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진행되는 이야기
리린 플라비스, 그녀는 어두운 얼굴로 책상에 쌓인 서류를 해결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녀를 보고 놀랐다.
그녀의 미모가 루진에 맞먹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뭐하나, 앉지 않고."
내가 그녀의 외모에 감탄하는 사이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이에 따라 황금색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그녀는 의자에서 다리를 꼰 채 책상 앞을 톡톡 두드렸다. 이에 따라 그녀의 외모가 더 자세히 보였다.
그녀는 황가의 특징인 금발이 어깨까지 자라있었고, 얼굴에는 피로가 쌓인 탓인지 다크써클이 진하게 내리 앉아 있었다.
그러나 외형이 아름다운 덕에 다크써클은 오히려 퇴폐적인 분위기를 감돌게 했다. 그리고 저 몸매! 화려한 황금색의 제복은 그녀의 몸에 딱 달라붙어 있어서 압도적인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저 정도면 아마 루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거기에 허리 또한 잘록하고 다리도 하얀 피부에 쭈욱 뻗어있는 게 아름답고 섹시하다.
피부 상태도 좋아서 그녀는 루진의 이모가 아니라 자매 같았다.
그녀의 자태에 최고 점수를 내리며 슬쩍, 루진과 함께 의자에 앉았다.
이에 그녀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녀의 몸에서는 알 수 없는 위압감이 풀풀 흐르고 있었고, 어두운 표정에는 번뜩이는 분노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의 분노 탓인지 방안은 고요했다. 그녀는 조용히 서류를 처리하며 별거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마디만 하도록 하지."
그녀의 진지한 어투와 몸에서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강대한 카리스마에 절로 긴장된다. 몸을 부르르 떨며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
그녀는 우리들, 정확히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루진 플라비스, 유진. 이번 일은 사과하지."
그리 말하며 그녀는 몸을 숙였다.
"...예?"
"이번 일은 황금 길드의 실수, 단장으로서 면목이 없군. 혹시 원하는 게 있나. 몇 가지 정도는 들어주지."
"아니, 잠시만요?"
이야기가 너무 빠른 거 아닌가? 대충 그녀가 왜 그러는지 이해는 하겠는데 뭔 설명도 없이 훅훅 들어와.
"단장님, 일단 천천히 설명 좀 해주시죠."
나는 설명을 바랐다. 다짜고짜 미안하다고 하며 원하는 걸 말하라고 하지만 나는 현재에 대해 정확한 파악이 필요하다 느꼈다.
그리도 그렇게 느낀 건 나만이 아니다.
"단장님. 저도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루진이 나처럼 단장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리린 플라비스는 자신의 머리를 꾹꾹 눌렀다.
"그렇지 않아도 전후처리로 머리가 아픈데 너희까지 꼬치꼬치 캐물어야겠니?"
"예, 제가 엮였던 일이니 캐물을 겁니다."
그 말을 하면서 루진과 눈이 마주쳤다.
"유진의 말에 저도 동의합니다."
루진의 묘한 동의에 리린 플라비스는 바퀴벌레라도 본 것마냥 와락,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이를 갈더니 나에게 삿대질했다.
"...아오, 머리 아파! 왜 이리 일이 꼬이는 거야! 얌마, 너희 둘! 왜 벌써부터 러브러브한 상태로 그윽한 눈길을 나누는데! 설마 그곳에서 떡 치면서 사귀기로 한 건 아니겠지!"
그녀는 작게 으르렁거리듯 소리쳤다. 묘하게 확신에 차서 우리의 관계에 대해 적나라하게 묻는 동안 처음 봤을 때 느낀 카리스마는 사라져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일이 쌓여서 짜증 나는데!"
그녀가 빠드득, 빠드득 이를 갈며 짜증을 표출했다. 일의 원흉을 만나며 그대로 갈아버릴 기세다.
"단장님, 일단 진정하시죠."
"후우…. 알았다."
결국 루진이 그녀를 진정시켰다. 나는 가족인 둘 사이에 끼지 못하고 그냥 조용히 앉아 있기만 했고, 리린 플라비스는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마음을 달랬다.
"추태를 보여서 미안하군. 요새 쌓인 게 하도 많아서 말이야. 그러면 이제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
그제서야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서류 몇 개를 넘겨주었다. 서류를 받아 훑어보니 대충 이번 일에 대한 요약과 증거물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번 일은 우리 쪽의 배신자와 모험자 연합의 직원 중 한 명이 우리에게 의도된 의뢰를 주면서 시작된 일이다."
사르륵-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루진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얼굴로 내 손을 꾸욱 잡았다.
"의뢰 내용은 간단한 산적 처리였지만 그 실상은 다르더군. 조사해보니 그 마을에 어떤 무리가 위장 진입한 게 보였고, 그놈들의 흔적도 찾을 수 있었다."
"잠깐, 그놈들? 설마 마왕 교단 짓인가요!"
루진이 리린 플라비스의 말을 끊고는 소리쳤다. 이에 기분 나쁠 법도 하건만 그녀는 서류를 넘기며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
"맞다. 그놈들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해줄 테니 지금은 기다리도록, 그리고 이어서 우리가 조사에 착수한 뒤 이 사실을 알아내는 건 쉬웠지. 그 후엔 배신자를 잡아내고 그 망할 연합의 직원을 찾았다. 근데 둘 다 도망쳤다고 하더군."
"건방지네요. 이런 짓을 하고선 도망치다니. 단장님 그 사람들의 가족들은 어디 있죠?"
"없다, 직원 쪽은 고아였고, 우리 쪽 배신자의 가족은 진작에 사람을 보내 참수시켰다."
"그러면 최소한의 수습은 됐다고 봐야겠네요."
"일단 수색을 계속하는 중이니 걱정 말도록."
둘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화제는 나에게로 돌아왔다.
"그보다 다시 돌아와서. 이 일을 알게 된 이후 지원군을 급하게 구성했다. 다만 너희에게 지원군을 보내기도 전에 일을 전부 끝냈더군. 훌륭하다."
그녀가 우리의 공을 치하했다. 미인이 해주는 치하라서 좋긴 한데 이렇게 되면...
"이렇게 되면 저희 졸업 시험은 어떻게 되나요?"
원래 이건 졸업 시험이었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성대하게 꼬여 버렸으니…. 아마 이번 일로 당분간은 도시 밖으로는 못 나갈 텐데.
"그건 통과다. 이번 일은 우리측의 실수니 그 정도 특혜는 줘야겠지."
좋아, 이제부터 걱정은 필요 없겠군!
"그러면 오늘부터 저희는!"
"B급 모험자다. 다만, 너희 둘은 따로 공적이 쌓일 때까지 무조건 함께 다니도록."
이건 제한이다. 이번 일을 그녀와 내가 해결했으니 함께 다니는 게 도움이 되리라 판단한 모양이다. 그리고 이 결정에 루진도 만족스러워했다.
"이것 외에도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보도록 한, 두 개 정도는 들어주지."
"원하는 걸 들어주신다고요?"
"그래. 원하는 게 있나? 말해보도록."
"정말, 정말 뭐든 들어준다 이거죠?"
"왜 자꾸 같은걸 묻는진 모르지만, 황가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뭐든 들어주마."
나는 절로 웃음이 나오는 걸 참았다. 이건 최고의 기회다.
"미스릴 1톤, 오리할콘 1톤, 아다만티움 1톤, 다크 스톤 1톤, 정령석 1톤, 세계수의 가지 10개, 게이트에 사용되는 에너지 제어장치 5개 정도면 됩니다."
"...뭐라고?"
"아, 못들으셨나요? 그러면 이번에는 메모해 드릴게요. 미스릴 1톤, 오리할콘 1톤..."
"잠깐, 잠깐! 그거 전부를 다 달라고!? 그게 얼마나 비싼지 모르는 건가!"
"아유, 모를 리가요! 아주 잘 알죠. 그래서 이렇게 공짜로 얻을 수 있을 때 얻어야 하지 않겠어요?"
내 말에 리린 플라비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반면 나는 여유롭게 웃었다.
"아시다시피 제가 뭘 만드는 능력도 뛰어난데 여태까지는 좋은 재료를 구하질 못했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이 정도면 만족할 것 같아요."
나는 기어이 종이에 요구 사항을 적어서 넘겼다. 바사삭, 그녀의 멘탈이 가루가 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하, 하하하…. 이정도 요구량은 우리 황금 길드로서도 재정에 조금 무리가 가는데?"
"어차피 원정 갔다 오셨잖아요."
자고로 거대 길드는 원정을 다녀온 뒤엔 언제나 자금이 넘쳐흐르는 법이다. 내 요구 사항이 엄청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미미한 수준이리라.
하지만 어마어마하긴 하기에 그녀는 고민하는 기색을 지우질 못했다. 이에 나는 슬쩍 루진을 보았다.
루진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장님. 이번 일은 단장님께서 황가의 이름까지 거셨으니 들어주셔야겠네요. 설마 황가의 이름까지 걸고선 그걸 어기진 않으시겠죠?"
"끄으응, 알았어! 들어주면 되잖아!"
결국 그녀는 내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하아, 설마하니 우리 조카가 나를 배신할 줄이야."
"배신이라뇨. 이건 어디까지나 단장님이 거신 황가의 이름을 위해!"
"그러면서 자기 남자의 팔을 붙잡는 건 그만두지?"
그녀가 싸늘한 시선으로 비비적거리는 루진을 노려봤다. 그러나 루진은 떨어지지 않았고, 나도 그녀의 허리를 슬쩍 껴안았다.
"이 미친 새끼들이! 나가! 내 집무실에서 나가라고!"
그녀가 폭발한 듯 쿵, 하고 책상을 내리쳤다. 몸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마력이 위험해 보인다.
나는 급히 인벤토리에서 파편 하나를 꺼내 그녀의 책상 위에 두었다.
"이건 이번 일과 관련된 증거고요! 제가 요구한 건 내일까지 제 공방에 가져다 놔주세요!"
"단장님! 저희는 그럼 이만!"
우리는 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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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둘이 나가고 텅텅 빈 집무실 안에서 리린 플라비스는 열을 식혔다.
그녀는 며칠 동안 쏟아진 대량의 서류와 황가와 황제가 보낸 서류를 과로 대행진을 하느라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이번에 처리할 대형 사건만 해도 3개다. 수습들의 초고난이도 단련.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길드 탈퇴를 건의하는 자들이 몇 명 나왔다.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하필이면 수습 중 몇 명, 이미 현역으로 뛰어도 문제없을 수준의 신체 능력을 가진 놈들이 야생의 동물들을 너무 많이 죽여놨다.
거기에 나무들까지 박살 내서 이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수도로 올려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 일어난 암살미수. 이게 가장 큰 일이지만 그들이 의뢰하러 떠났을 때 벌인 원정 준비도 문제가 되었다.
원래 정해진 정규 원정 기간이 아님에도 원정을 단행하기로 하여 준비까지 했었다.
미리 보존 식량을 사두고 원정을 갈 때 해결하려고 의뢰도 잔뜩 받아뒀기에 큰 문제다.
"그나마 의뢰 쪽은 다행인가. 부려 먹을 놈들이 많아서 금방 처리하겠어."
지금 놀고 있는 새끼들이랑 숲 박살 낸 수습 새끼들 보내면 되겠지, 리린 플라비스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 씨…. 그러고보니 광물들도 수소문해야 하지."
유진이 주문한 물건을 내일까지 구해야 한다. 매우 화가 나는 일이지만 그녀는 이 약속을 어길 수 없다.
"아오, 망할 용사 새끼. 하필 요구해도 이런 걸 요구하냐!"
리린 플라비스, 황제의 여동생이자 황금 길드의 단장, 그리고 몇 안 되는 S랭트 모험자 중 한 명.
"거기에 뭐? 내일까지 요구한 모든걸 달라고? 이 개새끼가?"
이렇게 짜증을 내지만 결국 주기는 할 것이다. 그녀 스스로도 황가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고, 황가의 이름을 건 일 만큼은 확실하게 처리하니까.
재정 문제도 지금까지 쌓인 개인 사비를 조금 쓰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다만 짜증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씨발 놈들. 감히 누구 앞에서 연애질이야!"
리린 플라비스는 향년 35세이나 일과 자기 단련에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못 해본 숫(노)처녀다.
그렇기에 젊은 새끼들이 자기 앞에서 눈꼴사나운 짓을 하니 이렇게나 화가 날 수 없었다.
다른 놈들이라면 위압적으로 찍어누르거나 귀족의 예법이라도 들먹였을 텐데.
상대는 빌어먹게도 창세의 용사와 그 용사의 운명의 상대인 루진 플라비스라 그러지도 못했다.
"후우, 진정하자. 이런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고."
자신에게 연애 따윈 불필요하다. 자신은 황금길들의 단장. 그런 사적인 일에 쓰일 시간 따윈 없다.
그리 자신을 다독이며 그녀는 유진이 후다닥 놓고 간 붉은 파편을 손에 쥐었다.
그 안에서 일렁거리는 차갑고 붉은 기운은 매우 익숙했다.
"마왕 교단. 이 미친 새끼들이 용사와 황녀를 노렸다 이거지..."
그녀는 머릿속에서 바쁘게 계산기를 두들겼다.
마왕 교단이 왜 용사와 황녀를 노렸는지 잘 알고 있기에 앞으로의 일을 구상하는 것도 간단했다.
"우선 용사와 황녀는 떼어놓는다."
둘이 함께 있으라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블러프.
애초에 루진은 황가에서 수배한 전사들에게 수련을 받아야 하는 데다, 황제에게 보고가 올라가 황제가 루진을 데려오라 명령한 상태다.
아마 내일쯤엔 사자가 오겠지. 그때 루진은 수도로 복귀해야 하니 둘은 알아서 떨어질 것이다.
그녀는 용사인 유진에 대한 정보가 담긴 서류를 천천히 훑었다. 용사답게 그의 근처에는 아름답고 재능 넘치는 천재들이 두 명 있었다.
아리스와 유벨. 리린 플라비스는 길드의 단장으로서 둘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둘을 길드에 묶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역시 황녀와 맺어질 유진과 맺어지게 하는 것.
나름 자신의 운명의 상대인 용사에게 집착을 가진 루진에게는 좋지 않은 일이지만 그녀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아리스와는 이미 맺어졌다 했으니 남은 건 유벨이란 소녀뿐인가. 어디보자 적당한 의뢰가 여기 있을 텐데."
그녀는 자신이 미리 안전을 확인했으며 마왕 교단이 손을 뻗칠 수 없으면서도 적당한 공적이 될 의뢰를 찾았다.
유진이 얼마나 성욕이 강하고 여자를 밝히는지는 본인을 바라보던 그 뜨거운 시선으로 알아챘으니 기회가 된다면 알아서 따먹으리라.
[던전 20계층에 서식하는 발파루스의 눈알 채취]
[던전 7계층의 헬센의 혈액 채취]
[던전 10계층에 서식하는 볼트 울프의 보석 채취]
[던전 6계층에 서식하는 글라보의 심장 채취]
"이것들이 좋겠네, 3명이서 보내면 되겠어."
이 의뢰는 단 한 명이 황금 길드에 직접 넣은 의뢰, 조금 꺼림칙한 존재지만 그 신뢰성만큼은 확실한 존재의 의뢰다.
다만 마지막 4번째 의뢰가 문제였다. 20계층에 서식하는 드래곤형 몬스터 발파루스의 눈알은 최소 A 랭크 중상위권 실력자는 돼야 채취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 황금 길드에 한가한 A 랭크는 아무도 없었다. 전투직은 아직도 던전을 누비며 수색 중, 거기에 갑자기 몬스터의 대량 발생과 기습에 다친 사람도 있다.
"이 망할 마녀년. 이제 막 원정을 갔다 와서 예산도 정리도 힘든데 이딴걸 의뢰해!"
여차하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황금 길드는 그 정도의 힘을 가졌다.
하지만 의뢰인인 마녀는 어느 날 마녀의 섬에서 나온 마녀 중 몇 안 되는 고위 마녀이며 그 실력은 S 랭크 모험자에 필적한다.
거기에 황금 길드의 단골 고객이자 황제가 빚을 진 여인이라 거절하기도 애매하다.
리린은 입술을 짓이기며 짜증을 냈다. 아니, 필요한 게 있으며 자기 부하인 그 다크 엘프 년이나 투입할 것이지 왜 우리한테 맡기는데!
마녀는 의뢰비를 떼먹지는 않는다. 오히려 후하게 주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런 돈도 황금 길드에 있어서는 푼돈일 뿐.
리린은 알고 있다. 마녀의 진정한 목적이 유진이라는걸. 어디서 정보가 새는지 알 수 없지만 황금 길드를 제외한 도시의 모든 부분이 마녀의 것이다.
단속은 의미가 없다. 저번에 유진을 보고 싶다는 제의는 거절했으나 그 대신 온 게 이 의뢰들.
수상하나 거절하지 못하다니. 리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임무에 중요 인원을 보내야 하나 고민했으니 남는 인원 없기에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하아~ 어쩔 수 없지."
유진의 실력은 이미 B 랭크를 넘어서 준 A 랭크. 적당한 실력의 서포터를 한 명 붙여주고 의뢰를 맡기는 수밖에.
사실 리린 플라비스쯤 되면 마녀와 만나 담판 지을 실력과 권력이 있지만, 그녀는 마녀와 많이 엮인 서포트를 쥐여주고 유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이건 결코 리린 플라비스 본인이 마녀와 엮이기 귀찮거나 유진을 곤란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조카와 중요한 인물이라도 본인의 역린을 건드린 이상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다.
이왕이면 가서 3명이 진득한 관계가 되어 왔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소소한 복수의 감정을 품는 것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