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마왕 생존기-506화 (506/544)

항해가 시작되었다.

ㅡ쿠우우.

"오."

그러고 보니 배 타는 것도 진짜 오랜만인걸. 언제 마지막으로 탔더라. 수학여행 때? 그것도 벌써 아주 오래전 일이다.

아무튼 갑판에 서서 바람을 맞으니 아주 시원하다. 사실 이 맛에 배 타는 거지.

"케륵...!"

"끄륵!"

근데 당초 신기해하면서 흥분하던 내 부하 놈들은 나 같은 기분이 아닌가 보다.

"샤앗...!"

"읏."

물 위에 떠서 움직인다는 감각이 낯설다면서 크게 경계를 하는 중이다. 심지어 불안함을 느끼는 녀석까지 나올 정도. 게다가 멀미를 할 것 같다는 놈들도 나타났다.

"이거 참. 하긴. 배 처음 타면 그럴 수 있지."

원래 다들 그런다.

"어디 보자... 애들 컨디션 떨어지면 육박전은 힘들 것 같은데. 뭐, 그것도 문제 없겠지."

배 위에서 싸워본 적은 없지만 지금의 내가 흑마법을 난사하면서 싸운다면 그딴 경험의 차이 정도는 그냥 찍어 누를 수 있다.

솔직히 홀드를 쓰는 건 마지막 수단이다. 홀드가 배 공격하면 다 침몰이거든. 여해적들을 죽이고 싶지도 않거니와, 그녀들의 배 역시 갖고 싶은 내게 있어서 파괴 활동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케륵...! 뫙님! 머리가 뱅뱅 도는 것 같슴다!"

"선실로 들어가서 쉬고 있어라. 여긴 내가 볼게."

"그런! 말도 안 됨다!"

"애들 데리고 들어가 임마. 배 처음 타는 건데 어쩔 수 없지. 좀 쉬면서 적응 좀 하고 있어라."

"뫙님...!"

부릴이가 거의 울면서 내게 안겨들었지만, 멀미가 나올 것 같다면서 바로 도망쳐버렸다.

"흐흐흐, 짜식."

이거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아무리 마력으로 강화가 됐다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건가. 뭐, 이럴 줄 알고 부대의 일부만 데려오길 잘했다.

배에 탄 건 해군과 승무원, 항해 경험이 풍부한 용병. 그리고 내 부하들 일부뿐이다. 잔류병들은 육지를 순찰 중이다. 우리 없을 때 해적 나타나면 안 되니까.

ㅡ부우우우.

뭐 항해는 순조로웠다.

승무원들이 몬스터 군대를 보고 크게 경계하는 것만 뺀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해군대장. 좀 어떤가?"

"아... 딱히 문제는 없습니다. 바르카 여해적단의 섬으로 간다고 했지요. 가는 길에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렇군."

"그런데 정말... 본진으로 쳐들어가서 토벌할 수 있는 건지..."

"토벌할 수 있으니 가는 거다. 귀관은 저 몬스터 군대가 보이지 않나?"

"..."

미심쩍은 표정이다.

하긴. 멀미 존나 했으니까.

"걱정할 건 없다. 특이사항이 있다면 알려주도록."

"예."

그 이후로 얼마나 지났을까.

"장군님."

"무슨 일이지?"

해군대장이 날 불렀다.

"곧 위험지역에 진입합니다."

"위험지역?"

"해적섬 인근이지요. 이 주변은 모든 배들이 다 꺼리는 루트입니다. 바르카 여해적단과 마주쳐서 좋을 일은 없으니까요."

말하자면 이쪽부터는 바르카 여해적단이 꽉 잡고 있는 해역인 모양이다. 들어보니 상선도 군함도 이쪽은 다 피해 다닌다고.

그래서일까.

승무원은 물론이고 항해사들까지 전부 긴장한 상태다.

"여기서 나아가보면 해적섬이 나올 겁니다... 물론 해적들과 마주칠 확률도 높고요."

"알겠다."

여기서부터는 긴장해야겠군.

*     *     *

"비상! 비사아아아앙!"

체력을 비축하고 있으니 그런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는 바로 선실에 있는 내 부하들에게 출격 준비만 하고 있으라고 명령한 뒤에 홀드만 데리고 나왔다.

"무슨 일이지?"

"해적선 출현! 전방에 바르카 여해적단이 나타났습니다!"

"흠."

보니까 저기 해적선이 나타난 상태다.

이쪽으로 다가오는 중.

"장군님! 어떻게 할까요! 다가오고 있습니다!"

"침착해라. 녀석들이 어떻게 나올지 볼 것이다. 홀드? 일단 준비하고 있어."

"응. 홀드. 준비할게."

내 말에 홀드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됐든 갑자기 드래곤이 나타나면 해적들도 혼비백산 도주할 것이 분명하다. 딱히 걱정할 건 없다.

"크윽...!"

해군대장이 겁먹은 사이 해적선이 가까워졌다. 그렇게 일반인들도 어느 정도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접근을 한 그 순간.

"아닛! 저 씨발년들이!"

"개씨발...!"

"놀리고 있어!"

승무원들이 노호성을 터트렸다. 보니까 망원경으로 해적선 측을 보면서 분노하는 중이다.

"뭐지?"

ㅡ파앗!

바로 안력과 청력을 집중해서 해적선을 살핀 그 순간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ㅡ파앙!

ㅡ파앙!

ㅡ흔들흔들!

알몸의 여해적들이 부츠와 해적모만 착용한 채 그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낸 상태로 가슴을 흔들어대면서 이쪽에 야유를 던지고 있었다!

"하앙, 아앙! 다들 거기서 뭐해!"

"엉덩이 대줄 테니까 이쪽으로 오라니까?"

"왜! 발기부전이라 안 땡겨? 고자새끼들!"

"거기 고자오빠들, 빨리 와주세요옷!"

"강간해줘, 강간해줘어엇."

웨이브를 타면서 풍만한 젖가슴을 흔들어대고, 아예 이쪽으로 엉덩이를 내민 채 보지와 애널을 보여주면서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여해적도 있었다.

하나같이 몸매도 좋고 미모도 출중한 여해적들이 남자라면 결코 피할 수 없는 도발을 던지고 있는 중이란 말이다!

"아닛...!"

나는 그러면서 섹시쇼를 보여주고 있는 여해적들의 처녀성을 읽어봤다. 놀랍게도 처녀가 8할 정도였다. 걸레로 판명되는 여자는 약 2할 정도. 저기서 우릴 도발하는 미녀들 중 8할이 처녀란 말이다!

대박!

이건 대박이다!

"저 씨발년들이 진짜!"

"선장님! 박살을 내줘야 합니다!"

"개같은 년들!"

승무원들이 분노에 차 해군대장에게 소리친다. 저런 도발을 받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그런 남자의 자존심이다.

"해적년들의 도발에 빠지지 마라! 거리를 유지한다! 장군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흐음... 뭐지? 저 여해적들. 도발을 하더니 그대로 빠지고 있어."

"예?"

내 말에 해군대장이 망원경을 들었다.

ㅡ스르륵.

격렬하게 도발한 여해적들이 후퇴하는 중이다.

"우릴 끌어들일 생각일까요?"

"그런 것 같군. 해군대장. 거리를 유지하면서 쫓아간다."

"네?! 하지만 저게 유인일 경우 다른 해적선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괜찮다. 따라가라."

갑자기 약탈을 하면서 폭주하던 해적들이 우리 쪽 토벌선을 보고 도발을 하면서 유인한다?

당연히 우리를 무너뜨리기 위한 술책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쪽은 이미 이기고 싸우는 중이다. 적 해적선들이 얼마나 있는지 구경을 좀 해보도록 하자.

ㅡ불끈.

무엇보다... 저런 섹시하고 음란한 처녀 여해적들이 가득하다는 생각을 하니 자지가 불끈 서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부츠에 해적모만 끼고 가슴과 엉덩이를 흔들어대다니. 유혹이란 게 뭔지 아는 여자들이지 않은가.

뭐, 물론 옆에 있던 여해적들은 탱크탑 같은 브라에 짧은 치마를 입고 있긴 했다. 평소에 그러고 다니는 건 아니고, 도발한다고 옷을 벗은 거겠지.

ㅡ쿠우우!

아무튼 우리들은 여해적들을 쫓아갔다.

*     *     *

그렇게 따라가던 도중.

"흐음?"

뭔가 이상했다.

해적선은 속도를 높여서 도망쳐 시야에서 사라졌고, 그것으로 바다가 아주 조용해졌다. 방금 해적을 마주쳤다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롭다.

"뭐, 뭔가 불길한데요...!"

그런데 아까 도발을 당해서 불타올랐던 뱃사람들. 이 사람들이 겁을 먹고 있었다. 뭔가 싶었는데, 순간 내 감각에서 무언가 이상한 것이 포착되었다.

"어?"

ㅡ사르륵.

바닷바람에서.

미묘한 마력의 향기가 풍기고 있었다. 마력? 어째서? 여기서 마력이 느껴진다고? 뱃사람들이 겁먹은 건 이것 때문인가?

신기한 기분이 드는 와중에도 우리의 함선은 전진했고, 그리하여 마력의 기운이 더욱 진해졌다.

그렇다.

이 바다 어딘가에 마력을 풍기는 놈들이 있다.

"설마?"

바르카 여해적단이 마족과 손을 잡았나? 그래서 약탈에 열을 올리고 있는 거고? 그렇다면 어떤 마족이지?

ㅡ사아악.

어느 순간 주변에 안개까지 꼈다.

"앗! 해적섬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해적섬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이변이 일어난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마력이 좀 진하게 느껴지더니.

ㅡ철퍽!

ㅡ철퍽!

뭔가 강하게 철퍽거리는 듯한 소리가 났고.

"줴에에에에엑!"

"줴에에엑!"

순간 웬 물고기 같은 새끼들이 갑판으로 뛰어드는... 이 씹새끼들 뭐야?!

"어어어어억?!"

"어어!"

"이, 이 괴물은 대체!"

뱃사람들이 놀라면서 커틀러스를 뽑아 들었다!

"미친! 이 새끼들!"

그렇다!

갑판 위로 올라온 새끼들은 물고기가 아니라 괴물들이었다! 물고기의 대가리를 지니고, 몸체는 마치 사람 같지만 물고기의 비늘로 가득 차 있는 암청색의 어인들!

"어인들이다아아앗!"

딱 보니까 어인인 걸 알 수 있었다!

이 새끼들 바다에서 살아가는 몬스터 종족인가? 그리고 마력을 풍기던 그 마족놈이 이새끼들을 길들인 거고? 거기에 바르카 여해적단이랑 손을 잡아?

"해군대장! 저것들은 뭐지!"

"모, 모르겠습니다! 저런 건 난생 처음 봅니다!"

처음본 다고?

항해에 이골이 난 해군대장이 저 어인을 처음 봐?

그렇다면 원래 여기 살던 놈들이 아니라는 건가?

"전군 출격!"

일단 어인부터 처치하자!

ㅡ촤학!

"줴에에에에에엑!"

"아아아아악!"

갑판에선 승무원들과 어인들의 전투가 한창이었다. 어인들은 기괴한 산호나 따개비가 돋아있는 녹슨 날붙이를 들고 있었지만, 비늘이 워낙 단단해서 커틀러스가 잘 들어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다크 플레임!"

근데 무슨 상관이냐!

내가 존나 쎈데!

ㅡ화르르륵!

흑염이 둘러진 검이 어인을 반으로 가른다.

"줴엑?!"

"줴에에에엑!"

어인들이 놀라 이쪽을 돌아보는 사이.

"케륵! 이것들은 뭠까!"

"끄르르륵!"

내 부하들이 선실에서 나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