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 〉 용사, 출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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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은 잘진행됐다.아리스와유벨은오늘도고난도의훈련을 끝냈다.둘 다성장이 빠르다.
아리스는기본 틀이 단단히 잡혔고 대련과 나와의 전투를 통해 빠르게 경험을쌓고 있다. 아직은 부족하나 적절한 대응책을 생각하고 제때 움직이는 수준은 된다.
그리고유벨은마법사 이기에훈련시간을 줄이고 개인 연구 시간을 줬다. 요새룬마법과 저주에 연구하는 모양인데둘 다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종합적으로 정리하자면 훈련에돌입한 지약 3주가 지났고아리스는이제 기사라 불러도 될 정도로 실력이 향상,유벨은마법사에걸맞은지식과연산력을갖추었다.
거기에둘 다꾸준히 섹스를 통해 내 마력을 빨아먹었기에A랭크수준의 마력도 갖추었다.
문제는 빠르게 강해진 탓에 이제는고난도의훈련도 곧잘 끝내고 전에 쓰던 훈련용 장비도 의미가 없어졌다는 거다.
마력 운용을 억제하는 도구도 이제 의미가 없을 정도로 마력컨트롤실력이 좋아졌다.
그래서 아예 다른 수련 시스템을 만들어 줬다.
"자, 봐봐."
자랑스럽게 이번에 만든 장치를 소개했다. 그것은 거대한 인간형의 로봇이었다. 3m는되어 보이는덩치에 아래에는 다리 대신 4개의 바퀴가 달려있고 손에는 커다란 검과 방패가 장착되어 있었다.
얼굴은날렵한 게꼭 투구를쓴 것같이생겼다. 이것이 내가 이번에 만든 훈련 도우미 로봇, 도도다.
"그거,골렘이야?"
"언니 저건아무라 봐도골렘이 아닌데? 애초에 저건골렘처럼핵도 없고, 마력도안 느껴지잖아."
둘은 멍한 표정으로 내가 만든도도를보았다. 이 세계의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한 로봇의 등장이니그럴 만도하지.
유심히도도를지켜보던유벨이내옆구리를콕콕 찔렀다.
"유진아, 저거 신기한데해부해보면 안 될까?"
"안돼."
그녀는 반짝거리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봤으나 단칼에 거절했다.어딜 감히내도도를망가트리려고 해!
"한 번만!한 번만해부하게 해줘! 저기에 어떤 마법 기술이 들어갔을지 너무 궁금해!한 번만해부하고 내가 다시 원래대로 복구해놓을게!"
"안돼."
내 차가운 거절에유벨이울먹인다.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동자로 나를 쳐다봤다.
"정말로 안돼? 내가 이렇게 부탁하는데?"
이런짓까지하는 걸 보니진짜 어지간히 해부해보고 싶은가 본데,안 되는 건안되는 거다.
"애교 멈춰! 애초에 저 로봇에는 마법은 하나도안 들어갔어. 전부 과학이라는 학문적 기술만 들어갔지."
이 세계의 재료로 회로를 구성하고 로봇을만드는 건쉬운 일이었다. 어디까지나 과학 기술의 규모나 범위, 발전 방식이 다를 뿐이지 이 세계에도 수술이 존재하고 약이 존재할 만큼 문명이잘 발달했다.
그리고 역사책에서는 증기기관의 흔적도찾을 수있었다. 효율이마도구에비해 딸려금방묻히긴 했지만.
"어쨌든잡담은 여기까지 하고...이제 슬슬 단련을 시작해보자고."
도도의중앙에 달린 엔진을 작동시켰다.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마력 엔진이 작동되면서도도가움직이기 시작했다.
[1단계 프로그램 작동, 대상 탐색.....탐색 완료, 아리스,유벨을확인 단련모드에들어갑니다.]
철컹! 철컹!
전신에 회색빛파워암즈가 나타나며 전신에 달라붙었다. 나는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며 둘의 어깨를 두드렸다.
"도도는한번 작동을 시작하면 엔진의 마력 60% 소비되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아 그러니까 최대한 버텨봐."
"뭐라고!?"
"유진 너이개색!"
둘이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봤으나 방패로밀쳐 들어오는도도의행동에 급히두 방향으로떨어져 굴렀다.
[단련 시작, 전투 경험을 쌓기 위하여 경상 수준의상처를 입히는수준은 허가되었음을 확인. 난이도를 1에서 4로 상향 조정.]
"그러면 잘해봐."
[지금부터 (지옥)단련을 시작한다.]
콰앙!
나는 소음을 뒤에 놔두고 집에서 나왔다.
"이제 길드로 갈까."
사실 내가 급하게도도를만들어 준건 길드에서 나를 호출했기 때문이다. 내 감에 따르면 이런 사태에선 대부분 무언가를일을 맡기거나골치 아픈 일이 터졌다는 신호였다.
그래서 나를 대신하여 전투 경험을쌓는 데 도움이되는 기계를 만들어 던져주고 온 것이다.
후우. 한숨을 내쉬며 길드의 단장실 앞에 왔다. 긴장되네,리린플라비스가 날 부른 이유가 뭘까. 긴장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왔나."
리린플라비스, 그녀는 반짝이는 금발을 흩날리며 내 앞의 의자를 밀어주었다. 나는 의자에 앉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길드 마스터답게 온갖 서류를 보며 정리하던리린플라비스는 대강 일이끝난 것인지서류에서 눈을 떼고 나를 쳐다봤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는데그 탓에커다란 가슴이 출렁거렸다. 언제봐도 탐스러운 가슴이다.
"오늘 너를부른 건중요한 지명 의뢰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지명, 의뢰?"
"그래, 너도알겠지만, 곧있으면 제국이 세워진 기념일인 제국탄생축하 일이다. 그리고 이때를 기점으로 황도에서는 성대한 축제가 열리지."
처음 듣는다. 그런 축제도 있었구나, 그보다 황도에서 열리는 거라면 지명 의뢰는 황금 길드의 사람들이 올라가 일해야하는 건가.
축제라는건 인력을갈아 넣어야하는 무시무시한 재해다. 인사부는 축제에서 열릴 이벤트부터 시작하여 각 가게를 관리, 점검해야 하고 치안 유지를 위해 병사들도 노력해야 한다.
거기에 이번 축제는 제국의 탄생을 축하하며 수도에서 열린다고 했으니 분명 엄청난 대규모로 축제가 진행되겠지. 그만큼 인력도 많이필요할 거고.
황금 길드에 지원 요청을 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다. 근데 그거 가지고 왜 나만부른 거지?
의아해하며 바라보니리린플라비스가 한숨을푸욱~ 내쉬더니 한 종이를 내밀었다.
"축제에 문제가 생겼다. 제국 탄생축제는 그 규모가 커서 황도를 중심으로 수십 km 지역을 전부 사용한다. 그런데 한쪽 지역에 갑자기 거대한 숲이 생겨났다."
"숲? 그저 숲일 뿐이면 사람들을 시켜 밀어버리면..."
"불가능했다. 파견 보낸 목수들은 전원 시체가 되어 돌아왔고 기사를 파견 보내기도 했으나 기사까지 전원 행방불명 되었다."
"...이거 심각한 문제 아닙니까?"
기사까지 실종되어 버린 숲이 갑자기 생겨났다?존나뒤가구린 데다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에 공감하는리린플라비스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보통 문제가 아니지. 그래서 황제 폐하의 기사단이 나서야 했지만 지금 그들은 바쁘다. 축제 준비를 위해3기사단이갈려나가는 중이고2기사단과1기사단은저번의 일을 계기로 더욱 활발해진 마왕 교단을 상대하고 있다."
'갑자기 나타난 그 빌어먹을년 탓에일이 복잡해졌지...'
작게 중얼거리며리린플라비스는 분하다는 듯이 책상을 쾅! 쳤다.
마왕 교단은천마를얻어서 그런지 요새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그나저나 천마를 상대하기 위해 설마1기사단이나설 줄이야. 천마가 강하긴 강한가 보다.
"후우...나도 모르게 흥분했군. 내가 저지른 무례한 행동은 부디 용서해 주길."
"용서고 뭐고 간에 일단 그 지명 의뢰나 밝혀주시죠."
아까부터 축제 설명에 이상한 숲을 말하면서 정작 의뢰 내용은 지금까지 말해주지 않았다.
하지만리린플라비스는 역으로 물었다.
"의뢰 내용이라면 이미알 텐데?"
"뭔소리에요. 아까부터 기사까지 실종된 위험한 숲 얘기만 했는...잠시만. 설마 지명의뢰라는 게!"
"네가예측한 대로다. 오늘부로 황도에 올라가 그 숲에 관한 문제를 해결해라."
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귀를 후비며 다시 물었다.
"뭐라고요? 지금 나보고 뭘 하라고 했죠?"
"황도에 갑자기 나타난 숲에 가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했다."
리린플라비스는자비 없이다시 한번 또박또박 말했다. 나는 어이가 없어 그녀를 노려봤다.
"거기는 기사도 실종될 만큼위험하다면서요. 근데 나를 보낸다고요? 지금 장난하는 겁니까?"
그 숲에 뭐가 있는지는모르지만, 황도의기사들이 당한 이상 결코약한 게있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그런 곳에나보고 가라니.
"아니지, 일단 들어나 봅시다. 제가 그 의뢰를 간다고 쳐요.아리스랑유벨을데리고 그 숲에 들어간다 치면..."
"안 된다. 이번 의뢰는 너 혼자해야 한다."
"이런씨발! 뭔개소리입니까! 여태까지 그 숲을 위험하다고 해놓고 저보고 혼자 가라고요!?"
어이가없네, 이거 지금 나보고죽으라는 거아니야!
"일단 진정하고 다시 자리에 앉도록."
"지금 내가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대체 그 의뢰를보낸 게누굽니까! 얼마나 생각이 없길래 그딴 의뢰를!"
"내 아버지, 그러니까 황제 폐하가보내신 거다."
......?
순간 방 안에 고요하고 차가운 침묵이내리 앉았다. 나는 어정쩡한 자세로 굳어있다 무표정하게 날 내려다보는리린플라비스의 시선에 스리슬쩍 의자에 다시 앉았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자신의 사위이자루진의남편이 될너라면능히 이 문제를 해결하리라 믿고 계신다...만, 아무래도 너한테는 짐이 너무 컸던 모양이구나."
그녀의 말에 등에서 식은땀이흐르는 게느껴진다. 설마 이 세계에서탈룰라를시전당할 줄이야.
"하, 하하!그 정도의뢰는 저 혼자서할 수 있죠! 맡겨만 주세요!"
"호오, 정말인가? 그렇지만조금 전에는불가능하다고하지 않았나? 그러면서 화도 냈고."
"아유~ 화를 냈다니 착각입니다.어쨌든잘할 테니주시죠!"
그녀의 손에 들린 의뢰서를 빠르게 가져갔다. 그녀의 말대로 의뢰서에는 황제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씨발, 황제가 직접 지명한 의뢰라니...이건빼도 박도못한다.
'아니지, 레티시아한테한번 부탁해 볼까.'
그녀라면 이 문제도해결할 수있을 거, 아니다. 그녀를 통해 해결하면 분명 그녀한테또 빚을 저당잡히는셈이다. 이미 빚 2개가 있는 상태에서 위험을 무릅쓸 수는 없다.
"아참, 이거 레티시아가전해 달래."
"네? 그 마녀가요?"
자기 용건이있을 때만부르던 마녀가전해달라고한 물건은 쪽지였다.하아, 또 부탁인가.
쪽지를 펼쳤다. 그런데 쪽지에는 의외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 애를잘 부탁하지.]
딱 한문장만 적혀있었지만, 그마녀가 누군가를 부탁한다고 하다니, 의외다.
'근데 누굴 잘 부탁한다는 거야!?'
이딴식으로 써놓으면 나보고 어떻게알아들으란건지 모르겠다.
"이거 무슨 의미인지 아시나요?"
쪽지를 보여주니리린플라비스는 눈을 크게 떴다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듯한 표정.
답답해서한소리 할까고민하는데 그녀가 쪽지를 다시 나한테건네줬다.
"그건 나중에 알게될 거야. 우선 의뢰에 집중해."
"하아~ 알겠어요. 그러면 언제 출발하면 되는 겁니까."
주섬주섬.
의뢰지와 쪽지를 주머니에 넣고리린플라비스를 바라보았다. 이에 그녀는 화사하고 아름답게 웃었다.
그 고귀한 미소에 가슴이 두근거리며 꼴리려고 하는데 그녀의 미소가 악동처럼 바뀌었디.
"지금 바로 가면되."
"...네?"
"지금 바로 출발하라고."
믿을수 없어 다시 물으니지금 같은답변이 날아왔다.
"준비는 그쪽에서 알아서했을 거야. 당연히너가가는 길도 마찬가지지.이걸 가지고창세신을모시는 신전으로 가렴...그리고 미안하다."
"미안하시면 이건 주지 마시.."
"그게미안하다는 게아니다. 얼른 가라, 가보면알 거다."
그녀는 나한테황금빛뱃지를넘겼다.뱃지에는S라는 황금빛 인장이 새겨져 있었다.
저번에 거절했던 그뱃지였다. 이건 외통수다. 설마하니 이렇게 나를궁지로몰아넣을 줄이야.
이번에는 이 뱃지거절 못 한다. 거절하기엔 현재 상황에선 분위기도 명분도 내가 밀렸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뱃지를받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리린플라비스의 집무실에서 쫓겨나듯 밖으로 나왔다.
"당했다."
황금빛뱃지가찌그러질 지경까지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이번 기회에 나를S랭크로삼아 황금 길드 소속임을 분명히 하고 숲의 해결을 떠넘긴다.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온 힘을 다해서다른 곳에책임과 일을 전가하는공무원같이깔끔한 일 넘기기 솜씨였다.
이제와서 이렇게 생각해봤자 의미도 없겠지. 일단 신전으로가보라고했으니 가보자.
그전에 애들한테들릴까? 고민했으나 그냥 후딱 끝내고 돌아오기로 했다.
뱃지를주머니에 넣고리린플라비스의 말대로 신전에 갔다. 신전에 가보니 내 능력을 평가해 줬던 그 사제가 나를 기다렸던 건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용사님!창세신의하인으로서 위대한 대행자를 만나뵙게 되어일생의 영광입니다."
"네? 어, 음...크흠! 고개를 드십시요. 저는 아직 정식 용사가 아니니 그런 대접은 곤란합니다. 정식 용사가 된다면받아들일 테니지금은 황제 폐하의 일에 집중합시다."
"아이고! 제가 용사님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고 말았군요! 죄송합니다!"
사제의 말에 대충 맞장구 쳐주니 그는 존경심이 가득 담긴 얼굴로 나를 안내했다.
창세신을모시는 입장에서창세신의꼭두각시 겸 장난감인 나는 대단한 사람이겠지.
좋은 점이라곤 하나도 없이 그저 구르기만 하는 자리인데.
"드디어 오셨군요! 대행자시여!"
화려한 의복을 갖춘 노인이 나를 향해 달려와 내 손을 잡았다.
"당신은..."
"저는 이 신전의 총 책임자이며 대행자이신 당신의 이동을 도울 하찮은도우미입니다."
늙은이의 뒤에는 커다란 포탈이 있었다. 설마 신전에도 포탈이 있을 줄이야. 근데 이상하다. 신전의 포탈이라 그런지 느껴지는 기운이 이상했다.
내가 포탈을 자세하게 살펴보려고 하니 늙은이가 때마침 포탈에 개해 설명해줬다.
"이 포탈은 위급상황 시에만쓸 수 있는장치입니다. 공간끼리 연결하여쌍방향에서오가는 시중의 포탈과 달리 이건 비록가는 것만가능하지만, 좌표가존재하는 곳 어디든지갈 수 있죠."
"호오. 그 말은."
"예, 그렇습니다. 당신은 위대란 대행자시며 동시에 용사, 최대한 외국에 정보기알려지면 안 됩니다."
즉, 내가 일반적인 포탈을 쓰면나에 대한정보가퍼질 테니이걸 쓰라고한 건가.
솔직히 나에 대한 정보가 뭐가 중요하다는 건지는모르겠지만, 그냥들어가자.
나는 사제들한테손을 흔들어주며 포탈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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