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로 우리는 섬에서 지내면서 넬리아와 건설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그 건설적인 작업이란 바로 이 심해 우상과 바다 마도서의 힘을 익히는 것이다. 쓸만한 힘이 잠재되어 있을 것이 분명하니 기회가 됐을 때 익혀두는 편이 좋으니까.
"호오."
그렇게 넬리아와 함께 연구를 하면서 얻은 결론은 간단했다. 이것들이 아주 강력한 유물이라는 사실.
"놀랍군."
이 우상과 마도서에는 강한 힘이 잠재되어 있지만, 아직은 완전히 그 힘이 차오른 상태가 아니다. 그에 반해 내 마력은 아주 강대하다. 그렇기에 마력빨로 어느 정도 해석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획득한 마도서의 주문 하나.
ㅡ부그륵.
우상을 지니고, 마도서를 펼치고 있을 때 사용 가능한 마법이다. 바다에 발을 디디자 마치 주변에 공기의 막이 생긴 것처럼 나를 감싼다.
"이쪽으로... 와라."
"좋아!"
나는 넬리아와 함께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그렇다. 이 마법은 육지의 존재가 바닷속에서도 활동할 수 있게 하는 주문이었다. 지금 잠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기의 막이 내 몸을 감싼 상태라서 마치 인어처럼 유영할 수가 있었다.
"이거 쓸만한데."
역시 강한 유물이다.
지금은 유물의 힘이 다 차오르지 않아서 내가 이렇게 통제할 수 있지만, 더 강해지면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드림패스.
내 꿈 공간에도 이 우상의 힘이 침투했을 정도니까. 물론 이것의 소유주가 되고 나서 그것에 대해 조정을 했다. 그것으로 꿈 연락 수단을 완전히 복구했고, 그동안 연락이 끊겨 걱정하던 내지의 내 여자들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ㅡ촤학!
아무튼.
유영을 멈추고 다시 육지로 올라왔다.
"마력은 거의 안 닳았군. 제법 오래 활동할 수 있겠는데."
"그 힘으로... 나와 함께 어인들과 교섭하러 가면... 될 것이다."
넬리아가 쓸만한 조언을 했다.
"그래야지."
이 바다 유영 마법으로 넬리아와 함께 어인들에게 접근해서 그들과 교섭할 생각이다.
물론 어인 따위와 진심으로 교섭할 생각은 없다. 우리의 힘이 더 압도적인 데다가 지금은 우상과 마도서의 힘으로 어느 정도 바다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러니 어인들과 교섭하는 척, 적당히 속이고 이용해 먹다가 완전히 소모할 것이다. 인어와는 달리 어인은 본디 마계의 존재. 동맹 따윈 할 수 없으며 써먹은 후에 숙청할 뿐이다. 그야말로 삭초제근이지.
"그 전에 이것들의 힘을 더 익혀보고. 쓸만한 바다 마법이 많을 것 같은데."
"전력을 다해... 돕겠다."
그런 식으로 넬리아와 연구를 이어 나가길 며칠.
이제 어인들과 접촉할 때가 되었다.
"흐응, 드이어 어인들과 교섭하러 가는 거야?"
"마앙님. 빨리 돌아가고 싶다에여."
그동안 섬에서 지낸다고 지루해하던 렉사벨라와 샤란이가 그리 말했다.
"어. 후딱 끝내고 올게. 조금만 기다려줘. 여길 차지하려면 어인들도 먹어야 하니까. 아무튼 이게 거의 마지막이야. 조금만 기다리면 돌아갈 수 있어."
"네 마앙님."
"좋아. 그럼 루미카? 바닷속에서 움직일 거니까 같이 가자."
"으응... 바닷물 속에 오래 있는 건 싫은데."
"주문 있으니까 괜찮아. 그럼 가자."
바로 루미카를 데리고 해변으로 갔다.
"왔는가..."
"어. 바로 가자."
날 맞이해지는 넬리아의 머리를 한번 만져주고 바다 마도서를 꺼내 들었다.
ㅡ스멀스멀.
그동안 익힌 마법으로 나와 루미카에게 물방울의 가호를 걸고 그대로 넬리아를 따라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ㅡ사아악.
수심 3미터.
좆도 아닌 것 같지만 바다에선 엄청난 깊이다. 거기까지 내려간 즉시 유영 모드로 전환. 양옆에 넬리아 루미카를 끼고 함께 수영하며 깊은 바다로 나아갔다.
"캬. 신기하네."
저 밑에 온갖 해초들과 바다 생명체들이 존재한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기분이라 제법 즐겁다.
"후후후, 그래도 들어오니까 재밌네. 마왕. 수영 너무 잘하는 거 아니야?"
옆에서 나풀거리며 유영하던 루미카가 그리 말했다.
"가호 덕분이지. 아, 루미카. 부탁이 있는데."
"뭔데?"
"팬티 벗고 내 앞에서 수영해줄래? 보지 보면서 수영하게."
"참. 못 말린다니까. 알았어."
다정하게 대답한 루미카가 내 말대로 조개 팬티를 벗어 던지더니, 그대로 내 앞으로 와서 수영하기 시작했다.
ㅡ휘익.
위아래로 움직이는 발. 그 사이로 루미카의 엉덩이가 보인다... 곧 루미카가 다리를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것으로 보지가 훤히 보이게 되었다.
"어때? 보지 잘 보여?"
날 살짝 돌아본 루미카가 그리 말했다. 참고로 물속에서 말하는 거지만 마법의 영향으로 잘 들린다.
"어. 잘 보여."
"보지 어때?"
"너무 좋아."
"후후후, 수영하는 동안 보고 싶은 만큼 봐. 내 보지."
역시 루미카가 참 사랑스럽다니까.
"나는... 보여줄 수가 없군..."
"그건 좀 아쉽네."
아쉽게도 인어의 뒤꽁무니에서 수영을 한다고 해도 보지를 볼 수는 없었다.
뭐 그렇게 즐길 대로 즐기면서 수영하다 보니 어인들의 본거지에 도착했다. 물론 나한테 엄청 큰 타격을 받은 탓에 별로 북적거리는 느낌은 아니다.
ㅡ기기긱.
그리고 저 아래에 넬리아의 권속인 갑각류 몬스터들이 대기하고 있다.
"그럼... 어인 주술사를 불러오겠다. 그는 위계가 낮아서 다루기 쉬울 것이다."
"목적은 놈들을 복속 시키는 거야. 인도자를 깨우는 것에 협력할 테니 배를 공격하는 걸 도우란 식으로 이야기해줘."
"알겠다..."
넬리아가 어인들의 본거지로 들어갔고.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다시 돌아왔다.
"교섭에... 응했다. 남은 건 네가 이야기하면 될 뿐."
"그래."
그럼 어인들과 교섭을 해보자.
* * *
"바르카! 어인들이 달라붙었어!"
커틀러스를 든 예쁘장한 거유 여해적이 소리친다.
부츠에 비키니. 그리고 두건을 쓴 그녀는 서열이 가장 낮은 단원이었지만 선장을 부르는 데 있어서 스스럼이 없었다.
이 해적선 위에서 경어를 사용할 필요는 없으니까.
바르카 여해적단은 여자끼리 끈끈하게 뭉친 집단으로서 쓸데없는 위계질서와 규칙 따위가 없다. 서로 할 일을 하면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행동을 할 뿐이다.
"정말 질리지도 않네. 항해사! 흔들어 버려!"
"예이, 알겠습니다! 선장!"
부츠를 신고 어깨에 재킷만을 두른 알몸의 거유 항해사가 키를 휙 돌렸다.
ㅡ쿠구구구!
배가 흔들렸고, 그것으로 선체에 달라붙으려던 어인들이 튕겨 나가면서 개박살이 났다.
"훠우!"
"이 좆밥 새끼들!"
"지옥으로 꺼져버려!"
그 모습을 본 여해적들이 흥분해 소리친다. 이미 바르카 여해적단은 어인들과의 싸움에 이골이 난 상태다. 어인들은 이 해적선을 점거할 수 없다.
"우후!"
"저 새끼들 터진 것 좀 봐!"
ㅡ출렁출렁!
한 차례 공습을 막아낸 여해적들이 자신들의 거유 젖가슴을 까고 바다를 향해 마구 흔들어대면서 어인들을 도발했다. 일종의 습관적인 승리 퍼포먼스다. 자유분방한 여해적들은 이런 종류의 도발을 즐겼다.
물론 인간도 아닌 어인들이 알아들을 일은 없지만 말이다.
"후후후, 저 창녀들이 진짜. 지랄하는 건 여전하다니까."
그것을 본 바르카가 피식 웃었다.
당연히 저 단원들이 창녀는 아니지만, 해적선의 끈끈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창녀라고 장난스럽게 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바르카! 너도 흔들어!"
"바다의 창녀 여왕이 빠지면 되겠어요?"
"그럼 나도 해볼까?"
바르카 여선장은 웃으며 팬티를 벗었다. 그리고 바다를 향해 풍만한 엉덩이를 내밀면서 여해적의 퍼포먼스를 실시했다.
"아앙♥ 따먹으러 올라와 봐♥ 아, 자지도 없는 어인들이라 못 따먹나?"
"캬하하하핫!"
"하하하!"
그 모습에 여해적들이 크게 웃는다.
"줴엑!"
그때 반대쪽에서 어인 한 마리가 올라왔다.
"아, 저기 한 놈 올라왔다."
"죽여버려."
싸늘한 여해적들의 말투. 장난스럽던 눈빛이 순식간에 전사의 그것으로 변모한다.
"뒈져라!"
ㅡ푸욱!
가슴이 작은 여해적이 능숙하게 삼지창을 찔러 어인의 아가리 속을 꿰뚫었다.
"줵...!"
녀석들은 비늘이 아주 단단해 무기가 잘 통하지 않지만 커다란 아가리 속은 아니다. 그곳을 창으로 찔러주면 순식간에 무력화가 된다.
"잘했어!"
"어이, 해체사! 이놈들 비늘 뜯어버려!"
"살은 요리사한테 보내고 말이지."
단단한 비늘은 쓸만한 자원이다. 마찬가지로 어인들의 고기 역시 맛은 없어도 중요한 식량이다.
"바르카. 상륙은 언제 할 거야? 곧 해야 할 것 같은데."
단원이 바르카에게 말했다.
"으응. 슬슬 그럴 때지."
육지에 보급을 하러 가야 한다. 하지만 섬을 잃어버린 지금, 갈 곳은 왕국의 해안가뿐이다. 그곳을 약탈해서 자원을 충당해야 한다.
죄 없는 어민들을 약탈하는 일이지만 여기 있는 여해적들 중 그것을 신경 쓰는 여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녀들은 해적이니까.
"섬에는 언제 가볼 생각이야? 어떻게든 되찾아야 해."
상체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 여해적이 그리 말한다.
"당장 되찾는 건 무리야. 그래도 한번 가봐야겠지. 좋아. 섬에 한 번 들렀다가 약탈하러 가자. 저번에 섬으로 끌어들였던 토벌군. 그 녀석들이 어떻게 해줬는지 봐야겠어."
"그래."
사실 그것은 여선장 바르카의 계략이었다.
해안가에서 약탈을 거듭하다 보면 반드시 토벌군이 올 것이다. 토벌군은 자신들의 섬으로 갈 것이고, 그곳을 점거한 어인들과 싸우게 되겠지.
섬을 점령한 어인들을 치는 것은 무리이니 토벌군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바르카로서는 토벌군이 섬의 어인들을 줄여주면 아주 큰 이득이다. 과연 토벌군들이 잘 해줬을까?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섬에는 동료들이 잡혀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동료들을 구해야 한다.
최대한 빨리.
"항해사. 섬 쪽으로 조심스럽게. 토벌군이 어디까지 해줬는지 봐야겠어."
"큭큭큭, 잘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근데 제 생각엔 토벌군이고 뭐고 전부 어인들 밥이 됐을 것 같네요."
"그럴지도. 준비하지 않고 상대한다면 무리니까. 그런 것들."
한숨이 흘러나온다.
ㅡ스으윽.
그렇게 바르카 여해적단은 섬 쪽으로 접근했다.
그런데.
"으음?"
평소와는 달리 섬에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어인들이 습격을 해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