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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마왕 생존기-535화 (535/544)

이 병사 녀석 상당한 실력자다.

단번에 승부를 내려고 했는데 방패로 내 검격을 받아내더니, 그대로 뒷걸음질을 쳐 넘어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으면서 내게 검을 내질러온다.

그 움직임을 읽어볼 생각으로 일부러 대응하지 않고 스텝을 밟아 회피했다.

"오오, 이놈 생각보다 잘 싸우는데?"

"후후후, 역시 대단하지? 마계는 아주 척박한 곳이야. 뭐, 정규군 수준이긴 하지만 이 정도는 해야 졸병 취급이라도 받을 수 있는 거지. 틈만 있다면 나름 강한 마족에게도 유효타를 넣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전투원이야."

그것이 마계의 정예병이란 말인가.

"너무 수준이 낮으면 유효타 자체를 넣을 수가 없으니까. 맨몸의 강한 마족을 묶어놓은 채로 던져놔도 상처 하나 입힐 수 없을걸? 그런 병사들은 졸병 취급도 못 받아. 그냥 고기 방패지."

"좋아. 잘 알았어."

저만큼은 해야 이 척박한 마계에서 졸병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 생각하면서 다시 결투에 뛰어들었다.

"카아아악!"

놈이 기합을 내지르면서 내게 공격을 해온다. 방패 뒤에 검을 숨긴 채 다가오다가 기습적으로 찌르는 기술.

ㅡ파앗!

그 검을 바깥으로 쳐내자 놈이 다급하게 방패로 몸통을 가린다. 나는 그 방패에 발길질을 날렸다.

ㅡ콰앙!

뒤로 넘어진 병사.

"끝이다."

그 위로 올라가 역수로 잡은 검을 내리찍자.

ㅡ화아악.

병사가 연기처럼 흩어졌다.

"흠... 이거 좀 대단한데. 만일 이런 병사들에게 포위당한다면 솔직히 도망쳐야 할 것 같애."

일대일이야 당연히 이길 수 있지만 이런 놈들이 부대를 이뤄서 온다면?

공포 그 자체.

"응. 그게 최소 요건이니까. 대단하지?"

이 정도 수준이면 내 고블린 정예병 보다 더 강한 수준일까? 생 고블린 때부터 성장하며 경험을 쌓아온 내 엘리트 고블린 병사들이 마계 말단병보다 딸리다니.

솔직히 충격이다.

그만큼 마계는 사나운 곳이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는걸. 카르티. 다음이다!"

"응!"

단계별로 하는 건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 최대한 나랑 비슷한 수준의 상대를 골라달라고 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전투로 넘어갔다.

"이 녀석은 마계 하급 기사야! 병사들보단 확실히 강하지! 참고로 이 마법사 석상은 중급 기사까지 소환할 수 있어!"

"하급 기사라."

ㅡ처억.

딱 봐도 강해 보인다.

뿔이 달린 중갑을 걸치고 있었고, 투구는 무슨 장수풍뎅이의 머리 같다. 그런 녀석이 중검과 마법 방패를 든 채 내 앞에 섰다.

"하급이라도 해서 방심하면 안 돼. 이 마계 기사들은 핵심적인 타격대의 주축을 이루는 녀석들이니까. 애초에 실력을 증명할 수 없다면 기사가 되는 것조차 불가능해."

"당연한 말이지."

아무튼 얘네가 주력 타격대의 일원이란 소리겠지. 마수나 천사. 다른 마족들과 싸우는 전장에서, 적들에게 강력한 일격 먹이는 역할을 하는 녀석들인 만큼 아주 강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 시작!"

ㅡ파앗!

순간.

"크오오오오!"

마계 기사가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단 일보를 내딛은 것만으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것이다. 물론 나도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이런!

ㅡ콰앙!

중검이 나를 강타한다. 물론 검면으로 막아냈지만, 충격이 상당해서 몸이 뒤로 쭉 밀리고 만다다.

"오!"

이 새끼 진짜 강하다!

게다가 압박감이 좀 느껴진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전투의 달인은 아니다. 나는 군주니까. 이런 강대한 적과 일대일이라니 상성이 좋지 않다.

하지만 마왕 가오가 있지 이딴 놈한테 질 수는 없어.

"크어어어!"

"와라!"

재차 기합성을 내지르며 달려오는 마계 기사를 향해 손을 뻗고.

"다크 플레임!"

ㅡ화르륵!

그대로 손에서 흑색 화염을 방출했다. 마치 화염방사기처럼 넓게 퍼진 흑염이 놈의 시야를 가렸으나.

ㅡ처억!

놈은 마법 방패를 들어 흑염을 방어하면서 달려왔다. 그걸 보면서 마력을 실어 땅을 박차고.

"다크 철산고!"

그대로 빙글 몸을 틀면서 방패를 향해 강렬한 철산고를 날려줬다.

ㅡ콰앙!

통렬한 일격.

마족인 내 육체 내구도는 상당하다. 아무튼. 시야가 가려진 상태로 흑염을 막고 있던 탓에 대응하지 못한 마계 기사가 철산고를 처맞고 주춤함과 동시에 방패가 튕겨져 나갔다.

동시에 놈이 검을 움직여 날 찌르려고 했지만, 이미 초근접이 된 상태.

ㅡ꽈악!

레슬링으로 전환하여 놈의 몸체를 붙잡고, 그대로 들어 올리면서 바닥에 내리찍는다!

ㅡ쿠웅!

"크어어어!"

마계기사가 발악했으나 이제 끝이다.

"마족브레스!"

ㅡ화르르륵!

입에서 화염을 뿜어 놈의 얼굴을 지져준다. 길게. 내 화염이 놈의 투구 안면부 사이로 흘러 들어간다. 놈이 발버둥을 쳤지만, 이거면 끝장-

"카아아아악!"

"아닛!"

순간 놈이 상체를 일으키면서 나를 떨쳐냈다. 설마 그걸 맞고 살아있다고? 그렇게 일어선 놈이 나를 향해 중검을 휘둘러왔고, 나는 다급하게 일어서면서 피할 수밖에 없었다.

ㅡ콰앙!

그리고 이어지는 검술 대전.

"이 새끼...!"

끈질긴데다가 쉽사리 끝장낼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마계의 기사란 말인가? 지금 버티는 것만 해도 내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는 중이다.

바네사랑 베라한테 검술 교습을 집중적으로 받지 않았다면 받아치지 못하고 끝장났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녀석은 피해를 입었고, 나는 아직 멀쩡하다.

ㅡ채앵!

끝장낼 수 없다면 시간을 끈다. 바로 녀석의 검술에 어울려주면서 틈이 보일 때마다 왼손으로 화염을 뿌려주면서 시간을 끌었고, 놈은 결국 마족브레스로 입은 피해가 누적되어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 순간 머리를 발로 까고 팔을 잘라서 승리.

"내 승리다!"

승리!

"축하해, 큘스오빠!"

ㅡ짝짝짝!

카르티가 격하게 박수를 쳐줬다.

"적어도 마계의 하급기사와 사생결단을 낼 수준까지는 올라왔구나! 정말 엄청난 거야, 그건! 혼자 힘만으로 이렇게 성장하다니! 대단해!"

"흐흐흐, 그래? 아, 그래도 다음 수준은 무리겠네."

"응. 앞으로 마계에서 지내는 동안은 이 하급 기사 소환체와 대결을 하도록 해. 수십 번만 해도 실력이 확실하게 늘 거야."

"늘긴 하겠어."

중간계에선 이렇게 싸울 일이 없으니까. 엄청 큰 도움이 되겠지. 아직은 전장에서 내 무력을 펼칠 일이 많기도 하다.

"그럼 더 하자, 큘스오빠. 인큐버스 마왕이라고 하지만 결국 전투력을 키워야만 해. 누구보다 강한 힘에서 카리스마가 나오는 법이니까."

"맞는 말이다."

고개를 끄덕이자 카르티가 그윽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사실 어머니 여공작님도 마찬가지야. 정점의 서큐버스지만, 그에 뒤지지 않는 무력을 보유하고 있지. 어머니 여공작님께서 대낫을 들고 전장에 강림하면 상대측 대장이 나오지 않는 이상 끝장이야. 모두가 그걸 두려워해. 거기서 나오는 카리스마야말로 마족들을 휘어잡는 거라고 할 수 있어."

"그렇게 강한가."

솔직히 나는 여공작의 무력을 직접 본 적이 없다. 애초에 몇 번 보지도 못했고. 그냥 뒤틀린 사랑을 품은 여신 같은 이미지인데 대낫으로 마족으로 썰고 다닌다니.

"한번 보고 싶은걸."

"추천하진 않아. 아무튼. 다른 놈들이 중간계를 노리는 상황이니 힘을 착실하게 길러둬."

"좋아!"

현재 점차 차원 장벽이 옅어지고 있는 중이다.

내가 중간계 천사들을 쓸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전에 비해 강한 녀석들이 넘어올 환경이 조성되었다. 물론 나처럼 강한 놈이 넘어올 수는 없을 것이고, 시작하자마자 왕국을 얻을 수도 없을 것이다.

나는 힘을 키우면서 그런 놈들을 조기에 색출. 사다리를 걷어차면서 내 지배를 공고히 하면 된다.

"문제는 대천당이야. 천사들도 지금 이 상황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어. 그도 그럴게, 큘스오빠는 천사들까지 지배한 상황이잖아?"

"그렇지."

"물론 녀석들도 뾰족한 수는 없을 테지만, 분열된 마족과는 달리 하나된 천사들은 아주 위험해. 어쩌면 다시 마계를 공격하려 할지도 모르겠는데... 일단의 주의해둬."

결국 내 적들은 예나 지금이나 천사들인가.

"아, 근데 카르티. 나 언제 돌아가지?"

"충전이 완료되면. 그래도 그렇게 길진 않을 거야. 게다가 이블아이로 이미 다 교신중이기도 하고."

교신중?

아, 그렇지.

내가 없어도 카르티는 계속해서 통신이 가능하다.

이블아이를 통해서 말이지.

"그거 지금 나도 할 수 있나?"

"부하들 보고 싶어졌어? 잠시만."

ㅡ파닥파닥.

바로 카르티가 이블아이를 소환했고.

"지금이야!"

"억!"

나는 바로 중간계에 있는 내 부하들과 교신했다!

"케륵?! 뫙님?!"

"아니 부릴아!"

마침 이블이아기 부릴이랑 마주쳤는지 녀석의 얼굴이 나온다.

"부릴아! 애들 다 불러와!"

"케륵! 알씀다!"

ㅡ후다닥!

부릴이가 뛰어갔고 나는 내 부하들과의 교신을 즐겁게 기다렸다. 이게 바로 외국 가서 가족들이랑 화상 통화하는 기분인가?

*     *     *

그리 통신과 훈련이 끝난 후.

카르티는 다른 일정이 있다면서 떠나갔다. 떠나가면서 나를 다른 혈족원에게 맡겼는데,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다시 만나게 되었군."

하아젤 누나였다.

"이렇게 빨리 날 데리러 올 줄은 몰랐어."

"반갑습니다! 누님!"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나!

하아젤 누나는 여전히도 키가 크고 압도적인 폭유를 지니고 있었다. 세리뉴보다도 더 큰 젖가슴... 천상의 가슴이야.

"반가워하는 모습이 정말 귀엽군. 아무튼. 이야기는 들었다. 오늘부터 나는 네 것이다, 큘스."

"역시!"

이 누나가 내 소유물이라니!

"누나인 내가 남동생의 소유물이 되다니. 조금 기분이 묘하기도 하군... 잘 부탁한다."

"저도 잘 부탁할게요, 누나. 아 근데 이거. 너무 기분이 좋군요. 누나가 제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두근거립니다."

"훗, 이게 사랑받는다는 기분인가. 나쁘지 않아."

피식 웃은 누나가 내 옆으로 와서 내 손을 잡았다.

"물론, 당장은 나와 섹스할 수 없다. 알고 있겠지?"

"네."

"그리고 뭐... 내가 대딸을 쳐주거나 하면서 놀아줄 수는 있지만, 말했든 격의 차이가 있어서 말이지. 나랑 놀아도 성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뭐 성장만 생각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저는 누나한테 잔뜩 대딸 받으면서 놀고 싶은데요."

벌써부터 발기가 될 지경이다.

하아젤 누나의 대딸은 정말이지 기분이 좋았다. 물론 여공작이 날 사정시켜줬을 때의 쾌감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영혼까지 녹아내리는 쾌락이니 말이지. 그냥 즐기려면 누나의 대딸 쪽이 더 낫다.

"그런가. 그렇게 노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래도 오늘은 일정이 있으니 대딸보다는 이 누나와 재밌는 곳에 놀러 가도록 하겠다."

"재밌는 곳이요?"

마계에 놀러 갈 곳이 있나?

그걸 물으니 하아젤 누나가 묘하게 웃었다.

"간단한 여행이다. 말하자면 큘스 너를 위한 섹스 여행이라고 할 수 있지."

"예?"

"너를 위해 포로로 잡은 다양한 종족의 미녀들을 준비해뒀다. 오늘은 이 누나와 그곳을 둘러보면서 섹스를 즐기면 된다."

오!

"기분이 아주 좋아진 것 같군. 이것이 바로 이 누나의 사랑이다. 기분이 어떻지?"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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