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0화 〉길드에서의 이야기 (30/198)



〈 30화 〉길드에서의 이야기

촤악! 푹! 푹!

마지막 늑대의 가슴을 갈라 심장이 있어야 할 부위에 있는 마석을 꺼냈다. 마석이 없어진 늑대의 시신은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몬스터를 잡으면 확률적으로 몬스터의 이빨이나 가죽 같은 부산물이 나온다는데 이번에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마석만 챙겨 인벤토리에 넣었다. 몬스터가 약해서 그런지 마석의 힘도 매우 약해서 그다지 쓸만할 것 같진 않다. 나중에 마석 폭탄으로 써먹야지.

그리 생각하며 아리스와 함께 좀 더 던전을 탐험했다. 초입부, 그중에서도 1층이라 그런지 나오는 몬스터는 방금의 늑대나 고블린 같은 약한 몬스터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아리스가 경험을 쌓기엔 최고의 환경이었고, 지금은 고블린 7마리를 상대하도록 했다.

고블린은 초록 피부의 어린아이 같은 덩치를 가진 약한 몬스터이기에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기도 쉽다.

"우왓!"

아리스가 바닥을 굴러 뼈 단검을 피했다. 나는 좀 뒤에서 아리스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크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아아아아!!!

고블린 한 마리가 포효하며 아리스에게 달려들었다. 고블린들은 뼈로 만든 단검과 방패를 들고 있었다.

개중에는 고블린답지 않게 150cm 정도의 큰 덩치에 뼈 갑옷을 입은 고블인 워리어도 있었다. 고블린 워리어는 양손을 휘두르며 바닥을 구르느라 움직임이 흐트러진 아리스를 노렸다.

아리스는 급하게 몸을 바로잡고 롱소드를 고블린 워리어에게 찔렀다. 뼈로 만든 갑옷을 간단하게 뚫고 들어간 롱소드. 고블린 워리어가 양손을 흔들며 발악한다.

하지만 체격 차이와 힘 차이 탓에 별 의미가 없었다.

"으, 으으으!"

푸욱!

그녀는 롱소드를 비틀어서 상처를 억지로 벌리고 뽑아 치명상을 남겼다. 고블인 워리어는 몸을 비틀다가 대량의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나마 아리스를 막을만한 몬스터는 고블린 워리어뿐이었는데 워리어가 죽자 당연히 고블린들은 순식간에 썰려나 갔다.

아직 검에 마력을 담거나 검기를 일으키진 못하지만,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할 수 있는 그녀에게 고블린 정도는 손쉬운 상대였다.

다만 아직은 어색한 게 군데군데 보이지만 인간형 괴물을 상대하는 데 익숙해져 급소를 노리는 것에 조금씩 익숙해져서 지금은 잘 상대하고 있다.

"잘했어. 몬스터도 상대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있네."

"하아…. 하아…. 근데 너무 힘들어."

아리스는 헉헉거리며 힘들어했다. 몸에 땀이 흘러 까마귀 복장 조금 축축해질 정도였다.

"어쩔 수 없어. 넌 마력을 다뤄본 적이 거의 없잖아. 갑자기 신체 능력이 상승하고 마력량이 늘었어도 그걸 다루는데 몸이 익숙하지 않으니 요령을 모르는 거야. 덕분에 저런 간단한 적한테도 힘을 낭비하는 거고."

나였다면 아리스가 사용한 마력의 절반의 절반으로도 놈들을 한 번에 죽일 자신이 있다. 당장 내가 아니라 마력 사용에 익숙한 자들은 전부 가능할 거다.

그만큼 현재 아리스의 마력낭비는 심하다.

"요령? 그건 유진이가 못 가르쳐줘?"

"요령은 스스로 터득해야 해. 자신의 마력을 어느 정도 끌어올지, 얼마의 마력으로 어느 수준으로 신체를 강화할지. 경험을 쌓아가며 알아내야 하는 거야."

이건 시간을 들여 경험을 쌓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당장에 확! 하고 바뀌는 건 불가능하다. 거기에 아리스는 정석이 아닌 편법으로 강해져서 의식이 강해진 힘을 잘 다루지 못하고 있다.

이것도 힘을 쓰면서 차차 익숙해져야 한다. 하지만 아리스는 최근에 급성장을 반복해서인지 초조해 보이는 기색이 강했다.

빠르게 성장하다가 갑자기 막히는 기분이 들었으니 어쩌면 당연한가. 나는 걱정 말라는 의미에서 위로의 한마디를 건넸다.

"넌 지금도 강해지고 있어. 익숙해지면 더 강해질 거고. 그러니깐 초조해하지 말고 릴렉스해."

"...응. 고마워 유진아."

위로가 조금은 먹혔는지 목소리가 나아진 게 느껴진다. 하지만 던전에 꽤 오래 있기도 했고, 아리스는 마력의 과도한 사용으로 지쳐버렸다. 그러니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인제 그만 돌아가자."

내 말에 아리스의 얼굴이 밝아졌다. 난데없이 던전에 와서 몬스터를 잡아야 했으니 피곤할 법도 하지. 오늘 잘해줬으니 내일은 쉬어야지. 상도 주고.

"내일은 상으로 미친 듯이 박아줄게."

"우와! 미, 미친 듯이 박는다니…. 얼마나 세게 하려고! 그런 말 하면 기대되잖아!"

"기대할 만해."

나는 그녀에게 그리 말하며 엉덩이 부분을 잡았다. 천 탓에 감촉을 느껴지지 않았지만 아리스는 몸을 떨며 나에게 기댔다.

그 상태로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주의하며 입구 쪽으로 이동했다. 길은 전부 외워서 헤매지 않고 한 번에 나올 수 있었다.

아리스는 입구로 오자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두 팔을 쭈욱 들어 올리며 크게 스트레칭했다.

"여기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너무 피곤해. 얼른 가서 씻고 자자."

그녀는 그리 말하며 내 손을 붙잡았다. 으음, 미안하지만...

"나는 할게 있어서 좀 있다 나갈 거야. 너 먼저 나가."

나는 중요히 할 일이 있다.

"뭐!? 혼자만 여기 남겠다고! 그러면 나도 남을래! 유진이랑 헤어지기 싫은걸!"

"워워, 진정해. 넌 지쳤잖아. 나랑 같이 다니기엔 위험해. 그리고 솔직히 지금부터 할 일에 짐이 되기도 하고."

"지, 짐!"

내 솔직한 대답에 아리스는 놀란 듯 반문했다. 이건 진심이다. 지금부터 하는일에 아리스는 짐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리스는 내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다가 간신히 목소리를 짜낸 듯 말했다.

"지금 내가 짐이야?"

"어."

즉답했다. 그녀는 현재 나에게 짐이 맞기에. 빠르게 강해지고 있지만 그건 내 성장 속도에 비하면 별거 아니다. 나는 호흡을 지속하면서 마력도 육체도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

그리고 누누히 한 말이지만 지금 그녀는 경험이 없어서 나에게 도움이 되기엔 부족하다.

"이런 말 해서 미안하지만 이건 어찌할 수 없는 사실이야. 나중에 아리스가 더 강해지면 그때는 꼭 같이 다니도록 할게."

그때쯤에는 그녀를 완전히 내 것으로 삼았을 테니 내 기술을 가르쳐줘도 되겠지.

"...알았어. 네 말대로 할게. 대신 내일 그 대가로 잔뜩 받아 갈 테니 각오해!"

"그거 좋지."

"그, 그리고 절대 무리하다가 다치지 말고! 돌아오면 확인해볼 거야!"

"오냐."

아리스의 걱정이 담긴 잔소리를 대충 넘겼다. 그녀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황금 인장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나는 이만 가볼게."

서서히 사라져가는 몸을 바라보며 그녀가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완전히 투명해지자 저벅저벅- 소리를 내며 밖으로 나갔다.

따라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내 말을 잘 들어서 좋다. 그러면 작업을 시작해볼까.

"우선 초입부에서 한 명."

나는 근처의 모험자를 찾아봤다. 대개 모험자 구성은 두 개로 나뉜다.

초입부와 중간부를 왔다 갔다 하며 하루하루 돈을 벌어먹는 초급 모험자와 좀 더 깊은 곳으로 짧으면 며칠 길면 몇주 동안 틀어박혀 떼돈을 버는 베테랑 모험자로 말이다.

그리고 지금은 초보 모험자가 대부분 나가고 저녁에 사람이 없는 것을 노려 좀 더 많은 몬스터를 잡으려고 하는 자들만 남아있다.

실제로 근처에서 혼자 들어온 거로 보이는 모험자가 던전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저놈으로 해야겠다."

나는 그의 뒤로 기척을 죽이고 다가갔다. 내가 만든 옷은 그 위력을 톡톡히 발휘하여 들키지 않고 남자와 함께 1층 깊숙한 곳으로 올 수 있었다.

이제 슬슬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나올 시간. 나는 기척을 들어내며 남자의 뒤에서 목을 베어버렸다.

촤악!

"커억!"

목에서 피 분수가 나오고 남자는 급하게 몸을 틀어 나를 보았다. 하지만 목을 깊숙이 베인 탓에 말을 하지 못했다.

"크억! 커으으으!"

"뭐야. 포션도 가지고 있어?"

남자가 가방에서 포션을 꺼내 목에 부으려고 한다. 그전에 남자의 팔을 잘라버렸다.

"커어어어어어!!!"

"이런, 많이 아팠어? 우쭈쭈."

푹! 푹! 푹!

남아있는 팔을 3번 찌르며 천천히 위로 올라온다. 남자의 동공에 공포와 절망이 드리우며 바지가 축축하게 젖어버린 게 보였다.

너무나도 큰 고통과 공포에 실례를 저지른 것이다.

"더러운 새끼."

콰직!

내 눈을 더럽힌 죄로 머리를 짓밟아 터트렸다. 수박 쪼개지듯 터지며 머리에서 뇌수와 뇌가 흩어졌다.

1층과 2층 계단은 어느새 살인 현장이 되었고 나는 옆에 있는 남자의 가방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체는 여기에다 놔두면 알아서 사람들이 발견하겠지. 그보다 루팅의 시간이다!"

남자의 가방을 뒤져봤다. 실버 몇 개와 잘 손질된 수렵용 단검이 있었다. 그리고 최하급이긴 하나 포션도 들어있었다.

"오, 포션이랑 단검 개이득."

수렵용 단검은 필요했던 거고 포션은 내가 만들 수는 있지만, 재료가 없던 거다. 위급 상황에 써야지. 아니면 처분하거나. 둘 다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실버의 경우에는 돈이 궁하지는 않기에 시체 위에 올려놨다.

"그러면 1층은 클리어. 이제 중반부로 가볼까."

단검을 거두고 달릴 준비를 한다. 이제부터는 최대한 빠르게 움직인다.

"그전에 이걸."

마력의 흐름을 보조하고 발을 보호해줄 다리 보호갑을 꺼내 장착했다.

지금의 몸으로는 이게 있어야 그 보법을 재현할 수 있단 말이지.

"흐읍!"

콰앙!

두 다리에 마력을 모았다가 로켓처럼 분사하며 빠르게 움직인다. 강력한 마력이 요동치며 초고속으로 몸이 움직였다.

이건 오로지 속도만을 중시한 보법. 전 삶에서 방대한 마력과 엄청난 세심함을 필요로하며 드래곤에게 배웠다는 이유로 하이 엘프만이 배우는 게 허락된 기술이지만 용사의 동료라는 네임벨류로 배운 거다.

다만 나는 마력 부족 이라는 문제가 있어서 내 전용으로 개조했다.

원래라면 고속이동 중에 마력의 섬세한 컨트롤도 가능하지만 난 섬세함을 포기했다.

덕분에 이 보법을 쓰는 중에는 마력을 사용할 수 없다. 전투 중에 쓰는 보법인데 마력을 쓸 수 없다는 점에서 모순되지만 난 이걸 이동기로만 쓴다.

팍! 파팍!

빠른 움직임으로 벌써 5층을 주파했다. 이제 곧 6층이다. 6층에서 사람을 한 명 찾아서 죽이고 16층 가서 한 명 죽이고 돌아갈 거다.

내가 이렇게 굳이 사람을 죽이는 이유는 결코 내 개인적인 재미나 심술 같은 사적인 이유가 아니다.

이게 전부 계획을 위한 것. 나는 던전에서 사람이 살해당할 시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른다. 어떤 식으로 수사를 진행하며 범인을 잡는지.

그리고 살인이 일어나면 그게 알려지는 게 언제쯤인지. 모르는 것투성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을 죽여 대략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거다.

내가 보기엔 수사 자체를 안 할것 같기도 하지만

그리고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죽일 인원수, 장소, 시간대를 정할 거다.

"도착했군."

벌써 16층. 16층에 돌입하자 바로 사람이 한 명 보였다. 별거 없어 보이길래 고속으로 움직이는 상태에서 목을 베어버렸다.

촤악!

순식간에 사람의 목이 날아가고 나는 곧바로 21층으로 이동했다.

원래는 21층까지 가는 데 일주일 정도 걸리지만, 이 보법을 사용하는 상태의 나한테는 몇 분 정도면 충분한 거리다.

'다 왔군.'

몬스터들을 피해 빠르게 21층에 돌입하자마자 사람이 한 명 보인다. 성별은 모르겠고 금발에 화려해 보이는 갑옷을 입은 자였는데 일행으로 보이는 자들과 떨어져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빨리 죽이고 돌아가야지.'

나는 한 번에 끝낼 생각으로 양손에 든 검을 역수로 쥐고선 그대로 목을 향해 내리쳤다.

맞으면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한 번에 즉사할 터. 하지만 느낌이 방금과는 달랐다.

그리고 엄청난 힘과 함께 멀리까지 튕겨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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