국내에 발생하는 마족은 그냥 바로 살해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아무튼. 마족들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일이다. 주의하도록 하고.

"그럼 자얀트 후작의 영지로 가자!"

이제 놈의 영지로 쳐들어갈 때다.

일처리는 마지막까지 해야 한다. 부대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나는 다크엘프들만 이끌고 자얀트 후작의 영지로 향했다.

*     *     *

"크아아악!"

거의 막무가내로 자얀트 후작의 성에 진입했다. 잔류한 병사들이 막긴 했지만 내 다크엘프들을 어떻게 막겠나?

게다가 가주인 자얀트 후작도 행방이 묘연해진 상태고, 그 병력 역시 몰살한 상황이다. 영주 대리가 있긴 하지만 운영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그래서 여기까지 오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걸어 잠근 성문을 부수고 침입하는 것 역시 간단했다.

"아아아악!"

"도망쳐!"

오합지졸이나 다름없는 잔류병들을 처치하고, 느껴지는 마력의 기운을 쫓는다.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지하다.

"피 냄새도 잔뜩 나는걸? 아무래도 잔인한 의식인가 봐."

"그래 보이는군요."

렉사벨라의 말이 맞다.

나는 바로 성안에 있는 사람들을 심문해 지하통로를 찾아냈다. 그렇게 자얀트 후작의 은밀한 지하실에 들어가게 된 내가 본 것은.

"세상에."

ㅡ화아악.

온갖 사약한 문양으로 가득 찬 벽면과 썩은 피가 가득 차 있는 화려한 잔. 그리고 온갖 인간들의 뼈 무더기였다.

"이게 그 호오엘스를 강화시킨 제단이로군. 카르티! 조사해줘!"

"응! 이런 형식의 강화용 제단은 상당히 특이한 거니까, 조사하다 보면 뭔가 발견될지도 몰라!"

"그려."

끔찍한 풍경이지만 솔직히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런 걸로 놀라기엔 내 전쟁 경험이 너무 많다고나 해야 할까. 풍겨오는 악취 역시 마력으로 차단하면 그만이다.

"끔찍한 풍경이네. 대체 인간들을 얼마나 제물로 바친 걸까?"

"못해도 백은 넘어 보이는군요."

백이 넘는 인간을 제물로 바쳤다.

그리고 얻은 것은 제법 강력한 힘을 사용할 수 있는 마족과 흑마법. 그리고 개인의 건강과 젊음뿐이다.

"..."

뭐... 재산과 젊음. 이 두 가지라면 나이 먹은 권력자가 충분히 미칠만 하겠지. 자얀트 후작이 이런 사악한 술법에 빠진 것도 이해는 된다. 그러니 내 이해심만큼 그를 써먹을 대로 써먹고 제거할 것이다.

"좋아! 술식은 전부 카피했어! 큘스오빠는 이곳을 더 조사해줘! 마계적인 아이템을 전부 수거하고 돌아오면 돼! 그리고 연구를 좀 해보면 결론이 나올 거야!"

"그렇게 하마."

바로 명령을 내렸다.

"다크엘프들이여! 이 성을 모조리 약탈해라! 아, 대리영주는 죽이지 마라! 성향을 봐야 하니까!"

이거 하고 돌아가면 드디어 비비앙 여왕의 두 딸들을 볼 수가 있게 된다.

피신했던 공주들이 돌아왔다고 했지.

어디.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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