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보자면 해적선에 탄 여해적들은 정예라는 모양이다.
섬에 남아서 일을 하는 여자들은 2군으로서, 노예로 삼은 남자들을 부리며 온갖 일을 해낸다는 듯. 보통은 생산이나 정비, 제작 등의 일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섬을 거점으로 수상한 상선들이나 외부의 해적선들과 교역 같은 것도 한다는 모양. 그런 만큼 2군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무력과 체계를 갖추고 있었는데, 어지간한 칼조차 튕겨내는 비늘을 지닌 어인들이 개떼처럼 몰려드니 속절없이 패배해 사로잡힌 상태다.
ㅡ덜덜덜.
"크, 큰 언니들이 구하러 올거라고 생각했어요..."
겁에 질린 여해적은 그리 말하면서 자기 무릎을 끌어안고는 덜덜 떨어댔다.
큰 언니는 해적선에 탄 1군들을 말하는 거다... 아무튼. 어인들이 쳐들어와서 사람을 잡아먹고 동료를 끌고 가는 모습을 봤으니 두려움에 빠질만 하지.
그래도 내가 인큐버스라서 여자가 겁에 질려 있는 모습을 보니 어인들에 대한 맹렬한 적대감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구하러 온다라. 그렇게 큰 언니들을 믿고 있나?"
"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큰 언니들은 반드시 구하러 올 거에요... 흐윽, 다, 당한 게 아니라면...!"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1군 여해적들은 아주 큰 신뢰를 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보니까 거의 뭐 정신적 지주로 통한다는 듯.
하긴.
이런 곳에서 여자들이 주축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데 당연히 그 정도 마음은 있겠지. 이제야 의문이 풀린다.
"그런 건가."
바르카 여해적단이 갑작스럽게 약탈을 시작한 이유.
그것은 본거지를 어인들에게 빼앗겨, 마땅히 정비를 할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씩 육지에 배를 대고 약탈을 하면서 물자를 보충하고 정비를 하는 것이 분명하다.
본진을 빼앗겼는데 어디로 간단 말인가. 여해적들은 전원이 수배자들이다. 배 위에서 살면서 약탈을 이어 나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아예 먼 곳으로 튀지 않은 이유는, 섬 안에 있는 동료들을 구출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흠. 그래도 사람다운 마음은 있군."
해적이라곤 해도 동료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니. 내 마음속 바르카 여해적단에 대한 평가가 절로 올라간다. 그런 여자들이라면 따먹을 때 더 즐거울 것이다.
아무튼.
그녀들은 이곳을 떠나지 않은 채 약탈을 일삼으면서도 어인들에게 억류된 섬의 동료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던 중이었다.
아마 약탈을 하다 보면 토벌대가 올 거란 계산도 있었겠지. 마침 우리가 왔고, 도발해서 섬 쪽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우리의 힘으로 어인을 물리칠 생각이었겠지.
대충 아귀가 들어맞는다.
"..."
어인들의 본거지는 이 섬이 아니다. 아까 바다에서 싸웠던 대로, 저 해저 어딘가에 있겠지. 그리고 녀석들은 내게 대판 깨진 것도 모자라 섬에 있던 포로들을 전부 빼앗긴 상태다.
반드시 쳐들어올 것이다.
일단은 여기서 구조대를 기다리면서 어인들과 싸우도록 하자. 릴리안느의 텔레포트 능력만 있으면 통신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비비앙에게 배를 보내게 시켜두고, 어인과 마족을 몰살하면 된다.
일단 그전에 할일을 해야지.
우선 단서를 모아보자.
"주술사들이 여자를 끌고 갔다고 했지. 그게 어디지?"
"네...? 그건 저 뒤쪽으로 끌고 갔다는 말 밖에는..."
"거기에 뭐가 있느냐고 물은 것이다."
"바, 바다랑 이어지는... 동굴이 있어요. 해저동굴도 있는데... 아, 아앗! 설마 그 물고기 주술사들이!"
주술사가 있고 여자들을 끌고 갔다라.
주술사 하면 제물이라는 말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다. 그리고 마침 마력도 느껴지는 상태. 마족이 제물을 이용해서 뭔가를 한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마침 해저동굴도 있다고 하니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어인들을 조종하는 마족이 주술사들을 시켜서, 그곳에서 여자를 제물로 바친다?
"이런 씨발럼들이!"
감히 내 성노예가 될 여자들을 뭔지 모를 의식의 제물로 희생시키다니! 이건 용서할 수 없다!
바르카 여해적단의 미모는 평균적으로 봤을 때 아주 높은 수준이다. 다 날 위해 보지를 바칠 여자들을 죽이다니, 아무래도 녀석과는 한 하늘을 지고 살아갈 수가 없을 듯하다.
"철천지 원수!"
반드시 토벌하겠다!
"그 동굴의 위치를 말해라!"
"네, 네엣!"
나는 바로 이동을 준비했다.
* * *
"역시 사람은 육지를 밟으면서 살아야 함다. 어우, 배에 있을 땐 죽을 맛이었는데 이렇게 땅을 밟고 있으니 너무 행복함다. 케륵."
"이제 멀쩡해졌냐?"
"물론임다! 오히려 더 싸우고 싶슴다! 이 비린내 나는 어인 놈들! 모조리 몰살임다!"
부릴이는 그렇게 말했지만.
"케륵...!"
"아직도 속이 안 좋아, 케륵!"
다른 애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배멀미를 하면서 항해를 하다가 어인들이랑 싸우고 여기까지 강행군을 한 것이다.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
"그럼 부릴아. 어인들이 열로 쳐들어올 가능성이 있으니 방어진 형성하고 애들 휴식 시켜놔라. 난 다크엘프들이랑 동굴이란 곳을 수색하고 오마."
"뫙님? 전 안감까?"
"넌 여기 대장이잖아 임마. 잘 지켜. 포로들 잘 보고."
"케륵. 알씀다. 대신 조심하시는 검다, 뫙님!"
"흐흐흐, 그래."
부릴이라면 믿을 수 있지.
바로 렉사벨라와 샤란이. 루미카. 그리고 다크엘프 대전사 6명만을 데리고 마을에서 빠져나왔다.
이 정도 전력이면 솔직히 뭐가 와도 때려 부술 수 있다.
"부릴이 걱정된다에여. 샤아."
"괜찮아. 애들 다 있잖아. 뭐가 나와도 충분해."
다들 전투의 달인들이니까. 부릴이야 말할 것도 없고 임숭이도 있고 바네사랑 세리뉴에 홀드까지 두고 왔다.
"자 그럼 그 동굴이란 곳으로 가보자고."
그렇게 우리들은 그 동굴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솔직히 걱정할 건 없어. 그 어인들 약했으니까. 지능이 낮아서 우리 상대는 아니야. 그렇지 않니?"
"맞는 말입니다."
"으응, 뭔가 특별한 게 나온다면 몰라도.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조개껍데기 브라를 찬 루미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변수는 그 바다거인과 마족이다. 하지만 그 정도라면 애들이 다 대응 가능하겠지.
"그런데 여해적들을 제물로 바쳤다라. 과연 무슨 꼴을 당했을까? 인신공양? 배를 갈라서 심장이라도 꺼냈으려나?"
"너무 야만적인 말은 그만 하세요, 여왕님. 속이 안 좋아집니다. 여자들한테 그런 너무한 짓을 하다니... 용서할 수가 없군요."
"변태적인 섹스와 성고문을 하는 걸 즐기는 네가 할 말... 꺄악! 알았어! 미안해!"
딴죽을 거는 렉사벨라의 엉덩이를 꽉 잡아 짜주면서 징벌을 가해주며 이동한다.
ㅡ저벅저벅.
딱히 습격은 없었고, 우리는 결국 그 바다 동굴이란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으음."
섬 뒤편.
암석으로 이루어진 곳.
저기로 내려가면 바로 동굴의 입구가 보인다고 했지. 우리들은 즉시 길을 타고 내려갔고, 가면 갈수록 마력이 짙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동굴 앞에 도착했을 때.
"줴에엑!"
"줴엑!"
어인들과 함께 기이한 심해의 스태프를 든 주술사들이 뛰쳐나오면서 공격을 실시했다!
"쳐라!"
"응!"
하지만 선공은 루미카가 가져갔다.
ㅡ촤하아악!
옆에 있던 바닷물을 조종해 그대로 물대포를 날린 순간.
ㅡ콰앙!
어인들이 볼링핀처럼 날아가 쓰러졌다.
"샤아! 샤, 샤아?!"
근데 샤란이는 식물을 피우질 못했다.
"마앙님?! 어려워여!"
"바다라서 그런가! 손톱 세우고 나만 지켜줘!"
"네 마앙님!"
샤란이의 스킬은 봉인이다. 그래도 샤란이는 근접전도 강하다. 내 호위는 충분할 터.
ㅡ파앗!
그리고 렉사벨라와 다크엘프 대전사들이 땅을 박찼고.
ㅡ뎅겅!
그녀들이 칼춤을 추자 어인 주술사부대가 순식간에 토막이 나면서 싱싱한 횟감이 되었다.
"캬! 역시 다크엘프 정예들! 무력으로는 최강이죠!"
"후후후, 별것도 아니란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 볼까?"
"그래야죠. 다들! 들어가자!"
"응."
시체를 적당히 치워두고 동굴 안으로 진입했다.
"오, 이건?"
들어가자마자 구속구와 제단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화륵. 바로 작은 화염구를 만들어서 조명으로 띄워놓고 관찰했다.
"혈흔은 없어. 심장을 빼진 않았나 봐."
"흠... 그럼 이 제단이 왜 있는 거지."
제물을 바치는 뭐 그런 의식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한다. 하지만 혈흔이 없다라.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설마 어인답게 여자들을 바다에 바쳤나? 아, 이건 산 채로 수장을 시켰다는 뜻이다. 어인들은 바다에서 살아가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일단 더 들어가 보죠. 가면서 뒤쪽 주의해. 뭐 포위당해도 우리 힘이라면 억지로 뚫을 수 있겠지만."
동굴 안으로 더 들어갔다.
ㅡ찰팍찰팍.
바닷물로 푹 젖은 암석질의 바닥. 그 옆은 바로 바다랑 이어져 있다. 무슨 도로 옆에 존나 큰 도랑이 파인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런 곳이라면 배를 보관하기에도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쭉 들어가니.
"음? 여자 냄새가?"
"어머, 그걸 맡을 수 있어?"
"당연하죠. 이쪽입니다."
옆에 뚫린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길의 크기가 좀 좁아지긴 했지만 움직이는 데 문제는 없다. 그렇게 쭉쭉 들어가고 있으니 여자의 기척이 가까워졌다.
ㅡ사악사악.
파도소리도 들려온다.
나오니 이곳도 바다랑 연결된 어느 지점인 것 같았다. 아무튼 여자들이 이쯤에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옆을 보니.
"엇?!"
알몸으로 구속된 다수의 여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봐!"
여기가 여자를 잡아 둔 방이었나? 바로 그녀들을 향해 뛰어간 나는 아주 경악스러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읏...♥"
"하앙♥ 하아앙♥"
"아아앙♥ 알 낳기 시러엇♥ 응앗♥"
ㅡ쮸웁.
다리를 벌린 여해적들이 보지로 물고기의 알 같은 것들을 낳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미친...!"
어인 새끼들 여자들에게 무슨 짓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