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았다!"
"으아아아아!"
나와 내 부하들을 본 승무원들이 살았다는 듯이 탄성을 내지른다.
ㅡ챙!
그러면서 어인에게 한칼씩 먹여주며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는데, 어인들 비늘이 워낙 단단해서 상처가 없다. 어인 저 새끼 저거 지금 팔뚝으로 커틀러스를 막아내고도 멀쩡한 상태다.
저 새끼들 좀 쎈 거 같은데? 비늘이 천연 갑옷이다. 굉장한 종족이라고 할 수 있다.
"승무원들은 선실로 후퇴해라!"
"네!"
바로 승무원들이 선실로 달려 들어갔다.
그러면서 내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전군! 진형을 만들어라! 적 어인들을 토벌한다!"
"케르륵...! 알씀다!"
ㅡ척척척!
내 말 한마디에 모든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방패와 창을 치켜들었다,
어인들 규모가 제법 된다. 나랑 친위대 간부들이 강하다지만 안전하게 가는 게 낫지.
"케륵...!"
배멀미로 고초를 겪던 녀석들이지만 전투 상태에 들어가면 그런 거 없다. 끝나고 고생 깨나 하겠지만 지금은 평소대로 백전불패의 용사가 된 상태.
"어인들을 쓸어버려라!"
"케랴아아악!"
바로 고블린 보병대가 전진한다.
"줴아아아아악!"
"줴에에엑!"
어인들이 멋모르고 방패를 향해 돌진하지만.
ㅡ콰앙!
내 고블린들은 검기를 발할 수 있는 녀석들이지. 바로 창에서 보랏빛 마력이 타올랐고.
ㅡ촤학!
어리석은 어인들이 그대로 작살이 났다.
"줴에에엑!"
비늘만 믿고 까불다가 개박살이 난 것이다. 검기가 없었다면 고생 좀 했겠지만 저딴 비늘 따위 아무것도 아니지. 순식간에 어인들이 꼬치가 되어선 쓰러졌고, 고블린들이 퍼져나가면서 갑판으로 올라오는 어인들을 저지했다.
그런데.
"줴에에에엑!"
"줴에에엑!"
어인 이 새끼들 숫자가 장난이 아니다. 무슨 개미가 커다란 곤충에 올라타는 것처럼 바다에서 기어 올라온 어인들이 갑판은 물론이고 배 옆면, 위, 이런 곳까지 입체적으로 침략을 오니, 우리는 완전히 배에 포위되고 말았다.
"아니 시발."
"샤아!"
"놀라워! 이렇게 많다니!"
미친.
포위라니?
"줴아아악!"
"줴에에엑!"
돗대까지 점령한 어인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새끼들 생긴 건 개구리랑 물고기들 합친 것처럼 생겼는데 행동거지는 무슨 원숭이랑 비슷하다. 물론 그렇게까지 민첩한 건 아니지만 저 기둥을 파고 올라갈 정도의 피지컬은 있는 듯.
ㅡ홰액!
ㅡ홰액!
올라간 어인들이 창을 던지면서 요격을 실시한다.
"실드!"
ㅡ화르륵!
바로 실드를 전개해 차단하고.
"렉사벨라! 바네사! 다크엘프들 끌고 위쪽 점령 실시!"
"응!"
"알겠다!"
ㅡ파앗!
기다렸다는 듯, 우리의 특공대원들이 검을 잡아든 채 풀쩍 뛰어올라 저 위쪽에 있는 어인들에게 쇄도했다.
ㅡ촤아아악!
ㅡ촤학!
검기가 둘러진 검이 어인들을 순식간에 토막낸다. 그럼에도 어인들은 존나 끊임없이 공격을 시도하고 있었다.
"케랴아아악! 밀어냈다! 성벽 싸움이라고 생각해라! 밀어내라!"
"케르르륵!"
그래도 내 부하들은 백전노장들이다. 바로 어인들을 완전히 밀어버리고, 마치 성벽 싸움을 하는 것처럼 배 겉면을 타고 기어 올라오는 어인들의 머리에 창을 박으면서 차단한다.
"부릴아! 마력 다 쓴 놈들 뒤로 보내고! 릴레이로 쳐!"
"알씀다!"
"임숭아! 애들 교대할 때 틈 생기면 거따 불 뿌려라!"
"끄르륵!"
말 안 해도 다들 이미 하고 있다.
"하아압!"
"하압!"
저 위쪽도 정리되는 중이다. 나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은 채 마력을 온존하면서 전장을 관망했다. 진짜 미친 물량이다. 어인들이 바다 속에 숨어있다가 배를 노리고 올라온 건가?
여해적들이 어인들이랑 붙어먹은 상황이고?
그때였다.
ㅡ우당탕!
선실의 문이 열리더니, 사색이 된 해군대장이 달려 나왔다.
"아...! 괴물들을 다 토벌하셨군요!"
"무슨 일이지?"
"배에 물이 차고 있습니다! 괴물들이 구멍을 뚫었을지도 모릅니다!"
"뭐? 구멍을!"
"네! 빨리! 한시라도 빨리 저 섬으로 가야 합니다! 가만히 있다간 그대로 가라앉을 겁니다!"
"알겠다! 섬으로 이동해라!"
"네! 크아아아압!"
바로 해군대장과 승무원들이 조타수에게 가서 뭐라뭐라 소리치기 시작한다.
"이런 시발."
완전히 함정이었군.
설마 여해적들이 어인들과 붙어먹고 이런 창의적인 전술을 사용할 줄이야. 어인들에 대해서 진짜 상상도 못 한 나의 패착이었다.
"이런 기분인가?"
기상천외한 몬스터 군단에게 당해오던 내 적들이 느끼던 기분. 지금 나도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당하면 진짜 속수무책이구나.
"다들! 배에 구멍이 뚫렸다고 한다! 다행히 앞에 해적섬이 있으니 그곳에 긴급 상륙을 할 것이다! 어떻게든 돌아갈 수 있으니 걱정 말고 전투에 임하라!"
"케략!"
바로 연설을 해주면서 내 마력을 전개하며 전장에 뛰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내가 직접 싸우면서 사기를 끌어올려야 한다!
"크하하하하하하!"
광소한 나는 날개를 뽑아 비행하면서 뷰벌린드를 뽑아 들었다.
"줴에에엑!"
"줴에엑!"
그러면서 배 주변에서 알짱거리는 놈들에게 다크 볼트를 쏘면서 견제를 했는데, 세상에 시발.
"크어어어어어어어!"
보니까 어인들 말고도 무슨 바다거인 같은 괴물들도 잠수와 수영을 반복하며 다가오는 중이었다. 다행히 배의 속도가 더 빨라서 따라잡힐 일은 없을 것 같았지만, 저런 거에 잡히면 배에 타격이 클 것 같다.
"잘 싸우고 있다! 해군대장! 얼마나 걸리겠나!"
"곧 닿을 겁니다!"
ㅡ촤하아악!
그렇게 우리들은 어인들과 싸우면서 해적섬으로 돌진했다.
* * *
일단 해적섬도 어인 부대가 배치되어 있었다.
"죽어라, 이 괴물 새끼들!"
ㅡ촤학!
하지만 내 상대는 아니다. 제일 먼저 상륙한 내가 흑염검법을 전개해 어인들을 쓸어버렸고, 그쯤되자 배에 붙으려던 어인들이 다이빙을 하면서 바닷속으로 도망쳤다.
"다들 내려라!"
애들에게 명령하면서 판단했다.
해적섬.
그 근처에서부터 어인들이 존나게 나타나기 시작했고, 섬의 해변 부분에도 어인 부대가 배치되어 있던 상태다.
"이 빌어먹을 년들이."
이건 빼박이다.
여해적들이 어인들과 손을 잡은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섬을 본거지로 삼을 것이 분명하다. 괴물과 동맹이라니 어이가 없지만, 지금 느껴지는 마력.
"아무래도 마족이 있는 것 같군. 그 마족이 어인들을 지배하고 있는 중이고, 바르카 여해적단과 손을 잡았다. 그렇지 않습니까?"
"응. 내 생각도 그래."
"정황상 확실해 보이는군."
내 말에 렉사벨라와 바네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정보를 뜯어낼 수 있겠는데. 부릴아! 애들 내리면서 짐도 다 하역해라! 배 버려야 돼! 여기서 좀 지내야 할지도 모르니 물자 최대한 챙겨놔!"
"케륵! 알씀다!"
일단 상황을 정리해보자.
"샤아. 마앙님. 고립됐다에여?"
"섬에서 못 나가?"
샤란이와 루미카가 그리 말했지만 그렇지 않다.
"아니. 그럴 리가. 애초에 나 텔레포트도 가능해."
물론 이걸로 내 부하들을 다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배를 보내달라고 요청할 수는 있지. 물론 그때까지는 빼박 여기서 어인들과 싸우면서 방어를 해야 할 것이다.
"정말 큰일이야!"
세리뉴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괜찮아. 오히려 좋은 일이지. 마족이 있다면 어차피 토벌을 해야 했어. 여해적들 쓸어버리면서 덤으로 마족까지 박살낼 수 있다면 개이득이지."
이건 오히려 이득이다. 마족은 내 경쟁자.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놈들이 바다에서 지내는 놈들이다? 그런 건 건드리기 힘들다. 이런 좋은 기회가 있을 때 쓸어버려야 한다.
"케륵! 맞슴다! 새로운 적이라니 오히려 좋슴다! 어인놈들 죄다 잡아 먹음됨다!"
"흐흐흐! 바로 그거다!"
ㅡ처억!
뭐 그렇게 짐도 다 하역했고 인원 파악도 끝이 났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내가 어인들을 보자마자 빠르게 대응한 덕이지.
"흐응, 그럼 어떻게 할 거야? 역시 이 섬을 거점으로 삼고 방어할 생각?"
렉사벨라가 고개를 옆으로 살짝 숙인 채 자기 귀를 만지면서 물었다.
"물론 그래야죠. 전군! 들어라! 지금부터 이 섬을 제압할 것이다! 적대적인 종족, 그것도 정보가 하나도 없는 종족과 대치한 상황이니 최대한 안정을 추구하도록 하겠다! 모두 방어진을 펼친 채 섬을 수색하라!"
"케륵! 알씀다!"
"우리들 바로 정찰할까?"
세리뉴가 물었다.
"아니. 놈들이 뭔가 원거리 공격을 할 수도 있어. 잠깐 기다려... 이블아이 소환!"
ㅡ화르륵!
바로 이블아이가 소환되어 내 시야와 연동된다.
ㅡ파다닥!
그대로 날려 보내고 섬 정찰을 실시한다. 이거 조종하는 게 좀 어렵긴 한데 이젠 익숙해졌다.
"흐음."
고도를 높이면서 전진하고 있으니.
ㅡ촤학!
돌연 뭐가 날아와서 내 이블아이를 터트렸다!
"칵! 씨발! 터졌네! 세리뉴! 안 되겠다! 비행 정찰은 일단 보류!"
"응. 필요하면 말해줘!"
"그래!"
그렇게 우리들은 마치 밀림과도 같은 해적섬 내부로 발을 들였다 이곳은 적지다. 그것도 어인들로 가득 찬.
"홀드 안써? 변신시키고 정찰하면 되지 않을까?"
"루미카. 지금 적도 우리도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태야. 드래곤을 먼저 꺼낼 필요는 없어."
"으응, 그래?"
마족인 만큼 비장의 수단이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은 신중하게 가자고.
ㅡ저벅저벅.
내 병사들이 경계를 철저히 하며 수풀을 헤치고 나아간다.
그런데.
"으음?"
섬의 분위기가 요상했다. 섬에 자라있는 식물들. 그것들이 섬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무슨 바다화가 된 것마냥 질척해졌으며, 기괴한 산호나 바다나리, 미역 같은 것들이 마구잡이로 돋아나고 있었다.
뭐랄까 섬이 기묘하게 바다처럼 뒤틀린 것 같은 모습.
"줴에에에엑!"
"줴에에엑!"
그리고 어인들이 그 산호 사이에서 튀어나왔다.
"대응해라!"
이거 조사할 가치가 있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