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귀환한 이야기
어제의 연속 섹스 덕분에 그녀는 매우 강해졌다. 그에 비례하여 나는 약해졌지만 마석을 삼키며 빠르게 복원하는 중이다.
후웅- 후웅-
"대단하군. 육체도, 기술도, 마력도…. 전부 한층 더 성장했어!"
그녀는 대검을 붕붕- 휘두르며 감탄을 터트렸다. 확실히 내가 보기에도 그녀는 더욱 강해졌다.
그보다 저 대검 통째로 미스릴을 갈아 넣은 거던데 어떻게 얻을 수 없으려나...
미스릴, 이 얼마나 좋고도 훌륭한 재료인가. 다만 나는 미스릴을 구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는 고가의 재료는 구할 수 없기에 저가의 재료만 사용했다는 것과 효율상의 문제로 냉병기만을 제작했다.
내가 얻을 수 있는 광물로 총기나 대포 같은 건 만든다고 하더라도 이 세계에 통용될 수준의 위력을 내려면 마력에 의존해야 한다.
마력을 쓰지 않더라도 그런 위력을 낼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보통 그런 경우는 막대한 에너지를 품은 에너지 코어를 제작해 무기에 박아넣는 경우다.
'근데 이 세계엔 에너지 코어를 제작할 만한 시설이 없단 말이지...'
제작에 필요한 재료 자체는 있지만 정작 코어를 제작할 만한 시설이 없었다.
시설도 내가 직접 만드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코어 제작 시설에는 필연적으로 에너지 제어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거 만드는데 들어가는 재료와 시간을 생각하면…. 시설 제작에만 족히 일주일은 투자해야 할 거다.
그렇다면 남은 건 탄환 자체를 강화하는 건데…. 이건 진짜 비효율적인 일이다. 일회용 소모품인 탄환 제작에 긴 시간을 들여야 한다니.
그런 의미에서 미스릴은 매력적인 재료다.
마력 전도율이 엄청나게 높기에 마석을 이용하여 외부에 마력을 축적한 후 사용할 수 있으며 질 낮은 탄환도 어느 정도 위력을 보장 시켜 줄 수 있다.
좋은 광석은 많을수록 좋다. 재료 또한 많을수록 좋다. 내가 만들수 있는 도구의 폭이 늘어나니까.
나는 자금과 시간만 있다면 어떠한 마법사도 만들수없는 골렘을 만들어낼 자신이 있었다.
자동 추적 미사일과 에너지 포격대, 기관총을 수백개 달고 유탄 발사기를 달아놓은 골렘을!
'하지만 시간과 예산이 없지...'
저번 생에는 귀족에 돈이 많아서 돈지랄로 사람 모아서 단 3주만에 마왕성을 요격할 거대 함선을 제작 했었다.
그 이름도 멋지게 오딘의 창이라고 붙였으며 위력도 출중하여 주포 한방에 성 하나가 사라지는 마술을 실현시켰지.
대신 마력을 존나 처먹어서 마법사 수천명을 동원해야 겨우 1시간 날수 있었다.
이세계 였다면 마석을 긁어모아서 동력원으로 사용, 무공해 청정 무한 에너지를 실천할수 있었을 텐데.
너무나도 아쉽다.
"하아~ 생각해서 뭐하냐. 지금의 난 돈도 광물도 없는데."
다시 한번 루진을 보았다. 미스릴 검을 뽀득뽀득 닦으며 만족스럽데 웃고있었다.
역시 신분이 깡패다. 다음 생에는 귀족이나 왕족으로 시작하길 기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나저나 미스릴 진짜 탐난다. 저거 어떻게 얻을 수 없으려나...'
"응? 왜 그러지?"
너무 빤히 바라본 탓인지 그녀가 내 시선을 알아챘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며 입맛을 다셨다.
'아니지!'
그녀라면 내가 미스릴을 달라고 부탁한다면 들어줄 것이다. 그 정도는 그녀 입장에서 별거 아닐 테니까.
"루진아. 나 나중에 미스릴 좀 줄 수 있어?"
"미스릴 말인가?"
"응, 이번에 만들게 생겼거든. 아주 중요한 거야!"
마력을 갉아먹는 존재가 있다는 걸 알게 된 만큼 마법(물리)을 사용하기 위한 준비가 필수다.
그리고 지금처럼 단검 던지는 게 귀찮기도 하고.
하여튼 내 부탁에 그녀는 별거 아니라는 듯 승낙했다.
"길드로 돌아가면 대장장이들에게 문의해 너한테 주라고 할게."
"고마워!"
"훗, 고맙긴. 내 남편한테 이 정도쯤이야!"
별고 아니라는 듯 말하지만 나는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어제 일 이후로 그녀에게 나는 남편이 되었다.
뭐라 부정하고 싶으나 그랬다간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어 반쯤 받아들인 상태다.
'좋게 생각하자. 미녀에 황녀잖아.'
아리스가 걸리긴 하지만 이 세계는 기본적으로 능력만 된다면 여자가 많더라도 이해해주는 기본 일처다부제니, 이해해 주겠지.
"후우…. 내 힘이 어느 정도로 강해졌나 대충 파악했어. 설마 너와 사랑을 나눴다고 B급 중상위 수준까지 올라갈 줄이야…. 이게 사랑의 힘인가!"
그런 거 아니다. 사랑의 힘이라니 그딴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이렇게 반박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이 현상에 관해 설명해야 한다.
그리되면 내 근본적인 것까지 말해야 하기에 그냥 입 다물었다. 아직까지 나에 대해 아는 것은 아리스, 그녀만으로 충분하다.
"루진아 인제 그만 가자. 얼른 보고해야지."
"그렇지, 이 이상은 여기에 머물수 없으니 빨리 이동하지."
우리는 말을 탔다. 그리고 곧바로 마을 밖으로 나와 도시로 향했다. 마을 사람들은 우리가 좀 더 머무는걸 바라는 것 같으나 이 이상으로 마을에 시간을 쓸 순 없다.
다그닥- 다그닥-
세차게 말을 몰며 아베리스크로 달려간다. 이번에는 저번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길로 가지 않는다.
도시에 설치된 게이트로 던전도시 까지 순간이동 할 예정이다.
"도착했군. 안으로 들어가지!"
루진은 도시 초입부에 도착하자 말을 내팽개치고 달렸다. 나도 그녀를 따라 뛰었다.
초입부답게 수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검문을 받고 있는 게 보였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검문소 옆의 커다란 문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이고~ 황녀님!"
그녀가 들어올 걸 어찌 알아챈 건지 도시를 다스리는 귀족이 그녀를 맞이했다.
귀족은 배불뚝이 아저씨였으나 온화해 보였고, 주변 사람들이 그를 보는 시선도 좋은 편이었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기사들도 포복하며 예의를 갖추었다. 그들 사이에서 그녀가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적였다.
그리고 무릎 꿇은 귀족을 아는지 익숙하게 명령한다.
"우리는 지금 바쁘다. 게이트까지 갈 것이니 길을 안내하도록 해라, 아론 자작."
"예! 맡겨만 주십시오! 뭣들 하느냐! 황녀님께서 불편하시지 않게 움직여라!"
그의 말에 기사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 우리가 지나갈 수 있도록 사람들 사이가 갈라지며 길이 생겨났다.
"유진, 이제 가자."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그녀는 다시 말투가 딱딱해졌다. 그리고 황녀로서 카리스마와 기품을 들어내며 사람들 사이를 걸었다.
갑작스러운 황녀의 등장에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특히 그녀 뒤에 있는 나에게 많은 관심이 쏠렸다.
"저 남자는 누구지?"
"그러게? 황녀님의 수행원 아닐까?"
"그렇다고 보기엔 뭔가 강해 보이지 않아? 그리고 걷는 것도 황녀님 뒤가 아니라 나란히 걷고 있고."
"야야, 그냥 황녀님께서 배려하신 거겠지. 그게 아니라면 누가 황녀님과 나란히 걸을 수 있겠어!"
"그렇긴 해!"
시끄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조만간 이 도시에는 나와 루진에 대한 소문이 퍼질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게이트에 벌써 도착했다. 게이트는 거대란 포탈의 형태였다.
게이트의 기반이 되는 둥근 미스릴에는 복잡한 마법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여기입니다. 좌표는 던전도시로 해놨습니다."
"수고했다. 아론 자작."
"아이고, 이정도야 별거 아니죠! 시키실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그래…. 확실히 맡길 일이 있긴 하지. 여기에 오기까지 사람들이 우릴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쑥떡 거리던데…. 잘 제어할 수 있겠지?"
"네, 네! 가능합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믿고 맡기겠다. 이상한 말 나오지 않도록 제대로 하도록."
마치 경고하듯 말하는 말에 그의 몸이 바싹 얼었다. 루진은 그런 그를 지나치며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그녀의 뒤를 따라 게이트로 들어갔다. 게이트에 새겨진 마법과 마력의 유동을 컨트롤하는 도구가 인상적이다.
특히 마력의 유동을 컨트롤하는 도구에 깊은 관심이 갔다.
"유진, 이제 순간이동 할 거야. 처음 겪는 순간이동을 매우 어지러우니 나한테 바짝 붙어."
그녀는 변명하듯 그리 말하고는 내 손을 꼬옥 잡았다. 그리고 기쁜지 밝게 웃었다.
그녀의 손은 참으로 부드러웠다.
"음, 너 손이 참 부드럽네."
"여태까지 관리를 열심히 했거든. 그리고 유진의 손은 딱딱한 게 듬직해."
우리는 이렇게 잡담을 나누었고 그사이 게이트가 작동되었다. 마력이 진동하며 게이트가 환하게 빛으로 물들고, 이동되었다.
아주 익숙한 감각에 눈을 감았다, 떴다. 보인 것은 고요한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관리자 몇 명이 게이트를 넘어온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후, 이 감각은 몇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질 않는군."
루진은 어지러운지 이마를 붙잡고 끙끙거렸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경험을 많이 하면 의외로 괜찮아져."
"...그러고보니 너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네."
"나야 이런 게 익숙하니까."
"익숙하다니…. 부럽군. 나는 여태껏 몇 번을 이용했는데도 아직까지 적응이 안 돼. 그냥 말 탈걸 그랬어."
"급한 일이잖아. 이런 건 제때 보고해야지."
"끄응. 그래, 보고는 해야겠지."
이제 어지러움이 많이 가라앉았는지 그녀가 일어났다. 우리는 시설 밖으로 나와 길드로 돌아왔는데, 길드는 한바탕 난리가 난 상태였다.
"어이! 당장 이 일대 전부 수색해! 그리고 어제 의뢰 목록 맡았던 모험자 연합의 직원도 색출해내!"
"탈주자 녀석은 어떻게 됐어! 잡았나!"
"놓쳤습니다!"
"이 얼간이가! 당장 나가서 찾아와라!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도시 밖으로는 못 나갔을 테니깐!"
혼돈과 혼란. 그것 외에는 이걸 설명할 길이 없다. 길드 간부인 라피드가 단원들한테 소리치는 걸 들어보니 의뢰 속에 담긴 흉수를 알아차린 것 같다.
그때 그녀가 라피드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라피드, 우리가 귀환했다. 정신 차리고 우리를 보도록."
라피드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돌려 우리를 보았다. 그리고 안도하는 모습과 동시에 얼굴이 시퍼레지더니 그때 만난 자작이라는 양반처럼 몸을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희 간부들이 제대로 의뢰를 살펴보지 않은 탓에 이런 위기를 맞게 해 드려서!"
"쉿, 조용! 이 일은 어떻게 안 건지 모르지만, 누구까지 알고 있지?"
"신입들과 B 랭크 이하는 전부 모릅니다. 알고 있는 건 S 랭크인 저희 간부진과 완전히 신뢰 가능한 A 랭크의 모험자 중 간부 후보들 뿐입니다."
"지금까지 알아낸 건?"
"저희 측에 배신자가 있고, 그 배신자가 누군지 색출하니 도망쳐서 수색 중입니다. 그리고 이번 의뢰를 준 모험가 연합에도 놈들의 끄나풀이 있을 거라 예상되어 방금 몇 명을 보냈습니다."
"잘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그보다 공주님은 어디 계시지?"
"공주님은 집무실에 계실 겁니다. 그리고 루진님을 보면 호출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공주님께서? 알았다 빨리 가보지."
나는 저들의 말에 끼어들지 않고 뒤에서 듣기만 했다.
'일단 배신자는 얼추 색출해서 잡는 중이라 이거지.'
빠르고 신속하다.
"유진, 같이 집무실에 가자. 공주님의 호출이야."
"단장님의 호출? 그거 나도 포함이었어?"
분명 그녀만 부르지 않았나? 의아해하고 있으니 그녀가 내 손을 붙잡았다.
"이번 일은 너하고 내가 같이 겪었으니 너도 가야지."
그녀는 나를 끌고 간다. 그래, 좀 쉬고 싶지만 보고는 해야지. 나는 자신을 그렇게 다독이며 단장실로 올라갔다.
입구에는 거대한 문이 있었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화려하고 깔끔한 공간이 나타났다.
"단장님 이제 막 돌아왔습니다."
루진은 내 손을 맞잡은 채로 인사했다. 나도 그녀를 따라 고개를 숙인 뒤 집무실을 둘러봤다.
리린 플라비스 집무실은 최고급 목재를 마력으로 가공했는지 기분 좋은 냄새가 나무 벽과 바닥. 사방에서 풍겼다.
단장의 책상은 황가를 상징하는 황금과 제국을 상징하는 큼지막한 왕관이 새겨져 있었다.
그저 보기에는 화려하기만 하지만 이곳에 앉은 황금 길드의 단장, 리린 플라비스가 앉아서 서류를 뒤적거리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깔끔하다는 감상도 들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의자를 내밀었다.
"여기에 앉도록 그러면 바로 브리핑을 시작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