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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시작의 이야기 (2/198)



〈 2화 〉시작의 이야기

마왕군을 평정하고 난 뒤 용사의 진지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렸다.

그곳엔 성스러운 황금빛의 검을 든 소년과 용사를 이끌고 제국을 구원한 영웅 중 한 명인 테베스 공작, 내가 몸을 숙이며 용사의 검을 피하고 있었다.

군의 지휘관인 나에게 검을 겨누는 용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새끼 미친 것 같다고.

"으아아아아!!!!"

"이 병신 새끼가!"

용사가 휘두르는 검을 몸을 숙여 피했다. 마치 악귀가 달라붙은 것처럼 피눈물을 흘리며 달려드는 용사의 눈은 미친년처럼 풀려 있었고, 풀풀 풍기는 살기는 진심으로 날 죽일 생각이었다.

이는 명백히 하극상. 저놈이 용사에 주인공이라 하더라도 선을 씨게 넘었다.

그래도 처음에는 나름 타인의 눈치도 보면서 노력도 하는 놈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마왕도 때려잡아서 그런지 다른 주인공처럼 무대포로 변해버렸다.

애초에 이놈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용사라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원만하게 지냈고 지원도 충분하게 해줬다. 저 녀석이 먹고, 자고, 입는데 내 사비의 절반이 날아갈 정도였지만 불만을 표시한 적도 없고 꼽을 준 적도 없다.

그런데 날 죽이려 하다니. 용사는 배은망덕한 놈이었다.

"피하지 마! 내 검에 죽으란 말이다!"

"지랄하지 마시죠, 용사님!"

카앙!

용사의 성검을 창으로 막았다. 세계수의 나뭇가지로 만든 창은 용사의 검을 수월하게 막아냈다.

용사는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을 쏟아내며 연신 검을 내리찍었다. 용사로서 단련된 신체 능력을 그대로 실은 성검은 위력적이었으나 내 창에 번번이 막혔다.

머리가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로 가득 차서 그런지 움직임이 단조로운 것도 창으로 방어하기 쉽게 만들었다.

캉! 카캉!

나는 공격을 막고, 흘리며 용사에게 이러는 이유를 물었다. 이유도 모른 채 당하고만 있자니 너무 억울하네.

"용사님!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닥쳐! 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

"…뭔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제가 어떻게 용사님의 여자를 건드려요!"

홀리 쉣! 어떻게 그런 위험함 소리를!

제국에서 불륜은 큰 중죄다. 특히 권력을 쥔 귀족의 경우 불륜을 매우 엄한 벌로 다스렸다.

아니, 그런 법이 없었더라도 용사의 여자는 건드리지 않았을 거다. 실제로 건드린 적도 없고.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용사의 말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내 무죄를 알리기 위해 마음속에서 우러러 나오는 당황스러움을 담아 용사에게 소리쳤다.

"용사님! 정신 차리세요. 당신의 여자를 건드릴 정도로 제가 무도해 보이십니까! 제가 용사님을 모신 지가 10년째입니다.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요!"

"이 자식이! 아직도 가식을 버리지 않는 거냐! 더러운 쓰레기가!"

내 말에 용사는 검에 미친 듯이 힘을 주며 날 찍어누르기 시작했다. 나는 창으로 검을 흘리며 용사와 거리를 벌렸다.

주변에서는 내 말에 공감하는 군사들이 나타나 내 말에 호응했다.

"그, 그렇긴 해! 용사님을 10년이나 모신 아르텔 공작님께서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지!"

"아르텔 공작님은 제국의 구원에만 집중하시느라 결혼도 못 하신 분 아닌가! 사적으로 여자를 만났을 수도 있어도 이미 임자 있는 여자를 가로챌 리가 없지!"

두명의 병사들을 시작으로 주변 병사들이 호응했다.

크윽~ 새끼들! 지금까지 돈을 털어가며 지원하고 복지를 펼친 보람이 있구나! 뭐, 지금의 상황에는 별 도움도 안될 테지만.

"죽어어어어어어!!!"

용사는 내 예상대로 미친놈처럼 소리치며 다시 달려들었다. 주변 언론이 자기에게 나빠지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날 죽이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 씨발놈. 내 후원으로 좋은 영약과 약초를 수시로 먹고 좋은 장비와 마도구로 무장해서 그런지 존나 쎄구나. 나는 용사의 성검을 피하며 근처에 있던 병사의 활을 잡았다.

내가 인생 짬밥만 얼마인데. 활에 자동으로 화살이 걸리더니 용사에게 날아갔다.

위력적인 화살 세례였으나 용사는 기초적인 신성 마법, 포스로 충격파를 일으켜 화살을 막아냈다.

"제발 좀 진정하세요, 용사님!"

콰앙-!

용사의 검과 내 창이 격렬하게 부딪혔다. 용사의 강력한 근력에 몸이 뒤로 밀리려는 것을 내 능력으로 간신히 막았다.

그렇게 힘겹게 공격을 막고 있으려니 멀리서 몇몇 여자들이 달려왔다.

제국의 황녀님과 엘프의 유일한 후계자이신 엘프 공주님, 마지막으로 용사와 가장 오래 지낸 성녀님까지. 전원이 달려왔다.

"무슨 일이냐! 어째서 저 둘이 싸우는 거냐!"

"추, 충성! 안녕하십니까, 황녀님!"

"인사는 됐다! 상황 설명부터 해라! 아니, 아니지. 당장 싸움을 막아라!"

황녀의 말에 엘프 공주님과 성녀님께서 용사를 만류하기 시작했다.

포동포동한 가슴 2쌍이 용사와 밀착하며 부드럽게 일그러졌다. 원래의 용사라면 여기서 얼굴을 붉히며 좋아라 할 텐데 오늘은 거칠게 그녀들을 밀어냈다.

용사는 어울리지 않게 짐승이 우는 것 마냥 그 둘을 노려봤다. 그리고 둘에게 모욕적인 말을 던졌다.

"이, 이, 이 창녀 같은 년들이! 내 앞길을 막지 마!"

"…뭐, 뭐라고 했느냐? 나에게 창녀라고!"

"그래. 비켜, 창녀들아."

"믿을 수 없군. 감히 나에게 그런 모욕을 하다니…."

"공주님! 노기를 가라앉히시길. 제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성녀가 앞으로 나서며 용사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성녀의 특권인 기적까지 발휘하며 용사의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마그마와 같이 뜨겁게 달아오른 용사는 진정된 기색이 아니었다.

성녀는 결국 용사를 진정시키는 것을 포기하고 슬픈 표정을 지었다.

"용사님, 어째서 이런 짓을 하시는 겁니까. 용사님은 그런 분이 아니시잖아요."

글썽글썽.

성녀님의 눈동자에 애처로운 눈물이 글썽거렸다. 성녀님의 머리에서는 백발이 흩날리고, 꼬옥 모은 두 손은 풍만한 가슴 앞에 있었다.

용사는 그런 성녀님의 모습에 내가 아닌 성녀님께 검을 휘둘렀다. 나는 급하게 성녀님께 달려가 성녀님을 구했다.

그리고 허리를 껴안듯 내 품에 끌어들였다.

"공작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당신을 지키고 용사를 말려볼 테니."

우리 둘 사이에 달달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를 보다 못한 용사가 발악하듯 소리쳤다.

"웃기지 마! 성녀는 내 여자야! 저 망할 엘프 년도, 이 나라의 황녀도 전부 내 여자라고! 네깟 놈이 넘보고 만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단 말이야!"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용사님? 제가 당신의 여자라뇨?"

ㅗㅜㅑ.

저 녀석 노빠꾸네. 설마 그녀들의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하다니. 사실 너 용자였구나.

용사의 외침에 황녀님의 얼굴에 혐오가 드러났다. 엘프 공주님과 성녀님 께서도 용사의 발언에 혐오를 참지 않았다.

반면에 나는 용사가 저러는 이유를 깨달았다. 아무래도 저놈도 이고깽에 빠진 모양이다.

어린 노무 쉐끼가 운 좋게 용사가 됐으면서 승승장구하고 내가 지원도 듬뿍 해주니 주변에 있는 미녀들이 자기 여자라고 생각했나 보지.

그녀들이 용사의 여자인 건 맞다. 무려 주인공의 히로인이 그녀들이니깐.

히로인은 주인공들의 근처에 있는 유능한 여자들로 히로인이 되면 용사와 이상하게 자주 엮이고, 뛰어난 재능이나 힘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그녀들은 히로인으로 선정되기에 최적의 조건을 지녔다.

원래라면 히로인으로서 용사와 관계가 진전되어야 하지만 그녀들은 나와 섹스 프렌드 관계가 되었다.

용사가 이 여자 저 여자 건드리고 그녀들에 대해 빈틈을 보이기에 용사를 돕는 대가로 내가 먹었다.

아무래도 용사는 내가 이 3명을 따먹는 걸 봤나 보다. 거참, 황녀님과 성녀님이 어젯밤에 시끄럽게 울부짖더니만… 결국 들켰네.

그렇게 생각하며 용사를 몰래 비웃었다. 용사가 저러는 이유를 알게 되니 우습기 그지없었다.

설마하니 히로인 후보이긴 하지만 연인 관계도 아닌 3명을 따먹었다고 저러다니. 심히 추한 모습이다.

내 섹스 프렌드들도 용사를 싸늘한 시선으로 노려봤다. 이걸로 그녀들은 절대 용사와 맺어지려 하지 않을 거다.
그런데 이를 용사도 느꼈는지 얼굴을 내리깔고 몸을 떨었다.

바닥에 뚝뚝- 눈물이 떨어졌다.

현재 용사는 너무나도 애처로워 보였고, 주인공인 그가 혹여 자살을 할까 싶어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용사가 지금 죽어서는 안 된다. 마왕을 무찌르긴 했지만 전후처리를 위해선 용사의 권위가 필수다.

하지만 너무 방심했던 걸까, 아니면 내가 용사를 너무 무시했던 걸까. 갑자기 용사가 돌변해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심장 부분에 성검이 꽂혔다.

푸욱-

여러 번 겪었으나 도저히 적응되지 않는, 몸에서 느껴지는 이물감과 함께 입에서 피가 흐르는 걸 느끼며 그 자리애서 주저앉았다.

뭔지 모르지만 탁해지는 눈동자에 본능적으로 내가 죽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쿨럭! 쿨럭!"

시야가 검게 변해간다.

이를 느끼며 마지막으로 본 것은 용사의 눈에 엘프 공주님의 화살이 박히고, 성녀의 기적으로 발현된 신의 번개가 용사의 몸을 갈기갈기 찢는 거였다.

이 새끼! 마지막엔 화끈하게 죽는구나! 잘 죽었다!

나는 그를 비웃으며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씨발, 이번에는 너무 일찍 죽었잖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검은 공간에서 나는 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욕을 내뱉었다.

아직 그녀들을 임신시키지 못했는데 죽다니. 들인 수고에 비해 너무나도 아까운 결과다.

그렇게 꽥꽥 소리치다 보니 어느 정도 마음이 가라앉았다.

이걸로 9번째 생은 끝. 다음 10번째 생이 날 기다리고 있다.

10번째 생을 시작하기 전. 잠깐의 유예 시간. 나는 두 눈을 감았다.

'이번 세계의 주인공은 너무 병신이었어. 저런 놈을 주인공으로서 키워 세계를 구한다는 컨셉으로 움직인 건 최악의 한 수야.'

대개 주인공은 의지가 매우 강하거나, 성격이 똑 부러지는 편이었다. 그만큼 뛰어난 재능과 무기를 얻게 되면 이를 잘 쓸 줄도 알았지.

그런 놈들이 주인공일 때엔 나도 편하고 좋지. 내가 따로 작업하지 않아도 자기가 알아서 딱딱-! 하고 진행하니깐.

다만, 모든 주인공이 이렇지는 않았다. 수많은 주인공 중에도 병신 새끼들도 있었고, 이번 생의 주인공이 그런 병신 새끼 중 한 명이었다.

재능은 뛰어나지만 다른 세계, 현대에서 소환된 탓에 힘에 취해 정신이 매우 미숙한 녀석. 처음엔 죽이고 내가 대체할까 했다.

근데 저런 놈을 끌고가는 것도 재미있어 보여서 그냥 GOGO 했는데… 냉정해지지 못해 일을 망치고.

왕과 귀족 앞에서 제대로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 덕분에 내가 나서서 중재하지 않았으면 용사로서 지원금도 못 받았을 거다.

뭐, 그런 녀석이 주인공일때는 주변 히로인 후보를 따먹을 수 있다는 건 좋다.

특히 성녀와 황녀의 고급진 보지는 꾹꾹 잘 조였고, 엘프의 보지는 명기 그 자체였다. 내가 보낸 무수히 많은 삶에서도 그녀들의 보지는 베스트 10 안에 들어갈 거다.

'그래도 그런 주인공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네.'

나는 용사 병신 새끼를 욕하며 이번 생으로 어떤 능력을 얻게 될지 기다렸다. 곧 내 혼에 무언가가 깃드는 것이 느껴지며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이 공간은 내 능력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보유 능력: 창세신의 축복(액티브), 마력 친화(패시브), 번개의 권능(패시브), 물의 권능(패시브), 육체 강화(패시브), 항마력(패시브), 인벤토리(패시브), 헤파이스토스의 손재주(액티브), 악마 사냥(액티브), 초재생(패시브), 황금률(패시브)]

능력은 보통 두 가지로 분류한다. 활성화 후 상시 적용인지, 아니면 필요할 때마다 활성화시켜야 하는지. 내가 가진 패시브 능력은 7개, 액티브는 3개다. 그나저나 새로 얻은 능력이….

"황금률?"

얻은 능력은 공작으로서 지녔던 능력인 황금률. 황금률은 육체 보조 능력으로 성장시 육체를 아름답고 완벽하게 변화시킨다. 이 능력 덕분에 공작으로서 사무와 무력은 물론이요, 외모까지 완벽했었는데….

주인공을 서포트 하는 용도로는 최악이지만 나에게는 최고의 능력이군. 환생과 빙의를 앞으로도 자주할 나로서는 이런 외모 보정 능력은 환영이지.

인벤토리 이후로 최고로 좋은 능력이라 생각하며, 앞으로 완벽해질 외모에 만족하는 사이 빛이 밝아졌다.

나는 밝아지는 빛에 눈을 감았다. 시간이 좀 지나면 이동 될 거란 의미다.

그전까지는 쉬어야지. 유독 이 공간에만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말이 술술 나온다.

"전능하고 전능하신 빛의 신, 아니 창세신이시여 제발 다음 세계에서는 무쌍을 찍을수 있게 해주소서. 씨발 빙의는 최악입니다. 환생은 두번째 입니다. 전이는 최고입니다!"

전능하신 창세신이시여 그 전능한 힘으로 나를 보호하사 나를 지켜주소서!

"....는 개뿔! 그 새끼가 그럴리가 없지! 나를 장난감 처럼 다루며 즐기는 미친놈인데! 캬하하하하하!"

미친듯이 몸을 흔들며 미친놈처럼 웃어봤다. 별 감흥도 느껴지지 않았다.

"홀홀홀. 너무 오래 살긴 살았어..."

이번에는 노인처람 말해봤다. 재미 없었다. 감흥도 없었다.

시간은 아직 많아 남았는데 할게 없다.

시시해, 시시해, 시시해, 시시해, 시시해, 시시해, 시시해, 시시해, 시시해, 시시해. 시시해, 시시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나?'"

"나도 같은 생각이야 '나!'"

이중인격 놀이! 당연히 재미는 없었다! 까르륵!!!

"그보다 다음 세계에선 뭘 해볼까...이중인격? 원손에 흑염룡이 봉인된 중2중2한 미스테리 소년?"

왠지 후자를 했다가는 위험할거라는 직감이 울려 그냥 취소했다. 거기에 지금 이렇게 맛대가리 간 상태로 정해봤자지.

다음 세계로 넘어가면 나는 원하든 원치않든 본능적으로 딱딱하고 광기를 지워버릴 테니까.

그래도 간간히 표출은 한다. 표출은 할거야, 해야해, 그도 그럴것이 나는 범부잖아? 범부가 어떻게 참기만해? 그냥 폭발시키기도 해야지!

아, 폭발은 예술! 아시는구나!!! 광기는 인류의 오랜 친구죠!

그렇게 지랄을 하고 있으니 슬슬 빛이 거세지며 나를 삼키기 시작했다.

곧, 몸이 붕 뜨는 감각과 함께 어딘가로 이동되었다.





"미친놈...."

....그렇지만, 미친놈이라서 나도 좋아한단 말이지.

창세신은 조용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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