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화 〉복수란 짧게.
조금 전만 해도 화기애애하던 파티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몇몇 마을 사람들은 빠르게 분위기를 파악하고 슬금슬금 나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그들의 뒤로 번개를 떨궜다.
콰르릉!
"우와악!"
"꺄앗!?"
자신들의 등 뒤에 떨어진 번개에 주저앉는 사람들. 나는 그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섰다.
"모두 정신 집중! 내 앞에 무릎 꿇고 앉는다 실시!"
짐승이 먹이를 보고 으르렁거리듯 강렬한 기세를 발산하며 그들을 협박한다.
평범한 마을 사람들은 내 기세에 겁먹어 엉거주춤 그 자리에 무릎 꿇고 앉았다.
촌장이라는 새끼도 덜덜 떨면서 은근슬쩍 마을 사람들 사이에 섞여 무릎 꿇고 앉았다.
다들 두려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저 멀리 유벨의 아버님, 어머님이 보였다.
"거기 두 분은 일어나시죠. 일어나셔서 뒤쪽에 가세요."
"아, 알겠, 습니다! 어서 가자 여보!"
"하, 하지만 다른 마을 사람들이!"
"그 양반들은 알아서 하겠지!"
후다닥.
두분이 빠르게 도망치셨다. 다른 사람들 눈에 희망이 보인다. 더러운 놈들. 너희한테 줄 자비는 없다.
"내가 지금 화가 많이 났거든?"
이 마을에 쌓인 게 한두 개가 아니다.
"그리고 반역자까지 있네."
반역자 에반은 아직도 땅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저 멀리서 터벅터벅 다가오는 아리스랑 유벨한테 손짓했다.
"얘 적당한 곳에 가둬."
혹시 모르니 인벤토리에서 리볼버를 꺼내.
탕! 탕! 탕! 탕!
"끄아아아아악!"
사지에 한발씩 박아뒀다. 발목하고 손목을 날렸으니 탈출은 꿈도 못 꾸겠지.
원래는 제 앞에서 부모님이랑 섹파 관계의 여자들을 범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곧 기사 아님 에반과 관련된 놈들이 올 테니 그러기엔 위험하다.
그러나 영상을 찍어서 보여주는 걸로 대체하자.
"얼른 데려가."
"알겠어. 가자 유벨."
"으, 응! 언니!"
둘은 눈치 좋게 에반을 데리고 빠르게 퇴장했다. 자신들한테 불똥이 튀기 전에 도망가는 눈치 인정한다.
"자아~ 그러면 이제 진짜 시작하자."
마침 근처에 의자가 있어서 근엄하게 앉았다. 엄마라는 년도 뭔가 이상함을 알겠는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너 눈깔아. 기분 나빠서 찔러버리기 전에."
"히익...!"
엄마라는 년은 명백히 나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면 첫 번째. 에반에 관한 거. 현재 에반은 마왕 교단이라 불리는 사이비 테러집단에 가입한 게 확인되었다. 그렇기에 황제 폐하의 명으로 반역죄가 걸려 지명수배 중이지."
"바, 반역죄! 그게 무슨!"
"황제 폐하의 명이라니!"
마을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에반은 이 마을에서 귀하게 취급받았고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했으니 그런 에반이 범죄자.
그것도 반역죄가 걸린 범죄자라는 사실을 안다면 놀랄 수밖에 없지. 근데 본론은 에반이 반역죄란 게 아니다.
"반역죄는 본인의 처형은 물론이요. 본인의 혈육,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를 비롯한 자식들까지 처형하는 게 보통이지. 즉,촌장도 이제부터 처형 대상이다."
"뭐, 뭣!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왜 처형 대상인..!"
"연대 책임 모르냐 연대책임!"
"우, 웃기지 마라! 감히 누가 나를!"
콰앙-!
시끄럽게 구는 촌장의 머리 위에 죽지 않을 정도로만 번개를 꽂았다. 시꺼멓게 타버린 촌장은 몸에서 연기를 내며 쓰러졌다.
"내가 말할 땐 닥치고 듣도록."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그리고 보통은 반역죄를 저지른 대역 죄인이 나온 마을은 밀어버리고 사람들을 다른 마을로 이주시키거나 하지."
판타지 세계에는 그 범위가 줄긴 했으나 연대책임 이란 게 아직 남아있다. 마을은 국가가 관리하는 최소한의 집합체며 동시에 대역죄인이 나오면 가장 큰 피해를 받는 집단이다.
"아마 마을의 재산 대부분을 압수당할걸."
재산의 압수는 기본이요. 토지와 건물에 대한 소유권도 빼앗길 것이고 마을은 불태워질 것이다. 다시는 대역죄인이 나오지 말라는 본보기로.
마을 사람들은 이 사실에 공포에 질린 얼굴로 떨었다. 그리고 이제부터 내 대단함을 보여줄 차례다.
"하지만 걱정 말라고. 내가 왔으니까. 너희도 알겠지만 너희가 알던 유진과 지금의 나는 다르다. 왜냐하면, 지금의 나는 용사니까."
용사.
인간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최고의 인지도를 자랑하는 영웅. 내가 그 영웅임을 밝히자 사람들은 벙찐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처음에는 의심 섞인 표정, 그다음에는 미친놈 보는듯한 표정.
"못 믿겠어? 그러면 보여줄까? 증거를 말이야. 때마침 저기 증거가 오고 있거든."
드디어 기다리던 사람이 왔다. 사람들은 내가 가리킨 곳을 따라 고개를 돌렸지만 그들의 시선으로는 이 자를 쫓을 수 없다.
"...반역자들 마을에서 뭘 하고 있는 건가요. 유진 플라비스 님." ?
멀리서 보기만 해도 피부가 찌릿할 정도의 기세를 지닌 기사가 어느새 마을에 들어와 사람들 사이에 섞여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찬란한 금빛의 갑옷으로 전신을 가린 기사는 톱날 같은 검면을 지닌 기괴한 검을 들고 있었다.
"제 추측에 따르면 당신은 황제 폐하의 기사단 소속. 그것도 단 3명으로만 구성된 황제 폐하의 검이자 황가의 방패 제 제 1기사단 아니신지요."
예전에 본 적이 있는 오로지 3인으로만 구성된 살육병기 집단인 제 1 기사단. 이 남자는 그곳 소속이 분명하다.
기사 또한 침묵으로서 내 말에 긍정했다.
"이 마을을 불사르러 오신 겁니까?"
"아닙니다. 이 마을에 찾아온 반역자를 처단하고 반역자를 숨겨준 마을의 주민 전원을 심판하러 왔습니다. 용사 님...께서 이것에 계실 줄 몰랐지만 말이죠."
"하하하. 이 마을이 제 고향이라서요."
내 말에 기사가 투구 밑의 턱 부분을 쓰다듬었다.
"이거 일이 꼬였군요. 반역자의 마을이 용사의 고향이라니. 으음, 그렇다면 반역자는 어디 있죠?"
"저쪽에 가면 있을 겁니다. 반역자에 대한 처분은 맡기겠지만 대신 이 마을에 대한 처분권은 저한테 주시지요."
파즈즛!
강력하고 날카로운 기세가 부딪힌다. 우리는 서로를 노려봤다.
"....좋습니다. 어차피 황제 폐하께서 원하신 건 마왕 교단 소속의 그자뿐이니 이 마을은 당신의 오락을 위해 넘겨 드리죠."
기사는 그리 말하며 어느새 꺼낸 검을 검집에 넣었다. 우리 둘의 기 싸움에 마을 사람들은 질린 눈치였다.
"그러면 저는 이만 죄인을 송치하러 가겠습니다."
기사가 길을 가다 다시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이번엔 또 뭐야.
"맞다, 용사님. 이건 루진 플라비스 님께서 전하라고 하신 전언입니다. 조만간 다시 만나게 될 테니 기대하라. 하고 하셨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이제 황궁에서 나올 수 있는 건가? 자세한 설명이 없는 루진의 전언을 마음속에 꽁꽁 넣어 놓고 일단 여기 있는 버러지들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자.
"일단 너 이리 와봐."
엄마라는 년을 향해 손짓했다. 그녀는 공포에 떨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손을 슬쩍 들자 자신을 때릴 거라 여겼는지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린다.
"야야, 지랄하지 마. 뭘 했다고 벌써부터 그렇게 쫄고 난리야."
아직 제대로 된 폭행도 안 했고 괴롭힘도 없었다. 그런데 벌써부터 아들한테 쫄아서 설설기는 모습이 꼴 받는다.
"씨발 년아. 그러게 어릴 때 좀 잘해주든가. 뭔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하면서 나를 괴롭게 했니. 강해지라고? 그래야 짓밟히지 않아? 내가 오늘 짓밟는 게 뭔지 제대로 보여줄 테니 기대하라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거칠게 던졌다.
"꺄악!"
"너 집으로 들어가 있어. 만약에 도망치거나 하면..."
아까부터 몸을 낮추고 있던 촌장의 손을 창으로 뚫어 들어 올렸다.
촌장이 고래고래 소리치며 고통을 호소했으나 상처 부위를 뚫은 창을 비틀어 다 큰 고통을 주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일단 가장 큰 놈 하나는 처리했고..."
이 마을에서 가장 큰 죄인 두 명. 촌장이랑 엄마다. 에반도 포함되긴 하는데 걘 어차피 죽을 테니 별 상관없으니 남은 건 촌장뿐이다.
"이제 남은 건 너 하나뿐. 자, 널 어떻게 죽여줄까? 촌장!"
물에 담가서 익사시킬까? 번개로 지져서 쇼크사? 역시 불에 태우는 게 가장 고통스러우려나? 아니면 몸속에 독을 넣어 전신을 썩게 하는 것도 괜찮지!
"히이이익! 제, 제발 살려주게! 뭐, 뭐든지 할게! 그래. 에반이 가져온 금화들! 그걸 전부 자네한테 주겠네!"
금화!
이에 귀가 솔깃해졌다.
"좋아. 나한테 금화를 넘긴다면 너에게 자비를 내려주마."
나는 자비로운 사람이기에 대가만 지급한다면 이 분노가 눈 녹듯이 사라질 것이다.
촌장은 희망을 발견하자 한층 밝아진 얼굴로 허겁지겁 자기 집에 들어갔다.
그동안 마을의 다른 버저리들을 분류했다.
"너랑 너는 저기로 들어가."
내가 살던 집에 나를 기분 나쁘게 했던 예쁜 여자들을 넣어둔다. 여자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봤지만 반항 없이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 여자.
"오랜만입니다."
촌장의 아내이자 에반의 어머니. 에바리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시니컬하게 웃었다.
"당신도 저기로 들어가시죠."
내가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에바리스는 두 눈을 꼬옥 감았다. 촌장은 공포에 덜덜 떠느라 자기 아내를 지킬 생각도 없어 보였다.
"알, 겠습니다."
그녀가 집으로 들어갔다.
이제 광장에 남은 건 괴롭힐 가치도 없는 쓰레기들뿐.
"흐음~ 너희는 어떻게 할까. 그래! 촌장이 얼마나 많은 금화를 가져오냐에 따라 결정해주지!"
도박 모드 NO! 금화 30개 이상이면 생존! 그 미만이면 죽는다.
"여, 여기 가져왔습니다! 이 궤짝 안에 금화가 있습니다!"
때마침 촌장도 도착했다. 촌장은 꽤 값이 나가 보이는 거대한 상자를 들고 낑낑거리며 다가와 내 앞에 바쳤다.
"좋아, 좋아. 과연 얼마나 많은 금화가 있나 볼까!"
콰득!
궤짝을 부숴서 강제로 열었다. 안에는 반짝이는 금화가 가득했다. 눈대중으로만 봐도 50개 이상!
"존나 좋군."
단숨에 인벤토리에 채워넣었다. 다시 한번 나는 부자가 되었다.
"잘했다 촌장. 약속대로 자비를 내려주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
촤악!
아프지 않게 단숨에 촌장의 머리를 베었다.
툭.
촌장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고 피를 뿜으며 힘이 빠진 몸뚱어리가 주저앉았다.
"어때? 아프지 않게 죽여줬으니 충분한 자비지?"
나는 촌장을 비웃었다.
"그러면 너희는 알아서 꺼져. 이 마을에서 떠나든 말든 이제부터는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내 말이 끝나자마자 마을 사람들은 각자 자기 집으로 도망갔다. 이럴 때만 존나 빠르네.
"저, 저기."
그때 몇몇 사람만이 남아 다가왔다.
"제 아내가..."
"저희 딸이 아직!"
아, 내가 따로 부른 그 년들의 가족인가.
"꺼질래 아니면 죽을래?"
가볍게 해결했다.
?
?
?
아리스와 유벨을 확인했다.
"........."
"아리스 얘 상태가 왜 이러냐?"
"나도 몰라. 에반하고 대화 한번 나눈 뒤로 줄곧 이 상태던데?"
정신이 나간 듯한 모습의 유벨.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둘은 에반을 보내고 난 뒤라 그런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리스야 제 제 1기사단의 살육병기를 만나 긴장감에 그런 상태였고 유벨이 저러는 이유는 짐작이 가지 않는다.
일단 둘 다 쉬라고 하고 가족들한테 돌려보냈다.
이걸로 오늘 하루 동안 뭘 하든 둘은 모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짜증 나는 년들을 모아둔 집으로 들어왔다.
낡은 나무집.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서 거슬린다.
거실로 가자 그곳에 모여있는 여자들이 오들오들 떠는 게 보였다. 나는 거실 의자에 앉았다.
"벗어."
"네, 네?"
내 명령에 여자 중 한 명이 못 들었다는 듯이 떨며 물었다. 거슬린다. 그리고 짜증 난다.
"벗으라고 이 새끼들아!"
콰르릉!
내 몸 주위로 번개가 치자 여자들이 겁먹은 표정으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사르륵.
언제들어도 좋은 천이 벗겨지는 소리와 함께 내 앞에 여러 가지 색깔의 보기 좋은 몸매가 나타났다.
하지만 단 한명 내 어미라는 년은 꿋꿋하게 버텼다.
"야. 내가 옷 벗으라고 한거 안 들렸느냐?"
"하, 하지만 난 너의 어머니!"
"닥쳐."
짜악!
"니기 언제부터 내 어머니 역할을 수행했다고."
짜악!
"내 앞에서 엄마인 척 하지마!"
짜악!
그녀의 뺨이 붉게 물들었다.
"그, 그만! 벗을게! 벗으면 되잖아!"
이게 그녀다.
엄마니 뭐니 했지만 에반의 잘생긴 외모에 넘어가 자식을 나 몰라라 하고 지금은 강해진 아들이 가하는 폭력에 굴복해 덜덜 떨면서 옷을 벗었다.
"쯧쯧, 이런 여자랑 결혼했을 내 아빠라는 사람이 불쌍해지네."
"읏!"
내 말에 그녀는 이를 갈면서도 묵묵히 옷을 벗었다. 그녀는 확실히 몸 하나는 꼴렸다.
가슴도 커다랗고 엉덩이도 탱탱한 게 아이를 잘 낳을 것 같은 꼴리는 둔부다.
"이제부터 너희는 내 좆집이다."
당연하지만 일회용이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내 욕망을 충분히 이들에게 풀 것이다.
바지를 내리고 자지를 꺼냈다. 커다란 자지가 수많은 여자에 흥분하며 껄떡거렸다.
여자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집중된다.
"이제부터 너희 전원을 범해주지. 아, 넌 빼고."
내가 어미라는 년을 데려온 건 수치심을 주고 괴롭히기 위해서다. 그녀를 마주 볼 때마다 떠오르는 유진의 기억 탓에 그녀는 도저히 범할 기분이 아니다.
"이년 빼고 나머지는 기대하라고."
우선 바닥에 내가 직접 만든 고화질 영상기를 설치했다.
그리고 최우선 타겟은 역시 이년이지. 나는 내 기억 속 가장 기분 나쁜 년에게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