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3화 〉시험 시작! (63/198)



〈 63화 〉시험 시작!

협력증서를 가지고 모험자 연합에 왔다. 모험자 연합은 도시의 한가운데 부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가 모험자 연합의 본부에요!"

서포터로 파견된 에리스가 건물을 가리켰다. 건물을 커다랬으며 관리를 잘한 것인지 상태가 꽤 좋았다.

"아리스, 유벨. 그러면 들어갈까?"

"응, 어서 들어가자!"

아리스는 신이 난 표정이었다. 루진처럼 나와 무언가를 한다는 게 기뻐 보였다. 반면 유벨은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밤에 한번 무너졌음에도 평소보다 더 까칠하게 대했다. 그래도 전에는 내 말에 대꾸라도 해줬는데 이제는 아예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어제 그녀를 밟아 버리듯이 몇 번이고 안으며 몸에 쾌락을 주입시켰다. 그녀는 쾌락에 무너졌으나 결코 나에게 약점이 될만한 말들, 사랑한다거나, 기분 좋다거나 하는 말들은 하지 않았다.

정말로 눈꼴 시린 지극정성이다.

'유벨 이년은 내가 꼭 무너트린다.'

그리 다짐하며 모험자 연합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의자에 앉아 술을 퍼마시는 게 보인다. 몇몇 모험자들은 위쪽에서 무장을 해제한 채 내려왔다.

모험자 연합의 건물은 모험자들을 위한 시설인 만큼 주점과 숙소의 역할도 겸했다. 비록 전문점과 비교하면 시설의 질은 떨어지지만, 돈이 없는 사람들은 모험자 연합의 숙소를 이용한다.

연합 아래에는 연합의 주역할인 던전의 관리와 의뢰의 배분을 담당하는 게시판이 있었다. 던전의 이상 사태에 관한 것과 주의할 점, 여러 가지 의뢰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우리는 건물에 좀 더 깊숙이 들어갔다. 그런 우리를 향해 다른 모험자들의 경계심과 욕망이 서린 시선이 닿았다.

보나마나 아리스랑 유벨 때문이겠지. 그리고 서포터인 엘프도 꽤나 미인이다. 남자들의 시선이 몰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네~ 어서 오세요. 모험자 연합에 잘 오셨습니다!"

한편 연합의 직원 중 정산 및 서류를 담당하는 카운터 직원들은 우리의 옷차림을 보고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숙였다.

내 눈에 차는 미인은 한 명도 없어서 내 관심은 금방 꺼졌지만 카운터 직원들은 우리들의 옷, 그중에서도 황금 길드를 상징하는 상징물을 바라본다.

역시 황금 길드의 이름값은 아주 잘 먹히네, 아까부터 주변에서 우리를 험한 눈으로 바라보던 버러지들도 황금 길드의 문양을 보고 곧바로 얼굴을 돌렸지.

역시 권력은 최고임을 느끼며 카운터로 갔다. 카운터의 여직원은 나를 보고 눈을 빛냈다. 잘생긴 얼굴의 성능은 훌륭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모험자님!"

"오늘 이곳에서 만나기로 한 협력 인원을 찾고 있습니다."

"협력 인원 말씀이시죠, 그렇다면 협력증서를 가지고 계신가요?"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협력증서를 카운터 직원에게 내밀었다. 직원은 볼을 붉힌채 협력증서를 받아들고 가짜가 아닌지 마도구로 확인한 뒤 내용을 확인했다.

"협력증서 확인했고요, 이 증서에 표시된 협력 인원분은 저기 저 테이블에 계십니다. 그러면 수고하세요."

직원은 다시 나에게 증서를 주고 협력인원이 있는곳을 가리켰다. 그곳을 바라보니 검은색의 전신 갑주를 입은 사내가 어떤 책을 들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뭔가 묘한 사람이다. 아리스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나에게 다가와 속닥거렸다.

"유진아, 저 사람 이상해 보이지 않아? 믿어도 될까? 난 위험해 보이는데."

비록 처음 보는 사람이나 아리스는 사내에게 부정적이었다. 확실히 책 들고 중얼거리는 모습이 심히 의심스럽다. 거기에 협력 시스템은 모험자 연합에서 인정받은 사람들을 적절히 매칭시켜 주는 시스템이다.

수상하진 않더라도 최소 괴짜 수준은 되는 사람과 매칭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아니지, 이번 사람은 리린 플라비스가 직접 고른 사람이잖아. 이상한 사람은 아니겠지.'

"일단 저분께 가보자. 이야기를 해보고 나서 정해도 늦지 않을 거야."

"맞아요, 아무리 이상한 분 같아도 의외로 정상인 사람들이 있는 게 모험자 거든요!"

내 의견에 에리스가 동의했다. 근데 내 뒤에 숨어서 말하면 신뢰가 가질 않거든...

"하아, 뭐 이런 엘프를 서포터라고..."

느껴지는 마력이나 움직임을 봐서는 일단 강하긴 강하다. 아마 나나 루진보다 조금 더 강할 거다.

근데 너무 소심한 게 문제다. B 랭크에서 A랭크로 승급한다면 당당하게 앞으로 나서야지, 오히려 내 뒤에 숨는다.

선배로서 앞으로 나서기는 개뿔, 결국 이 팀의 대표는 내가 맡게 되었다. 리더는 좋은 자리가 아님을 잘 알기에 괜히 짜증이 났다.

그래도 고위 등급 모험자이니 싸울 때는 잘 싸우겠지.

"그럼 내가 가서 말 걸어볼게."

그렇게 말하고 사내에게 다가갔다. 사내는 무척이나 컸다. 전신 갑옷의 크기가 무려 200cm는 넘는 것 같았다.

곧 사내가 내가 내는 인기척을 느끼고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사내가 들고 있던 책이 보인다. 사내가 들고 있던 책은 창세신의 경전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당신과 함께하게 된 모험자입니다."

사내에게 협력증서를 내밀었다. 사내는 협력증서를 가져가 읽었다. 그리고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하! 이거 반갑군 동무들! 이거는 다시 받겠나!"

"저도 반갑습니다."

우리는 서로 악수를 나눴다. 사내는 비록 겉모습은 이상할지언정 괴짜는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안심하며 손짓으로 일행을 불러들였다.

"흐음? 이들은 자네 친구들인가? 그러고 보니 이번에 같이 가는 파티가 4명이라고 했었지."

"네, 이렇게 저희 4명입니다."

"그렇군! 이거 만나서 반갑네! 나는 창세신님의 뜻을 따르며 그분의 정의대로 살아가는 A랭크 모험자, 성기사 알렉이라고 한다네!"

자신을 알렉이라 소개한 사내가 다시 한번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건틀릿으로 가슴 부분의 갑옷을 쿵쿵 두들겼다.

그보다 성기사라, 나는 옅게 마력을 뻗어 그의 몸을 조심조심 수색했다. 진짜 성기사인지 그의 몸에서 새하얀 신성력이 보였다.

'성기사 맞군.'

창세신의 성기사라면 위험한 존재는 아니겠어.

"반갑습니다 알렉, 저는 황금 길드 소속의 B랭크 모험자 유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저는 아리스, 여기 있는 유진의 연인이에요. 아직 정식 랭크는 없지만, 발목을 잡지는 않을 테니 앞으로 함께하는 데 있어 잘 부탁드려요!"

"제 이름은 에리스 입니다. 여기 있는 유진과 같은 B 랭크지만 지금 승급 중이니 A랭크라고 생각해 주세요."

"유벨, 아리스 언니처럼 등급은 아직 없고 마법사입니다."

"오, 마법사 친구가 있었나! 이거 일이 더 수월해지겠는데!"

알렉은 마법사가 있다는 말에 환호했다. 하지만 유벨은 이렇게 환호 받을 줄 몰랐는지 역으로 의아한 모양이다.

마법사는 고급인력이다. 전사들은 낼 수 없는 강력한 화력을 쉽게 낼 수 있지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적기에 누구에게나 환영받는다.

그 대가로 물 몸에 근접전이 취약한 마법사를 지켜주고 평소에 오만하게 굴더라도 참아야 하지만 우리 유벨은 그렇게 나쁜 성격의 아이가 아니다.

나는 친분을 과시하듯, 유벨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유벨은 뛰어난 마법사니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렇겠지! 마법사의 거대한 한방은 언제나 화끈한 법이니까!"

알렉과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그녀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는다. 유벨은 얼굴이 붉어진 채 나를 째려봤다. 머리를 쓰다듬는 건 연인 사이가 할 때 기분 좋은 법이다.

나와 유벨은 에반에 관한 문제와 명백한 실력의 차이로 갑과 을의 관계다. 내기 이렇게 상냥하게 대해줘도 그녀가 느끼는건 수치심과 굴욕감일 것이다.

"까드득, 당장 치워."

그녀는 이를 갈며 나에게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어이쿠, 이러다 물겠네. 나는 실실 웃으며 손을 뗐다. 그 사이 아리스가 내 팔을 잡아 자신의 머리 위로 올렸다.

"유진아, 나도!"

그녀는 나에게 머리를 쓰다듬어 줄 것을 요구했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의자를 뺐다.

"일단 여기 좀 앉자."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끝냈으니 일단 사내와 같은 식탁에 앉았다. 식탁에 앉고도 아리스는 나에게 머리를 내밀었다.

"나중에 해줄게. 지금은 일에 집중하자고."

"히잉, 알았어."

내 말에 수긍하면서도 불만스러운지 그녀는 연신 내 손을 바라보았다.

'날 사랑해 주는 건 좋은데 점점 스킨쉽이 늘어나네."

그래서 싫은 거냐고? 그럴 리가 당연히 존나 좋지. 그렇다고 시도때도없이 달라붙는 건 좀 그렇다. 미녀라서 좋지만, 육덕진 고기 같은 몸뚱아리라 무척이나 좋지만 일은 제대로 해야 하는 법이다.

"알렉 씨, 이게 이번에 우리가 처리할 임무입니다."

이번에 맡은 의뢰의 의뢰서를 꺼내 의뢰를 설명했다. 그리고 간단하게 경로를 설명했다.

6층에 서식하는 글라보는 6층의 물이 존재하는 수맥 구역에만 서식하은 나비형태의 몬스터다. 수맥 근처이기에 몬스터들이 엄청나게 모여있는데다 조금만 소음이 나도 도망쳐 버려서 잡기 힘든 몬스터다.

그리고 7층의 헬센, 헬센은 7층 최강의 몬스터로 보스룸에 리젠되는 몬스터다. 전신이 단단한 표피로 덮여있어 죽이기 어려운데다 보상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 잡는 사람이 적은 몬스터다.

10층의 볼트 울프, 얘는 리젠 장소는 10층 전역으로 보기 쉬운 편이다. 문제는 아무리 잡아도 부산물을 잘 안 준다는 거다. 특히 이마의 보석은 애물단지라도 되는지 아무리 죽이고 또 죽여도 잘 안 나오는 걸로 유명하다.

마지막 20계층의 발파루스, 얘는 모험자들의 벽이다. 희귀한 몬스터는 아니나 매우 강하며 하늘을 날아다니며 단단한 비늘로 덮인 몸을 이끄는 용의 형태를 한 몬스터.

20층에 각 돌입한 A 랭크를 무참히 죽음으로 모는 강하고 위험한 괴물이다.

"이렇게 총 4개입니다."

나는 의뢰의 설명을 끝내고 알렉을 보았다. 알렉은 마지막 임무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조심히 알렉의 선택을 기다렸다.

다행히 알렉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흠, 4개인가. 그중 하나는 20층 퀘스트라. 그래도 A급 두명에 B급을 넘어선 B급이 한명 있으니 적당하겠군!"

자신의 실력에 대해 자신이 있는지 알렉은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걸로 A 랭크 3명에 C랭크 두 명인가. 이것 참 든든하구만!

"그러면 당장 가도록 하지!"

알렉이 소리쳤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유진님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야 우리도 가야지. 그나마 저 양반이 이상한 사람은 아니어서 다행이야."

"그러게, 설마하니 그 검은 책이 경전이었을 줄이야. 그리고 성기사라고 한 걸 보니 이상한 사람은 아닌가 봐."

아리스는 마른 웃음을 흘렸다. 어쨌든 의견은 모였다. 우리는 알렉을 따라 던전으로 갔다.

?
?
?

던전 내부는 저번 왔을 때와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기분 나쁜 고기벽이 꿈틀거렸고, 쉴 새 없이 몬스터를 토해냈다.

하지만 1층은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1층의 몬스터는 약하기에 안전한 돈벌이를 원하는 모험자들이 많이 몰려있다. 아마 5층까지는 이와 비슷한 상태일 것이다.

"이보게들, 빠르게 이동하지. 우선 첫 번째 장소가...6층이로군!"

알렉은 우리 앞에 서서 움직였다. 여기 길을 잘 아는지 호쾌하고 빠름 움직임이다.

하지만 이렇게 가서는 너무 느리다. 나는 알렉의 등을 두드렸다.

"알렉 씨, 잠깐만 비켜봐요."

"음? 뭣 때문인가?"

"별거 아니에요, 길을 좀 만들려고요."

나는 손수 만든 창을 꺼냈다.

"내가 괜히 이 창을 만든 게 아니지!"

흐읍, 전신에 힘을 주며 창을 깊숙하게 박는다. 그리고 창에 걸린 인챈트를 발동했다.

"늘어나라!"

쿠웅-!

창이 급속도로 늘어나며 바닥을 부수며 전진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대충 6계층으로 추정되는 곳에 창이 닿았다.

이제 이 상태로 바닥을 부순다. 기다란 창을 휘저어 던전에 구멍을 냈다. 1층부터 6층까지 이어지는 지름길이 순식간에 생긴 것이다.

'던전 특유의 재생력이랑 아래로 내려갈수록 단단해지는 벽 탓에 계속 쓸 수는 없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마력을 많이 잡아먹는다는 게 흠이다. 이거 몇 분만 더 쓰다간 내 마력이 탕진될 것이다.

"후우, 지름길도 생겼으니 내려가자."

다시 줄어든 창을 회수하고 뒤를 보았다. 다들 놀란 표정으로 기겁한 채 나를 바라보고 있다.

갑자기 던전의 바닥을 뚫어 길을 만들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나는 창으로 바닥을 탁탁- 쳐서 모두의 정신을 일깨웠다.

"나 먼저 갈 테니까 잘 따라와"

나는 거기까지 말하고 아래를 향해 뛰어내렸다.

후우웅-!!!

순식간에 많은 층을 지나 6계층에 도착했다. 하루에서 이틀 정도 걸리는 시간을 단 몇 초로 줄인 거다.

"훗, 역시 타임 어택은 좋은 문명이야."

자고로 공부든 게임이든 간에 쓸데없는 소요 시간은 줄일 수 있다면 줄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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