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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494화 (494/544)

모든 일이 잘 풀렸다.

마왕 큘스의 등장으로 적대적인 귀족들을 전부 쓸어버렸다. 당초 최강의 병기가 될 거라고 예상했던 드래곤은 등장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전쟁에서 압승한 것이다.

아주 강력한 힘.

그것으로 왕국의 모든 권력을 얻게 되었다.

"..."

비비앙은 왕좌에 앉은 채 머리를 짚었다.

딱히 성취감은 없었다.

왕국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도 희박해졌고, 전 남편에게 이어받은 왕관에 담긴 뜻 역시 희미해졌으니까. 지금 비비앙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이나 왕좌 따위가 아니라 큘스의 총애를 받는 것이었다.

"하아."

그렇지만 두 딸에 대한 불안한 마음만큼은 지울 수가 없었다. 모든 일이 끝나면 공주들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가진 것도 모자라 두 딸마저 손에 넣겠다는 것이다.

거부감이 든다.

딸들이 더렵혀질까 봐? 아니. 그런 건 아니다. 그가 주는 쾌락은 무엇보다도 지고한 것이다. 더러운 것 따윈 없다. 오히려 세상의 모든 더러움을 씻어주고 정화해주는 것에 가깝다.

그래도 그런 걸 강제로 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축복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원해야지만 축복인 것이다.

"..."

만일 큘스가 공주들을 억지로 범하려고 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어질 것이다. 큘스에게 충성하지만 딸들을 성폭행하는 건 원하지 않으니까.

물론 딸들이 원한다면 문제없는 일이지만, 그것을 떠올리니 더더욱 마음이 착잡해질 따름이다.

"무슨 마음일까... 이젠 나도 모르겠어."

곧 그가 올 시간이다.

ㅡ화아악.

그 시간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몸에 열이 오르면서 달뜬 숨이 흘러나온다. 이미 팬티가 푹 젖어버렸을 정도로 흥분했다. 음란해진 몸은 더 이상 쾌락을 거부하지 못한다.

그리고.

ㅡ끼익.

마왕이 들어왔다.

"아아!"

비비앙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바로 큘스를 향해 뛰어가 그 품에 안겼다.

"좋은 환영 인사로군요."

"응. 어서... 빨리."

"흐흐흐, 벌써 달아오른 겁니까. 그런데 여왕님. 공주들이 도착했다고 들었는데요."

그 말에 비비앙이 멈칫했다. 한시라도 빨리 침대 위로 올라가서 다리를 벌리고 싶은데 다른 여자의 이야기라니. 그의 무심함에 마음이 불편해진다.

"...응."

"물론 강제로 할 생각은 없습니다. 걱정마시길."

"그건 걱정하지 않아..."

안심시키려는 듯이 말을 한 큘스가 비비앙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댔다.

"단지...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해주시면 됩니다."

"시키는 일?"

"아주 쉬운 일입니다. 제가 시키는대로 간단한 연기를 좀 해주시면 됩니다. 아. 그리고 시녀들에게 소문을 퍼트리는 것도요."

"그게 무슨..."

비비앙은 큘스의 뜻을 전부 다 알 수는 없었지만, 그가 시키는 대로 하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침대 위로 올라가 그를 위해 다리를 벌렸다.

*     *     *

샤르오드 왕국의 두 공주.

비앙카와 비올레가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했다.

"하아... 정말 다행이에요, 언니. 전쟁에서 승리해서."

터질듯한 젖가슴을 지니고 있는 차녀, 비앙카가 과감하게 노출된 가슴골의 윗부분에 손을 얹으면서 숨을 내쉬었다. 달라붙는 드레스가 몸을 압박하고 있지만, 전쟁에서 이겼다는 사실이 그 압박감을 잊게 했다.

"응. 졌다면 우리는 물론이고 어머니도 전부 험한 꼴을 당했겠지."

공주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차림.

장녀인 비올레는 말 그대로 공주의 그것과도 같은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동생 비앙카와는 달리, 광택 있는 검은색 코르셋을 메인으로 한 특이한 가죽 드레스를 입은 상태였다. 과감한 차림이지만 샤르오드 왕국의 여성복은 대게 이런 느낌이다.

물론 머리에는 공주의 티아라가 씌워져 있어 공주 의외의 직업으로 오인 받는 일은 없다.

"지금쯤 팔려 갔을 거야. 그 귀족놈들한테."

비올레 역시 어머니를 닮아 터질듯한 젖가슴을 지니고 있었고, 자매가 쌍으로 가슴골을 반 정도 드러낸 상태다.

"네... 정말 다행이죠. 패배했다면 정말... 상상도 하기 싫어요. 그 탐욕적인 귀족들과 강제 결혼이라니."

"응."

전쟁에서 패배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 아직 어린 처녀들인 공주들도 그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해요. 어머니의 분위기가."

"...확실히."

공주들이 찻잔을 내려놓는다.

도피를 끝내고 귀환했을 때는 정말이지 기뻤다. 앞으로는 큰 문제 없이 어머니와 함께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어머니의 얼굴은, 너무나도 이상했다.

평소와는 너무나도 다른 얼굴이었다. 분명 도피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자애롭고 자신들을 생각해주는 그런 어머니였다. 하지만 다시 본 어머니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얼굴을 보여주고 있었다.

착잡함.

이상함.

못마땅함.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어머니의 얼굴에서 느껴진다.

따뜻한 재회를 생각했던 공주들의 기대는 깨어지고, 지금 둘은 어머니와 별다른 대화도 하지 못한 채 왕궁 내에서 할 일 없이 지낼 뿐이었다.

"대체 왜 그런 건지... 어머니가 많이 변했어요. 설마 전쟁 중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언니."

"나도 몰라. 재혼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소파 팔걸이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괸 비올레가 다리를 꼬았다. 가죽 드레스의 치마는 짧았다. 그 탄탄한 허벅지 사이로 검은 팬티가 노출되었다.

"언니. 너무 천박해요."

비앙카가 그것을 지적했지만.

"천박은 무슨."

비올레는 동생의 말을 듣는 언니가 아니다.

그 상태 그대로 생각에 잠긴다.

"아무튼. 설마 그것 때문일까요? 재혼 상대는 분명 이웃 나라의 왕이었죠. 그런 말을 들었어요."

"불공정한 조약을 맺었을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그래도 귀족들과 타협하는 것보단 그게 더 낫다고 어머니가 판단했을 텐데요. 심지 굳은 어머니가 그리 판단했다면, 그걸로 저렇게 이상한 표정을 지을 리가 없어요."

"그것도 그래."

공주들의 토론이 시작되었다.

이야기의 결론은 간단했다.

어머니를 찾아가서 무슨 일인지 묻는 것. 그렇게 합의한 공주들이 자신의 어머니를 찾아갔지만, 여왕의 반응은 생각 이상으로 냉담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란다. 너희들이 걱정할 일이 아니니, 돌아가 보거라."

"하지만 어머니."

"괜찮으니까. 지금은 할 일이 많단다. 그러니."

"..."

명백한 축객령.

의기투합해서 어머니를 찾아갔던 공주들이 낙담해서 돌아왔다.

"역시 이상해요, 언니. 어머니의 태도가 평소와는 너무 달라요. 저런 어머니는 처음 봐요."

"나도 그래. 역시 그 결혼 관련해서 무슨 일이 있나 본대."

"어떻게든 어머니의 힘이 되어주고 싶어요."

"그러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봐야겠지."

"네."

그날 이후로, 공주들은 왕궁 내에서 소문을 모으고 시녀들과 면담을 하거나 하면서 여러 방법을 동원해 어머니가 말해주지 않는 일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그러던 도중.

공주들은 불쾌한 소문을 듣게 되었다.

"제대로 말해봐."

"그, 그것이..."

"지금 네 앞에 있는 게 누군지 있었어?"

"죄, 죄송합니다! 공주님!"

소문은 시녀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퍼져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포착한 비올레가 시녀 한 명을 잡아 와 압박하며 취조했고, 견디지 못한 시녀는 소문에 대한 것을 실토했다.

"그, 그 재혼 상대인... 이웃 나라의 왕이... 여왕님을 심하게 괴롭히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에요..."

"뭐?"

공주들에겐 몹시 충격적이고 불쾌한 이야기였다.

어머니는 여왕으로서 왕국을 지키고 싶어 했고, 결국 이웃 나라의 왕과 손을 잡고 국내의 귀족들을 제압하게 되었다.

그 대가로 이웃 나라의 왕은 어머니를 강제로 취하게 되었으며, 비비앙 여왕은 그 왕의 성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게 무슨...!"

변태적인 성욕을 지닌 이웃 나라의 왕이 자신의 어머니를 밤마다 혹독하게 성고문하면서 치욕을 주고 있었다. 어머니는 왕국을 위해서 그 모든 수치를 참고 있는 중이었고.

그래서 어머니가 그런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그, 그런 저열한 이야기가 진실일 리 없어요!"

충격적인 소문을 접한 비앙카가 입을 가리며 경악했다. 하지만 더 들어보니, 잠자리를 정리하고 시중을 드는 시녀들 사이에선 이미 진실로 통하는 모양이었다.

감히 공주들에게 거짓을 고할 시녀가 어디 있겠는가.

이것은 사실이었다.

"크윽...! 그 빌어먹을 녀석이 어머니를...!"

"어떻게 그런 짓을!"

공주들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외교를 위해서 여성이 정략 결혼을 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결혼을 했다면, 당연히 그 상대와 관계를 하면서 아이를 가져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거기에 변태적인 성욕이 끼얹어진다면?

"용서 못해...!"

"용서할 수 없어요!"

만일 자신이 그런 꼴을 당한다면 괴롭겠지만 인내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들을 사랑으로 키워준 어머니가 그런 꼴을 당하고 있다면.

그것은 결코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일이다.

자신이 당하는 것은 참을 수 있어도 어머니가 당하는 건 참을 수 없으니까.

"언니!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저는 결코 견딜 수 없어요!"

"나도 마찬가지야...! 제길! 어머니가 그런 치욕을 당하다니!"

"어떻게든 어머니를 구해야만 해요! 서, 성고문이라니. 그것도 변태적인 성고문을 당하고 있다니, 흐윽!"

공주들은 크게 분노했다.

그러나 공주들의 힘만으로 어머니를 구출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비앙카와 비올레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후우. 비앙카. 잠깐 진정하자. 아직은 소문일 뿐이야. 무언가를 결의하려면 확실하게 진실을 알아야 해."

그러니 사실관계를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도움을 청하거나 대응할 수 있을 테니까.

"그 말은..."

"그게 진실인지 더 알아보자. 어머니를 구하는 건 그다음이야. 알겠지?"

"네. 언니. 그렇게 해요."

공주들이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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