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도시 부근에 도착했다.
"캬."
이곳은 왕국 중심부와 좀 떨어진 곳이라 우리 큘스교 교회 지부가 없다고 한다. 그게 좀 아쉽네. 전 도시에는 있었는데 말이다. 이건 뭐 빠른 시일 내로 만들도록 해야겠어.
"케륵...! 저 무슨! 말도 안 됨다!"
"끄르르르륵!"
"와아!"
"세, 세상에 저런...!"
아무튼.
고지대에서 저 멀리 펼쳐진 바다를 본 내 부하들이 경악하면서 입을 벌렸다. 말 그대로 시야 저편을 매우는 크기의 바다다. 물이 넘쳐나는 그런 바다.
평생을 정글과 도시에서 살아온 내 부하들로서는 충격밖에 없을 것이다.
"샤아!"
"대체 무슨! 빨리 가보자!"
"물이 너무 많아!"
샤란이에 루미카, 세리뉴도 흥분해선 소리친다.
"루미카. 너가 놀라는 거냐?"
"저렇게 많은 물은 살면서 처음 봐!"
물의 요정 맞냐고.
"뫙님! 저기 가보면 안됨까! 가고 싶슴다!"
"뭐야. 가고 싶은 거냐? 부릴?"
"제발! 진짜 안 가면 저 주저 앉아서 울검다! 뫙님 제발!"
"알써, 알써. 갈게! 가자!"
"케랴아아아악!"
다들 신기해하면서 기대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두근거린다. 그래. 바다라는 건 이런 거지. 여해적 누나들과 섹스하는 것도 좋지만 부하들과 함께 바다에 가서 노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럼 가보자! 아, 일단 주둔지 편성부터 좀 하자고."
그렇게 고지대에서 내려왔고, 앞에 보이는 도시로 들어갔다.
"이, 이게 무슨!"
"허억!"
경비병들이 잠깐 당황했지만 어차피 비비앙이 다 왕명을 보낸 상태였다.
"길을 열어라!"
"네!"
내가 명령하자 바로 길을 비켜준다. 바로 군대를 이끌고 도시 안으로 들어가니 깜짝 놀란 주민들이 벌벌 떨기 시작했다. 이쪽도 소문으로 들어서 알긴 할 텐데 말이지.
그래도 몬스터 군대를 직접. 그것도 처음 본다면 당연히 두려울 것이다.
"얘들아! 소란 피우지 말고 행군을 이어 나간다!"
"케륵!"
"자, 그럼."
일단 위치는 다 파악해뒀다.
해군 본부로 가도록 하자.
* * *
해군 본부는 생각보다 작았다.
사실 뭐 당연한 일이다. 봉건제 국가였으니까. 왕립 해군이라고는 해도 그런 게 필요하니까 딱 필요한 만큼만 해서 만들어둔 것에 불과했다.
상비군조차 많이 없는 국가인데 무슨 해군을 크게 유지하겠나.
"흠."
사실 나는 진짜 해군이 있다고 하길래 뭔가 함선을 여러 대 보유한, 그런 전문적인 걸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조금 실망스러울 정도다.
왕의 명의로 된 군함 몇 척과 작은 전투선들이 전부였으니까.
여왕의 가신이라고 할 수 있는 해군대장이 소수의 해군들과 함께 군함을 관리하는 중이었고, 평소에는 상인들에게 군함을 대여해주면서 자금을 충당한다는 모양이다.
그 자금으로 배를 보수하거나 한다는 모양.
해적이 나타나면 용병 등을 고용하거나 해서 다른 상선들과 함께 싸운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육지의 도적들 역시 그런 식으로 처치하는 중.
"워낙 규모가 작아서... 군대를 수용할만한 건축물이 없습니다. 일단 연병장에 천막을 치는게..."
"여관은 없나?"
"있긴 합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군대를 다 수용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물며 덩치가 커다란... 자들도 있으니."
해군대장은 몬스터 군대를 보고 겁을 집어먹은 기색이었다. 나름 해적들과 싸워온 경험도 많이 있다고 하는데 육지에서 몬스터 군대를 보면 두려울 수밖에 없겠지.
"알겠다."
없는 걸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지.
그럼 중요한 이야기를 하자.
"요즘 해적들이 극성이라고 하던데."
"네. 그 유명한 바르카 여해적단입니다. 본디 우리 왕국의 사략해적이었지만, 현재 통제를 잃고 날뛰는 중이지요. 해안가 마을을 약탈하는 중입니다."
"이쪽은?"
"교활하게도 이쪽은 건드리지 않더군요. 해적인 만큼 당연히 이곳 지리에 밝아서... 털어먹을 만한 마을만 골라서 털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속도가 워낙 빨라서..."
말끝을 흐렸지만 다 알고 있다.
지금 왕국 해군은 거의 닭 쫓던 개 지붕 바라보듯이 한 발짝 늦어서 약탈을 방어하지 못한다는 것.
해적들 쪽이 더 숙련되었고 준비가 되어 있다.
"여러 상인들도 피해를 봐서 벼르고 있는 중이지만, 대대적으로 토벌을 한다고 하면 또 잠적을 해버리는지라..."
"해적섬의 위치를 알지 않나?"
"네. 하지만 거기까지 끌고 갈 병력이 없습니다. 최근 내전으로 인해 용병들의 수도 줄어들고 몸값도 올라간 상황인지라."
여해적들이 머리를 썼다. 내전이 일어난 틈을 타서 활개를 친 것이다. 근데 이것도 어리석은 일인데. 결국 내전이 종식되고 나면 해적이니 도적이니 하는 것은 다 토벌되기 마련이니까.
"아무튼. 조만간 해적단을 토벌할 생각이니 군함을 대기시켜 놓으시오."
"실례지만 장군께선 해전의 경험이..."
"그건 내가 알아서 하겠소. 준비만 해 두시오."
해전에 대해서 아는 건 거의 없지만, 범선이 드래곤에 취약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배 타고 가다가 해적선 발견하면 홀드를 변신시키도록 하자. 그렇게 우리 정예를 보내서 제압하면 끝 아니겠는가. 드래곤이 배를 아작내는 꼴을 보고도 싸우려 든다면 그건 해적이 아니라 절세의 용사들이다.
용사들이 소소하기 짝이 없는 해적질 따위를 하겠나.
"알겠습니다."
해군대장은 불안하다는 듯이 대답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왔다. 그리고 바로 짚어준 곳에 숙영지 편성을 실시. 모자란 천막 재료들 같은 것들은 전부 도시에서 사와 천막촌을 형성했다.
"그럼 해변가에서 휴식 시간을 좀 가져볼까. 얘들아! 장비 벗어두고! 경계병들만 남고 나를 따라와라!"
"케랴아아아아악!"
그것만 기다렸다는 듯이 함성이 터져 나온다.
"케룩..."
"끄륵..."
근데 경계병으로 뽑힌 애들 존나 슬퍼 보이네. 물론 다 챙겨줄 것이다. 나 이런 거 안 챙겨주는 사람 아니다.
"이 새끼들. 걱정 마라. 너흰 따로 챙겨줄 테니까."
"케르르륵! 감사합니다!"
그리 준비를 마치고 내 부하들과 함께 해변으로 놀러 갔다.
"케랴아아아악! 이게 무스으으은!"
"끄르르륵! 물 많다아앗!"
"이게 마다...!"
모든 종족.
고블린 임프할 거 없이 다크엘프에 라미아들까지. 전부 흥분해서는 해변으로 돌진한다.
"물이 몰아치고 있슴니다!!!"
규일이도 광분했구만.
"놀라워... 이런 곳이라니."
렉사벨라도 바다에 발을 담그고는 신기해 한다. 뭐 샤란이랑 루미카. 세리뉴도 마찬가지다.
"샤아아아앗!"
"꺄하하하핫!"
"조, 조종하기 힘들어...! 물에 뭐가 많이 들어있어!"
ㅡ첨벙첨벙!
헐벗은 미녀들이 물놀이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기분이 좋구나. 뭐 그런식으로, 내 부하들이 바다에 들어가서 물장구를 치며 몸을 흔들었다.
그런데.
"케랴아아아아악! 뭐냐! 존나 짬다, 이거! 물 뭔데! 케르으으윽!"
"끄르르르륵!"
"큿...! 괴, 괴로워요, 마왕님!"
당연히 바다에서 노는 만큼 물을 먹는 녀석들이 생겨났다. 저마다 짠맛을 호소하면서 괴로워하는 것이 아닌가.
"흐흐흐, 바닷물은 짜니까 마시지말고. 그냥 몸만 담구면서 놀아라. 뭐 서로 빠뜨리고 놀면 즐거울 것 같은데."
"앗!"
내 말에.
ㅡ콰앙!
돌연 라미아들이 그 뱀 꼬리로 수면을 내려쳐 물벼락을 흩뿌렸다.
"종족별로 승부를 가리죠!"
"케륵?!"
"좋아!"
그렇게 즉석에서 종족대항전이 열렸다. 고블린. 임프. 코볼트. 라미아. 다크엘프등. 종족별로 모인 내 친구들이 상대 진영에 물대포를 쏘거나 물벼락을 쏟아내면서 함성을 내지른다.
ㅡ촤아아악!
ㅡ촤학!
"케학!"
"꺄아아아악!"
그러는 와중 픽시들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마법을 이용해 퍼 올린 바닷물을 구슬을 형태로 만들어서 물구슬 폭격을 실시하기도 한다.
"꺄하하하핫! 아무도 우리 못 이겨!"
"반칙이다! 반칙!"
"끄르르르륵! 픽시들 삐겁하다!"
즐거워 보이는구나.
"루미카! 저 반칙쟁이들한테 쓴맛 좀 보여줘라!"
"후후후, 그래!"
슬슬 물 조종에 익숙해진 것인지 루미카가 손을 흔들었고, 곧바로 물기둥이 솟아오르면서 픽시들을 덮쳤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지금이다!"
ㅡ촤학!
그런 식으로 물놀이가 이어졌다.
해적들이랑 싸우기 전에 사기 충전하기 딱이네.
"흐음, 그런데."
바다라?
알몸의 미녀들을 바닷가에 풀어놓고 촉수로 단체 능욕을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재밌겠군. 좋다. 여해적들을 사로잡으면 그런 식으로 능욕을 해야겠다.
"이거 제식 수영복이 있어야겠는걸."
아, 조개껍데기로 만들어볼까?
* * *
그날 저녁에는 해변가에 불을 피워놓고 고기를 구워 먹으며 바베큐 파티를 했다. 바다에 왔으면 이런 것도 해야지.
"샤아, 마앙님. 샤란이 넘넘 즐겁다에여."
"흐흐흐, 그렇지? 간만에 다 같이 바다와서 노니까 좋지?"
"샤아!"
함께 놀고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전우애도 기르고. 이 얼마나 좋은 현상이란 말인가.
뭐 그리고 고기도 맛있게 먹고 음주도 하고 한 다음, 며칠동안 비행하면서 지형을 알아본 뒤에 해적들에 대한 첩보를 받고 출함 준비를 했다. 군함을 대기시키고 승무원들을 불러모은다. 그래도 이런 일을 자주 해봤기 때문인지 해군대장이 일을 척척 해냈다. 확실히 전문가는 전문가라니까.
"자, 그럼! 우리들은 그 해적섬이라는 곳으로 바로 갈 것이다! 해상전은 처음이니 긴장하도록!"
우리 계획은 해적섬으로 진격해서 그곳을 점령, 해적들을 제압하는 것이다. 섬이 털리면 지깟 녀석들이 뭘 하겠나? 아무것도 못 한다. 근거지를 잃은 이상 언젠가 육지로 올라오게 될 것이며, 해적들은 지상에서 힘을 못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