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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508화 (508/544)

물론 아무 문제 없었다.

"어인들을 토벌하라!"

"케륵!"

방패를 앞세운 고블린 보병대가 창에 보랏빛 기운을 두르고 어인들을 푹 찌른다.

"줴엑!"

우리는 대열을 유지하면서 이동했기 때문에 무슨 야만족마냥 분별없이 달려들어서야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릴 쓰러뜨리려면 제대로 된 전술을 쓰란 말이다.

기습을 가한 어인족들 전원이 벌집이 되어서 쓰러졌다.

"케륵, 뫙님. 아무래도 이 섬 안에 어인들이 가득 찬 것 같슴다!"

"내가 봐도 그래 보여. 해적들과 편 먹고 섬을 홈그라운드로 만든 것 같은데."

하지만 어인들의 지능은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전술도 없고 방어선 같은 것도 만들지 않았다. 섬이 침략 당할거라고 생각을 안 한 건가? 아니면 준비할 시간이 없었을까?

아무튼 진한 마력이 느껴진다.

과연 어떤 마족이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을지 기대된다.

놈을 베고 안목을 기르도록 하자.

ㅡ저벅저벅.

그렇게 섬 중심부로 쭉쭉 나아간다.

그런데.

ㅡ촤학!

도중에 무슨 원거리 공격을 하는 괴상한 가재 같은 마물도 잡아 죽이고, 코뿔소 만한 꽃게랑도 싸우고, 아귀마냥 대가리에 초롱불이 달린 마법사같은 어인과도 싸우면서 느낀 건데.

"인간이 없어?"

인간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어인들이 해적들과 손을 잡았다면 슬슬 보일 때가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고 있는데 단 한 명도 보질 못했다.

이상하다.

왜 해양 마수들만 나오는 거지?

"해군대장. 분명 해적섬에는 인간들이 많이 있다고 했지."

"히, 히익... 네? 뭐라고 하셨습니까?"

"흠."

해군대장은 현재 혼이 쏙 빠진 상태였다. 몬스터 군단이랑 다니면서 어인들을 상대하는데 당연한 일이지.

다른 승무원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투가 거듭될수록 그들은 더욱 불안에 빠졌다. 배 근처에 놓고 올 수가 없어서 데려온 건데 아무래도 정신적인 타격을 크게 받은 모양이다.

나는 같은 것을 다시 물었다.

"아, 예... 그렇습니다. 여기가 바로 바르카 여해적단의 본거지지요... 섬 내에는 바르카 여해적단의 일원들은 물론이고, 여러 루트로 획득한 포로들이 노예처럼 지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상당히 규모가 큰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리 설명하던 해군대장이 돌연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 기괴한 산호랑 바다나리... 바닷속에서만 자라는 건데 어째서 육지에... 육지가 바다가 된 게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바르카 여해적단... 그 해적들이 심은 걸까요? 믿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만 포로로 잡혀 노예가 된 사람들이라면 식사를 즐겨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퇴근은 언제 하죠? 집에 돌아가기 위해선 마차가 필요 없을 것 같군요. 그럼 마부는 어떡하지?"

"아니 이 새끼 왜 이래! 야! 정신 차려!"

"허, 허억?!"

횡설수설을 해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명백히 비정상적인 말을 주워섬기는 모습을 보니 충격 그 이상의 것이 느껴진다!

"방금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하는가!"

"자, 잘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멍해지는 듯해서... 여긴 이상해요! 무언가가 자꾸 우릴 쳐다보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우리가 아침에 뭘 먹었죠? 파도, 아아! 파도 소리가 들려! 안 들려요?! 자꾸 들리는 것 같아요! 으아아아악!"

"미치겠군."

선장뿐만이 아니었다.

"돌아가게 해줘어어어!"

"으아! 으아아아! 아아아악!"

"밟아! 밟아! 자꾸만 심고 있잖아! 누가 육지에 산호를 심고 있다고! 그는 제정신이 아니야!"

명백한 광증이 승무원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그걸 본 내 간부들이 의문을 표한다.

"아무래도 여기 퍼진 마력이 저항력이 없는 인간들을 광기로 물들게 하는 모양인데, 자세히는 알 수 없구만. 얘들아! 애들 한 대씩 때려라! 정신 차리게 해!"

"끄륵!"

ㅡ퍼억!

ㅡ퍽!

바로 내 부하들이 인간들을 흠씬 두들겨 패면서 정신을 차리게 했다.

"아아아악! 살려주세요! 정신 차렸어요, 제발! 아아악!"

그쯤 해주니 간단히 정신이 든 건지 살려달라고 빌면서 이제 정신 차렸다고 애원을 한다.

"정신 꽉 붙들고 있어라! 섬의 마력이 당신들을 미치게 하는 것 같으니까! 알겠나! 해군대장!"

"네, 네! 알겠습니다! 장군님!"

"그럼 됐다! 가자!"

아무래도 이 섬은 수상해.

"인간들을 찾아서 심문해야겠는걸."

일단 내 마력으로 강화된 부하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들을 광기에 휩쓸리게 할 정도의 흑마법이라. 이건 흥미가 생긴다.

"행군 속도를 높여라! 어인들을 최대한 제거한다!"

그리고 이 흑마법의 근원 역시 찾아야 할 것이다.

이거 참.

배에 탈 때까지만 해도 여해적 누나들 따먹을 생각에 발기가 멈추질 않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

*     *     *

그렇게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어인들을 잡아 죽이면서 얼마나 더 갔을까. 마침내 사람이 살던 흔적이 있는. 해적 마을 비스무리 한 곳에 도착했다.

굳이 비슷한 무언가라고 말한 이유는 별거 없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었던 인공물들. 그 모든 것에 해수로 푹 젖은 온갖 산호와 바다나리. 미역과 따개비가 돋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닛!"

근데 마을 주변에 어인들이 모여 있었다...!

심지어 어인들이 감싼 그곳에!

"인간이야!"

"여기 잡아두고 있었나 봐!"

인간들이 커다란 우리 안에 갇혀 있었다!

"뭐야! 이 해적 년들 어인들이랑 손을 잡은 게 아니었나?"

그런 의문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건 아무리 봐도 어인들이 인간들을 제압하고 섬을 차지한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그럼 여기 오기 전에 봤던 해적선은 뭐였지?

글래머한 누나들이 우리에게 나체를 보여주면서 도발을 했다. 그건 단순한 유인이 아니었단 말인가?

"줴엑!"

"줴에에엑!"

우리를 알아챈 어인들이 광포하게 달려들었다.

"모두, 쳐라! 어인들을 모조리 회쳐버려!"

"케륵! 가라!"

"흑염검법!"

ㅡ화르륵!

나 역시 흑염검법을 전개하면서 땅을 박찼다.

"쿠르륵!"

내 목표는 저 코뿔소만한 크기의 꽃게다. 병사들로는 제압하기 어려우니 내가 처치해야 한다.

"죽어라!"

높게 치켜든 검을 그대로 떨어뜨리자 꽃게의 집게 손이 절단이 난다. 그 상태로 안으로 파고들어 아가리에 칼끝을 꽂아 주는 것으로 게임오버.

적의 괴수를 처치했다.

"케르르륵! 죽어라!"

"이 징그러운 것들!"

"끄르륵!"

고블린들이 어인들을 도살하고, 다크엘프들이 아예 토막을 내버린다. 임프들은 광선을 쏘면서 뒤쪽에 있는 어인들을 태워버린다.

그러면서 전장을 살폈는데.

"음!"

곳곳에 인골이 널려있다.

어인들이 잡아먹은 걸까?

해적섬이 어인들에게 점령당했다는 건 확실해 보인다. 동맹 관계일 거라는 설은 파기다. 그렇다면 아까봤던 해적선들은 뭐지? 왜 우리를 유인했나? 설마 섬으로 끌어들여서 어인들을 토발하게 할 속셈이었나?

의문점이 많다.

"뫙님! 다 죽였슴다!"

그때 토벌이 끝났다.

"아주 잘했다! 그야말로 일당백의 용사로다! 부릴아! 우리를 부수고 인간들을 꺼내라! 허튼짓 못하게 감시 잘하고!"

"알씀다!"

아무튼 이걸로 섬의 생존자들을 확보했다. 심문을 하면 알 수 있는 게 있겠지.

일단 인간들의 상태는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방금 미쳐버린 놈들처럼 광기에 잠식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지만, 경험상으로 봤을 때 몇 대 패주면 되니 문제없다.

ㅡ콰앙!

우리가 부서졌고, 반쯤 정신이 나가 있던 남녀 포로들의 얼굴에 물을 뿌리면서 깨우자 다들 정신을 차렸다. 근데 어인들이 성별을 아는 건지는 몰라도 남녀를 따로 수용해뒀네.

"허억?! 사, 살려줘어엇!"

"몬스터다아아앗!"

"으아아아아아아악!"

반응을 보니 미친 것 같진 않다. 그냥 몬스터 군대가 있어서 놀란 듯하다.

"진정해라!"

ㅡ화아악!

그래서 나는 마력을 담아 소리치면서 화염을 한번 일으켜 이목을 끌었다. 그러자 포로들이 입을 떡 벌리고 나를 봤다.

"다, 다, 당신은 대체...!"

"흐윽, 흐윽!"

"이게 무슨, 아, 물고기 괴물들은!"

"다, 다 죽어있어! 흐으윽!"

어인들이 죽은 걸 보고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다. 아무튼 정신은 차린 것 같군.

"지금부터 심문을 실시하겠다! 너희들!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부 말해야 할 거다! 험한꼴을 당하기 싫다면 말이지!"

"으윽...! 네!"

그럼 심문을 시작해볼까?

*     *     *

우선 여자들부터 모았다.

그녀들은 포로 생활을 한 탓에 조금 수척해져 있었지만 그런대로 미색이 뛰어난 여자들이었다. 바르카 여해적단에 미녀들이 우글우글하다는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던 것이다.

"묻겠다. 네 신분은 무엇이지?"

"흐, 흐윽... 바, 바르카 여해적단 소속... 해적이에요."

"해적이었군."

여해적은 크게 겁을 먹은 상태였지만 여자가 내 앞에서 거짓을 고하기란 쉽지 않다. 하물며 포로 생활을 하면서 공포를 맛본 탓에 정신력이 바닥난 상태다.

내가 묻는 대로 술술 대답했다.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지?"

"무, 물고기 괴물들이 올라왔어요... 바다에서! 갑자기, 갑자기요!"

"그래서 침략을 당했나?"

"네...! 섬에 있는 인원들이 맞서 싸웠지만, 수, 수가 너무 많았아요! 죽여도 죽여도 바다에서 계속...! 결국 잡혀서 가, 갇혔는데...!"

여해적들과 어인들은 동맹이 아니었던 것이다.

근데 어인들이 어느 날 갑자기 쳐들어왔다?

"갇힌 채로 무슨 일을 당했지?"

"괴, 괴물들이 남자들을 잡아 먹었어요!"

이 섬에 있는 남자들은 어딘가에서 여해적들에게 패배해 포로가 된 사람들이다. 전부 섬에서 노예 신분으로 살아간다고 들었다.

근데 남자들만 잡아 먹었나?

"여자는?"

"주, 주술사! 주술사 같은 물고기 인간들이 그대로 끌고 가서... 그, 그 이상은 몰라요! 흐윽!"

"해적선은 다 어디로 갔나?"

"전부 바다로 나간 상태였어요! 그, 그래서, 섬의 전력이 약화되어서, 물고기들을 이길 수가..."

해적들이 밖으로 나간 사이에 이렇게 됐다는 거군.

대충 윤곽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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