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5화 〉수련을 시작하다. (95/198)



〈 95화 〉수련을 시작하다.

"으랏차차차!!!"

콰과과!

아리스와 유벨은 힘차게 마차를 끄는 유진의 곁에 붙어서 달렸다. 둘 다 마력을 다룰 줄 알기에 순수 근력으로 마차를 모는 유진의 곁에서 나란히 달릴 수 있었다.

저 멀리 강대한 마력이 격돌하는 게 느껴진다. 그 여파가 여기까지 퍼지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저걸 생명체끼리의 마력 충돌이라 할 수 있는 건가.

콰르르르르릉!!!

하늘을 가득 메우는 마력의 폭풍과 흔들리는 대지. 저것은 이미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그것도 인간이 만들어내고 있는 재앙이다.

"씨발. 역시 S랭크 간의 차이는 심하다 이건가."

유진은 혀를 찼다. 유진의 생각보다 S랭크 수준의 실력자인 1기사단의 힘은 무척이나 대단했다.

괜히 3인으로만 구성된 게 아닌지 현재 유진이 신성 강림을 쓰더라도 이길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S랭크 간의 실력 차이는 유진의 생각보다 더 어마어마했다.

'지금도 충분히 강하지만 역시 더 강해질 필요가 있겠어.'

적들에 저런 괴물이 있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유진은 더욱 강해질 방법을 생각해 봤다.

개조, 인공 영약, 도핑 등등. 실패하면 끔찍한 일이 일어나겠지만, 성공만 한다면 대박을 넘어 초대박을 칠 일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섣불리 정할 수는 없어. 이건 나중으로 미뤄두자.'

유진은 이런 생각들을 몰아넣고 우선 잠가뒀다.

그리고 그 유진이 이런 생각을 했다면 과연 아리스와 유벨은 어떨까. 그녀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한 무력감을 맛보고 있었다.

유진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리고 용사라는 것도 이해했다. 다만, 용사의 곁에 서기에 자신들은 너무나도 약하다.

둘은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도 둘은 충분히 강하다고 자부해도 될 실력자다. 다만 비교 대상이 유진이고 유진은 이 세계에서 괴물과 엮일 일만 있는 용사라 문제지.

둘은 고뇌하며 달렸다. 자신들이 무엇을 할 수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보다 더 강해지고자 결의하며 둘은 유진의 뒤를 따랐다.

?
?
?

무사히 도망쳐서 던전 도시로 귀환했다. 도망치는 중에 마차를 찾을 수 있어서 그걸 이용했다. 비록 말이 없어서 내가 끌어야 했지만 느린 일반인들을 태우고 달린 덕분에 던전 도시에는 금방 도착했다.

하지만 도시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

"죄송하지만,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기다려 주십시요."

경비병들은 똑같은 말만 하며 나를 막았다. 뒤에서는 유벨과 아리스가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가족들을 다독이고 있었다.

이곳에 도착하고 이들은 같은 소리만 반복하고 있다. 출입을 막은 채 담당자가 올 테니 대기하라는 지루한 말만을. 마음 같아서는 그냥 힘으로 뚫고 싶지만, 이상하게 이놈들은 날 잘 알았다.

내 이름부터 시작해서 내가 어디 소속인지도 아는데도 가로막는 걸 봐서는 무언가가 있다 싶어 일단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드디어 정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나왔다. 풍성한 금발에 화려한 옷을 입음 미녀, 리린 플라비스가 도도하게 다가왔다.

"드디어 왔군요. 잘 왔습니다 유진."

리린 플라비스가 웃으며 말했다. 눈동자는 휘어졌는데 입꼬리는 그대로라 그녀가 빡쳤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거기 뒤에 사람들은 잠시 대기. 그리고 당신은 이리로 오시죠."

그녀가 싸늘한 어조로 명령했다. 나는 저항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리린 플라비스 한데 끌려가서 한 소리 들었다.

마을에서 있었던 일은 대부분 내 독단이기에 이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다.

"하아. 당신이 애도 아니고 고향으로 돌아갔을 뿐이니 이 이상은 뭐라고 하지 않겠어."

여태껏 3시간 동안 설교해 놓고 자비로운척하다니.

"뭡니까 그런 시선은. 불만이라도 있나요? 더 긴 설교를 원하는 건가요?"

"아니요! 그럴 리가요!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 이상의 설교는 듣고 싶지 않다. 내 생명력은 이미 0을 넘어서 마이너스로 치닫고 있었으니까.

"하아, 이럴 때만 빠르기는...일단 이번 사건에 관해서는 제가 잘 보고 했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데려온 가족들은 이번에 신전에서 데려갈 겁니다."

"네?"

갑자기 신전이라고? 창세신의 신전은 창세신의 뜻을 따르는 교단의 근거지다. 그런 곳에서 아리스와 유벨의 가족을 데려간다고 하니 의아할 수밖에.

하지만 이어지는 리린 플라비스의 설명에 납득했다.

"이번에 반역자를 옮기던 마차를 습격한 마족은 두 명. 그중 한 명은 이상한 저주 같은 걸 사용 했다고 하더군요. 그 저주는 지금도 마구잡이로 확산하고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저주라면..."

본적있다. 도망칠 때 기사들이 있던 곳을 힐끔 보니 몸에 무언가가 달라붙어 죽어가고 있었으니까.

그게 저주였나.

"아직 저주를 해주할 방법을 찾지 못해 저주로 잠식된 모든 것을 소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력을 가진 자는 접촉만으로 감염되나 일반인은 공기 중으로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잠시만요. 공기 중으로 감염된다고요!?"

"네, 됩니다. 그래서 비상이 걸린 채 주변 일대의 마법사란 마법사는 전부 정화에 투입된 상태입니다. 사제들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대정화 신성 마법을 준비 중이죠."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심각한 일이다. 그나마 마력을 다룰 줄 아는 자는 직접적인 접촉으로만 감염된다니 다행이지만 가족분들은...

내가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으려니 리린 플라비스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그나마 신전에서 해주가 가능하나 최소 1년은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혹시 모르는 일이니 당신들이 데려온 일반인도 신전에서 맡기로 했으니 보내세요."

그거 다행이다. 적어도 죽을 일은 없겠어.

"알겠습니다. 정확히 언제 보내면 되죠?"

"언제긴 언제겠습니까. 지금 당장이죠."

딱~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뒤에서 사제들이 우르르 튀어나와 가족들을 에워싸다. 당황하고 있으려니 리린 플라비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갔다.

"진정하십시오. 이건 당신들의 치료를 위한 겁니다. 안심하고 가세요."

그녀는 황족이다. 몸에서 흘러넘치는 기품과 황족의 상징인 반짝이는 금발에 평민인 가족분들은 저도 모르게 수긍하며 사제들을 따라갔다.

그중 기절해있던 에바라스는 납치되듯 포박된 채 끌려갔고.

"그녀는 반역자의 어미이니 저희 쪽에서 맞도록 하죠. 불만은 없겠죠?"

마치 모든 걸 안다는 듯이 싸늘하게 노려보는 리린 플라비스의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황족이랄까,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을지 무섭다.

하여튼 그 자리의 일은 그렇게 정리되었고 우리는 사제들에게 몇 번이고 안전검사를 받은 뒤 도시로 들어갈 수 있었다.

"...뭔가 멍~ 하네."

"그러게 언니. 왠지 모든 게 허무해진 느낌이야."

아리스와 유벨이 공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둘이 어버버 거리는 순간에 가족들은 사제들에게 끌려(?)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일단 가족들은 일주일 후부터 면담할 수 있데."

"아, 그건 알고 있어. 우리가 생각하는 건 다른 문제야."

응? 다른 문제라니? 얘네한테 이렇게나 고민할 만한 문제가 있었나?

"유진아. 솔직히 말해서 우리 너무 약한 것 같아."

"갑자기?"

그녀가 약한 건 맞는 말이다. 근데 난데없이 이런 말을 꺼내는 이유가 뭐지?

"아니, 이번만 해도 그렇잖아. 유진이 너가 혼자서 모든 적을 물리칠 때 나랑 유벨은 둘이서 한두 명을 간신히 상대하고 있었다고. 아무리 봐도 마력의 컨트롤 능력이랑 마력량이 너무 적은 것 같아."

"맞아. 나도 최대한 열심히 마법을 배우고 있긴 하지만 마력이 너무 부족해."

"아니, 너네 둘 다 동 나이대와 같은 랭크대의 모험자랑 비교하면 마력 엄청 많은 편이잖아."

최근에는 넣어주는 마력량이 줄어 전과 같은 폭풍 성장은 못 하고 있지만, 전에 대량으로 넣어준 것들과 지금도 꾸준히 들어가는 것만 하더라도 그녀들은 충분히 강하다.

하지만 둘 다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나를 째릿 노려봤다.

"너랑 같이 있으면 같은 랭크대니 동 나이대니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애초에 마법사도 아닌 너가 나보다 더 마법 실력이 뛰어난 게 말이되!?"

"맞아! 유진이랑 같이 다니려면 동 나이대를 넘어야 한다고!"

"워워, 둘 다 진정 좀 해! 일단 둘의 뜻은 알겠으니까!"

그러니까 둘은 나랑 함께 다니는 만큼 지금의 상태를 뛰어넘어 강해지고 싶다는 거다.

"후우...미리 말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S랭크로의 성장은 무리야."

단순한 섹스로 마력량을 늘려줘도 S랭크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 거기다 그녀들은 아직 자신의 능력을 완벽하게 다루지도 못하는 상태다.

그런 상태에서 마력과 신체 능력만 강해져도 의미가 없다. 결국, 기초를 다지는 동시에 실전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

"아리스. 너는 라피드 씨한테 검술을 배우고 있었지. 우선 그분께 기초를 배워서 다듬도록 해. 그다음엔 내가 마력의 운용과 육체를 완벽하게 다듬어 줄 테니까."

"알았어!"

"그리고 유벨. 너는 내가 준 마법서들 있지. 그것부터 다 읽고 이해하고 익히도록 해. 만약에 이해를 못할 것 같으면 술식과 이에 따른 예상 값을 그냥 외워. 상상력이 부족해도 연산만 받쳐준다면 마법은 발휘되니까."

"끄응, 알겠어."

"A랭크. 너희가 보고 느낀게 많은것 느낀게 같으니 앞으로 한 달간 특훈에 들어가겠다. 그 안에 내가 너희를 A랭크로 만들어주지!"

나는 자신이 있다. 둘은 재능도 충분했고 그 재능을 한계 이상으로 끌어낼 방법을 알고 있는 내가 서포트를 해줄 테니까."

"아, 근데 그 전에 집부터 구해야지. 지금 우리 돈 얼마 있더라?"

각자 돈을 모았다. 마을에서 얻은 골드와 귀중품을 합치니 꽤 짭짤한 금액이 되었다.

"60 골드라.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

우리는 기운차게 부동산 업체로 향했다.

"어서 오십시요."

"이 금액으로 구할 수 있는 건물 중 가장 크고 넓을 건물로 주세요."

금화 60개를 직원에게 던지며 주문했다.





집을 구하는 건 의외로 쉬웠다. 황금 길드 소속이라는 신뢰도와 충분한 자본력으로 그럭저럭 쓸만한 3층짜리 주택을 구매했다.

주택을 구매한 뒤 이사해서 집에 들어가기 전에 층마다 용도를 나눠서 개조 작업에 들어갔다. 3층은 내 임시 공방으로 개조하고 1층은 훈련용 방으로 개조한다.

그리고 훈련에 도움이 되는 온갖 시스템을 넣기로 했다. 당연하지만 이건 하루 이틀로 끝날 일이 아니다.

우선 훈련장부터 완성하기로 하며 최대한 빠르게 작업에 몰두했고 3일 만에 훈련장을 완성했다.

그 후 예고했던 대로 3층은 간이 공방으로 개조했다. 유벨도 자신의 공방을 3층에 만들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고 드디어 이사하는 날이 되었다. 우리는 집에 짐을 옮기고 안에 들어왔다.

"쓰읍~ 쾌적하네."

미리 공기청정기를 달아놔서 그런지 조금도 눅눅하지 않았다. 그리고 온도 조절 마법도 붙여 놨기에 따뜻한 바깥과 달리 안은 서늘한 게 쉬워했다.

하지만 1층은 전부 수련용으로 개조된 상태다. 덕분에 가구는커녕 훈련 장비만 잔뜩 있다.

"직접 보니까 엄청 숨 막힌다."

아리스가 덜덜 떨면서 훈련장을 보았다. 내일부터 저기에서 구를 걸 생각하니 오한이라도 드는 모양이다.

유벨은 비교적 담담했다. 설마 본인은 저기서 뛰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그러면 이제부터 훈련장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해줄게. 우선 여기."

수많은 나무 허수아비가 늘어선 곳.

"여기는 기초를 다지는 정확히 어떻게 하는지는 내일 알려줄게. 그리고 여기의 운동장은 기초 체력을 올리기 위한 곳이지. 방법은 너희도 감이 오겠지."

그런식으로 하나하나 설명해 주면서 움직였다. 그때마다 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마지막으로 이곳은 대련장이야. 수련 일정은 아침 6시에 기상해서 아침 운동 후 식사, 그리고 점심때까지 풀로 훈련한다. 그 후 점심 먹고 나서는 아리스는 라피드 씨한테 가고 유벨은 나랑 따로 마법사 간의 대화를 할 거야. 이해했지."

"이, 이해했어."

"으으, 나도 이해했어."

둘이 무섭다는 표정을 짓는다.

"후우...아마 엄청 힘들 거야. 또 괴로울 테고. 그 대신 너희는 단 한 달 만에! A랭크가 될 테니 참아라! 그리고 희망을 품어라!"

마지막으로 멋진 말과 함께 기합을 다졌다.

그 후 위층으로 올라갔다. 위층은 주거공간이다. 작은 부엌과 커다란 목욕탕과 화장실이 있고 미리 주문한 킹사이즈 침대가 있는 침실이 갖춰져 있다.

"읏차!"

곧바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엄청 피곤하다. 훈련장 제작에 3일을 꼬박 세 가며 임했느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으어어..."

이제는 한계다. 정신적 피로가 한계에 도달했다.

"얘들아...나 좀 잔다..."

나는 그렇게 수마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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