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화 〉 돌입하다.(허벌 보지 황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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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아예이공간이잖아!"
나는그제야알 수있었다. 숲의 안쪽은 단순히 나무와 식물이 빽빽하게 자란 야생의 땅이 아니라이계로구성된이공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람들이 숲에 들어가고 나오지 못한 이유도 알겠다. 들어오자마자이공간으로전송됐으니뭘 해볼 틈도 없었겠지.
"이거 위험한데..."
땅에 손을 짚고 지맥을 검사했다. 지맥이란 대지에 흐르는 힘의 줄기이자 대지의 근원이라할 수 있는줄기다. 이것이 사라지면 대지도 죽어버릴 만큼 아주 중요하다.
그런 만큼지역마다지맥에는 차이가 있는데 현재 이곳의 지맥은 황도의 지맥과 구조가완전히 달랐다. 아무리이공간이라도 황도 근처라면 흔적이라도 느껴져야하는데...
흔적조차 느껴지지 않는다.이런 때에는이곳의이공간이 황도를 포함하여 다른 공간과 융합된 상태라고봐야 하리라. 그리고 이걸가능케 한존재, 혹은 사물이 이 공간의 핵이겠지.
'애초에 황도에는 존재하지 않는 지형이 있는 시점에서 알아차린 일이긴 하지만.'
지맥까지 확인하고 나니 확신했다. 이 일은 벌인 새끼는 보통내기가 아님을.씨발, 그냥 루진 데리고올 걸그랬나.
흑막이 누구든 때려잡을 자신있지만, 아군은많을수록 좋은 법이기에루진을데려오지 않은 나를 원망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속 여기에 있어봤자좋을 거없으니 이동하자. 식량은 아공간에 충분하니 따로 구할 필요도 없다. 우선 이곳의 조사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진행하자.
나는 숲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특수한 공간에조난당한이상 조사는 장기간 진행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리 숙소가 될 자리부터알아보는 게좋겠지.
1시간 동안 묵묵히, 강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도중에 위로 올라가 주변을 살폈으나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숲이 나를 반겨줄 뿐이었다.
1시간 동안걷다 보니수풀 속에서바스락거리는소리가 들렸다. 포복하여 몸을 숨기며 살금살금 다가가 뭐가 있는지 수풀 너머를 보았다.
끼이익!
거대한 원숭이, 성인 남성의 2배는되어 보이는덩치의 원숭이가 쿵쿵, 커다란 바위로 저글링을 하며 놀고 있었다.
뭐지? 명백히 정상적인 동물이 아닌 비정상적인 형태의 생명체다. 거기에원숭이한테서느껴지는 마력까지. 원숭이는마물이분명했다.
'...여기서 죽이고 갈까?'
마력만 보면 그다지 강하지 않다, 기세도 미약하니 내가 기습을 한다고 가정하면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다.
"좋았어.한 번에 끝내자."
몸을 낮춰 소리를 죽이며 단번에 꿰뚫기 위해 창을 앞으로 세워뒀다. 그리고 그 상태로 힘차게 점프!
"흐읍!"
파앙!!!
재빠르게 나아간 내 몸이 그대로 놈의 뒤통수를 꿰뚫었다. 일격에 죽어버린원숭이의 사체는그대로 가루가 되어 흩어졌고 그 아래에는 초록색의 특이한마석이있었다.
초록빛으로 빛나는마석을집으니 특수한 힘이 느껴진다.
"이건, 자연의 마력!!!"
마석에는 미약하나 자연의 마력이서려 있었다. 자연의 마력이란 자연에존재하는순수한 마력, 그 무엇도 거치지않은 채자연 속에 머문 마력 중 일부가변질하여탄생하는 것이다.
그만큼 엄청나게 희쇠한 데다 정령들이 환장하는 물건이다. 그런 물건이 이런좆밥원숭이한테 나오다니! 비록 매우 미약한 힘이나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나는 저절로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마석을인벤토리에 넣었다.
"이곳에는 저런마석을가진몬스터가넘치는 건가."
두근두근
기대감으로 심장이 벅차오른다. 여기에 있는몬스터들이정말로 다들마석에자연의 마력을 담고 있다면 이건 대박찬스다.
"후, 후후후!"
이곳에몬스터가왜 존재하는가는 이제 중요치 않다.중요한 건내가 비싼 것을얻을 수있다는 것뿐.
"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여기는 한탕 버는데 최적의 장소로구나! 나는 끝없는 탐욕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언제나 그렇듯정신줄을살짝 놨다.
자낳괴 모드 ON!
언제 쓰게 될지는 모르지만 돈 되고 가치있는건 일단 모아고 보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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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소에온 지 12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숙소를 만들고 장비를 점검, 하기는 개뿔닥치는 대로몬스터들을사냥하여마석을모았다.
벌써 모인마석만해도 100개가 넘는다. 겸사겸사 숲의 끝으로 추정되는 곳도 갔다 왔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그곳에 있던건 무로 이루어진 허수 공간뿐.
그나마 숲의 끝이 허수 공간이라는 것은 힘의 한계가 명확하여 이계에 공간을 걸치는 편법을 썼다는 의미다.
이 공간은 유지하는 존재는 규격외 까지는 아닌 모양이다.
"좋았어. 이제 숙소를 찾아야겠지."
피범벅이 된 창을 강물에 씻으며 물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이미 이곳의 위치는 대강 기억했다. 아직 조사하지못한 곳이더 많지만 우선 숙소를만드는 게먼저다.
내가 눈을 떴던 곳인 거대한 절벽에 다시 왔다. 나는 절벽에 손을 대고 마력을 불어넣었다. 굉장한 마력이 절벽으로흘러들어 가며벽의 구조가 서서히 바뀌었다.
쿠구구궁
커다란 구멍을 시작으로 곳곳에 길과 홀이 생긴다. 물질 마법과 연금술을 혼합하여 사용한 만큼 효과는 확실했다.
"임시 숙소니까 대강 구조만잡으면 돼. 이제 여기에..."
침대 하나랑 책상과 의자를 꺼내 배치했다. 그리고 간단한 요리 도구를 한구석에 정리해두고 벽면과 입구에결계를쳤다. 이걸로몬스터의침입도 막았다.
임시라 대충 만들긴했지만, 그럭저럭쓸만한 숙소가완성됐다. 이래서야 개미굴같긴 한데...뭐,운치 있고좋네. 여기에 불만 있으면 되겠어.
오는 길에 사냥한 동물을 해체, 마법으로 기름을추출한 뒤빈 병을이용해 임시로 등불을 만들어 곳곳에 배치했다.
"작업은 이걸로됐고, 이제 좀 자야겠어."
배고프긴닥치는 대로몬스터를상대하느라 쌓인 피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선 이걸 좀풀어야겠어. 나는 펼쳐놓은 침대에 몸을뉘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피로하지는 않지만 그냥 자고싶어서 자는거다. 황녀나 귀족 어쩌고는 알아서 잘 살아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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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하아...제기랄!"
라파엘레스파다는자신의 뒤에서 따라오는 늑대 무리를 보며 혼비백산에 빠져 도망쳤다. 그의 옆에는루리가위태롭게 붙어 함께 달리고 있었다.
이 둘은 안개가낄 때우연히 같은 곳에 떨어졌다. 처음에는유진이자신들을버렸다고 생각하고긴장했지만 이내귀족과황족으로서유진이없어도 된다는 오만함을 발휘 자기들끼리 탐색을 시작했다.
하지만 둘은유진과다르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식량과 식수는 물론이요, 각종 옷과포션까지챙긴유진과달리 그들은 갈아입을옷은 챙길 생각도 안했고현재 입은 옷도 귀족의 정장과 드레스라는, 숲을탐색하는 데에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거기에 그들은 미리 식량을 챙겨두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움직이다 보니 허기를 느꼈다. 자연히먹을 수있는 것을찾게 되었고 그 결과몬스터와마주쳤다.
뒤에서 늑대몬스터들이일제히아우우! 하고 울었다. 마력이 서인울음소리는주변에 있던 다른몬스터를일깨웠다.
촤르륵, 커다란 줄기의 나무가 두 눈을뜬 채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무에 앉아있던 커다란 벌들이 그들을 향해 비행했다. 마치 모든 생명체가하나 된 듯그들을 노렸다.
"씨발! 씨바아알! 내, 내가 왜 여기서 이딴꼴이 돼야하냐고!"
라파엘레스파다는절망하며 어떻게든 살기 위해 두 다리를 움직였다. 그리고 자신을 이곳에 만든 원인인 자신의 아버지와 이를 허가한 황제, 그리고 용사유진과황녀루리를욕했다.
몇시간 동안이나지속된추격은 그의 연약한 정신을 망가트렸다.
반면루리는입을꾹다문 채그런 그를 옆에서 도왔다. 그녀는 라파엘과 달리 정상적이고 냉정한 사고를 유지했다.
비록 형제, 자매들과 비교해 둔재라고 하나 그녀 또한 황족이다. 비교 대상을 아래로 내리면 그녀도 그럭저럭 괜찮은 재능을 지녔다고할 수 있다.
"! 저기에요! 저기로 가요!"
그녀는 강을 발견하여화색 하며그곳으로 가자고라파엘에게말했다. 라파엘을 강을 보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지금 저기 가서 뭘 하자고!"
평소위그답지 않은호통. 하지만 그녀는 상황이 상황이니 이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라파엘을 설득하려 했다.
"일단물속에뛰어들어요! 그러면 몬스터 라도 쉽게 달라붙진못할 거에요!"
몬스터들은마력을사용할 수있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생물과 구조나 특징이 다르고 그중 가장 큰 특징은 수영을 못한다는 거다.
전투에 특화된 육체는 수륙용몬스터가아닌 이상 물속에서의 상황이 상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파엘은 이런 설명을 듣고도 요지부동이었다.
"저놈들은처음 보는몬스터라며! 만약에 쟤네들이수영할 수있으면 어쩌려...아니지, 네 말이 맞아! 강으로 가자!"
라파엘리 그리 외치자 그녀는 자신의 설득이 통했다고 생각하여 얼른 강을 향해 뛰었다.꽤나수심이 깊은 강까지 그들을 달리고 달렸다.몬스터들은천천히 그들을 포위하여 퇴로를 막았다.
몬스터들이입맛을 다시듯 침을 줄줄 흘리며 다가온다. 그럴수록 라파엘의 정신은 점점 벽에 몰렸다.
"히, 히히! 그래 이건 전부그 녀석탓이야...나를지키지 않고사라져버림 그 무능한 놈 탓이야...나는 장차공작위를이어받을 남자. 이곳에서죽을수는없지!"
라파엘은알 수없는, 그러나 위험한 말을지껄였다.루리는그것도 모르고 강물의 수심을 재보고는 충분히 수영으로 빠져나갈 수있다고 여기며 밝게 웃었다.
"이제 강물에 뛰어들어요!"
그녀의 말에 라파엘이 움직였다. 그는 루리를꼬옥껴안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단검을 꺼내...
푸욱!
루리의 다리에 박아버렸다.
"꺄아아앗!?"
다리에 박힌 단검. 순간 힘이 빠져 그녀는 주저앉았다. 그러나 다리의 고통보다도 갑자기 자신을 공격한 라파엘에게 배신감과 함께 의문을 느꼈다.
배신하는 건가? 아니야, 그가그럴 리가없어! 분명 뭔가 사정이 있거니 누군가가 조종하는걸 거야!
"히, 히히히! 이걸로 나는 살아남는다! 나는 공작이될 거야! 그러니까 너는 여기서 나를위한미끼가돼서몬스터를막아내! 알겠어!"
라파엘은 자신이 할 말만 하더니 이내몬스터를돌아보고 겁먹으며 강으로 뛰어들었다.
풍덩!
커다란 물보라가그녀에게까지튀었으나 이미 라파엘의 말에멘탈이터진 그녀는 떨리는 동공으로 바닥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영웅이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에 넋이 나가 버린 것이다.
애초에 라파엘은 그녀를 이용하기 위해 접근한 거였다. 위험하면 자신의 목숨을우선시 하는건당연했다.
넋이 나간 그녀를 향해몬스터가달려든다. 늑대의 커다란 아가리가쩌억열렸다. 이제 저 날카로운 이빨로 목을 물어뜯겠지.
하지만 그전에루리는다행히 의식을 되찾았다.
"크읏!"
아프지만, 죽고 싶고, 죽여버릴 만큼 아프지만...지금은도망치는 게먼저다. 그런 생각으로루리는늑대의 입을 잡고 강을 향해 던져버렸다.
풍덩!
"아, 팟!"
다리에서 계속 피가 새어나오고움직일 때마다아프다. 그러나멈출 수는없었다. 그녀는쩔뚝거리며일어나몬스터들을보았다.
어떻게든 저 포위망을 뚫어야...
우웅!
그때 어딘가에서 묘한 마력 기류가 휘몰아쳤다. 순식간에 사방으로퍼져 나간기류에 그녀가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몬스터들이기겁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뚫린 길. 저 멀리서 작게나마 밝은 빛이 보였다.
"저건!"
사람이다, 사람이 저곳에 있다! 그녀는 다리에 칼이박힌 것도잊은채그곳을 향해 뛰었다. 다행히몬스터는조금 전에 퍼진기류에완전히 꼬리를 말고 도망친건지마주치지 않았다.
죽을 힘을 다하여 도착한 곳은 동굴이었다. 영롱한 불빛이 곳곳에 배치된 동굴. 그리고 그 앞에는 익숙한 사람이 있었다.
"너가 왜 여기서나와?"
용사인유진이고기를 씹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그제야이곳이 안전하다고 생각해 안도했다. 적어도 용사가 있으니 위험한 일은 없겠지.
조금 전에 퍼진마력 기류도 저 남자가낸 건가?
루리는복잡한 기분을 느꼈다. 당장 적대하고 무시하던 상대를 만나 안도하는 자신과 그런자신을 놀랐다는듯이 바라보는유진의시선은 거슬렸다.
"뭔가요 그 시선은."
"아니, 이곳의몬스터는꽤 강한데다 대부분 우르르 몰려오니까 진작에 죽었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어찌어찌 살아남았네. 축하해, 생존한걸."
진심으로감탄한 것인지, 아니면 비꼬려는 건지유진은박수까지 짝 짝 치면서 웃었다.
루리는유진의행동에화가 났지만자신이 큰소리칠처지가 아니라는것을잘 알고있었다.
황가나 황도에서는 자신이 황제의딸이기에 갑이었지만이곳은, 이곳에서는 아니다. 자신은 지금 을이다.
까드득!
분한 일이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어쩔 수없었다. 살아남아 자신의 영웅을 찾아야 했다. 분명 그가 자신을버린 건이유가 있을 것이다.
"용사. 저의 치료, 치료를부탁합니다."
루리는상처를 보여줬다. 아직도 칼이 박혀있는 다리를 보여주자유진의눈매가 가늘어졌다.
루리는시간이 좀 지나서 그런지 피로와 함께 고통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이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에 빠지듯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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